태어나서 처음으로 할매에게 편지를 쓰네.
보고싶어!
그리워!
요즘 할매 생각이 많이 나.
전에는 꿈에 자주 보였는데 요즘에는 내 꿈에 안 나타나?
할매가 해 준 음식들도 많이 생각 나.
할매의 김치가 그리워!
할매가 끓여준 된장찌게가 먹고싶어!
할매가 끓여 준 호박죽, 팥죽, 땅콩죽이 그리워.
할매가 해 준 냉이국이 그리워!
할매와 함께 시골장에 간 것.
할매와 함께 절에 간 것.
할매와 함께 한 일과 할매가 해 준 모든 게 생각이 나고 그리워.
할매 왜 일찍 간 거야?
손자가 보고싶어서 그렇게 간 거야?
그럼 우리는...
할매가 가 버리고 나서 많이 서러움 받고 많이 외롭게 지냈어.
돈 많이 벌어서 호강 시켜 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나 할매한테 미안한 게 있어.
할매 병간호 할 때 너무 힘이 들어서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
그리고 할매가 학교 찾아왔을 때 나 정말 부끄러워 숨어 버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나쁜 손녀지? 그치?
지금 할매가 있음 정말 효도 했을텐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할매 언니 많이 도와 줘.
형부 마음 변하게 해 주고.
할매 손녀사위 마음에 들어.
이름이 마이클이야.
알지 한국 나갈 때마다 산소 찾아가잖아.
할매 좋아하는 담배도 잊지 않고 챙기잖아.
그리고 콜라도...
작년에 뭐가 바빠서 산소에도 못 갔는지...
이번 7월에 나가는 것 알지?
할매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산소갈께.
할매한테 한번도 말을 못했어.
뭐냐면...
나 길러주어서 정말 고맙고 정말 감사해!
부모사랑 못 받았지만 할매 사랑 듬뿍 받고 자라서 나 정말 행복했어.
한편으론 언니한테 너무 미안했어.
할매 나 가끔씩 편지쓸께.
눈물이 나...
너무 보고싶고 그리워서 가슴이... 가슴이...
할매 많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