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카시아꽃의 전설

         죽암/성용환

핏빛 영산홍 한바탕
분탕질 치고 떠난 자리
하얀 아카시아꽃 산천을 덮고
진하디 진한 박가분 냄새
남정네 가슴에 모닥불을 지른다.

한평생 남자 품에
안겨보지도 못 하고 죽어간
한서린 여인의 슬픈 사랑이
진한 향기가 되었다는
향긋한 아카시아꽃 내음
마을로 내려 올 때면

아카시아 한가지 꺾어
하얀 꽃 튀밥처럼 먹고
보릿고개의 배고픔
가위 바위 보하며
아카시아 잎에 실어 날려 보내던
그때 그 시절도
전설 같은 옛이야기가 되었구나!  

 

 2. 아카시아에 얽힌 전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너무나 아름다운 한 여인이 있었다.
 하얀 옷을 즐겨 입었던 그녀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요리도, 바느질도 청소도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테라스에서 밖을 바라보며 매일매일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시를 읊으며 지나가는 한 시인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 만을 믿고 그 시인에게 구애를 해 보았지만
 그 시인은 외모 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 언어의 아름다움을 숭배했다.
계속되는 구애에도 그 남자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자 그녀는 마녀에게 찾아갔다.
마녀에게는 남자의 사랑을 빼앗을 수 있는 향수가 있었고,
 그 향수를 얻는 대신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녀에게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향수 한 병을 통째로 몸에 바르고 그녀는 그 시인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시인은 공교롭게도 태어날 때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는 병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그의 사랑을 얻지 못한 그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 아카시아 꽃이 피어난다.
아카시아는 그 여인을 닮은 듯 나무로는 가구도 만들 수 없고, 땔감으로도 쓸 수 없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카시아 꽃 향기만은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남아 있게 된다.

 꽃말 - 우정, 비밀스런 사랑, 희귀한 연애   

아카시아 파마
윤정주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언어세상.이퍼블릭) / 2006년 8월  

  아카시아
츠지 히토나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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