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이다.
어느 고을에 매우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미인이 살고 있었다. 이 처녀는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었다. 여자로서 시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으며 노래도 잘 불렀다. 그리하여 많은 남자들이 그 처녀를 사모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 처녀는 인물이 잘 생기고,벼슬이 높은 총각도 마다 하고, 또 돈 많은 부잣집 아들도 마다 하고,몹시 가난하고 앞 못보는 장님에게로 시집을 가는 것이었다. 아름답고 착한 여인은 장님인 남편을 하늘처럼 모셨다. 집이 가난하므로 남의 집에 품팔이를 하고,남자들이 하는 일도 서슴없이 하면서 남편을 극진히 모셨다. 주위 사람들은 고생하는 여인을 보고 몹시 안타까워 하였다.
"쯧쯧쯧 불쌍도 해라. 저 예쁜 새댁이..."
"글세 말이오. 어쩌자고 장님한테 시집을 가서 저 고생일까?"
여인을 보고 사람마다 동정하는 눈빛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장님남편을 극진히 모시는 착한 여인의 소문은 이동네에서 저 동네로 널리 널리 퍼져 나갔다. 그 소문은 마침내 고을을 다스리는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고을 원님은 장님의 아내인 여인을 불렀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을 하는가 하고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인은 고을 원님의 부름을 받고 관가로 나아갔다. 아무도 원님의 명령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여인을 본 원님은 그만 넋을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반해 버렸던 것이다. 원님은 지금까지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
", 하늘나라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구나!"
멍하니 여인을 바라보던 원님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여인은 얼굴과 몸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가만가만 옮겨 놓는 걸음걸이 원님에게 공손히 절하는 모습, 옥을 굴리는 듯한 말소리등 행실도 너무나 바르고 착했다. 원님은 그만 욕심이 생겨서 남의 아내인 그 여인에게 자기의 아내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인은
"원님,아니 됩니다. 저에게는 앞을 못 보는 지아비가 있습니다. 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청을 들어 줄 것이니 제발 내 아내가 되어 주길 바란다."
원님은 여러 가지 꾀임수를 썼지만. "제발 부탁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하고 여인은 울면서 보내 달라고 애걸했다. 그러나 아무리 졸라도 원님은 들은 척도 않고 점점 화를 내는 것이었다.
"네가 정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원님은 보잘 것 없는 눈 먼 장님 남편을 못 잊어 그토록 집으로 돌아가려는 여인이 얄밉기도 하고 자기의 명령을 어기려는 것이 괘씸하기도 하였다.
"원님,저는 죽어도 원님의 아내가 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죽여 주십시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원님에게 말했다.
"무엇이! 독한 것...."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고을원님은 마침내 그 여인을 죽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원님의 명령을 받은 포졸들은 여인을 말꼬리에 매달아 질질 끌고가 죽이게 되었다. 여인은 말에 끌려 가면서 포졸들에게 마지막 유언으로
"저의 마지막 청을 들어주십시오. 제가 죽거든 꼭 우리 집 울타리 밑에 묻어 주세요. 부탁입니다." 하고 부탁했다. 포졸들은 사실 그 여인을 살펴주고 싶었지만 원님의 불같은 명령이니 하는 수 없이 여인을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여인의 유언대로 그 집 울타리 밑에 고이 묻어 주었다.
그 다음해, 억울하게 죽은 이 여인을 묻은 울타리 밑에서 한 그루의 꽃나무가 자라 올랐다. 이 나무는 금방 울타리를 둘러싸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이것이 무궁화이다. 죽어서라도 눈 먼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 무궁화를 남편을 위하여 죽은 아름다운 여인의 넋이라고 생각한다.
무궁화는 이렇게 아름답고 지조가 높은 꽃이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

 

꽃말 -  무궁, 단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