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들이 귀한 집이 있었다.
그 집에서는 아들을 낳으려고 온갖 치성을 다 들였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아들 하나를 얻었다.
하루는 스님이 와서 시주를 하라기에 어머니가 쌍을 한 바가지 퍼 주었다.
그 때 스님이 아들은 열 다섯이 되기 전에 큰 봉변을 당하겠으니 절에 보내주면 잘 키워 주겠다고 하였다.
그 뒤로부터는 아이는 절에서 살게 되었고 이따금씩 집에 내려 와서는 돈이나 옷을 가져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날도 아이는 빈에 내려 왔다가 이른 새벽에 절로 떠났다.
아직 첫 닭도 울기 전인데 산 중에서 사람소리가 나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어떤 처녀와 총각이 벼랑위에 서 있는데 아래는 시퍼런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총각은 처녀에게 자기의 말을 듣지 않으면 저 강물로 밀어 넣어 버린다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처녀가 도도하게 머리를 흔드니까 총각은 그만 처녀를 벼랑 아래로 밀어 버렸다.
이를 보고 있던 아이는 남의 일일지라도 처녀가 너무 가련하게 생각되어, 가까이 다가가서 남자를 강물로 밀어 버렸다.
그래서 남자도 물에 빠져 죽어 버렸다. 그리고는 아이는 절로 들어갔다.
이제 아이의 나이가 열 다섯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스님은 밤중만 되면 어디로 나가서 새벽이 되어야 돌아오곤 했는데, 장삼에는 언제나 이슬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도 이상스러워서 아이는 스님 몰래 뒤를 밟아 보았다.
하지만 스님은 축지법을 쓰면서 걷기 때문에 도저히 못 따라갔다.
그래서 아이는 앞서가는 스님을 큰소리 불렀다.
저만치 앞에 가던 스님이 뒤돌아 보고는 아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타일렀다.
"너는 못 오는 곳이니 돌아가거라.
그러나 아이는 돌아가지 않고 자기도 한번 가 보겠다고 떼를 썼다.
할 수 없이 스님은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빠르게 산중을 헤쳐 나갔다.
이윽고 넓적한 바위에 다다랐다.
스님은 아이를 바위 위에 내려 놓고는 휘파람을 부니 온갖 산짐승이 모여 들었다.
아이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그런데 스님이 장삼속에서 병을 꺼내 주더니 마셔보라고 했다.
아이가 그 약병을 받아 마시니 온 몸에 기운이 펄펄 솟는 듯 했다.
아이는 물었다.
"스님, 여기에 오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스님은 조용히 말했다.
산너머 기와집에 구미호가 사는데, 온갖 산짐승을 데리고 잡으려 했지만 매일 실패만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아이는 자기가 그 구미호를 잡아 보겠다고 나섰다.
스님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으나 기어이 자기가 죽이겠다는 것이다.
스님은 긴 탈을 주었다. 아이는 재빠르게 산을 넘어갔다.
거기에는 커다란 기와집이 있었는데 서까래마다 초롱이 달려 있고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세 개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기에 예쁜 여자가 앉아서 수를 놓고 있었다. 아이가 들어오자 쌔액 웃었다.
"네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내가 바로 구미호다"
이 말을 들은 아이는 대뜸 구미호를 치니 금방 없어지고 윗방에서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를 쫓아갔더니 구미호는 호령했다.
"이놈아! 너의 스님도 날 잡지 못하는데 네 어찌 함부로 날뛰느냐? 날이 밝기전에 너를 죽일테니 돌아 가거라!"
이때 아이는 전신에 힘이 쭉 빠지는 듯 하더니 마침내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스님에게로 돌아오고 말았다.
스님은 아이를 데리고 절로 내려왔다.
스님은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전에 남을 도와 준 일이 없느냐?"
아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억울하게 죽은 처녀의 원수를 갚아 준 일이 생각나서 스님에게 여쭸다.
그랬더니 스님은 아이에게 그 벼랑에 가서 통곡을 해보면 무슨 일이 생길테니 그리하라 일러 주었다.
아이는 벼랑으로 갔다.
그 끝에서 정말 통곡했다.
잠시 후에 물 속에서 전에 죽은 처녀가 나와서는 우는 연유를 물었다.
그래서 아이는 구미호에게 잡혀 먹히게 되었다는 얘기를 했더니 따라오라고 하면서 물 속 용궁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전에 물에 빠진 처녀는 그 길로 용궁에 들어가서 용왕의 며느리가 되어 있었다.
용왕은 옥황상제의 아들이었다.
거기에서 옥황상제의 영험과 용왕의 신비한 묘술을 배워서 세상으로 나왔다.
한편 구미호는 아이를 잡으려고 이리 저리 날뛰고 있었다.
아이가 가까이 가자 어디서 나왔는지 예쁜 여자가 길을 막아 섰다.
예쁜 여자가 구미호의 변신임을 알아 차린 아이는 용궁에서 배운 묘술을 써서 구미호를 이겨냈다.
죽이고 보니 그 예쁘던 여자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흉칙한 여우로 변했다.
그 꼬리를 떼어서 조선사람들의 목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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