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지국 막내공주전 2 - 완결
신순옥 지음 / 청어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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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우물쭈물 염라대왕 앞으로 나아갔다.
"너는 어찌하여 나이도 어린것이 살생을 하였느냐?"
바리, 뜻밖의 말에 대경하여 반문했다.
"예? 살생이라뇨?"
염라대왕의 얼굴 진노한 듯 엄하고 무서웠다.
"벼랑에 저 약한 끈을 감고 매달린 것은 결국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 아니냐. 그것이 너 자신을 살(殺)하고, 너를 낳아준 부모를 살하고, 너의 형제자매를 살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냐?"
함깨 왔던 일직사자도 그 말을 듣고서야 왜 바리가 살생과 도둑질을 관장하는 염라대왕에게로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리는 발설지옥에 가게 될까 봐 얼른 손을 내저으며 연유를 설명하였다.
"대왕님, 죽어도 상관없다 생각한 것은 아니고요. 죽어서라도 저승에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겁니다. 삼신산의 약려수를 구하기 위해서요.""
"약려수?"
바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를 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하니 염라대왕 잠시 말이 없으시더니 업경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업경대가 바리의 죄상을 낱낱이 비추기 시작했다. 염라대왕은 업경대로 바리가 살아 온 십육 년을 살펴보시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94쪽

"네 마음이 갸륵하여 웬만하면 보내주려 하였는데, 빌어먹고, 혼자 먹고, 안 나눠 먹고, 숨겨 먹고, 뺏어 먹고, 훔쳐 먹고, 등쳐 먹고, 많이 먹고, 놀려 먹고, 몰래 먹고...... 먹는 걸로 꽤나 죄를 지었구나."
염라대왕의 말이 계속될수록 불안스레 손톱을 뜯던 바리가 문득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그...... 그래도 가......가끔은 나눠 먹었는데요."-94~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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