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삼백년 전 선조왕때 어느 날, 남도 흘영산 기슭 마을에 도관 도복을 입고 지팡이를 손에 든 한 도사가 나타났다. 그는 이 마을의 집집을 찾아다니면서 말하기를,

"이 산중에는 한 채의 암자가 있는데, 지금은 몹시 헐어져서 볼 모양이 없소. 그래서 나는 이 암자를 다시 주축하고자 하는데, 바라는 것은 주축에 필요한 물자를 운반하고자 하니 소를 하루만 빌려주십시오."

라고 하므로 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곧 승낙을 하였더니, 도사는 말하기를,

"소는 내일 아침에 쓰겠으니 아침 일찍이 소죽을 실컷 먹인 뒤 앞 마당에 매어 놓아주시오."

하고는 어디로인지 사라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도사가 부탁하는대로 아침 일찍부터 소들을 각각 집 앞에 매어 두고, 소를 몰고 가는 것을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해가 서산에 다 기울어져도 도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매어 둔 소들이 모두 한번도 눕는 일이 없이 마치 땅위에 못 박은 듯이 꼭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신에는 구슬 같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같이 하여 그날은 저물었다.


이튿날이 되자, 전날의 도사가 다시 찾아와서는 집집을 찾아다니면서,

"어제는 여러분이 소를 빌려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더욱 이상하여,

"소는 조금도 쓰지 않고서 무어가 고맙습니까?"

하고 말하자 그 도사는 웃으면서,

"나는 도술로써 소 넋을 빼어서 썼던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그 도사의 괴이하고도 또한 그 작용의 신묘한 도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후로는 그를 흘령도사라 불렀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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