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보문사 절 밑에 한 건실한 어부가 살았어요. 어느 날, 그 어부는 전과 같이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았는데, 스물 한 개의 이상하게 생긴 돌이 걸려 올라왔어요. 나이가 든 이 어부는,

"고기는 한 마리도 안 잡히고 돌만 걸리니,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구나!"

하고서, 그걸 바다에 버렸어요. 그 다음날도 평소와 같이 그 장소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했는데, 어제와 똑같이 스물한 개의 이상하게 생긴 돌이 걸렸어요.

"오늘도 재수가 없구나."

하구서, 그날도 그걸 그냥 버렸어요. 사흘째 되는 날, 또다시 가서 그물을 쳤어요. 그런데 어제, 그제와 같이 스물한 개의 이상한 돌이 걸렸어요. 그래서 또 버렸어요.
사흘째 돌을 버리던 날 밤에 꿈을 꾸니까, 부처님이 나타나서,


"네가 어제 버린 돌이 보통 돌이 아니다. 그걸 잘 모시면 네게 아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했어요. 그래서 그 어부는 심상치 않게 생각하고, 그 돌을 건져다가 지금의 보문사 자리에다가 안치했어요. 그래서 절이 서게 되었는데, 그 절이 보문사랍니다. 그 어부는 그 뒤에 큰 부자가 되었답니다.
지금 거기 가면, 지붕이 자연석으로 되어 있는 석실이 있어요. 그 석실에 나한을 모셨는데, 그게 그 어부가 건져 올린 것이랍니다.


그 절이 서고 난 뒤의 얘기를 하나 하지요.
그 절의 식구가 모두 30여명이 되었던 모양이예요. 그런데, 어느 해인가 눈이 몹시 와서 절에서 마을까지 내려갈 수가 없었어요.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마을까지 내려와야 먹을 것을 구하고 그러는데, 눈이 많이 와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절에서 잘 간직해 온 불씨가 꺼져 버렸어요. 부싯돌이나 성냥이 흔치 않던 예전에는 불씨를 잘 간직했다가 불을 피워서 밥을 지어먹고 그랬잖아요. 그러니, 식량도 식량이지만, 불씨가 있어야 어떻게 남은 식량이라도 끓여 먹을 것 아니어요. 눈이 쌓여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는데, 불씨가 꺼졌으니 큰일났어요. 그래서 주지 이하 온 식구가 걱정을 하며,

"불씨를 어떻게 구하나?"

하고,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아궁이에서 저절로 불이 타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하면서 밥을 지어먹었어요. 며칠 지나 눈이 좀 녹은 뒤에 갇혀 있던 주지가 마을에 내려갔어요. 마을로 내려가 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집을 가니, 주인이 주지에게 꾸짖듯이 말하는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인정 없는 사람인 줄 몰랐오. 불씨를 얻어 오라고, 그 눈 속에 어린 동자를 맨발로 보내는 법이 어디 있소? 내가 하도 딱해서, 그 때 마침 팥죽을 쑤던 참이라 팥죽을 먹이고, 불씨를 주어서 보냈소."

이 말을 들은 주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지피는 게 있어서 얼른 절로 돌아와 석실에 있는 나한전으로 가 보았어요. 그랬더니, 한 나한의 입에 팥죽이 묻어 있는 거예요. 그 뒤로 스님은 그 나한을 더욱 지성으로 모셨고,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서 보문사가 번창하였다고 해요. -출처 네이버 지식인 -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송은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