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꾸며놓은 이 몸뚱이를
육신은 합성된 상처덩어리
병치레 끊일 새 없고 욕망에 타오르고
견고하지도 영원하지도 못한 꺼풀.
이 몸은 늙어서 시들고
터지기 쉬운 질병 주머니
썩은 육신은 마디마디 흩어지고
삶은 반드시 죽음으로 끝난다.
목숨이 다해 정신 떠나면
가을 들녘에 버려진 표주박
살을 썩고 흰 뼈마귀만 뒹굴 텐데
무엇을 기뻐할 것인가.
뼈로써 성곽을 이루고
살과 피로 포장이 되었다
그 안에 늙음과 죽음
오만과 거짓이 도사리고 있다.-202~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