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충만 법정 스님 전집 4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절판


보라, 꾸며놓은 이 몸뚱이를
육신은 합성된 상처덩어리
병치레 끊일 새 없고 욕망에 타오르고
견고하지도 영원하지도 못한 꺼풀.

이 몸은 늙어서 시들고
터지기 쉬운 질병 주머니
썩은 육신은 마디마디 흩어지고
삶은 반드시 죽음으로 끝난다.

목숨이 다해 정신 떠나면
가을 들녘에 버려진 표주박
살을 썩고 흰 뼈마귀만 뒹굴 텐데
무엇을 기뻐할 것인가.

뼈로써 성곽을 이루고
살과 피로 포장이 되었다
그 안에 늙음과 죽음
오만과 거짓이 도사리고 있다.-202~203쪽

젊었을 때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고
재보財寶를 얻어놓지 못한 사람은
고기도 없는 못가의 늙은 백로처럼
쓸쓸히 혼자서 죽어갈 것이다.

젊었을 때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고
재보를 얻어놓지 못한 사람은
부러진 활처럼 쓰러져 누워
부질없이 지난날을 탄식하리라.-207~208쪽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가을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가을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소월의 시 <산유화山有花>-282~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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