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 최태준
잡초 울음소리에
숨어 맴도는 한여름 밤
모깃불 타는 멍석에
별을 세는 그리운 사람들은
유성을 바라보며 점을 치기도 했지.
달무리 은은히 내리는 들에
반딧불 잡아 호박꽃 초롱 만들어
밤을 밝히던 개구쟁이는
석류처럼 익어가고...
은하수 쏟아지는 냇가에
속옷 벗은 아가씨들의 물그림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 인지
달도 돌아눕는 뜨거운 밤
먼 불빛이 지고 나면
어머니의 부채질 손길이 졸고
삼베이불이 젖는 새벽에
숨어 들리는 사각거림 들은
낯익은 현絃의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