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흙과 나무와 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몇 시간만 비를 내려도, 몇 치만 눈이 쌓여도 벌벌 기는 우리 주제에 정복이 가당이나 한 말인가. 그 질서와 너그러움 앞에서 인간은 분수와 능력의 한계를 알고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인간의 배경은 피곤한 도시 문명이 아니라 '그대로 놓인' 자연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법을 거듭거듭 배워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종교와 사상이 교실이 아닌 숲에서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연은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이다.
그런데, 요 근래 우리 둘레의 자연은 무슨무슨 구실로 말할 수 없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다시 회복될 길이 없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주말 같은 때 산사 주변을 살펴 보라. 거기서 우리는 오늘 이 땅의 뒤뜰을 넘어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 그 나라 국민의 자질은 수출이나 소득의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들의 자연을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 하느냐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17~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