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김주영 작가의 책이다. 8년만이라고 하던데 8년은 더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김주영 작가의 작품중에 <활빈도>와 <객주>를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다시 읽고픈 <활빈도>와 <객주>다. 

<객주>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의 작가 김주영의 장편소설. <멸치> 이후 팔 년 만에 펴내는 작품으로, 부권 부재의 상황 속에서 어머니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사를 그린다. 작가 김주영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견딤의 미학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며 한 가족의 적막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진의 아버지 배용태는 늘 집을 비운다. 노름판에 끼어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는 가끔 예고 없이 집을 방문하여 죽은 듯이 머물다가 곧바로 떠나버리는 식이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마다 어진이는 어머니에게 구박을 당한다. 어머니가 자신을 진심으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로 조숙했던 어진이는 어머니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좋아한다.

그들을 주시하는 한 사내가 있다. 노름판을 전전하는 아버지를 잡으러 다니는 조형사. 어머니가 기지를 발휘해 매번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엔 붙잡히게 되는 아버지. 그러나 무슨 수를 썼는지 아버지는 수갑을 풀고 달아나 다시 잠적한다. 이로 인해 조형사의 추격은 더욱 맹렬해지고, 어진이네 가족은 고통받는다.

오리무중인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나서는 어머니.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어진이 혼자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거리를 나돌던 아버지는 앓아눕게 되고, 결국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집 뒤뜰에 있던 오동나무를 잘라 아버지의 관을 마련하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는 빚쟁이들을 피해 또다시 집을 나간다. -책소개 알라딘 

가야산 정진불 1
정찬주 지음, 유동영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법정스님 이야기 <소설 무소유>에 이어 이번에는 <가야산 정진불>-혜암 큰스님 이야기다. 이 책도 관심이 간다. 올해는 못 구매하는 책들이 너무 많은데 관심가는 신간 책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이건 나에게 벌을 내리는거나 마찬가지다.

네 마리 사자가 떠받든 법상法床 형상의 보각에는 혜암 스님의 사리가 봉안돼 있었다. 불빛을 머금은 사리는 돋보기 속에서 더욱 영롱했다. 황금빛 사리 4과, 흑진주빛 사리 1과, 흰 골편 2과가 업경대 너머에서 시선을 끌었다. 대연 거사는 이마를 마룻바닥에 대고 있는 순간 머릿속이 홀연히 헹궈지는 느낌을 받았다. 삼배를 하고 일어서 보각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자 이번에는 두 눈에 낀 헛것들이 떨어져나가는 듯했다. 찬물이 스친 듯 두 눈이 밝아졌다.
_「사리 친견」중에서 - 알라딘 

주장자에는 ‘공부하다 죽어라’고 쓰여 있었다. 혜암 스님의 사자후였다. 주장자 옆 조그만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법문이 새겨져 있었다. ‘공부하다가 죽어라. 공부하다 죽는 길이 사는 길이다. 옳은 마음으로 옳은 일 하다 죽으면 안 죽어요.’ 대연 거사는 숨이 턱 막혔다. 언제 보아도 자신을 순식간에 절벽 끝으로 밀어붙이는 법문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모골이 송연했다. 날마다 순간순간 혼신의 힘을 다 쏟았는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스님의 사자후였다. _「원당암 미소굴」중에서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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