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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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끝말잇기 할까?

좋아.

그녀는 아이와 나란히 난간에 기대섰다.

네가 먼저 해, 윤아.

그래.

 

 

 

 

시작한다. 행복.

복덩이.

이야기꾼.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너무 빨리 끝났네.

엄마가 졌으니까 이번엔 먼저 해.

심장.

장사꾼. 너무 시시해.

알았어. 다시 하자. 네가 먼저 해.

겨울.

울보.

보름달.

달걀.

아, 달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아이가 어둠 속에서 투덜거리다 말고 그녀를 불렀다.

엄마.

아이의 손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울지 마, 이렇게 녹잖아.

그녀의 눈시울 아래 파인 자국을 아이가 집게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웠다.

 

이제 괜찮아 엄마, 감쪽같아.

고마워.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 냉장고에 엄마가 붙여놓은 종이 알지.

아이가 정색을 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런 이야기 나한테 하지 마.

 

지난봄 그녀는 간단한 유언장을 백지에 쓴 뒤 뒤집어서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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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끝이야.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여 그녀는 자신을 향해 말했다.

홀가분했다.

미치도록 후련했다.

아니 억울했다.

이가 갈리게 분했다.

아니, 아무것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제발 더 생각을 해야 했다.

가능한 시간만큼,

조금만 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 하고 싶어 하는 말,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낸 뒤 남는 한마디 말을 그녀는 했다.

날카로운 것에 움푹 찔린 것 같은 말투로 아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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