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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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섬진강변 시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기와를 얹은 울안에서 강변을 바라보면 잘생긴 느티나무가

턱허니 버티고 서 있고 시인이 정년을 맞은 교정에는 벚꽃이 별처럼 찬란했던 봄이었다.

강변을 걸으면서 젊은 시절 학교를 오가다 마주치는 여인네 얘기도 해주고 물결을 보는 추녀란 뜻을 지닌 '관란헌'

현판이 걸린 시인의 서재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시인에게는 아주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데 과일이며 차를 준비하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깊었었다.

서른 일곱의 늦어도 아주 늦어버린 노총각이 어찌 스물 네살의 꽃같은 각시를 얻었을까.

강변의 자갈돌마냥 작고 동글동글한 노총각을 먼저 좋아해버렸다는 처녀는 그 때만 해도 깊은 산골같았던 진메마을로

보따리를 싸들고 쳐들어왔단다. 참 대단한 사랑이다....라고 생각했다.

 

순전히 자기 입장에서 쓴 글이라 전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어머니가 훨씬 불리할 것이란 말로 시작된 고부일기는

지루한 병원생활을 이기기위해 바느질감을 내밀고 글쓰기를 독려했던 며느리의 고운 마음에서 비롯된 셈이다.

귀한 집 딸로 자라 샘에서 물을 긷고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깡촌으로 시집이란 걸 왔으니 사랑에 눈 멀어 쳐들어온

새색시의 시집살이가 오죽했을 것인가.

일을 보면 잠시도 쉬지 않는 시모의 부지런함도 부담이었을 것이고 무뚝뚝한 시모의 눈빛도 서러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며느리 이은영이 구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면서 어머니의 고단했던 시간과 만나게 된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아이 여섯을 낳고 젊은 시절 남편을 먼저 하늘도 떠나보내고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아이를 키워낸

시어머니에게 큰 아들 용택은 지줏대였다.

마흔이 가까운 노총각이 되었던 건 홀로 자식을 키우던 어머니를 도와 동생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처녀가 집에 드나드니 은근히 욕심은 나는데 며느리 삼자면 도둑년소리를 들을까봐 숨을 죽이다가 아들이

'은영이 아기 가졌댜'라는 소리에 들고있던 부지깽이를 집어 던지고는 폴짝 폴짝 뛰면서 '용택아 인제 됐다. 인제 나는 살았다'라고

말씀 하시는 장면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총각귀신 면하게 해준 며느리가 어찌 고맙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진 시집살이 한 시어머니가 모진 시집살이 시킨다더니 눈치가 보여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했다는 시어머니 역시

은근 며느리를 힘들게 한 모양이다. 시집살이가 하도 서러워 사람눈이 없는 굴뚝 밑에 앉아 많이 울었다지 않은가.

 

 

 

그런 시어머니가 미울 법도 하건만 이제 기운 떨어진 시어머니를 보는 며느리의 눈이 애틋하기만 하다.

바느질을 좋아했다는 시모를 위해 천조각을 사모으고 귀찮다고 마다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글공부를 함께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서투르지만 또박또박한 어머니의 글에서 시인 김용택의 재능이 누구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언제가 시인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시는 어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자식들 키우느라 늙어버린 어머니는 큰 며느리의 격려로 지단했던 자신의 지난 시간과 마주하고 자서전을 쓴다.

부지런하고 당찼던 처녀의 모습에서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어찌 이 한 권의 책으로 다 말할수 있으랴.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글쓰고 바느질하는 어머니는 '나는 참 늦복 터졌다'며 그간의 마음을 전한다.

자식 걱정, 아프다는 하소연 대신 생각할 일, 글쓸일들이 생겨 어머니는 빛이 난다.

참말로 진메마을 박덕성씨는 늦복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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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피터 -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
호아킴 데 포사다.데이비드 S. 림 지음,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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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참전 용사인 벤저민과 신시아 사이에서 태어난 피터는 유난히 작고 못생긴 아이였다.

아버지인 벤저민은 게으른 노동자로 쥐꼬리만 연금으로 술이나 퍼마시는 알콜중독자였지만 신시아는 믿음이 굳건하고

지혜로운 엄마였다. 작은 키 때문에 절망에 빠진 피터에게 늘 희망을 주기 위해 애썼지만 피터는 점점 폭력적이고

삐딱한 아이가 되어간다. 신시아의 소원은 멋진 서재를 꾸며 아들 피터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온통 세상이 자신에게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피터는 공부는 커녕 수업시간에 도서관에 숨어지내는 일이

다반사인 아이다. 하지만 피터는 도서관에서 만난 크리스틴선생에게 책을 읽으면 도서관에 숨어있는 일은 모른척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책을 읽다니..그렇게 받아은 데미안을 펼쳐들었지만 피터는 도무지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던 중 생활비를 벌기위해 병원의 야간 세탁부 일을 하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피터는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해주던 엄마를 잃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아빠 벤저민은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고자 노력하는 듯 했지만 더욱 술에 빠지게 되고 결국 피터를 폭행하다가 이웃에게

신고가 되어 알콜중독자 치료소로 수감되고 만다.

이제 혼자가 된 피터는 집과 학교를 뛰처나와 거리의 아이가 된다.

자선단체에서 주는 식사를 먹고 잠은 아무데서나 자고 가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그에게 일거리는 많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자신과 흡사한 모습을 한 노인 알렉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이끄는데로 찾아온 곳은 교회의 급식소였다.

그 곳에서 다시 만난 크리스틴선생은 피터가 가출하자 일부러 그를 찾기위해 급식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터는 여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사내의 주선으로 뉴욕의 택시 옐로우 캡의 운전자가 된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과 주선해준 사내가 뜯어가는 돈 때문에 지쳐갈 무렵 운전사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파업을

벌인다. 사측의 회유에 굴하지 않고 골리앗에 맞선 다윗처럼 피터는 당당하게 노조의 승리를 이끌어낸다.

자신처럼 노숙자였지만 지금은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미셀의 도움으로 미래를 꿈꾸게 된 피터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뉴욕의 야간대학에 입학하고 만다.

 

낮에는 택시운전사로 야간에는 대학생으로 바쁘게 살던 피터는 어느 날 택시를 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드림카드를

만들게 된다. 배려, 감사, 봉사, 행복등의 메시지를 담은 드림카드는 처음에 반응이 시원치 않았지만 점차 고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게된다.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신체적인 결함만 있던 피터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미래를 꿈꾸고 하나씩 소망을

이루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물질적인 욕망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과 나누지 못한다면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택시에 우연히 타게된 하버드대 교수 윌리엄 프랭크의 멘토로 자이언트 피터가 되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감동스럽다. 피터의 내면에 있는 사랑과 가능성을 열어준 사람들은 바로 그의 이웃들이었다.

믿어주고 이끌어주는 관심이 얼마나 큰 기적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스런 드라마였다.

 

술에 취해 평생을 사람답게 살아보지 못한 아버지 벤저민도 아들 피터의 변신에 큰 감동을 받고 봉사하는 삶을 살기고 결심한다.

그러자 그렇게 갖고 싶었던 돈도 따라오고 결국 할렘가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삶을 디자인하는 학교'에 거금을 기부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그리고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희망을 되는지를 난쟁이

피터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보잘 것 없는 신체의 핸디캡에 굴복했더라면 피터는 노숙자로 삶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아준 이웃의 사랑이 놀라운 기적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전히 물질적인 욕망에서 허덕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부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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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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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의 어느 일요일 영국 웨일즈 지방의 드넓은 해안공원 안에 있는 외진 주차장에서 스완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바네사가 흔적도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동행했던 남편 매튜와 애견 맥스는 잠시 산책중이었고 자동차 안에는 바네사의 소지품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범인은 어린시절 우연히 발견한 자신만의 동굴로 그녀를 납치한 후 숨구멍만 뚫어놓은 상자에 일주일치의 식량과 물만

넣고 그녀를 가둔채 떠나고 만다.

범인인 라이언은 불성실한 생활로 여러직업을 전전하면서 지독한 사채업자인 데몬으로 부터 빚을 얻었지만 제대로 상환을

하지 못해 거의 2만파운드에 달하는 빚에 쫓기다가 결국 납치극을 벌이게된 것이었다.

라이언은 몇 번의 절도와 상해전과가 있긴 했지만 사람을 죽일만큼 악랄한 사내는 아니었다.

빚을 갚기 위해 계획한 납치극도 사실 돈만 받으면 풀어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미처 몸값협상을 벌이기도 전에

예전에 술집에서 저질렀던 폭행죄로 구속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여자를 납치해 동굴에 가두어 놓았다는 고백을 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중처벌이 두려워 그 일을

비밀에 붙인 채 수감되고 만다. 그로 부터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라이언이 출소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감생활동안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라이언은 제소자와 결연을 맺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라의 보살핌을 받게된다.

노라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빠진 물리치료사로 라이언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 한다.

심지어 그가 출소하자 갈곳없는 라이언을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하면서 영원히 자신의 곁에 라이언을 묶어둘 수 있다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라이언은 수감전에 사귀던 데비를 잊지 못한다.

청소용역회사를 다니던 데비는 오랫동안 라이언을 사귀었지만 그의 불성실한 생활과 범죄를 용서하지 못했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지만 자신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해줄만큼 마음이 넓은 여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라이언이 출소한 어느 날 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심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오랜기간 연락이 끊겼던 라이언의 엄마 코린 역시 출근길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의부인 브래들리에게 연락을 받은 라이언은 데비와 엄마의 사건을 사채업자인 데몬이 벌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헬스케어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지나는 친구이며 편집장인 알렉시아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알렉시아는 네 명의 아이를 둔 엄마이지만 가장의 역할을 하고 그녀의 남편 켄은 선박제조회사의 엔지니어였지만 아내의

사회생활을 돕기위해 가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불황으로 잡지사의 사정이 좋지 않았고 잡지사의 회장은 알렉시아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지나는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에 충실한 알렉시아부부를 부러워했지만 몇 년 동안 계속된 스트레스와 빠듯한 살림살이에 지친

알렉시아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오래전 신경질적이고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곁을 떠나 얼른 독립하는게 꿈이었지만 막상 살아온 과정을

보면 수많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헤픈여자였다는 것이 자신을 더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8년이나 사귀었던 가렛은 재간이 뛰어난 이벤트기획자였지만 허세가 심했고 지나가 쉽게 몸과 마음을 주는 여자라고 떠벌이는 등

큰 상처를 주곤 했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지나는 혼자 남겨져 깊은 외로움에 빠지곤 했다.

알렉시아는 실종된 바네사와 오랜 친구로 홀로 남겨진 매튜를 지나에게 소개해주었지만 3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은 아내의

실종으로 삶의 활력을 잃은 매튜의 마음속에 지나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멋진 외모와 따뜻한 배려심을 지닌 지나의 진면목을 알게된 매튜는 오랫동안 요양원 생활을 하던 장모의 장례식에 지나와

동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바닷가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지나는 주말에 알렉시아의 부탁으로 헬스케어의 부진을 타파할 에세이집을 만들기 위한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었다.

예상치 않게 매튜와 이틀을 보내게 된 지나는 알렉시아에게 양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날 밤 알렉시아의 남편인 켄에게

전화를 받게 된다. 혹시 지나가 자신을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울까봐 초조해진 알렉시아가 사진을 찍기위해 국립공원으로 향한 후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었다. 급히 알렉시아의 집으로 돌아온 매튜와 지나는 켄과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갔다는 말을 듣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위로했지만 결국 국립공원내에 주차장에서 알렉시아의 차가 발견되었고 그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3년전 사라져버린 친구 바네사와 똑같이 주차장에서 사라져버린 알렉시아.

경찰은 알렉시아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바네사의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데몬의 채무독촉에 겁에 질려있던 라이언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3년 전 사건을 노라에게 털어놓기로 한다.

 

이미 바네사를 납치한 범인은 라이언임이 밝혀져 있지만 혹시 탈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

그리고 알렉시아는 왜 사라졌을까 하는 또다른 사건의 한축이 맞물리면서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독일작가임에도 영국과 영국인을 작품의 배경과 인물로 설정한 샤를로테 링크는 영국의 음울한 분위기가 소설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씩 상처를 받고 어둔 기억에 묻혀 지내는 사람들의 내면과 심리를 잘 표현하면서도 스릴러의 매력을

기가막히게 뿜어내는 작품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깊은 상처는 잘 보지 못한다.

 

 

알렉시아와 켄의 위태스런 모습은 결국 비극을 불렀고 오랜 세월 위기를 견디던 이성이 탁 하고 끊어지는 순간 인간은 짐승으로

얼마든지 변한다는 이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가기전에 누군가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면..그리고 그 손을 상대방이

잡았다면 억울한 죽음들은 없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역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자 오래전 자신이 등을 돌렸던 엄마를 떠올리고 혹시 자신이 엄마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음 직전에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떠올린다던가.

영화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면서도 긴박한 스릴러의 매력이 담뿍 담긴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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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 프레너미들의 우정과 경쟁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16
김학민 지음, 조은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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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의 정의를 보면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고 되어 있다.

어찌보면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가 바로 라이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라이벌은 각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의 라이벌 이야기이다.

 

애플 컴퓨터를 세운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동갑내기로 인터넷 기업 구글을 세운 에릭 슈미트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빌 케이츠를 떠올렸는데 에릭 슈미트라니 좀 의외이긴 하다.

컴퓨터를 만드는 업체와 검색업체가 라이벌 관계가 된 것은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서로 공생관계였지만 슈미트는 구글의 미래를 위해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경쟁자가 되고 만다.

최신의 IT를 제공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구도가 좀 더 빠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IT의 혁신을 이끄는 라이벌이었다.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 무대에 선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나중에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공연은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 멋진 공연이었다.

특히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같은 스페인 사람으로서 누가 더 우위인지 점치기 힘든 라이벌이었다.

같은 무대에 서기도 여러번이었고 정상을 향해 서로를 이끌어주는 견인차 역활을 해주기도 한 사이였지만 진정한 라이벌의

모습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건이 있었다.

호세 카레야스가 백혈병에 걸린데다 치료비가 없어 위기에 빠지자 도밍고는 백혈병재단을 설립하여 몰래 카레야스를 도와준다.

덕분에 백혈병을 치료하고 완치된 카레야스는 그의 뜻을 기리는 후원자가 된다. 경쟁자였지만 한 시대를 이끄는 예술가로서

진정한 동지애를 보여준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섯 살의 나이차에도 서로의 예술을 이해하고 배우려했던 고갱과 고흐의 관계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멋진 작품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광기를 지닌 예술인들이 그러하듯 존경과 질투가 오가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세종과 문종의 고명을 목숨처럼 지켰던 성삼문과 신숙주의 관계역시 같은 길을 걷다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운명마저 달리한 경우다. 쉽게 변한다 하여 신숙주의 이름을 붙인 숙주나물이 나올 만큼 후세에 욕을 먹은 신숙주역시

한 살 차이인 성삼문과는 베스트프랜드였지만 수양대군의 왕위찬탈로 인해 정치노선을 달리하게 된다.

끝끝내 충성을 지킨 성삼문이 거열형으로 죽음에 이르는 순간 신숙주는 가슴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소신은 두 사람이 같지 않았을까.

 

얼마전 읽은 책속에 등장했던 다윈과 윌리스는 라이벌이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싶다.

다윈이 진화에 대한 학문적 소신이 확립되었을 무렵 윌리스도 같은 성과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다윈은 윌리스보다 먼저 논문을 발표했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된다. 다윈은 윌리스의 이름을 공저에 올림으로써

그의 업적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윌리스는 늦게서야 사실을 알았지만 다윈의 연구에 경의를 표했고 평생 다윈을 선배학자로

존경했다고 한다. 전화를 먼저 발명한 벨의 업적을 에디슨이 가로챘다는 평가에 비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나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던가 떠올려본다. 성적이 고만고만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잠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 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만약 내 인생에 선동열과 최동원처럼, 혹은 코코 샤넬과 엘사 스키아파렐리같은 맞수가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은 서로를 끌어올려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질투와 모함이 없는 진정한 대결을 펼치는 라이벌이라면

분명 자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벌없이 고군분투한 내 삶은 조금 싱겁게도 느껴진다.

제목처럼 라이벌은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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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하우스 - 나무 위의 집
코바야시 타카시 지음, 구승민 옮김 / 살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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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에 집을 짓고 살아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끔은 물위에 집을 짓고 사는 상상도 해본다.

갇힌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 소꼽놀이같은 삶을 꿈꿔보면서 지루함을 달래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실제로 나무위에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가 있다.

방송학을 전공한 그가 트리하우스 건축가가 된 이유는 나처럼 달콤한 상상을 즐기는 몽상가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로 밀림이 우거진 동남아쪽에서 트리하우스가 발전했던 모양인데 지금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시도되는 건축이라고 한다.

일본은 추운 겨울이 길고 환경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트리하우스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소개된 트리하우스는 주거용이라기

보다 힐링을 하는 다실이나 놀이공원정도의 개념인 듯하다.

하긴 아주 어마어마한 나무가 아니면 견고한 주거용 트리하우스를 짓기가 힘들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우리나라의 트리하우스를 보니 건축이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았다.

주거용 트리하우스로 복층구조였는데 세 평 정도나 될까? 아래층은 부엌과 간단한 거실의 형태였고 이층은 둘이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침대가 놓일 정도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래층에는 화장실도 있었고 배관은 집밖으로 빼내어 나무 아래로 묻혀있었다.

하지만 수납 공간이 워낙 협소하여 산 아래 창고에 살림살이를 두고 필요할 때만 공수해오는 시스템이었다.

트리하우스의 집주인은 신혼부부였는데 침대위 지붕에 창을 달아 별을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부럽게 다가왔다.

다만 물품 조달을 위해 집과 산아래를 오르내리는 신랑의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이제 우리의 집문화도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을 떠난 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지은 트리하우스는 주거용 주택 바로 옆이라 훨씬 효용이 높아 보인다.

분위기 좋은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거나 술을 한잔 하는 공간으로...가끔은 손자들의 놀이터로..

아주 색다른 느낌의 트리하우스를 보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집 주변을 둘러봐도 트리하우스를 얹을 만큼 큰 나무도 없지만 물에 떠내려온 유목을 이용한 누에고치를 닮은 자그만

트리하우스정도라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마치 엄마의 자궁을 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집이 바로 트리하우스가 아닐까?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나무위에 정갈한 차를 한 잔 들고 올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이왕이면 사계절 내내 지낼 수 있는 멋진 트리하우스를 갖고 싶은데...코바야시 타카시씨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에서 트리하우스를 지으려면 어떤 법적인 절차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책 뒷면에 간단하게 트리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비법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시도해 보시길...그리고 초대를 기다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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