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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 프레너미들의 우정과 경쟁 이야기 ㅣ 샘터 솔방울 인물 16
김학민 지음, 조은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라이벌의 정의를 보면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고 되어 있다.
어찌보면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가 바로 라이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라이벌은 각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의 라이벌 이야기이다.

애플 컴퓨터를 세운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동갑내기로 인터넷 기업 구글을 세운 에릭 슈미트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로는 빌 케이츠를 떠올렸는데 에릭 슈미트라니 좀 의외이긴 하다.
컴퓨터를 만드는 업체와 검색업체가 라이벌 관계가 된 것은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서로 공생관계였지만 슈미트는 구글의 미래를 위해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경쟁자가 되고 만다.
최신의 IT를 제공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구도가 좀 더 빠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IT의 혁신을 이끄는 라이벌이었다.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 무대에 선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나중에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공연은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 멋진 공연이었다.
특히 호세 카레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같은 스페인 사람으로서 누가 더 우위인지 점치기 힘든 라이벌이었다.
같은 무대에 서기도 여러번이었고 정상을 향해 서로를 이끌어주는 견인차 역활을 해주기도 한 사이였지만 진정한 라이벌의
모습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건이 있었다.
호세 카레야스가 백혈병에 걸린데다 치료비가 없어 위기에 빠지자 도밍고는 백혈병재단을 설립하여 몰래 카레야스를 도와준다.
덕분에 백혈병을 치료하고 완치된 카레야스는 그의 뜻을 기리는 후원자가 된다. 경쟁자였지만 한 시대를 이끄는 예술가로서
진정한 동지애를 보여준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섯 살의 나이차에도 서로의 예술을 이해하고 배우려했던 고갱과 고흐의 관계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멋진 작품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광기를 지닌 예술인들이 그러하듯 존경과 질투가 오가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세종과 문종의 고명을 목숨처럼 지켰던 성삼문과 신숙주의 관계역시 같은 길을 걷다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운명마저 달리한 경우다. 쉽게 변한다 하여 신숙주의 이름을 붙인 숙주나물이 나올 만큼 후세에 욕을 먹은 신숙주역시
한 살 차이인 성삼문과는 베스트프랜드였지만 수양대군의 왕위찬탈로 인해 정치노선을 달리하게 된다.
끝끝내 충성을 지킨 성삼문이 거열형으로 죽음에 이르는 순간 신숙주는 가슴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소신은 두 사람이 같지 않았을까.
얼마전 읽은 책속에 등장했던 다윈과 윌리스는 라이벌이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싶다.
다윈이 진화에 대한 학문적 소신이 확립되었을 무렵 윌리스도 같은 성과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다윈은 윌리스보다 먼저 논문을 발표했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된다. 다윈은 윌리스의 이름을 공저에 올림으로써
그의 업적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윌리스는 늦게서야 사실을 알았지만 다윈의 연구에 경의를 표했고 평생 다윈을 선배학자로
존경했다고 한다. 전화를 먼저 발명한 벨의 업적을 에디슨이 가로챘다는 평가에 비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나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던가 떠올려본다. 성적이 고만고만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잠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 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만약 내 인생에 선동열과 최동원처럼, 혹은 코코 샤넬과 엘사 스키아파렐리같은 맞수가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은 서로를 끌어올려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질투와 모함이 없는 진정한 대결을 펼치는 라이벌이라면
분명 자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벌없이 고군분투한 내 삶은 조금 싱겁게도 느껴진다.
제목처럼 라이벌은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