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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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보고 관심을 가진 것은 날만 좋으면 멀리 제주가 건너다보이는 거문도라는 섬에 내려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귀촌을 꿈꿔봤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귀촌하여 새로운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도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에서는 귀촌을 거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단다.

100년은 너끈히 사는 시대에 이른 퇴직이나 도시에 찌든 삶에 쫓겨 허둥거리기 보다는 한 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준비없이 내려올만큼 촌이 만만한 곳이 아님을 나는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라는 정의를 보면 글이나 예술작품등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작가라고 불려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고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게스트하우스주인외에 작가라고 소개해도 좋을지 머뭇거리는 것을 보게된다.  등단을 하고 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이들을 작가라고 한다면 굳이 작가쪽으로 직업분류를 하기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작가라고 부른들 누가 와서 시비야 붙겠는가. 결국 자신의 인정여부에 달린것 아닐까?



시골에서 자라 부모님의 소망처럼 손에 흙안묻히고 도시로 진출한 잘나가는 아들이었던 저자는 출퇴근시간에 목매고 적성에도 안맞는 거래처관리에 회식문화까지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꼈던 모양이다.

결국 여행왔던 제주풍경에 반했던 기억을 떠올려 과감히 사표를 내던지고 제주의 농가주택을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를 꾸미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단다.

도시녀인 아내 워니를 설득하여 딱 2년만 제주에서 살아보고 못견디면 그 때 다시 도시로 돌아오자고 꼬셔서..나 역시 여행왔다 홀딱 반한 거문도에 내려와 허름한 주택하나를 구입하여 개축이 아닌 신축을 감행했었다.

확실히 제주특별자치도는 여기보다 땅값 집값이 비싸긴 했다. 그래도 물 건너와 몸값 부풀려진 자재비며 인부들을 구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내 평생 다시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다소 소심해보이고 꼼꼼한 저자답게 집을 짓는 상황이며 건축비까지 나와있어 혹시라도 제주로 귀촌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물론 당시보다 뭐든 올랐을테지만..



누구나 여행은 설레기 마련이고 풍경일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막상 그 풍경속에 나를 가두면 그 때부터 삶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대부분 귀촌인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노동이 아니라 낯선 시선과 텃세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소상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 곳을 떠나 살아갈 것이 아니면 텃세부분을 언급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섬을 비롯하여 육지에서도 텃세는 존재한다. 하지만 특히 육지것이라고 이름붙여질만큼 섬사람들은 육지것들에 대해 전혀 호의를 품고 있지 않다. 거문도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여기는 제주보다 낫다고.

그런 제주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자연스레 제주에 녹아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갈뿐이 아닐까.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었던 것은 이 섬과 저 섬이 뭐가 다를까..하는 것이었다.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려면 지하철로도 1시간 반정도..강변북로나 올림픽도로가 막히지 않는다면 40분 정도?

사실 10분정도 떨어진 대형마트를 가는 것은 아무일도 아닐만큼 평범한 일이지만 섬에서의 거리감각은 확실히 다르다.

남쪽이라는 선입견때문에 겨울에도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그 칼바람에 대한 지긋지긋한 체험을 이 책에서도 발견하니 전장에서 동지를 만난 느낌이다. 한 여름의 그 끈쩍거림과 머리끝이 타는 것같은 뜨거움은 또 어쩌고.

나도 네이버 블로그에 '섬에서 살아볼까'를 써 올리고 있고 때로 낚시로 얻은 횟감을 놓고 술한잔 하는 이야기나 사진을 올리면 '너는 좋겠다'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긴 모진 텃세와 아량없는 비바람을 견디고 이만한 여유도 느끼지 못할거면 뭐하러 섬에서 살꺼나. 느긋하게 책 읽고 글쓰는 일을 하고 싶다던 저자역시 아직 그렇게 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제주의 삶을 접고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순간이 올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게 되었으니 제주가 그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선물한 것이 아닐까.

별로 사교적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사람 가려가며 살아가는 저자가 이만큼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보여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곁에 있는 사람이든 다녀가는 사람이든 덜 상처받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는 섬생활이 되기를 제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저자와 같은 꿈을 갖고 내려와 버티고 있는 내가 응원한다.

육지것들의 힘을 꼭 보여주기를! 제주에 가면 한 번 들려 육지것들끼리 뭉쳐봅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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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 - 인생의 갈림길에서 시작된 아주 특별한 만남
존 쉴림 지음, 김진숙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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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평화가 느껴지는 책이다. '천국에서 보낸 5년'이란 제목처럼 잠시 천국을 다녀온 느낌이랄까.

서른한 살,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방황하던 청년 존 쉴림은 여든 일곱살의 아우구스티노수녀를 만나게 된다.

160년된 수녀원안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안에서의 첫만남은 5년동안이나 이어지게 된다.

우연처럼 보였던 두사람의 만남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느님이 예정해놓으신 깜짝파티였다고 생각한다.

성직자를 많이 배출한 집안답게 존은 반듯하고 건실하게 성장했지만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다. 그 사이 고등학교 임시 교사직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정규교사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업인 맥주회사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맥주요리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던 때였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다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아우구스티노수녀역시 이제는 공방을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작은 기적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수녀님의 작품에 매료된 존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조르고 공방실에서 잠자고 있던 작품들은 다시 생명을 얻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존은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에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들을 얻어내기 시작한다.

용서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며 자신에게도 선물이라는 말은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작은 점 하나를 보세요. 점은 우리가 그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표시죠....처음에는 이 점이 단순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인답니다...하지만 이 단순한 점은 마침표가 되어 가장 중요한 문장을 끝맺는 힘이 있어요."

아! 나는 수녀님의 이 말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에 깃든 힘을 느꼈다.

그리고 작은 점 하나도 모이면 별이 가득한 우주라는 말에 가슴이 쿵 떨어지는 충격이 전해졌다.

이 세상 하느님이 지어놓으신 모든 것에는 힘이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의미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소한 점 하나에 깃든 의미가 이럴질대 우리 인간이야 말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낮은 곳에 있는 어느 생명 한 조각조차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인생에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기쁨도 슬픔도 모두 선물입니다."

왜 내게만 이런 슬픔들이 불행들이 기웃거리는 것일까...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깃든 슬픔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선물이라니...

수녀님의 말씀처럼 슬픔을 느껴보지 못하면 기쁨도 알지 못하고 불행을 겪지 않으면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건져내기 힘들 것이다.


이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늙은 수녀가 아니라 예술가 수녀로서 인생의 등대불을 비춰주는 등대지기로 알려진 수녀님 뒤에는 수녀님을 일찌감치 알아본 존의 선한 마음이 있었다.

방황하는 자신에게 조용히 길을 알려주는 수녀님을 통해 존은 인내와 평화를 얻는다.

하느님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모든 예비하심처럼 존은 정규교사직보다 더 나은 대학강사가 되었고 갈구하던 맥주요리책도 출판하게 된다. 존에 의해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예술혼을 불태웠던 수녀님은 5년간 존의 곁을 지키다 천국으로 떠나고 만다. 하지만 수녀님이 남기신 수많은 말들은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져 우리곁에 남았다. 우리가 여전히 의문을 갖고 풀지 못하는 수많은 숙제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죠?

"도자기를 만들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거든요" 수녀님이 유쾌하게 대답하시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천국에서 사랑했던 고양이 블리첸과 하느님곁에서 행복하게 머물고 계실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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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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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존 그리샴의 신작 잿빛 음모를 보면서 오래전 그의 작품들을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지 떠올렸다.

존 그리샴은 특히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베스트셀러만 해도 수십권이 되는 메이저 작가이다.

그런 그가 아주 오랜만에 신간을 낸 것같다. 뭐랄까. 인류의 역사가 공들여 만들어온 틀들을 부수면서

사회적이슈들을 잘 버무려온 그간의 작품답게 역시 거대한 애팔랠치아 산에서 펼쳐지는 온갖 파괴행위를

막아내는 위한 선한 인간들의 분투를 잘 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예전같은 놀라운 반전이나 번득이는

필체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가장 낮은 곳에서 힘없이 스러지는 인간들을 향한 연민이 더 묻어나는 따뜻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도 이제 인간들의 내면을 향하는 깊은 시선을 지닌 관록이 쌓인 작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뉴욕의 대형로펌사의 어소시에이트로 연봉 18만 달러의 기본급에 짭짤한 상여금을 받고 일했던 스물 아홉살의 여성 서멘사는 갑작스런 모기지파동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정작 재판정에는 나가본적이 없는 서멘사는 1년간 비영리단체에서 일을하면 회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버지니아주 브래디라는 마을로 향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산간마을에 있는 마운틴법률구조 클리닉은 변호사가 필요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을 대행해주는 곳으로 세멘사는 무급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 법률클리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혼소송과 가정폭력 그리고 부당해고와 유언장작성, 양육비소송같은 절실한 문제에 처한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예순이 넘은 메티 와이엇이란 여성이 책임을 맡고 있었고 마흔 한 살의 이혼녀 애넷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변호사로 메티를 돕고 있었다.



뉴욕의 거대 로펌에서 일했던 서멘사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초라해지자 크게 낙담하지만 점차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메티의 조카인 도너번역시 변호사로 어린시절 자신의 조상들의 땅이었던 그레이마운틴이 석탄회사의 농간으로 처참하게 파괴되고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하고 엄마마저 자살하자 거대석탄회사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에 수많은 기부금을 뿌리며 권력을 키운 거대 석탄회사의 횡포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합법처럼 보이는 수많은 불법사례들을 파헤치고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하지만 거대로펌을 낀 석탄회사를 이기는 것은 거의 드물고 심지어 도너번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아내와 딸과는 별거중인 도너번은 충분히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의 인생을 거대석탄회사에 걸었고 자신의 목숨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한다.

결국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죽음을 맞은 도너번을 대신하여 그의 동생 제프는 형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편 형이 거대석탄회사로 잠입하여 훔쳐온 기밀문서를 이용하여 침몰시키는 일에 서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FBI까지 뒤를 쫓는 긴박한 상황들이 연출되면서 두려움에 빠진 서멘사는 다시 뉴욕의 신생 로펌사로 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제프와는 섹스를 즐기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 위험한 남자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석탄가루에 노출된 광부들이 흑폐증으로 고통받다 죽어가지만 거대석탄회사들은 보상금소송에 지는 법이 없었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의학팀의 거짓증언으로 흑폐증이 광산노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기 때문이었다.

서멘사는 흑폐증으로 죽어가는 버디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지만 자신이 없어 거절했었다.

도너번은 이 소송을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결국 소송은 취하되고 만다.

버디는 결국 해고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버디의 장례식에서 버디의 딸에게 서멘사는 좋은 변호사이고 아버지의 소송을 맡아서 해줄것이란 애기를 들었다는 말에 서멘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정하게 된다.



거대한 석탄회사들의 음모와 자연의 파괴,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환경파괴로 병을 앓는 사람들.

거대 미국에서도 아직 이런일들이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악한 권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권력을 향해 자그마한 힘들을 모야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남부러울것 없는 환경속에 공주처럼 자란 서멘사가 인생 최초의 위기를 만나 시골마을로 쫓겨가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참 감동스럽다.


신생로펌의 달콤한 제안도 거절하고 브래디에 남기로 한 서멘사는 이제 도너번이 남긴 숙네를 차근차근

해결할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활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것 같다. 그리고 잠시 서멘사의 곁을 떠난 제프와의 썸도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마 서멘사의 다음 활약이 이어 작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존 그리샴과 서멘사!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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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용기 -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다
정이안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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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뜻이다. 훌쩍 짐을 꾸려 떠나는 일들이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아진다. 얽혀있는 일들과 정리되지 못한 관계들을 두고 기약없이 떠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루 이틀만 자리를 비워도 표가 나는 요즘의 생활들이 못견디게 지루하다.

그저 누군가 떠났다는 이런 책으로라도 갈증을 달랠 수밖에.



 



오래전 유럽을 여행할 때 깃발부대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는 주로 일본인관광객이었는데 훈련이 잘된 아이들처럼

깃발아래 모여 우르르 이동하던 모습이 꽤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지금 그 자리는 중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는데 국력에 따라 채워지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암튼 이런 여행은 참 피곤하다. 짜여진 스케줄대로 우르르 따라갔다 정해진 시간안에 깃발로 다시 모여야하고 세계어디에나 있는 한식당에 차려져 있는 그렇고 그런 한식을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고 다음 스케줄로 넘어가는 그런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재충전의 의미를 되살리는 열 두가지 치료 테마를 갖고 떠난 이 여행에서 읽는 것 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진료실에서 붙박이처럼 환자를 치료해야할 한의사가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어떤 색깔일까.


이런 여행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네팔이 아닐까 싶다.

모든 신들이 있다는 그 곳, 얼마전 지진으로 고통속에 놓여있지만 세계인들이 치유를 위해 반드시 들리는 네팔못지않게 진정한 힐링을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세계 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은 입국도 엄격하다.

정해진 숫자만큼의 관광객만 입국을 허락하는 나라, 사실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가난하고 단순한 나라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소박한 삶에서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문득 부끄러움을 배운다.



그녀가 택한 여행지는 힐링을 하기에는 최고인 곳들이다.

온천욕으로 유명한 일본의 홋카이도, 여전히 야생의 자연이 숨쉬는 뉴질랜드, 내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나 명상의 나라 인도등을 둘러보면서 그곳만의 자연과 건강식에 대한 조언이 곁들여져있다.

특히 내눈을 끈것은 뉴질랜드 북동부지방에서 자라는 마누카 꽃에서 채취한 마누카꿀이었다.

항균이나 항박테리아 효능이 뛰어나서 약용으로 섭취하는 최고의 건강꿀로 오래전부터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상처치료나 배탈치료제로 쓰였다는데 가뜩이나 위염과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딱인 힐링치료제가 아닐 수 없다.

입에 쓴약이 효과도 좋다지만 달콤한 꿀로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니 여행을 가보지 못할지언정 이 꿀이라도 구해서 복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혼이 듬뿍 깃든 체코의 프라하는 또 얼마나 멋진가.

프랑스의 고요한 브르타뉴의 고성또한 옛 역사의 흔적이 깃든 모습일테니 너무 궁금해진다.

우리민족처럼 경쾌하고 급한 성격일줄만 알았던 이탈리아의 슬로시티 토스카나의 '느리게살기'에서 그간

급하게 뛰었던 발걸음을 멈추고 싶어진다.


말하자면 입맛대로 일정대로 내 편의대로 고를 수 있는 여행레시피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고드다가 기회를 놓치면 안될일이다. 일단 '떠나는 용기'를 발휘해서 가까운 홋카이도나 타이라도

떠나보자. 메르스의 공포로 억눌렸던 몸과 마음이 일시에 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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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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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모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말도 생각난다. 읽는 내내 목에 뭐가 걸린 것같은

묵직함과 싸한 아픔이 밀려왔다. 시로 등단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섭렵한 작가라는데 나는 그의 이름이

낯설다. 시 한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된다던 함민복의 시처럼 시인은 가난하다. 그 가난에서 시를 건지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들이다.

시를 써서 부자되었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병같은 것을 앓는 이들이다.  저자의 첫에세이집이라는 이 책은 온통 결핍과 그리움 투성이였다.



우뚝 솟은 산위에 홀로 선 소나무같다고나 할까. 외로움이 뚝뚝 흘러넘친다. 어찌 이리 고독한 시간을 견뎠을까.

자신을 살리려고 목숨을 내어놓은 어머니와 새어머니, 그리고 무뚝뚝하고 무관심했던 아버지.

어린 그를 거두어 젖가슴을 내어주셨던 할머니, 그리고 너무 일찍 그의 곁을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린 시절 그의 결핍과 고독과 가난이 그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너무 일찍 배고픔을 참는 법을 알아서 어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이 가엽다.



스스로 벌어 비운 속을 채우고 스스로 컸던 소년이 시인이 되었다. 시를 쓰면 배곯는다고 내몰던 아버지마저 이제는 그의 곁에 없다.

누군가 어린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더라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자신의 얼굴을 남기고 싶지 않아, 혹여라도 자신의 모습이 남과 다를까봐, 사진이 싫었다는 그가 왜 바다건너 하와이에 둥지를 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외롭고 고독해서 남에게 쉽게 곁을 내주었던 것은 아닐까.

억울한 일들로 전과딱지를 붙이고 가슴에는 주홍글씨같은 한만 남은 그의 족적이 너무도 속상하다.

세상은 참 녹록치 않구나...그런 그의 마음을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시로 사라졌다 나타나서는 대박 베스트셀러를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시인의 남은 시간들이 따뜻했으면 싶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지 않고 기대듯 살아갔으면 좋겠다.

한 편에 삼만원 하는 시라도 부지런히 써서 쌀말이나 들여놓고 따뜻한 밥 후후  불어가며 같이 먹어줄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그런 시간들만 남아있기를...


타들어가는 땅을 적시는 반가운 비가 오는 날. 그의 글이 참 가슴아팠지만 재능있는 한 작가를 만나서 반가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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