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존 그리샴의 신작 잿빛 음모를 보면서 오래전 그의 작품들을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지 떠올렸다.

존 그리샴은 특히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베스트셀러만 해도 수십권이 되는 메이저 작가이다.

그런 그가 아주 오랜만에 신간을 낸 것같다. 뭐랄까. 인류의 역사가 공들여 만들어온 틀들을 부수면서

사회적이슈들을 잘 버무려온 그간의 작품답게 역시 거대한 애팔랠치아 산에서 펼쳐지는 온갖 파괴행위를

막아내는 위한 선한 인간들의 분투를 잘 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예전같은 놀라운 반전이나 번득이는

필체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가장 낮은 곳에서 힘없이 스러지는 인간들을 향한 연민이 더 묻어나는 따뜻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도 이제 인간들의 내면을 향하는 깊은 시선을 지닌 관록이 쌓인 작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뉴욕의 대형로펌사의 어소시에이트로 연봉 18만 달러의 기본급에 짭짤한 상여금을 받고 일했던 스물 아홉살의 여성 서멘사는 갑작스런 모기지파동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정작 재판정에는 나가본적이 없는 서멘사는 1년간 비영리단체에서 일을하면 회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버지니아주 브래디라는 마을로 향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산간마을에 있는 마운틴법률구조 클리닉은 변호사가 필요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을 대행해주는 곳으로 세멘사는 무급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 법률클리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혼소송과 가정폭력 그리고 부당해고와 유언장작성, 양육비소송같은 절실한 문제에 처한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예순이 넘은 메티 와이엇이란 여성이 책임을 맡고 있었고 마흔 한 살의 이혼녀 애넷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변호사로 메티를 돕고 있었다.



뉴욕의 거대 로펌에서 일했던 서멘사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초라해지자 크게 낙담하지만 점차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메티의 조카인 도너번역시 변호사로 어린시절 자신의 조상들의 땅이었던 그레이마운틴이 석탄회사의 농간으로 처참하게 파괴되고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하고 엄마마저 자살하자 거대석탄회사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에 수많은 기부금을 뿌리며 권력을 키운 거대 석탄회사의 횡포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합법처럼 보이는 수많은 불법사례들을 파헤치고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하지만 거대로펌을 낀 석탄회사를 이기는 것은 거의 드물고 심지어 도너번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아내와 딸과는 별거중인 도너번은 충분히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의 인생을 거대석탄회사에 걸었고 자신의 목숨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한다.

결국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죽음을 맞은 도너번을 대신하여 그의 동생 제프는 형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편 형이 거대석탄회사로 잠입하여 훔쳐온 기밀문서를 이용하여 침몰시키는 일에 서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FBI까지 뒤를 쫓는 긴박한 상황들이 연출되면서 두려움에 빠진 서멘사는 다시 뉴욕의 신생 로펌사로 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제프와는 섹스를 즐기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 위험한 남자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석탄가루에 노출된 광부들이 흑폐증으로 고통받다 죽어가지만 거대석탄회사들은 보상금소송에 지는 법이 없었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의학팀의 거짓증언으로 흑폐증이 광산노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기 때문이었다.

서멘사는 흑폐증으로 죽어가는 버디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지만 자신이 없어 거절했었다.

도너번은 이 소송을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결국 소송은 취하되고 만다.

버디는 결국 해고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버디의 장례식에서 버디의 딸에게 서멘사는 좋은 변호사이고 아버지의 소송을 맡아서 해줄것이란 애기를 들었다는 말에 서멘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정하게 된다.



거대한 석탄회사들의 음모와 자연의 파괴,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환경파괴로 병을 앓는 사람들.

거대 미국에서도 아직 이런일들이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악한 권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권력을 향해 자그마한 힘들을 모야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남부러울것 없는 환경속에 공주처럼 자란 서멘사가 인생 최초의 위기를 만나 시골마을로 쫓겨가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참 감동스럽다.


신생로펌의 달콤한 제안도 거절하고 브래디에 남기로 한 서멘사는 이제 도너번이 남긴 숙네를 차근차근

해결할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활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것 같다. 그리고 잠시 서멘사의 곁을 떠난 제프와의 썸도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마 서멘사의 다음 활약이 이어 작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존 그리샴과 서멘사!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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