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드라마 다모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말도 생각난다. 읽는 내내 목에 뭐가 걸린 것같은

묵직함과 싸한 아픔이 밀려왔다. 시로 등단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섭렵한 작가라는데 나는 그의 이름이

낯설다. 시 한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된다던 함민복의 시처럼 시인은 가난하다. 그 가난에서 시를 건지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들이다.

시를 써서 부자되었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병같은 것을 앓는 이들이다.  저자의 첫에세이집이라는 이 책은 온통 결핍과 그리움 투성이였다.



우뚝 솟은 산위에 홀로 선 소나무같다고나 할까. 외로움이 뚝뚝 흘러넘친다. 어찌 이리 고독한 시간을 견뎠을까.

자신을 살리려고 목숨을 내어놓은 어머니와 새어머니, 그리고 무뚝뚝하고 무관심했던 아버지.

어린 그를 거두어 젖가슴을 내어주셨던 할머니, 그리고 너무 일찍 그의 곁을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린 시절 그의 결핍과 고독과 가난이 그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너무 일찍 배고픔을 참는 법을 알아서 어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이 가엽다.



스스로 벌어 비운 속을 채우고 스스로 컸던 소년이 시인이 되었다. 시를 쓰면 배곯는다고 내몰던 아버지마저 이제는 그의 곁에 없다.

누군가 어린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더라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자신의 얼굴을 남기고 싶지 않아, 혹여라도 자신의 모습이 남과 다를까봐, 사진이 싫었다는 그가 왜 바다건너 하와이에 둥지를 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외롭고 고독해서 남에게 쉽게 곁을 내주었던 것은 아닐까.

억울한 일들로 전과딱지를 붙이고 가슴에는 주홍글씨같은 한만 남은 그의 족적이 너무도 속상하다.

세상은 참 녹록치 않구나...그런 그의 마음을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시로 사라졌다 나타나서는 대박 베스트셀러를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시인의 남은 시간들이 따뜻했으면 싶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지 않고 기대듯 살아갔으면 좋겠다.

한 편에 삼만원 하는 시라도 부지런히 써서 쌀말이나 들여놓고 따뜻한 밥 후후  불어가며 같이 먹어줄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그런 시간들만 남아있기를...


타들어가는 땅을 적시는 반가운 비가 오는 날. 그의 글이 참 가슴아팠지만 재능있는 한 작가를 만나서 반가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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