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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 - 인생의 갈림길에서 시작된 아주 특별한 만남
존 쉴림 지음, 김진숙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잔잔한 평화가 느껴지는 책이다. '천국에서 보낸 5년'이란 제목처럼 잠시 천국을 다녀온 느낌이랄까.
서른한 살,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방황하던 청년 존 쉴림은 여든 일곱살의 아우구스티노수녀를 만나게 된다.
160년된 수녀원안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안에서의 첫만남은 5년동안이나 이어지게 된다.
우연처럼 보였던 두사람의 만남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느님이 예정해놓으신 깜짝파티였다고 생각한다.
성직자를 많이 배출한 집안답게 존은 반듯하고 건실하게 성장했지만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다. 그 사이 고등학교 임시 교사직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정규교사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업인 맥주회사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맥주요리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던 때였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다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아우구스티노수녀역시 이제는 공방을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작은 기적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수녀님의 작품에 매료된 존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조르고 공방실에서 잠자고 있던 작품들은 다시 생명을 얻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존은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에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들을 얻어내기 시작한다.
용서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며 자신에게도 선물이라는 말은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작은 점 하나를 보세요. 점은 우리가 그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표시죠....처음에는 이 점이 단순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인답니다...하지만 이 단순한 점은 마침표가 되어 가장 중요한 문장을 끝맺는 힘이 있어요."
아! 나는 수녀님의 이 말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에 깃든 힘을 느꼈다.
그리고 작은 점 하나도 모이면 별이 가득한 우주라는 말에 가슴이 쿵 떨어지는 충격이 전해졌다.
이 세상 하느님이 지어놓으신 모든 것에는 힘이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의미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소한 점 하나에 깃든 의미가 이럴질대 우리 인간이야 말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낮은 곳에 있는 어느 생명 한 조각조차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인생에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기쁨도 슬픔도 모두 선물입니다."
왜 내게만 이런 슬픔들이 불행들이 기웃거리는 것일까...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깃든 슬픔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선물이라니...
수녀님의 말씀처럼 슬픔을 느껴보지 못하면 기쁨도 알지 못하고 불행을 겪지 않으면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건져내기 힘들 것이다.
이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늙은 수녀가 아니라 예술가 수녀로서 인생의 등대불을 비춰주는 등대지기로 알려진 수녀님 뒤에는 수녀님을 일찌감치 알아본 존의 선한 마음이 있었다.
방황하는 자신에게 조용히 길을 알려주는 수녀님을 통해 존은 인내와 평화를 얻는다.
하느님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모든 예비하심처럼 존은 정규교사직보다 더 나은 대학강사가 되었고 갈구하던 맥주요리책도 출판하게 된다. 존에 의해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예술혼을 불태웠던 수녀님은 5년간 존의 곁을 지키다 천국으로 떠나고 만다. 하지만 수녀님이 남기신 수많은 말들은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져 우리곁에 남았다. 우리가 여전히 의문을 갖고 풀지 못하는 수많은 숙제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죠?
"도자기를 만들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거든요" 수녀님이 유쾌하게 대답하시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천국에서 사랑했던 고양이 블리첸과 하느님곁에서 행복하게 머물고 계실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