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향후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50%가 없어지고 30년 이내 인간의 노동력은 80%이상 기계로 대체될 것이란 예견이 나오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수많은 직업이 만들어지고 사라진 것은 물론 지금도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는 수많은 기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왔다.

그런면에서 이같은 예견은 적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직종중에서도 '전문직'이라고 일컫는 직종에 관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전문직이라는 정의를 보면 인류가 살아가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실무에 선두를 달리는 직업,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등이 있고 언론인이나 건축가도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다.

각분야에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제공하고 이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의존성이 높은 직종들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공저이다.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직들을 파악하고 연구하여 썼을 이 책이 그만큼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이유도 아마 이같은 특징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의존도와 비례하여 우리는 전문직을 가진 이들을 높이 평가하고 대접해온 것도 사실이다.

전문직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비용을 지불해왔고 존경으로 그 노력을 치하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존경받는 전문직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인가. 실제로 사무실임대료조차 못낼 정도로 치열해진 변호사들은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회계사와 컨설턴트는 변호사와 보험계리사의 사업영역에 진입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경영인들이 해왔던 일을 IBM의 컴퓨터 왓슨이 대행하거나 의료계통에서도 로봇이 등장하는등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100년동안에 진행되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 시간이 단축되어 불과 10년 만에도 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무쌍의 시대에 과연 미래의 전문직의 모습을 어떻게 달라져야하는지를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지렛대는 바로 인터넷의 발달을 꼽는다. 그동안 전문가의 지식이나 능력을 빌어야 했던 영역을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차지하거나 공유하면서 전문직이 설 자리는 점점 적아지리라는 것이 저자들의 예측이다. 하지만 분야에 따라 인간이 설 자리가 더 넓어지는 곳도 분명 있다고 한다.

어쨌든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은 기계와 함께하는 미래를 설계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미래의 전문직은 더 세분화되거나 여러직종의 전문직과 융합되고 다각화되어 그 경계가 흐려지기 때문에 기존의 전문가들은 재구성되는 현실에 능숙해져야 한다. 미래의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즉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나날이 변화되는 의사소통방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책은 전문직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미래 인간이 맞닥뜨릴 직업이나 산업구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전문직을 원하는 사람이나 정책결정자 그리고 학자등이 읽어야 할 이유이다.

새롭게 제시된 미래의 모델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섬세하고 다양한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미래에 선망받는 직종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산업구조에 알차게 대처할 수 있도록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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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 1 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 1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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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6년 노벨 문학상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가수 밥 딜런에게로 돌아갔다.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하루키는 자신도 밥 딜런의 팬이라고 말함으로써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인 듯 하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굳이 수상을 의식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매해 수상후보로 오르다보면 은근히 기대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미 여러분야의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인이라는 것이 살짝 거부감이 없진 않으나 오로지 작가로서의 역량만 본다면 결과가 아쉽다.

나는 그의 작품이 아주 독특하다고 생각해왔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더불어 유럽에 대한 모더니즘스런

분위기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요리만해도 하루키의 그런 선망이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전통적인 일본음식보다는 서구화된 요리를 등장시킨 하루키는 미식가적인 일면이 있는 듯하다.

실제 여행애호가로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서양요리에 대한 지식이 많은 측면도 작용한 듯 싶다.


 


혼자 먹기 위해서 혼자 만드는 음식이라는 스파게티는 말 그대로 레시피가 간단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국수를 삶듯 스파게티면을 삶아 소스에 버무린 간단한 요리. 하지만 하루키가 그린 스파게티 요리는 면 삶기부터 아주 섬세하다.  면의 가운데 심의 거친 질감이 남아있는 상태인 알텐테가 되기를 기다리는 심오한 면삶기 과정을 보면 결코 간단한 요리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하루키가 자신의 소설에 등장시킨 요리는 소설속 인물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요리인지라 유심히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없이 혼자 만드는 스파게티라든지 퇴근하는 아내를 위해 독신 때 즐겨먹던 중국식 야채볶음을 만드는 남자가 등장하는 '태엽감는 새 연대기'는 아내가 소고기와 피망을 같이 볶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말로 남편과의 거리를 나타낸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미도리는 애인과 헤어지고 자신의 집에서 와타나베에게 튀김과 완두콩밥을 지어준다.

한껏 먹고 정액을 많이 만들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부드럽게 풀어줄테니까.

미도리의 요리는 요염한 여인의 정념이 스며있다.

이렇게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는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 않은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다.

오죽하면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이 생겨났을까.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를 시연하면서 문학을 해석하는 이색모임이 생길정도라면 조만간 노벨 수상소식도 들려올 것 같다. 소설을 눈으로 코로 입으로 느끼는 독자가 이렇게 많은데 너무 늦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하루키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면 멋진 쉐프가 되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다음 소설에 등장할 그의 요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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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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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을 3주 앞둔 라파엘은 사랑하는 연인 안나와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인기있는 스릴러 작가인 라파엘은 3년 전,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런던을 찾았다가 나탈리를 만났었다.

나탈리는 생물학자인데다 첨단 의료장비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하루 열 여덟 시간씩 일하는 사업가였다.

어쩌다가 나탈리에게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테오라는 아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테오가 세상에 나온지 열흘만에 일에 복귀한 나탈리는 캘리포니아로 떠나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좋은 엄마와 아내가 될 자신이 없다면서 냉정하게 그를 떠났었다.

그후 아들 테오를 양육하느라 글을 쓸수도 없었고 결국 테오가 열이 불덩어리처럼 오르던 날 소아과 병원에서 인턴인 안나를 만나게 된다. 그후 6개월동안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결혼을 앞둔 라파엘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가 안나에게 이제 서로 부부가 되었으니 비밀을 갖지 말고 서로 고백하자고 제안하기 전까지는.


 


사실 안나는 자신의 과거를 거의 말하지 않았다.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안나에 대해 라파엘은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라파엘의 제안에 급격하게 어두워진 안나는 자신의 테플릿PC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고 고백한다.

사진을 본 라파엘은 구토를 일으킬만큼 큰 충격에 빠져 안나를 뒤에 두고 펜션을 뛰쳐나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펜션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안나는 사라진 후였다.

어떤 과거가 되었든 지켜주겠노라고 큰소리쳤던 라파엘은 깊은 후회에 빠지고 안나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았던 아파트에도 친구에게도 그녀의 흔적은 없다. 휴대폰마저 꺼버린 안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라파엘에게 보여주었던 사진에 얽힌 그녀의 과거와 비밀은 무엇일까.


 


사진에 찍힌 불에 탄 시체는 누구이고 과연 그녀가 그런 짓을 하기는 했을까? 온통 의문투성이에 빠진 라파엘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강력계형사출신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안나의 행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파리에 나타난 열 여섯 소녀의 진짜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  거짓 이름으로 비밀스럽게 살아온 안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오래전 소녀들을 납치한 범인에 의해 사라졌던 소녀들과 유일하게 지옥에서 탈출했던 소녀.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인물로 판명이 났고 그 뒤 파리에 나타난 소녀는 안나라는 이름으로 8년을 살게 된다.  왜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던걸까. 얼핏 연쇄납치범에 의해 희생된 소녀의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은 이 소설은 진실에 다가갈 수록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알게된다.

평범했던 교수와 그의 제자가 세상의 거대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과거를 세탁하게 되고 그 나비의 날개짓은 멀리 파리에 언어연수를 왔던 소녀에게 비극적인 바람으로 몰아치게 된다.

"당신은 권력을 쟁취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군요?"

라파엘은 권력의 뒤에 숨어있던 비선 실세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법의 공정성은 믿어요? 세상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법이 있다면 바로 강자의 법이죠."

허탈하다. 대통령 탄핵으로 권력의 시녀들에게 농락당한 우리들에게 비수를 꽂는 말이다.

다수에게 도움을 되는 권력을 얻고자 했다는 그들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분노가 치밀 뿐이다.


우연이었을까. 이 비극적인 소설의 범인은 욕망과 추함을 가진 권력의 실세들이었다.

작가인 라파엘은 추적끝에 맞닥뜨린 이들에게 어떤 판결문을 던질 것인가.

사라졌던 클레어는 다시 라파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책장을 덮기 몇 분 전 드러나는 작가의 기막힌 반전은 또 어떠하고.

선한 표정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비선실세들의 추악함과 자식을 잃은 아비의 또 다른 복수가 얽혀 도무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 때문에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이 없고 끔찍한 사건또한 언제든지 이어질 것이다. 소설이지만 현실보다 더 리얼한 스토리에 권력을 위해 상처를 준 많은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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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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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동안 동네를 벗어난 적 없이 남편 켄트의 그늘 아래에서만 살아온 예순 셋의 브릿마리!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두고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한다. 오직 자신의 남자라고만

생각했던 남편이 내연의 여자가 있음을 안 직후였다.

커트러리 서랍안에 나이프와 포크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온집안을 과탄산소다로 청소를 해야만

맘이 놓이는 결벽증이 있는 브릿마리로서는 부정한 남편과 함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작정 고용 센터로 향한 브릿마리는 불황때문에 일자리가 없다는 상담 아가씨의 말을 무시하고 당장 일자리를 달라고 떼쓴다. 이것조차 세상물정 모르는 브릿마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전 식당 웨이트레스일을 해본것이 전부인 늙은 여인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있기는 할 것인가.

마지못해 알아보겠다는 상담 아가씨의 말에 자신의 리스트에 약속날짜까지 잡아가며 매일 고용 센터로 향한다.

브릿마리의 집념에 손을 든 상담아가씨는 보르그라는 곳에 있는 레크레이션 센터에 관리자로 그녀를 보낸다.

보르그라는 곳은 오래전 트럭들이 오가며 들리는 번잡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주변 도시에 밀려 주민 모두가 떠나버린 공허한 마을이다. 사실 레크레이션 센터도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엉망진창인 레크레이션 센터를 과탄산소다로 빡빡 문질러 닦으면서 브릿마리는 켄트와 함께 한

결혼생활을 되돌아본다.


 


레크레이션 센터 바로 앞에는 구멍가게 겸 자동차 정비소 겸 우체국 겸 피자가게가 있고 가게주인인 미지의 인물인 '그녀'가 있다. 휠체어를 탄 그녀가 브릿마리가 타고온 차를 고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보르그에 유일한 자동차 정비소엔 그녀밖에 없지 않은가.

레크레이션 센터 바로 앞 공터에는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왁자하게 공을 몰고 다니긴 하지만 제대로 공을 차는 아이가 있기는 한건지 브릿마리는 알 수가 없다.

브릿마리는 전혀 즉흥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이성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그림자같은 남편을 떠나 보르그로 온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더러운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은 모두 가난한 부모를 두었거나 그나마 한쪽 부모만 있거나 베가나 오마르처럼 양쪽 다 없거나 하는 아이들이다.  부티나는 BMW를 타고 다니는 프레드릭과 그의 아들 맥스만이 예외라고 할까.  맥스는 하키선수이지만 축구도 잘한다. 문제는 그의 아버지 프레드릭이 맥스가 축구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브릿마리는 천성대로 아이들의 더러운 유니폼을 깨끗하게 빨아주다가 뜻하지 않게 축구팀 코치로 나서게 된다.

얼마 후 열린 축구대회를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화에 얼떨결에 맡게 된 것이다.


 


브릿마리는 특이하게 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던 세상이던 뭔가에 대해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브릿마리는 자신의 본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로 마음 먹는다.

냉랭한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고 경찰인 스벤에게 호감도 느끼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었지만 복지센터에 맡겨지는게 싫어 거짓말을 하고 보험금을 타내 두 동생을 돌보는 새미.

얼핏 불량아처럼 보이지만 질이 좋지 않은 친구 싸이코와 단짝이 된 것은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매을 맞던 날 자신과 동생을 도와준 의리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도 몰랐지만 사실 새미역시 브릿마리처럼 커트러리 서랍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정의로운 아이이다. 하지만 부모를 대신하여 두 동생을 돌보는 일은 가슴아프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과거의 축구스타 뱅크와 미지의 인물인 '그녀' 그리고 몰락해가는 마을에서 축구로 희망을 꽃피우는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어느새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릿마리.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편 켄트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온다.

어렵게 출전한 축구시합이 있는 날, 시합이 끝나는 그 날 브릿마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브릿마리와 이별하기 싫어하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 마지막 날에 일어난 사건과 이어지는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 브릿마리는 주춤거린다. 과연 브릿마리는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그녀를 원하는 보르그에 남을까.


브릿마리가 평생 소원한 것은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여성을 억압하는 세상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처럼 그녀도 파리로 향한다.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

제목이 '브릿마리 여기있다'라고 붙인 이유를 알것 같다.  존재감 없던 여인 브릿마리가 '나 여기있다'라고 말한다.

까탈스럽고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정의롭고 따뜻한 그녀의 심성이 가난한 아이들의 가슴에 가 닿는다.

어딘가 찌그러지고 가난해보이는 마을 사람들이지만 사실은 마을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외로움때문에 더 이방인들을 밀어내려 한 것 같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까칠 할머니 브릿마리의 홀로서기는 감동스럽다. 이 소설에게 가장 까칠한 남자로 등장한 맥스의 아버지 이름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것은 작가의 유머가 아닌가 싶다. 오베와 엘사에 이어 역시 사람냄새 물씬나는 멋진 할머니 브릿마리의 홀로서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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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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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모두 누구를 대리하여 살아간다는 저자의 정의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막연하게라도 스스로 주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그의 이런 정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덮고보니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먹을 것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고 내가 내어놓은 쓰레기들을 스스로 치우지 못한다.

누군가는 나를 대신하여 새벽부터 밭으로 향할 것이고 누군가는 늦은 저녁까지 내가 내어놓은 쓰레기를 치울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누군가들을 위해 뭔가를 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대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 이런 사실을 망각한 '갑'들의 횡포에 '을'들을 상처받고 사회는 공평성을 잃게 된다.


 


저자는 몇 년 전 '지방시'라는 글을 써서 화제를 일으킨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읽은 적이 없지만 열악한 지방강사의 어려움을 고발한 책이었던 것 같다.  그의 이력을 찾아보니 '내부고발자'라는 딱지가 떡허니 붙어있다.

1년에 고작 8달을 한 달에 100만원도 못되는 급여를 받으면서 정신노동을 했던 강사가 뛰쳐나와 글을 쓰면 내부고발자가 되는 것일까.

그가 다녔던 학교는 누구나 선망하는 사랑이 주체라는 기독교계열의 학교였다.

과감히 뛰쳐나와 대리운전을 하던 그가 정말 지나치고 싶지 않았던 모교의 학교앞에 서서 느꼈을 자괴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만 이제 다시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란 다짐에 마구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밀려나고서야 물러서는 법을 배운....'이라는 저자의 탄식에 거대한 괴물의 실체를 보는 것같아 끔직하다.


 


그가 정의한 '대리사회'는 정상적으로만 돌아간다면 거대한 조직의 톱니바퀴처럼 질서정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군데가 이가 빠지거나 지체가 되면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 주체는 영원히 되찾지 못한 채 '대리인생'으로만 살아가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게 된다.

대학에서 10년 가까이 연구자로 있는 동안 그가 원했던 '교수'자리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지도 모른다. 주체인 '갑'은 수많은 지방강사들을 울타리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닌 그들이 지닌 지식만을 알뜰하게 빼먹고 내몰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을 해두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받은 주체들은 시간강사들의 지식을 아낌없이 갉아내어 제공시키고 4대보험도 재직증명서도 내어주지 않은 채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악덕포주'와 같은 세습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뜨겁고 차가운 길거리로 나선 저자의 대리운전 생활은 고달프기만 하다.

먹물에 익숙했던 그가 핸드폰을 손에 놓치 못한 채 길거리에서 콜을 기다리고 막차마저 끊긴 길거리를 터덜터널 걸어가는 뒷모습이 가슴아프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쓰러져가는 마음을 곧추세우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경멸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백에 눈시울이 뜨거워온다.

그래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을 돕기 위해 늦은 밤까지 차를 몰아주는 아내가 있고 그 밤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집을 나선 엄마 아빠를 위해 깨지 않고 단잠을 자주는 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늘 편하게 부르던 대리기사들의 세상에 감탄스런 시선을 보내며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남편이고 아빠이고 아들일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고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톱니바퀴임을 자각한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듯이 우리도 그들을 위해 뭔가를 분명 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응원만이라도 보내야 진정한 '콜'이 되지 않을까.

자칫 내려놓은 지방시보다 덜 떳떳할지도 모를 '대리기사'의 일상을 통해 이런 멋진 르포를 탄생시킨 저자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과감하게 뛰쳐나왔던 학교는 정말 대단한 인재 하나를 놓치고 대신 욕만 바가지로 먹은것 같다.

당당한 그에게 희망을 보았고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혹시 내가 부른 기사가 그라면 정말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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