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3주 앞둔 라파엘은 사랑하는 연인 안나와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인기있는 스릴러 작가인 라파엘은 3년 전,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런던을 찾았다가 나탈리를 만났었다.

나탈리는 생물학자인데다 첨단 의료장비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하루 열 여덟 시간씩 일하는 사업가였다.

어쩌다가 나탈리에게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테오라는 아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테오가 세상에 나온지 열흘만에 일에 복귀한 나탈리는 캘리포니아로 떠나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좋은 엄마와 아내가 될 자신이 없다면서 냉정하게 그를 떠났었다.

그후 아들 테오를 양육하느라 글을 쓸수도 없었고 결국 테오가 열이 불덩어리처럼 오르던 날 소아과 병원에서 인턴인 안나를 만나게 된다. 그후 6개월동안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결혼을 앞둔 라파엘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가 안나에게 이제 서로 부부가 되었으니 비밀을 갖지 말고 서로 고백하자고 제안하기 전까지는.


 


사실 안나는 자신의 과거를 거의 말하지 않았다.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안나에 대해 라파엘은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라파엘의 제안에 급격하게 어두워진 안나는 자신의 테플릿PC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고 고백한다.

사진을 본 라파엘은 구토를 일으킬만큼 큰 충격에 빠져 안나를 뒤에 두고 펜션을 뛰쳐나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펜션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안나는 사라진 후였다.

어떤 과거가 되었든 지켜주겠노라고 큰소리쳤던 라파엘은 깊은 후회에 빠지고 안나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았던 아파트에도 친구에게도 그녀의 흔적은 없다. 휴대폰마저 꺼버린 안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라파엘에게 보여주었던 사진에 얽힌 그녀의 과거와 비밀은 무엇일까.


 


사진에 찍힌 불에 탄 시체는 누구이고 과연 그녀가 그런 짓을 하기는 했을까? 온통 의문투성이에 빠진 라파엘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강력계형사출신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안나의 행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파리에 나타난 열 여섯 소녀의 진짜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  거짓 이름으로 비밀스럽게 살아온 안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오래전 소녀들을 납치한 범인에 의해 사라졌던 소녀들과 유일하게 지옥에서 탈출했던 소녀.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인물로 판명이 났고 그 뒤 파리에 나타난 소녀는 안나라는 이름으로 8년을 살게 된다.  왜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던걸까. 얼핏 연쇄납치범에 의해 희생된 소녀의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은 이 소설은 진실에 다가갈 수록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알게된다.

평범했던 교수와 그의 제자가 세상의 거대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과거를 세탁하게 되고 그 나비의 날개짓은 멀리 파리에 언어연수를 왔던 소녀에게 비극적인 바람으로 몰아치게 된다.

"당신은 권력을 쟁취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군요?"

라파엘은 권력의 뒤에 숨어있던 비선 실세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법의 공정성은 믿어요? 세상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법이 있다면 바로 강자의 법이죠."

허탈하다. 대통령 탄핵으로 권력의 시녀들에게 농락당한 우리들에게 비수를 꽂는 말이다.

다수에게 도움을 되는 권력을 얻고자 했다는 그들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분노가 치밀 뿐이다.


우연이었을까. 이 비극적인 소설의 범인은 욕망과 추함을 가진 권력의 실세들이었다.

작가인 라파엘은 추적끝에 맞닥뜨린 이들에게 어떤 판결문을 던질 것인가.

사라졌던 클레어는 다시 라파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책장을 덮기 몇 분 전 드러나는 작가의 기막힌 반전은 또 어떠하고.

선한 표정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비선실세들의 추악함과 자식을 잃은 아비의 또 다른 복수가 얽혀 도무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 때문에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이 없고 끔찍한 사건또한 언제든지 이어질 것이다. 소설이지만 현실보다 더 리얼한 스토리에 권력을 위해 상처를 준 많은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