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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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48년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썼을 때 대중들은 빅 브라더가 세상을 감시하고
휘두르는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1984년이 오기도
전에 그런 시도들이 있었고 조금씩 색만 다른 빅 브라더들이 출몰했었다.
미래를 그린 과거의 작품들 중 어떤 것은 예견보다 너무 일찍 혹은 더 파격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증명했다. 이 소설은 다큐멘타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설이지만 소설속에서만 머물지 않는
리얼 팩트,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저널리스트인 신시아는 이혼 후 열 여덟살인 딸 비올라를 키우면서 언론사인 '데일리'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소형드론이 대통령의 휴가지를 급습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국, 아니 전세계에 중계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로라고 칭한 한 인물이 수시로 안면을 바꾸는 화면속에서 이 사건을 생중계한다.
데일리사의 대표 안토니는 신시아에게 이 사건을 추적해보라고 지시하고 최신 스마트안경을
건넨다. 겨우 스마트폰이나 메일정도나 체크하면서 살아온 신시아에게 스마트안경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호기심이 강한 비올라는 신시아를 졸라 스마트안경을 하룻동안 빌리게 된다.
비올라는 친구들에게 스마트안경을 자랑하게 되고 그중 한 친구인 애덤은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스캔하다가 절도 강도혐의로 수배중인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소심하기 짝이 없었던 애덤은 몇 달전부터 매력적인 남자로 변해 인기몰이
중이었는데 평소에 그였다면 수상한 그 남자를 쫓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아이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수배중인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고 남자의 총격으로 애덤은 사망하고만다.

                


애덤의 친구인 비올라와 애디는 물론 스마트안경을 빌려주었던 신시아까지 충격에 빠지고
아이들이 프로미라는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프로미는 회원들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여 가장 최선치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로 아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최상의 결과치에 도달하도록 조언해주는 회사였다.
프로미의 조언대로 미션을 수행하면 등급이 올라가게 되고 돈으로 보상해주는 당근까지 갖춘
회사.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이 세상에 자리를 잡은 마당에
이런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열광시키기에 딱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왜 소심했던 애덤이 몇 달 사이에 성격이 변하고 갑자기 수배자를 쫓다가 죽어간 것일까.
애덤의 사망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신시아는 안토니의 해고압박으로 할 수 없이 제로의 뒤를
쫓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된다.

                


인도출신의 IT 전문가 찬데르와 합류한 신시아는 제로의 행적을 쫓아 비엔나로 향하고 그 곳에서
죽을 고비를 맞지만 의문의 남자에 의해 구조된다. 바로 그가 '제로'였다.
제로는 데일리가 프로미에 속한 인물들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안토니를 회유해서 신시아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미남형의 찬데르는 신시아와는 12년이나 어렸지만 신시아는 이 남자에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이 즈음에서 나는 제로가 혹시 '빅 브라더'는 아닐까 했던 의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이 시대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정보는 어떻게든 유출되고 있고 누군가는
이 정보로 수많은 이익을 얻어가고 심지어 개인의 미래가 어떨지까지 유추해내고 있다.
그들이 쓰는 정보망, 먹는 음식, 약들을 통해 어떤 병에 걸릴지까지 예견해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피트니스, 영양관리, 건강검사의 결과치들이 동의없이 누군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통계치로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시아의 딸 비올라처럼 자신들의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  결국 애덤과 애덤의 죽음을 쫒아 비밀을 파헤치려던 애디까지 죽음에
이르는 끔직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다는 영국 런던이다. 그만큼 감시해야 할 대상이
많은 나라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아님 의심이 많던지.
사실 '제로'는 프로미같은 새로운 빅 브라더를 제지 시키려는 세력이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누가 악이고 선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로조차 완전한 선이라고
정의하긴 힘들다. 그저 우리의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누군가는 그 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향해 되돌려 쏘고 있다는 사실만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조금쯤은 아날로그틱한 신시아-바로 그녀가 우리의 모습이다-만이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해
도망다니지만 그물망같은 감시망을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겨우 땅밑에 수로졍도가 피난처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IT전문용어같은 것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않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수집되는 정보들이
흘러다니기 좋은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된다.
얼마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은 지구 멸망의 원인이 '인공지능'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할 수록 서서히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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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박금선 지음 / 꼼지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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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저자가 나와 같은 연대에 태어나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왔다는 것도
한몫하게 된다. 우선 공감대가 비슷할 거란 기대감도 있고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나 느끼는
희노애락도 비슷해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짚어내듯 그렸을 것이란 점도 분명 있다.
글을 쓴다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쉽게 되면 좋으련만 사실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가의 면목을 지닌 작가들중에는 무병을 앓듯 글을 쓴다는 이가 적지 않고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여야만 좋은 글이 나오더라는 고충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맛깔나는 글이 나오는 것은 노력보다는 재능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늘 즐겨듣던-지금은 거의 듣지 못하지만-'여성시대'의 작가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웃, 혹은 내 얘기가 눈물 찔끔거리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의
작가라면 감성하나는 끝내주겠다 싶었다.

                

6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약수역은 내가 거의 매일 지나치는 역이고 분명 저자가 말하는
악세사리를 파는 아주머니를 본 것도 같았다. 그리고 길위에 서있는 것이 싫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와 닮았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단 남의 인생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누구의 삶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글을 쓰는 작가임에도 엄연한 현실은 있는 법이어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아이들 챙겨 학교에도 보내고 심지어 오랫동안 시부모를 봉양했던 이야기들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그녀 자신이 바로 인도여신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인도여신의 여덟개의 팔도 모자랄만큼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지들-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렇게 길러졌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진창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는 법을 가르쳤고 대충 공부해도 제자리는 찾아들어가던
시대는 이미 저만큼 가버린 시대에 이른 우리 아이들에게 늙어가는 우리는 어떤 걸 남겨야 하는지.

                


누군가 다시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삶을 살아도 치열한 시간을
결코 지나쳐 올 수 없으므로...결국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은 되돌아가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한가로운 지금이 참 좋다고. 난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라고 일컷는 시대에 태어나 지금에 이른
시간들이 많이 아팠다. 가난했었고 인내를 배워야했고 제것을 미처 다 챙겨 갔지 못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길러주신 부모님을 책임져야하고 아직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식을 기약도 없이 밀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노후에 절대 자식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과연 노후를 빵빵하게 준비
해두었을까. 그래서 난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동지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지금이라는 참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토닥거림이 날 행복하게 해주었다.
잘 살아왔다고 나는 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노인도 아니고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간것 같은 이 나이에 그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동무가 있어 무척 위안이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는 시간은 올 것이고 그 시간까지
우리는 그럭저럭, 하지만 유전자 속에 새겨진 성실의 힘은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 인생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내 아들을 이웃의 아들로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공감 백표 던지고 편안하게 나이들어
성가신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곰곰히 고민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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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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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은 무병을 앓는 무당이 굿을 하는 것과 같다고 어느 작가는 말했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의지보다는 운명에 가까운 업이라는 뜻일게다.
그 묵직한 일중에도 청소년 문학은 참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면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할 것이고 뭔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반딧불같은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동문학가나 청소년문학을 하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이 책의 작가 박현숙은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책이 참 따뜻해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던 작가였다. 그녀의 이번 신작 '구미호 식당'역시 가족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열 다섯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소년 왕도영!
친구라고 부르기도 어정쩡한 수찬이의 스쿠터를 몰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누구탓을 하기도 좀 그런 죽음이었다.
매를 맞다가 도망간 엄마,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드던 아버지, 다섯 살 위였던 배다른 형,
그리고 매일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도영이를 원망하던 할머니.
도영이가 세상에 두고 떠나서 아쉬운 사람도, 물건도 없다는 게 더 마음아픈 죽음.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기전에 들러야 하는 경계가 있다고 한다.
그 경계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면 비로서 이승과의 인연은 끝이나는데 서호라는 여우는
그 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숨어서 저승에 가기전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피를 마시게 해줄
영혼에게 접근해서 사십구일 이승에 머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하필이면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호의 유혹에 넘어가 식지 않은 피를 댓가로
사십 구일을 얻겠다고 한다. 그런데 왜 도영이와 함께 하자고 꼬셨을까.
굳이 이승에 남아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저승에 빨리 갈 이유도 없던 도영이는 얼떨결에
늙으수레한 아저씨와 함께 사십 구일동안 이승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아저씨가 제안한 식당에서 절대 나올수 도 없고 돈도 쓰면
안된단다. 하긴 귀신이 돈 쓸일이 뭐가 있을까만은.

                


도영이는 십 오년이란 시간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유명호텔의 쉐프로 돈도 많이 벌었고 동료였던 여자를 사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저승으로 가기전에 꼭 확인해봐야 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

어제 마을의 노인 한 분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또
이웃의 할아버지가 쇼크사로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올 봄 유독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다.
만약 자신이 어느 날 죽을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정리를 해야 이승을 떠날 때
홀가분할 수 있을까.

사랑받아본 기억이 없는 소년과 사랑을 넘어 집착에 빠진 한 남자의 사십 구일 동안의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싶다. 적어도 남은 날들을 후회없이 살아야 겠다고
다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기가막힌 '크림말랑'이라는 요리를 해낼 줄 아는 아저씨가 생전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저승길을 갈 수 있을지...아픈 기억만 가득했던 도영이는 조금이라도 사랑을 품고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을지 끝까지 애가 탔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닥칠 죽음이라는 소재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가족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많은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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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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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단지 소설로만 남지 않을 것이기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 두려웠다.
마치 오래전 조지오웰의 '1984'를 읽었을 때와 같은 암담함이었다.
조지 오웰이 '1984'를 썼을 때는 1949년이었다.
말하자면 '1984'는 소설이 쓰여졌을 때 보다 30여 년 후의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지금은 1년후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만큼 모든 것들이
빠른 진화속도를 지닌다. 그러니 7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SNS를 소재로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밴드의 드러머겸 리더였던 벤은 4년 전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니 단 한번의 실수라고 하기에 그의 생활은 다소 난잡한 경향이 있긴 했다.
예술가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술과 마약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매니저였던 존존이 벤이 사랑하는 딸 율레의 가슴을 만지는 순간 이성을 잃은 벤은
존존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건널목에서 핸들을 급하게 꺾는 바람에 율레는 창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율레는 두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그 악몽의 날 이후 벤은 더 추락했고 사실 딸을 건드린 것은 벤이라는 주장에 변태가 되었음은
물론 아내인 제니퍼에게도 이혼을 당하고 만다.
벤은 더 이상 밴드의 일원도 되지 못했고 파산직전의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벤에게 더한 위험이 다가오는데...

                


누군가 SNS에 '8N8'란 단체를 만들고 누군가를 지정하여 하루동안만은 죽여도 적법하다는
글을 올린다. 그 말도 안되는 SNS는 사람들에게 급격하게 퍼져나가고 모두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인간사냥의 첫번째 타깃이 바로 벤이었다!
갑자기 벤의 모든 일상이 대중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는지까지 노출되면서 상금 1000만유로가 걸린 인간사냥에 미친 인간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8N8'의 인간사냥을 시작한 '오즈'라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왜 벤에게 첫번째 타깃을 겨눈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인 상황에서 24시간의 도주와 추적이 시작된다.
그 순간 갑자기 율레가 옥상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게 되고 SNS에 수시로 동영상을 올리는 깡패집단의 양아치들마저 벤의 도주극을 실시간 동영상에 올리기 위해 그에게 덫을 놓았다.
살인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간들과 동영상을 찍기 위해 율레를 인질로 벤을 협박하는 깡패들과
대적해야 하는 벤의 도주극은 숨이 가쁘기만 하다.  벤과 함께 또다른 타깃이 된 아레추!
둘 중 과연 누가 먼저 죽게 될 것인가. 그리고 정말 상금은 지급될 것인지.
문제는 거의 모든 대중들이 이 살인극 지시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있다.

                


불과 10유로만 내면 살인면허증을 거머쥘 수 있다고 믿는 미치광이들이 타깃을 쫒고 살인과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다.

                


벤은 자신의 딸을 추행하지도 않았고 다소 방탕하긴 했지만 죽일만큼 죄를 짓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악한 대중들은 그를 범죄자, 변태로 몰아갔고 죽어도 마땅할 뿐더러 24시간 동안은
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다고 믿는다.
과연 이 소설이 허구이기만 할까. 현재 우리는 살인에 버금가는 고통에 시달리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알고 있다. SNS의 무자비한 확산으로 그릇된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우하는 대중심리의 확산으로 누군가를 살인이상의 고통으로 몰아간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소설처럼 무자비한 대중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매체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중 진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내가 그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유리그릇 위에
서있는 심정이 된다.

아마 우리는 이 소설보다 더 무자비한 미래를 겪을 가능성이 많다.
총보다 더한 살인무기가 난무하는 곳이 바로 내 손에 쥔 휴대폰이 되는 그런 현실말이다.
숨막히는 도주극을 이끈 제바스티안 피체크만의 스릴러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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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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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데도 없고 하찮고 쫌스럽고 쩨쩨한 것이 시시한거란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도 뭐 좀 시시한 축에 드는 것 같다.
신통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고 쫌스러운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쩔 때는 좀
쩨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서점에서 만나는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시시한 그룹안에
포함되지 않을 뿐 제법 이런 시시한 인간들은 많을 것이라 위안한다.
일단 포켓사이즈의 책이 제법 시시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디든 폭 안길 수 있는 사이즈가 이제 좀 편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길게 깊숙하게 듣지 않아도 되리란 예감 때문이기도 하다.
어라 근데 이 책 포켓에 들어갈만큼 작은데 절대 시시하지 않아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그래서 평소같으면 두어시간이면 읽어 치울 분량을 며칠을 곰삭여가며 아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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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라는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기도하고 소개글에는 흔한 30대 초반의 직장인..
정도의 정보밖에 없어서 절반 쯤 읽은 후, 그녀가 IMF무렵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단서로
그녀의 나이를 짐작해 보았다.
인천에 살았었는데 금융위기로 서울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한 두명 목걸이 열쇠를
걸고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시리게 가슴에 꽃혔다.
그 무렵 내 첫 아이도 가난해진 부모곁을 떠나 할머니 품에서 자라고 있었다.
가장의 자리를 의지도 없이 차지하게 된 에미의 마음이 되살아났다.
지금 내 아이와 비슷한 나이가 된 목걸이 열쇠의 주인공은 그때의 기억이 각인되어 아이를
낳는 일이 두렵다고 했다. 가슴이 덜컥했다. 그래서 내 아이도 여전히 결혼 생각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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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모녀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나나 아이는 대체로 무뚝뚝한 편이고 감정에 인색한 편이라 그닥 다정한 모녀가 아니다.
아니 오랜시간 할머니 품에서 자란 아이는 나를 편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아이를 보면서 문득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여인이라는
자각이 마음아팠다. 그런데 여기 이 딸은 엄마를 점이 아닌 선으로 보였다고 했다.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어 결혼을 한 것이 아니고 결혼의 한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도 속에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엄마의 열사르 스물 살을 보았다는
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아이도 나를 그렇게 봐준 순간이 있었을까.
지금 제 모습처럼 순간순간 방황하고 두렵고 불완전한 시절이 있었음을...그래서 엄마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이해해주었을까.


 

 

그래도 난 내 아이가 내가 걸어온 길보다는 더 편한길을 선택해서 씩씩하게 제 운명과
노닥거렸으면 좋겠다. 손주를 안아보는 행운이 없더라도 남은 자신의 시간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싶다.
사실, 결혼이란 건 고귀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불변인 것도, 심지어 필수인 것도 아니란걸
나는 몰랐지만 아이는 제대로 알아서 제 인생을 멋지게 선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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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긴 하지만, 분명 내 어린시절보다 풍요롭긴 하지만 OECD 국가 자살 1위란 불명예를
걸머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불행한지 절절히
다가온다.
2호선이 닿지 않은 소위 '낀 대학'출신의 자격지심으로 상처받고 한 때 편입시험준비까지
했던 그녀가 3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갚고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는 대목에서는 대견스럽고
축하주라도 함께 하고픈 기쁨이 전해진다. 어쨌든, 고뇌와 방황을 넘어 해냈으니 기특하지
않은가. 누군가의 말처럼 아프니까 청춘이긴 한데 넘어지지 않고 이렇게 내 곁에 도달해서
자신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제법 잘 컸다. 그래서 전혀 시시하지 않았다.

중간에 만난 돌부리나 비바람의 크기만 다를 뿐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은 나와 퍽 닮았다.
그리고 그녀가 트라우마를 이기고 언젠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또 다시 걸어야 할 길과도
많이 닮을 것이다. 그래도 박완서의 책을 착실히 읽어낸 아이답게 글도 참 잘썼다.
이 정도라면 박완서작가는 마흔에 해낸 미션을 조만간 해낼 수도 있겠다.
손 가는 대로 쓴 글이 이 정돈데 제대로 쓰면 등단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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