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단지 소설로만 남지 않을 것이기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 두려웠다.
마치 오래전 조지오웰의 '1984'를 읽었을 때와 같은 암담함이었다.
조지 오웰이 '1984'를 썼을 때는 1949년이었다.
말하자면 '1984'는 소설이 쓰여졌을 때 보다 30여 년 후의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지금은 1년후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만큼 모든 것들이
빠른 진화속도를 지닌다. 그러니 7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SNS를 소재로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밴드의 드러머겸 리더였던 벤은 4년 전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니 단 한번의 실수라고 하기에 그의 생활은 다소 난잡한 경향이 있긴 했다.
예술가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술과 마약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매니저였던 존존이 벤이 사랑하는 딸 율레의 가슴을 만지는 순간 이성을 잃은 벤은
존존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건널목에서 핸들을 급하게 꺾는 바람에 율레는 창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율레는 두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그 악몽의 날 이후 벤은 더 추락했고 사실 딸을 건드린 것은 벤이라는 주장에 변태가 되었음은
물론 아내인 제니퍼에게도 이혼을 당하고 만다.
벤은 더 이상 밴드의 일원도 되지 못했고 파산직전의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벤에게 더한 위험이 다가오는데...

                


누군가 SNS에 '8N8'란 단체를 만들고 누군가를 지정하여 하루동안만은 죽여도 적법하다는
글을 올린다. 그 말도 안되는 SNS는 사람들에게 급격하게 퍼져나가고 모두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인간사냥의 첫번째 타깃이 바로 벤이었다!
갑자기 벤의 모든 일상이 대중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는지까지 노출되면서 상금 1000만유로가 걸린 인간사냥에 미친 인간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8N8'의 인간사냥을 시작한 '오즈'라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왜 벤에게 첫번째 타깃을 겨눈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인 상황에서 24시간의 도주와 추적이 시작된다.
그 순간 갑자기 율레가 옥상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게 되고 SNS에 수시로 동영상을 올리는 깡패집단의 양아치들마저 벤의 도주극을 실시간 동영상에 올리기 위해 그에게 덫을 놓았다.
살인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간들과 동영상을 찍기 위해 율레를 인질로 벤을 협박하는 깡패들과
대적해야 하는 벤의 도주극은 숨이 가쁘기만 하다.  벤과 함께 또다른 타깃이 된 아레추!
둘 중 과연 누가 먼저 죽게 될 것인가. 그리고 정말 상금은 지급될 것인지.
문제는 거의 모든 대중들이 이 살인극 지시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있다.

                


불과 10유로만 내면 살인면허증을 거머쥘 수 있다고 믿는 미치광이들이 타깃을 쫒고 살인과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다.

                


벤은 자신의 딸을 추행하지도 않았고 다소 방탕하긴 했지만 죽일만큼 죄를 짓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악한 대중들은 그를 범죄자, 변태로 몰아갔고 죽어도 마땅할 뿐더러 24시간 동안은
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다고 믿는다.
과연 이 소설이 허구이기만 할까. 현재 우리는 살인에 버금가는 고통에 시달리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알고 있다. SNS의 무자비한 확산으로 그릇된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우하는 대중심리의 확산으로 누군가를 살인이상의 고통으로 몰아간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소설처럼 무자비한 대중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매체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중 진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내가 그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유리그릇 위에
서있는 심정이 된다.

아마 우리는 이 소설보다 더 무자비한 미래를 겪을 가능성이 많다.
총보다 더한 살인무기가 난무하는 곳이 바로 내 손에 쥔 휴대폰이 되는 그런 현실말이다.
숨막히는 도주극을 이끈 제바스티안 피체크만의 스릴러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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