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박금선 지음 / 꼼지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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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저자가 나와 같은 연대에 태어나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왔다는 것도
한몫하게 된다. 우선 공감대가 비슷할 거란 기대감도 있고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나 느끼는
희노애락도 비슷해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짚어내듯 그렸을 것이란 점도 분명 있다.
글을 쓴다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쉽게 되면 좋으련만 사실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가의 면목을 지닌 작가들중에는 무병을 앓듯 글을 쓴다는 이가 적지 않고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여야만 좋은 글이 나오더라는 고충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맛깔나는 글이 나오는 것은 노력보다는 재능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늘 즐겨듣던-지금은 거의 듣지 못하지만-'여성시대'의 작가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웃, 혹은 내 얘기가 눈물 찔끔거리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의
작가라면 감성하나는 끝내주겠다 싶었다.

                

6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약수역은 내가 거의 매일 지나치는 역이고 분명 저자가 말하는
악세사리를 파는 아주머니를 본 것도 같았다. 그리고 길위에 서있는 것이 싫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와 닮았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단 남의 인생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누구의 삶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글을 쓰는 작가임에도 엄연한 현실은 있는 법이어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아이들 챙겨 학교에도 보내고 심지어 오랫동안 시부모를 봉양했던 이야기들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그녀 자신이 바로 인도여신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인도여신의 여덟개의 팔도 모자랄만큼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지들-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렇게 길러졌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진창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는 법을 가르쳤고 대충 공부해도 제자리는 찾아들어가던
시대는 이미 저만큼 가버린 시대에 이른 우리 아이들에게 늙어가는 우리는 어떤 걸 남겨야 하는지.

                


누군가 다시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삶을 살아도 치열한 시간을
결코 지나쳐 올 수 없으므로...결국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은 되돌아가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한가로운 지금이 참 좋다고. 난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라고 일컷는 시대에 태어나 지금에 이른
시간들이 많이 아팠다. 가난했었고 인내를 배워야했고 제것을 미처 다 챙겨 갔지 못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길러주신 부모님을 책임져야하고 아직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식을 기약도 없이 밀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노후에 절대 자식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과연 노후를 빵빵하게 준비
해두었을까. 그래서 난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동지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지금이라는 참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토닥거림이 날 행복하게 해주었다.
잘 살아왔다고 나는 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노인도 아니고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간것 같은 이 나이에 그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동무가 있어 무척 위안이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는 시간은 올 것이고 그 시간까지
우리는 그럭저럭, 하지만 유전자 속에 새겨진 성실의 힘은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 인생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내 아들을 이웃의 아들로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공감 백표 던지고 편안하게 나이들어
성가신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곰곰히 고민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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