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소년
왕도영!
친구라고 부르기도 어정쩡한 수찬이의 스쿠터를 몰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누구탓을 하기도 좀 그런 죽음이었다.
매를 맞다가 도망간 엄마,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드던 아버지, 다섯 살 위였던 배다른 형,
그리고 매일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도영이를 원망하던
할머니.
도영이가 세상에 두고 떠나서 아쉬운 사람도, 물건도 없다는 게 더 마음아픈
죽음.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기전에 들러야 하는 경계가 있다고 한다.
그 경계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면 비로서 이승과의 인연은 끝이나는데 서호라는 여우는
그 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숨어서 저승에
가기전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피를 마시게 해줄
영혼에게 접근해서 사십구일 이승에 머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