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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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은 무병을 앓는 무당이 굿을 하는 것과 같다고 어느 작가는 말했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의지보다는 운명에 가까운 업이라는 뜻일게다.
그 묵직한 일중에도 청소년 문학은 참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면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할 것이고 뭔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반딧불같은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동문학가나 청소년문학을 하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이 책의 작가 박현숙은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책이 참 따뜻해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던 작가였다. 그녀의 이번 신작 '구미호 식당'역시 가족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열 다섯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소년 왕도영!
친구라고 부르기도 어정쩡한 수찬이의 스쿠터를 몰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누구탓을 하기도 좀 그런 죽음이었다.
매를 맞다가 도망간 엄마,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드던 아버지, 다섯 살 위였던 배다른 형,
그리고 매일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도영이를 원망하던 할머니.
도영이가 세상에 두고 떠나서 아쉬운 사람도, 물건도 없다는 게 더 마음아픈 죽음.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기전에 들러야 하는 경계가 있다고 한다.
그 경계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면 비로서 이승과의 인연은 끝이나는데 서호라는 여우는
그 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숨어서 저승에 가기전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피를 마시게 해줄
영혼에게 접근해서 사십구일 이승에 머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하필이면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호의 유혹에 넘어가 식지 않은 피를 댓가로
사십 구일을 얻겠다고 한다. 그런데 왜 도영이와 함께 하자고 꼬셨을까.
굳이 이승에 남아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저승에 빨리 갈 이유도 없던 도영이는 얼떨결에
늙으수레한 아저씨와 함께 사십 구일동안 이승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아저씨가 제안한 식당에서 절대 나올수 도 없고 돈도 쓰면
안된단다. 하긴 귀신이 돈 쓸일이 뭐가 있을까만은.

                


도영이는 십 오년이란 시간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유명호텔의 쉐프로 돈도 많이 벌었고 동료였던 여자를 사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저승으로 가기전에 꼭 확인해봐야 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

어제 마을의 노인 한 분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또
이웃의 할아버지가 쇼크사로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올 봄 유독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다.
만약 자신이 어느 날 죽을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정리를 해야 이승을 떠날 때
홀가분할 수 있을까.

사랑받아본 기억이 없는 소년과 사랑을 넘어 집착에 빠진 한 남자의 사십 구일 동안의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싶다. 적어도 남은 날들을 후회없이 살아야 겠다고
다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기가막힌 '크림말랑'이라는 요리를 해낼 줄 아는 아저씨가 생전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저승길을 갈 수 있을지...아픈 기억만 가득했던 도영이는 조금이라도 사랑을 품고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을지 끝까지 애가 탔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닥칠 죽음이라는 소재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가족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많은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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