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1948년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썼을 때 대중들은 빅 브라더가 세상을 감시하고
휘두르는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1984년이 오기도
전에 그런 시도들이 있었고 조금씩 색만 다른 빅 브라더들이 출몰했었다.
미래를 그린 과거의 작품들 중 어떤 것은 예견보다 너무 일찍 혹은 더 파격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증명했다. 이 소설은 다큐멘타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설이지만 소설속에서만 머물지 않는
리얼 팩트,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저널리스트인 신시아는 이혼 후 열 여덟살인 딸 비올라를 키우면서 언론사인 '데일리'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소형드론이 대통령의 휴가지를 급습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국, 아니 전세계에 중계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로라고 칭한 한 인물이 수시로 안면을 바꾸는 화면속에서 이 사건을 생중계한다.
데일리사의 대표 안토니는 신시아에게 이 사건을 추적해보라고 지시하고 최신 스마트안경을
건넨다. 겨우 스마트폰이나 메일정도나 체크하면서 살아온 신시아에게 스마트안경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호기심이 강한 비올라는 신시아를 졸라 스마트안경을 하룻동안 빌리게 된다.
비올라는 친구들에게 스마트안경을 자랑하게 되고 그중 한 친구인 애덤은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스캔하다가 절도 강도혐의로 수배중인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소심하기 짝이 없었던 애덤은 몇 달전부터 매력적인 남자로 변해 인기몰이
중이었는데 평소에 그였다면 수상한 그 남자를 쫓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아이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수배중인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고 남자의 총격으로 애덤은 사망하고만다.

                


애덤의 친구인 비올라와 애디는 물론 스마트안경을 빌려주었던 신시아까지 충격에 빠지고
아이들이 프로미라는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프로미는 회원들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여 가장 최선치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로 아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최상의 결과치에 도달하도록 조언해주는 회사였다.
프로미의 조언대로 미션을 수행하면 등급이 올라가게 되고 돈으로 보상해주는 당근까지 갖춘
회사.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이 세상에 자리를 잡은 마당에
이런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열광시키기에 딱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왜 소심했던 애덤이 몇 달 사이에 성격이 변하고 갑자기 수배자를 쫓다가 죽어간 것일까.
애덤의 사망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신시아는 안토니의 해고압박으로 할 수 없이 제로의 뒤를
쫓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된다.

                


인도출신의 IT 전문가 찬데르와 합류한 신시아는 제로의 행적을 쫓아 비엔나로 향하고 그 곳에서
죽을 고비를 맞지만 의문의 남자에 의해 구조된다. 바로 그가 '제로'였다.
제로는 데일리가 프로미에 속한 인물들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안토니를 회유해서 신시아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미남형의 찬데르는 신시아와는 12년이나 어렸지만 신시아는 이 남자에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이 즈음에서 나는 제로가 혹시 '빅 브라더'는 아닐까 했던 의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이 시대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정보는 어떻게든 유출되고 있고 누군가는
이 정보로 수많은 이익을 얻어가고 심지어 개인의 미래가 어떨지까지 유추해내고 있다.
그들이 쓰는 정보망, 먹는 음식, 약들을 통해 어떤 병에 걸릴지까지 예견해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피트니스, 영양관리, 건강검사의 결과치들이 동의없이 누군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통계치로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시아의 딸 비올라처럼 자신들의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  결국 애덤과 애덤의 죽음을 쫒아 비밀을 파헤치려던 애디까지 죽음에
이르는 끔직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다는 영국 런던이다. 그만큼 감시해야 할 대상이
많은 나라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아님 의심이 많던지.
사실 '제로'는 프로미같은 새로운 빅 브라더를 제지 시키려는 세력이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누가 악이고 선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로조차 완전한 선이라고
정의하긴 힘들다. 그저 우리의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누군가는 그 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향해 되돌려 쏘고 있다는 사실만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조금쯤은 아날로그틱한 신시아-바로 그녀가 우리의 모습이다-만이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해
도망다니지만 그물망같은 감시망을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겨우 땅밑에 수로졍도가 피난처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IT전문용어같은 것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않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수집되는 정보들이
흘러다니기 좋은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된다.
얼마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은 지구 멸망의 원인이 '인공지능'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할 수록 서서히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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