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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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소설이 1774년 발간된 책이라니 250년 전에, 아니 그 전에 괴테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다.

편지체와 다소 고풍스러운 표현등으로 인해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지만 사랑에 빠진 젊은 화가 베르테르의 심리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사랑해서는 안될 여자를 사랑한 베르테르는 롯테를 바라보며 기쁨과 슬픔, 그리고 절망을 느낀다.

그녀가 이미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이웃들과 교류를 해나가면서 정을 쌓아가는 과정도 애틋하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편이 떠난 여인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나이 많은 과부 주인을 좋아하는 하인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처지와 같은 공감을 하면서도 응원해줄 수가 없다.


빌헬름이란 친구와 나누는 편지식의 대화는 시를 읽는 듯도 하고 기도문을 보는 것도 같다.

당시에는 종교적으로 매우 엄격한 시대였기에 도덕이 지켜지는게 당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는 여자로 향하는 사랑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베르테르는 점점 파멸의 길로 향한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그걸 이기려는 이성사이의 번민과 고통을 이렇게 잘 그려낼 수가 없다.

역시 거장 괴테다운 문장이다. 실제 존재했을지도 모를 화가 베르테르의 그림처럼 삽화역시 생생하게 되살려내어 소설의 현실감을 더해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에 대한 열망은 뜨겁고 애틋하기만 하다. 자신의 사랑이 죄라고 괴로워하던 베르테르가 어느 드라마의 유명 대사처럼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를 들었다면 위로가 되었을까.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마을도 사람들도 사라졌지만 사랑과 절망에 대한 감각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 인간의 본질과 삶을 제대로 표현한 고전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 불멸의 작품은 대를 이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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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AI 작사 & 작곡 with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수노, 유디오 - 음악 장르별 특징 파악부터 가사, 광고, 영화, 대중음악 생성을 위한 프롬프트 실습까지!
현병욱(오땡큐).신수진 지음 / 시프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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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은 이제 '반 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한다'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는 식당에 가서 주문하는 일조차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TV광고를 보면 이미지도 AI가 만들고 음악까지 만드는 걸 넘어서 검색을 통해서만 알아냈던 정보까지도 척척 해결해준다. 과연 이런 미래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다.

인간의 두뇌가 점점 할 일이 없어져 버리고 더 고등한 AI가 등장해서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적을 알고(?) 대비해야 공존을 할지 멀리해야할지를 알게 될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해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을 통해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AI에게 이런 음악 만들어줘 하는 의존적 자세가 아닌 기초부터 찬찬히 공부를 하면서 완성해가는 음악교육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AI로 만들어진, 혹은 인간과 협업한 음악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에 대해 여러 판례를 통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을 해서 창작자들이 어떤 영역까지 도입하고 신청할지를 판단하게 해준다.


만들어가면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하는지, 길이를 늘리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저자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가면 정말 내가 만든 음악 몇 개쯤 만들 수 있겠다. 오호! 이제 나도 작곡가, 혹은 작사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르도 다양하다. 흔히 부를 수 있는 대중음악부터 영화음악, 광고음악에 이르기까지 도전욕구를 불태워보자! 만들다보면 음악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얻어올 수 있다. 저자는 프로이니까.

우선 내 노래를 불러줄 가수부터 만들어볼까나~~

다만 생계형 창작자들이 소멸되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제도는 필수로 만들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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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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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명동 한복판에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왕자가 나타나서 '인어가 도망쳤다'고 소리친다면 분명 누군가 유투브를 찍거나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 긴자 한복판에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남자가 딱 그렇게 나타났다.


이 소식은 바로 SNS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우스운 헤프닝쯤으로 여겼다. 당연하지.

우리나라에도 주말엔가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긴자에서도 몇 시간 차를 막고 사람들만 다니는 시간이 있는 모양이다. 그 번잡한 거리를 차 신경쓰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편리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걸으면서 세상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은가.


그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남녀도 있고 스무해를 사랑으로 키운 딸을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도 있다. 얼마 전 이혼을 하고 꼭 이혼을 했어야만 했는지 답을 찾지 못한 남자도 있다. 그리고 신비한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가 있다. 그 곳을 지키는 노인은 마치 누가 찾아올 것을 알았던 것처럼 길을 잃은 사람들을 안내한다. 아 이런 갤러리가 도심 어딘가 숨어있다면 꼭 찾아가볼텐데.


가난한 청년은 열 두살 연상인 연인과의 사랑이 두렵지만 용기를 내보자고 마음먹는다.

자존심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었는지를 깨닫는다.

어린시절 멀리서 보았던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소녀는 언니를 대신해 결혼을 하기로 했던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사실 어린시절 소년의 마음을 빼앗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비밀이 밝혀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연들이 등장하며 몇 편의 동화를 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처럼 각박한 시대가 되어도 동화같은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해보면 상대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가 아니고 사랑을 완성시키는 멋진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하니 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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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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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던 의대생은 법의학 교수의 말 한마디로 법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0년 째 법의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단지 그 말을 한 교수와 눈이 마주쳐서 그 길을 선택했을까. 운명이었지.


교수님은 언제 진료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진료를 하기 보다는 부검을 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와 진료를 하는 의사는 참 특별하지만 사실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다. 살인사건이나 사인불명의 시신들이 어디 곱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왠지 총대를 맨 운명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집트 벽화를 보면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심장을 저울로 재는 장면이 나온다.

깃털과 무게를 재어 더 무거우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소멸된다는 전설이 있다.

교수님의 말로는 대략 성인 남성 심장의 무게는 320g정도라고 한다. 고기 반 근 정도의 무게인데 인간의 수명중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이집트 전설처럼 단순히 신체의 장기를 넘어서 감정, 기억, 생각, 삶의 기록등을 간직한 장기라고 여겨진다는데 실제 현대에 들어 누군가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기증자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더라는 말도 있다.

고작 주먹 한 개 정도의 장기인 심장이 하는 일은 방대하고 결국 이 심장이 멈추면 삶도 끝이 난다.


부검을 하면 여러 장기를 살펴보겠지만 정확한 사망시간을 추정하는데 위에 남은 음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략 먹은 시간을 체크해서 소화된 정도를 보고 사망시간을 유추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 이런 오차로 인해 범인으로 몰려 사형판결을 받은 예가 있다니 이걸 어떻게 증명해내야 하는지 법의학자로서 고뇌가 생길법하다.


'용감한 형사들' '스모킹 건'같은 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유성호교수님을 자주 만난 것처럼 친근하다. 단순히 법의학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사건의 시간을 따라가는데 거의 수사관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유튜브방송도 자주 보고 있다.

이 책은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시신을 부검하면서 느꼈던 우리 몸에 대한 조언집이라고 생각한다.

심장이 커지고, 혈관벽에 기름이 끼고 폐가 검어지는 그런 현상들은 평소 생활습관이 건강으로 이어지기에 건강하게 오래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제발 자신의 부검대에서 만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틋하다. 따뜻한 의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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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세계 - 낯선 길을 걷는 법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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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여행이긴 한데 우리네 삶 자체가 여행이고 지금 이 순간도 길을 걸어가는 여정임을 깨닫게해주는 철학서라고 하겠다.


'왜 떠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목적지가 어디인가'등을 묻는 삶에게 답은 정해지지 않았고 선택은 순전히 자신의 몫임을 편지와 답장, 혹은 여행중 만나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한다. 마치 선승과의 대화같다고나 할까.

문득 파울로 코옐로의 '연금술사', 혹은 생떽쥐 베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가끔은 동반자가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나 혼자만의 여정이다. 목적지도 따로 없다.

고독하지 않을까. 그게 삶의 본질이라면 참 서글프기도 하다.

목적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곳으로 갈 것임이 예견되기도 했고 누군가는 올 줄 알았다고 했다. 삶이, 운명이 선택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어느정도 예정된 길임도 알았다.


바닷길은 특히 두렵다. 흔들리는 파도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거기에 폭풍이라도 만난다면 배가 뒤집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두려운 바다를 건너 어디엔가로 떠났고 닿았었다. 그렇게 한 세상이 열리고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다시 떠나왔다.


머물 숙소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소개도 없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라는 가사도 있지만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선택받은 자인가.

우리는 대개 그 살아가는 방법,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 길이 잘된 선택이라는 것도 확신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사막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걷는 길이 곧 길이다'

'눈이 소복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내가 걷는 길이 곧 길이 된다'같은 말들이 내 한걸음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조금은 고독했고 어디에 닿을지 불안했지만 인생의 본질과 우리네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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