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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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던 의대생은 법의학 교수의 말 한마디로 법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0년 째 법의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단지 그 말을 한 교수와 눈이 마주쳐서 그 길을 선택했을까. 운명이었지.


교수님은 언제 진료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진료를 하기 보다는 부검을 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와 진료를 하는 의사는 참 특별하지만 사실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다. 살인사건이나 사인불명의 시신들이 어디 곱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왠지 총대를 맨 운명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집트 벽화를 보면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심장을 저울로 재는 장면이 나온다.

깃털과 무게를 재어 더 무거우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소멸된다는 전설이 있다.

교수님의 말로는 대략 성인 남성 심장의 무게는 320g정도라고 한다. 고기 반 근 정도의 무게인데 인간의 수명중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이집트 전설처럼 단순히 신체의 장기를 넘어서 감정, 기억, 생각, 삶의 기록등을 간직한 장기라고 여겨진다는데 실제 현대에 들어 누군가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기증자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더라는 말도 있다.

고작 주먹 한 개 정도의 장기인 심장이 하는 일은 방대하고 결국 이 심장이 멈추면 삶도 끝이 난다.


부검을 하면 여러 장기를 살펴보겠지만 정확한 사망시간을 추정하는데 위에 남은 음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략 먹은 시간을 체크해서 소화된 정도를 보고 사망시간을 유추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 이런 오차로 인해 범인으로 몰려 사형판결을 받은 예가 있다니 이걸 어떻게 증명해내야 하는지 법의학자로서 고뇌가 생길법하다.


'용감한 형사들' '스모킹 건'같은 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유성호교수님을 자주 만난 것처럼 친근하다. 단순히 법의학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사건의 시간을 따라가는데 거의 수사관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유튜브방송도 자주 보고 있다.

이 책은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시신을 부검하면서 느꼈던 우리 몸에 대한 조언집이라고 생각한다.

심장이 커지고, 혈관벽에 기름이 끼고 폐가 검어지는 그런 현상들은 평소 생활습관이 건강으로 이어지기에 건강하게 오래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제발 자신의 부검대에서 만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틋하다. 따뜻한 의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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