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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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4년도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다가옵니다.

6월의 달은 우리말로 누리달이라고 하네요. 온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이란 뜻이라는데

제 텃밭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4월에 심은 고추는 꽃이 피기 시작하고 손톱만한 고추가 맺히기

시작했어요.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지는 6월이 지나면 무성해질 것 같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우리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잔인한 달이라는 4월의 악몽이 여전히 진행중이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풍성하게 계획되었던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매년 4월이면 열리던 샘터상 시상식도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일정에 맞춰 올라오셔야 하는 수상자들의 편의를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진행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나마 수상자들중 투병중인 분들이 있어 조그만 희망을 붙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희망이 되어 주시길..

 

 

2002년 4강의 신화를 기억하는 우리국민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우리 팀은 과연 어떤 성적으로 우리의 슬픔을 가시게 해줄까요. 기원을 담은 이벤트가

진행중이니 서둘러 응모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양의 조그만 나라 한국이 과연 월드컵에 몇 번이나 출전했는지..

저도 공부좀 해야겠습니다.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남자 김석훈씨의 격월로 만나는 행복일기는 이번호에 애틋한 강아지 이야기가 올라왔네요.

신병을 앓다가 결국 자살을 하고 만 여자가 키우던 송이는 주인곁에서 이십여일을 지키다다 이웃의 신고로 발견이 되었다고 합니다.

힘껏 짖다가 안압이 올라 눈이 터졌고 피부병도 심각했다는데 김석훈씨의 결단으로 용케 안락사를 피해 지금은 사무실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이웃의 죽음조차 멀리했던 사람보다 주인을 지켰던 강아지의 충성이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제목처럼 이제는 상처를 사랑으로 덮고 슬픔을 털어내고 싶습니다. 우린 살아서 또 다른 비극을 막아야 겠기에.

 

 

그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말풍선을 채워넣었던 보람이 있었던 걸까요.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말풍선퀴즈에

당첨이 되었답니다. 과연 제 글은 무엇일까요? 벌써 상품권도 도착을 했답니다.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십자말풀이가 연재된다니 기대하겠습니다.

 

 

더불어 또하나 반가운 소식은 '하룻밤 등대지가 되어볼까'란에서 발견한 거문도 소식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거문도에서는

가장 유명한 명소이기도 하지요. 저도 이 곳에는 여러번 가보았는데 멋진 콘도같은 숙박시설이 있어서 알아보니 미리 신청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마침 이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홈페이지에 신청하시면 여름휴가 숙박걱정을 덜어내지

않을까요.

 

가장 자연친화적인 그릇일거라 생각했던 사기그릇들이 중금속 덩어리였다니 정말 기절할 노릇입니다.

다행히 반찬그릇과 오래된 그릇에서는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눈으로 어떻게 구분을 해야 하나요?

전자렌지에 주로 사용하게 되는 사기그릇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다면 우리는 중금속 덩어리를 먹는 셈이네요.

정말 신뢰하고 살아가는 일들이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전세계가 들썩거리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오늘보다 슬픔이 많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전사들이 국민들의 슬픔을 희석시켜주리라 믿으면서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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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
쥘리 보니 지음, 박명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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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프랑스 프낙 소설대상 수상작이라는 쥘리 보니의 소설은 프랑스문학의 전형적인 색이 돋보인 작품이다.

틀에 박힌 듯한 단아한 소설이 아니라 아스라히 현실과 상상의 세계에 걸친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기존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오래전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려했던 전통적인 작가들의

분위기가 많이 녹아있었다.

 

 

소설속에 주인공 베아트리스는 평범한 교사인 부모밑에서 성장했지만 스스로 보헤미안이 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처녀였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독일 남자 가보르를 만나 알몸으로 춤을 추는 순회공연을 하며

그의 아이를 낳고 집시처럼 떠돌며 살아간다.

 

바이올리스트와 게이 커플과 드럼 연주자로 이루어진 그들의 카라반은 마치 오래전 유럽을 떠돌던 집시를 연상케한다.

그들 역시 베아트리스처럼 자신의 광기를 숨기지 못하고 발산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샤먼과 같은 사람들이다.

 

보수적인 나로서는 그들의 자유분망함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야 하는 역마살운명을 지닌 사람들이지만

술과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고 기어이 에이즈까지 걸려 자살에 도달하는 장면은 거부감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또 세상 어디에선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

 

 

하지만 에이즈로 썩어가는 몸뚱이를 자살로 마감한 게이커플의 사고이후 순회공연팀은 분해가 되고 어린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부모가 마련해준 집에 정착하게된 베아트리스와 가보르는 결국 헤어지고 만다.

야생을 떠돌아야 하는 맹수를 집안에 가두려고 했으니 가보르는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었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아내와 아이들을 버려두고 달랑 바이올린 하나만 들고 떠나버린 가보르는 그 후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녀는 이제 가장이 되었다. 산부인과에서 간호보조사로 근무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광기를 숨긴 채 마치 죽어있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탄생이란 기적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산부인과 병동은 기쁨만 출렁거리는 공간이 아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산모들의 모습과 때로는 죽음으로 사라져버리는 아이들.

 

 

산부인과 의사인 밀은 아내와 헤어지고 병원의 모든여자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바람같은 남자였고 차가와 보이는

베아트리스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고 있소.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 같아도 자신의 삶이 다른 모든

이들의 삶보다 더중요할 수 밖에 없고. 나는 훗날 살인자, 실업자, 심지어 독재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한테 철저하게 휘둘리는

엄마들을 무수히 많이 보아왔소! 그런데 내가,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라니,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아니고 뭐란 말이오!"

 

사산한 아이를 안고 오열하는 엄마와 미쳐버린 여자가 누워있는 병동들.

쥐꼬리만한 월급을 위해 12시간을 뛰어다니며 이런 전쟁같은 병동을 누비며 베아트리스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알몸으로 온 세상을 느끼며 자유로이 춤을 추웠던 기억은 그녀의 희망이고 탈출구였다.

사산한 아이에 대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병동에 누워있는 2호실 여자의 손을 잡고 그녀는 잠이 든다.

건너편 병동에는 2호실 여자의 전남편이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기 위해 와있고 분노한 베아트리스는 불쌍한

2호실 여자가 결국 저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마지막을 지키는 친구가 되어준다.

 

 

특이하게도 맹인이지만 의사인 시 박사의 말에 정답이 있었다.

"침묵하는 건 자신을 죽이는 거예요. 말소리가 들려요. 당신으로부터, 사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요. 난 당신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있어요. 베아트리스, 당신은 춤을 춰야만 해요..."

 

십 년 넘게 산부인과 병동의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베아트리스는 2호실 여자의 죽음에 잠시 의심을 받지만 결국 풀려난다.

그리고 오래전 순회공연단의 멤버였던 남자에게 안기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시 박사의 말처럼 그녀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상적인 삶이라는 버거운 춤을 억지로 추었던 그녀가 꿈꾸는 진정 자유로운 알몸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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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거리 - 시그마 북스 001 시그마 북스 1
엘러리 퀸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공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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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앨러리 퀸은 소설을 쓰기 위해 조용하지만 동네에 모든 사람들이 소문을 공유하는 소도시 라이츠빌을 찾아온다.  

마침 라이츠빌은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서 많은 인력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부동산업자는 앨러리가 작가라는 사실을 말하자 흔쾌히 한 집을 소개하게 된다.

마을을 창조했고 거대한 금융회사의 사장인 라이트 부부가 지은 빈 집이었다.

그 집은 라이트의 둘째 딸인 노라의 결혼을 위해 지었지만 결혼 이틀 전에 신랑인 짐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빈 집이

된 곳이었다. 그 집을 짓고 나서 흉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마을사람들은 그 집을 흉가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미신따위는 믿지 않을 것 같은 작가 앨러리에게는 그만한 집이 없겠다는 부동산업자의 판단으로 앨러리는

6개월간 집을 빌리기고 계약을 하게 된다.

 

앨러리가 작가라는 말에 흔쾌히 집을 빌려준 라이트 부부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큰 딸 롤라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후 저택에서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었고 노라는 짐이 떠나버린 후 상심한 채

보내고 있었다. 막내딸 퍼트리샤만은 유쾌하고 머리가 좋아서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밝게하는 유일한 딸이었다.

 

하지만 앨러리가 그 집에 들어온 후 갑자기 떠나갔던 노라의 약혼자 짐이 돌아오고 둘은 전격 결혼하기에 이른다.

할 수 없이 노라의 몫으로 지어졌던 집을 비워주고 라이트부부의 집으로 옮겨간 앨러리에게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게 된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라이트씨의 저택에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짐의 이삿짐에서 우연히 세통의 편지가 발견되고 편지가 끼워져 있던 독물학책에는 비소가 소개된 부분이 접혀져 있었다.

마침 이 상황을 지켜보게 된 앨러리와 막내딸 퍼트리샤는 짐이 노라를 살해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세 통의 편지에는 자신의 아내가 죽어가고 있다거나 죽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편지가 씌여진 날짜에

노라가 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앨러리와 퍼트리샤는 짐을 더욱 의심하게 되고 죽음이 씌워져있던 날짜인 1월1일의 전날인 새해전야제 파티에서 짐을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앨러리의 매같은 눈길에도 불구하고 다니러 와있던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가 독살되고 만다.

로즈메리가 마셨던 칵테일을 만들었던 짐이 범인으로 체포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쓰러진다.

범인으로 지목된 짐은 이제 거의 사형을 면할 방법이 없을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고 재판의 마지막 순간 퍼트리샤의

증언으로 재판은 무효가 되기에 이른다. 영민한 퍼트리샤는 사랑하는 언니 노라를 위해 형부인 짐을 구하려고 일부러

배심원중 한 명에게 접근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짐은 다시 재판을 받기위해 수감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임신했던 아이를 6개월만에 제왕절개로 낳아놓고 죽고만다.

노라의 장례식날 묘지에 나타난 짐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던 중 탈출을 하게 되고...

 

모든 미스터리물의 압권은 바로 반전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독살된 로즈매리를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으노 나는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범인으로 대입해보았다. 분명 방탕하고 천박하게 보이는 로즈메리가 짐의 친여동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왜 여동생을 가장하고 마을에 나타났는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노라에게도 말하지 못할만큼 짐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어쩌면 죽을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왜 짐은 그 사실을 끝내 밝히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일까.

그리고 작가이며 탐정인 앨러리는 왜 뒤이은 죽음들을 막지 못했을까...끝까지 진실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정리된 후 마을을 떠났던 앨러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그 역시 퍼트리샤가 말했던 마지막 힌트를 듣지 못했다면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힌트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들이 지나가고 진실이 묻힐뻔한 순간 다시 나타난 앨러리는

퍼트리샤에게 진실을 말한다. 너무가 고통스런 진실이었기에 앨러리는 주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퍼트리샤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퍼트리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말한다.

 

흔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더니 자신의 삶을 파괴한 남자에게 보낸 복수는 통쾌하기보다는 가슴아프다.

그나마 자신의 죄를 스스로 단죄한 남자의 최후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역동적이지 않지만 사건 현장에 은근히 끌려들어가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반전은 가장 합리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미스터리물들의 주인공과는 달리 앨러리는 너무 감성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작가이면서 스스로 범인을 쫓는 주인공 앨러리는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게 흥미롭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손색없는 멋진 작품이라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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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7-0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라는 건 내용을 나열하는 게 아니고 장단점이나 정도만 내용을 알면 누가 사 보겠나요...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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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은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 현재에까지 살아남은 비밀같은

것을 파헤친 것이 아닐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스트라디 바리우스같은 바이올린이나 스위스의 시계같은

명품을을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만난 것은 전세계에서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남은 시장의

이야기였다. 나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깔끔하고 쾌적한 대형마트를 주로 선호하는 사람이라 작가가 만난

전세계의 시장이야기는 처음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같기만 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밀려오는 감동으로 쪽수가 적어지는 것이 서운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마흔 언저리의 여자가 대기업에 잘 다니던 남편까지 꼬득여(?) 1년간의 세계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뭐 요즘은

집을 팔아서 가족들과 전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먹고 살만하면 그럴수도 있지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여행은 그녀가 어렵사리 일과 공부를 병행하여 마친 대학원만큼이나 의미있고 감동스런 여정이었다.

그녀가 만났던 살아있는 시장의 모습에서 왜 평생 우리의 뇌를 1%밖에 못쓰고 가는지 아쉬움이 절로 밀려든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누군가는 희망과 미래를 건져내기도 하고 나같은 한심한 사람들은 그들이 보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우수한 머리를 물렸받았을지도 모를 내 뇌는 주인을 잘못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직업이 '상품가치 연출전문가'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는 특별한 재능이 있을 것이다.

그저 단순히 상품을 보기좋게 진열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하는 아름다운 현장을 둘러보는 그녀의 마음조차 아름답게

다가온다.

전국각지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책 옆에 간장이며 소스같은 특산물을 같이 판다는 서점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같이 생긴 멋진

건물안에 자리잡은 전통시장이라니...더구나 정크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에서 만나는 클래식 연주는 어떻고.

'온기를 팝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단순한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마음까지 더하는 시장상인들의 열정에 절로 감화되고 만다.

불편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우리 전통시장의 모습과 겹쳐서 절호 한숨이 나온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을까.

 

 

8년간의 재개발로 탄생한 스페인의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외관부터가 예술 그자체였다.

바르셀로나의 구도시 산타 마리아 델 마르에 있다는 이 시장은 유명한 스페인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의 작품이라고 한다.

하긴 스페인에는 100년이 넘도록 짓고 있는 가우디 성당같은 곳도 있으니 8년간의 공사쯤이야 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계를 포기하고 기다려준 상인들의 인내심은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인내심이 아닐까.

 

 

과일 하나하나를 예쁜 포장지로 감싸서 탑처럼 쌓아올린 매대의 모습이나 부담없이 집어들 수 있도록 소량포장한 과일이며

먹거리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사온 음식들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공간들이 더 없이 부럽기만 하다.

자신이 파는 제품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하물며 '너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거야'라고 말을 걸어주는 장면에서는 그저 자신의 물건을 '팔거리'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만 같았다.

 

수백년의 전통을 깨뜨리지 않고 현대와 공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멋진 시장과 사람들을 보면서 왜 우리의 전통시장이

도태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도 벅찬 건물틈사이의 아주 적은 틈새앞에 신호등을 설치하고 틈새를 빠져나오면 펼쳐지는 공간에

레스토랑을 차린 사장의 아이디어는 창업에 골몰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의미를 던져준다.

서서 지나다닐 공간도 없는 특화시장의 부산함과 부담없이 먹기에는 만만치 않은 먹거리들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닿기

힘든 우리시장에 적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그저 둥근 돔안에 정갈하게 포장만 하려는 재래시장번영사업은 이제 이벤트가 있고 감동이 있는 그런 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이 책은 희망이 되고 돌파구가 될 것만 같다.

나는 이 책을 장사가 안된다고 한숨짓는 상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랫동안 일하고 휴식하고 싶었던 내게도 뭔가 해보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느슨해진 삶에게 더 없이 적합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준비하는 아들녀석에게도 꼭 읽히고 싶다. 뭐가 되고 싶은지 뭘 해야하는지 고민인 녀석에게

방향등이 될 것같기 때문이다. 1년이란 시간과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은 그녀의 여행이 너무 부럽다.

다만 나는 그녀가 본 것들을 거의 보지 못한채 마드리드며 바르셀로나를 지나쳐 왔다는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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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3 - 신들의 전투 샘터어린이문고 45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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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불길한 검은 기운이 가득한 이웃의 무사신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쁜 기운들을 퍼뜨리더니

결국 인간들을 헤치기 시작했어.

 

 

꼬마산신령들은 원래보다 빨리 실습을 나가게 되었지. 아무래도 이 땅과 산에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기 때문이야.

장군이와 달봉이는 자신이 맡은 깊은 산을 떠나 사람들과 가까운 산을 맡고 있는 두레를 찾아갔지.

달봉이는 두레의 엄마인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을 먼저 보고 싶었어. 하지만 두꺼비처럼 생긴 이상한 녀석과

마주친거야. 알고보니 이 녀석은 원래 동네에 있는 집을 지키던 터줏대감인데 일본사람 야마다가 새집을 짓고는 자신을

쫓아냈다는 거야.

그 산은 일본인들이 땅굴을 파고 금과 석탄을 캐느라 동네사람들까지 동원되어 난리도 아니었어.

땅굴을 파기 위해 터뜨린 폭탄때문에 동네아이마저 갇히고 말았지. 그 아이가 바로 쫓겨난 터줏대감이 지켜주던 복길이었어.

 

 

달봉이와 장군이는 터줏대감과 힘을 합쳐 복길이를 구해내고 금을 캐기위해 산에 터널을 마구 뚫어놓고 있는 일본인들과

무사신들을 쫓아내기로 했어.

터줏대감은 장군의 계획대로 마을의 모든 터줏대감들을 동원하고 달봉이는 도깨비들에게 도움을 청해 야마다의 집에

진을 치고 있던 무사신들을 몰아냈고 그동안 꼼짝못했던 동네사람들은 야마다마저 쫓야내고 말거야.

눈치만 보고 무시당하던 사람들이 드디어 만세를 부르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거든.

 

사실 산신령들은 인간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되는데 이웃나라 사람들이 이 땅을 노략질하게 그냥 두면 자신들의 산도

온전치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간들을 돕기로 결정한거야.

 

 

그동안 달봉이네처럼 뼈대있는 산신령가문도 아니면서 멋지게 산신령학습을 해냈던 장군이의 실체도 밝혀졌어.

이 땅을 지키던 장군이 죽자 산신령들이 그 장군의 기운을 받은 장군이를 태어나게 한거야.

그래서 일까 유독 장군이는 이웃나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이 땅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거야.

"내가 어째서 인간의 일에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일은 인간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어.

우리만 살려고 몸을 사린다면, 결국 모두 죽게 될 거야..."

장군이의 이런 마음에 감복한 교장선생님과 인간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했던 다른 산신령선생님들도 장군이의 뜻을

쫓기로 했어. 얼마나 다행한지 모르겠어.

 

산신령 학교 3편은 신들의 전쟁이 정말 볼만했어.

그동안 집을 지켜주던 터줏대감들과 업신들도 꼬마 산신령들을 도와 무사신들을 쫓아내는 장면은 정말 신이났거든.

측신들이 똥을 퍼부어 똥독맛을 제대로 보여주다니 그동안 더럽다고 안 친한 척했던 일이 미안할 지경이었지.

기력을 잃고 죽어가는 복길이를 위해 달봉이가 가지고 있던 벌거숭이가 스스로 복길이에게 가는 장면도 감동이었어.

오래묵은 영험한 산삼은 자신이 쓰일 곳을 스스로 찾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지뭐야.

그래도 장군이가 맡은 칠보산에 벌거숭이의 씨를 심어 싹이 돋아났으니까 다행이었어.

 

우리나라가 이웃인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게 된건 꼬마산신령들과 터줏대감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같아.

우리집 뒤에도 조그만 산이 있는데 장군이나 달봉이가 있는 산보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분명 여기에도 꼬마산신령이

있을지 모르겠어. 이왕이면 장군이처럼 모범적인 꼬마산신령이면 좋겠는데 말야. 내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꿈에라도

한번 놀러와주면 고맙겠는데. 어이 꼬마 산신령님 우리집에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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