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나니.. 우리네 맘에는 사랑이 더 많을까. 미움이 더 많을까. 나이가 들수록 욕망과 미움을 덜어낼 수 만 있다면 내안에 천국을 가지는 일이 되건만 미욱한 나는 오늘도 하기 싫은 일들과 보기 싫은 사람들속에서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쪽빛을 닮은 하늘아래 맑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있다. 언젠가 내 삶이 다하기전에 반드시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 덕지낀 때를 말끔히 닦아줄것 만 같은 그곳에 오체투지의 자세로 다가가 온세상의 별이란 별은 다 모아놓은 것만 같은 밤하늘을 보고 순한 눈을 한 부처들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그곳은 치열한 속세에서 벗어나 극락에 이르기전의 수미산이 아닐런지.. 단지 이 몸뚱이는 억겁의 윤회를 돌고 있는 혼을 담는 그릇일뿐..잠시 머무는 이곳 역시 잠시 소풍을 나온곳일뿐...모든것이 찰나이고 형체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마는 바람같은 존재인 것을. 인생의 반을 넘어 살다보니 덜어낼 것들은 많아지고 이제 깃털처럼 날아오르기에는 무거워진 영혼은 신이 머무는 곳과 닮은 곳이라도 찾아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진다. 행복이라 함은 많은 것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맘을 갖는것. 지금 이순간이 없다면 어제도 내일도 존재할 수 없는 것. 또한 나도 없는 것. 매일 오늘이 내생의 첫날인것처럼...매일 오늘이 내생에 마지막날인것 처럼..살아야 하느니. 혹 전생에 내가 지은 업보가 지금 내어깨위에 얹어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지금 짓고 있는 업이 후생에 짐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한번 삶을 돌아다보게 하는 말씀들이다. 어차피 해결되지 못할일들로..어차피 해결될 일들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자.. 해도 스치는 바람한조각에도 부르르 떠는 잎새처럼 나는 헐겁기만 하다. 기름진 음식이 없어도, 좋은 옷을 입지 않아도 행복을 껴안고 살아가는 티벳사람들에게 더이상의 상처가 없기를..도대체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 인걸일까. 부처의 뜻이 어디까지 일지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인간의 마음으로 빌어본다. 부처님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놓아야 할 땅입니다. '삶의 모든것이 기도로서 당신에게로 향하는 순백의 그들에게 집을 빼앗지 않게.. 그리하여 당신에게 이르는 길에 치욕이 없게..해줄것을 믿겠습니다.' 삶은 어차피 불편할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행복과 지혜의 보물을 찾으러 떠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보물은 이미 내맘속에 있음을..단지 내가 보지 못하고 구하지 못하는 장막을 거두는 일은 결국 내 선함만이 해줄것임을 알기에..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부처의 자비를 구하는 진언을 외워본다. '옴 마니 반메 훔. 옴 마니 반메 훔...' 연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피어나듯이 보석이 자기 빛을 잃지 않고 만들어 지듯이.. '옴 마니 반메 훔..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더러움이 물들지 않게 나를 지켜주소서..'
누구나 후회없는 삶을 꿈꾼다. 운이 좋았다면 능력있고 온화한 부모를 만나 가난과 두려움없는 유년을 보낼수 있었을 것이고 조금 운이 좋지 않아 그런 부모를 갖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더라면 오히려 부모덕을 입었던 사람보다 보람된 삶을 누렸을것이다. 하지만 여기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음에도 불평과 나태로 일관된 시간들을 보내다가 교도소중에서도 흉악범들만 수용한다는 청송교도소에 갇혀있는 한 남자가 있다. 인생의 절반인 25년을 감옥 속에서 보내고 있는 그 남자는 나와 비슷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내가 지나온 유년의 환경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벽을 두고 세상 이쪽과 저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남자의 부모들은 무학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했고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던 좋은 분들이었다. 외아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랬으며 몇번의 실수를 저지를 아들을 믿고 갱생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분들이셨다. 하지만 그 남자는 쉽고 가까운 길을 택해 공부를 멀리하고 자퇴하고 방황하고 그리고... 여러번의 범죄를 저지른 후 가중처벌의 형량을 더해 앞으로 10년을 더 교도소에 갇혀있어야 한다. 한평이 조금 못되는 독방안에서의 삶은 어떨지..짐작으로만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찌보면 그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밥을 굶은 기억도 없고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중단한 기억도 없었던 그가 왜 그리 허망하게 악(惡)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아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물로 인간답게 살기를 기도했던 부모의 소망도 저버린채 철창안에 갇힌 그가 지금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 부모의 눈물을 이해한다고..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하면서 너무나 많이 후회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알고 있었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스무살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나마 적어도 자신의 삶만 피폐해졌더면 다행일텐데..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도...살아갈 방한칸이 없어 여관을 전전하는 두아이와 아픈몸을 이끌고 아이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아내까지..물론 그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죄많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나온 자신의 길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가슴 절절히 느끼고 회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철없던 시절에 쉽게 생각했던 선택이 얼마나 큰 죄악의 시작이었는지를... 눈물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범죄예방을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 된것이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것이란 말이 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를... 잘못된 삶의 여정이 그려지는 동안 분노했던 마음은 이제 저자인 김태광을 만나 자신의 속죄록을 우리에게 전할 수 있었던 그에게 다시 한번 삶의 희망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저자의 걱정처럼 환갑의 나이에 철창밖으로 나올 그의 삶에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 있기를 그의 아내와 착한 두아이를 위해 간절하게 기원하게 된다. 혹시 지금도 지하의 오락실에서...달콤한 유혹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책이 그들의 손에 닿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가 걸었던 길을 우리 아이들이 되짚어 가지 않기를.. 아마 철창안에 그도 이런 마음으로 이책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랄것이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날이 올수 있기를.. 그리고 맛있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누어 먹을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같은 시간을 살아온 내가 멀리서나마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인생이란 본래 길 위의 삶이다. 남편과 아내로, 아버지와 아들로, 아버지와 딸로 아무리 깊은 정을 나누고 긴 세월을 함께 했어도 결국은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풀잎 위의 이슬 한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335p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하는 옛노래가 떠오른다. 이승에서의 삶은 잠시 소풍나온 일이라는 천상병시인의 싯구도 떠오른다. 7십평생 희로애락을 느끼고 천상으로 가니 3일도 안되더라는 천계의 이야기처럼 무릇 인생은 책열권으로도 모자랄것만 같은 구구절절의 시간조차 잠깐 머물다가는 바람조각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반평생 지나온 내 삶을 돌아다보니 틀린 말이 아닌듯싶다. 중국본토에서 피난나와 타이완에서 삶을 마감한 저자의 아버지의 삶은 우리 아버지의 삶과 닮아있다. 잠시 시장에 다녀오기 위해 나섰던 열여섯 소년은 40년이 넘어서야 고향땅을 밟을 수 있었고 평생 그리워했던 어머니와는 다시 조우할 수 없었으며 젊음과 열정이 다 빠져나간 가벼운 시신이 되어 고향땅에 묻힐 수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얼결에 두고온 한살박이 아들도 만나고 태를 묻었던 고향땅에 다시 묻힐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아버지 역시 평생 두고온 북쪽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짓다 가족들의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영혼이 되어서야 돌아갔으니..그에 비하면 저자의 아버지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피난민이 되어 외성인마을에서 고향의 사투리를 부끄러워하며 살아가야 했던 아픔과 오로지 자식들을 바르게 길러 고향으로 돌아갈날만을 꿈꾸었던 시간들은 바로 우리아버지의 바램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두고 자식들은 자신의 삶위에 아버지의 꿈을 얹어 늘 바른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저자의 성공역시 그런 바램의 결과이기도 했을것이고. 우리 나이쯤 되면 탄생보다는 죽음을..작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노쇠한 부모를 삶의 저편으로 보내는 일들과 만나고 이제는 길을 건널때 잡아주던 손을 다 컸다며 뿌리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왜 하필 이런 아픔들은 젊음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불면에 시달리는 나이즈음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단련이 되었으니 이겨낼 힘도 같이 견고해졌다는 뜻일까. 한때는 찬란했지만 기어이 서쪽하늘로 사라지는 노을처럼 쓸쓸히 우리는 많은 것들과 작별하는 시간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차를 놓친 시간여행자가 되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늙은 딸의 모습도 가슴아프다. 어린아이가 숨바꼭질하며 웃고, 부엌에서는 생선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집으로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서서히 흐려지는 기억만 남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흰머리수가 늘어나는 만큼 떠나는 사람들과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잔소리로 나를 깨우는 부모님도..매를 들어 울릴 아이들도 떠나고 밤을 새워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도.. 어제까지 밥을 나누어 먹었던 이웃들도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이 드물지 않게 들려온다. 연습이 되지 않는 슬픔이 아무렇지도 않을 나이가 되면 그때 나도 세상과 작별하는 것이겠지. 앞서간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밤새 웅크리며 모아두었던 물방울들이 아침햇살에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생인것을.
국민연금계의 이단아 옥택선(2PM의 옥택연과는 절대 피한방울 섞인 사이가 아님)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부모님을 가진 관계로 관리비에 벌벌 떨며 장로만 한 원룸을 전전하고 어쩌다 눈이 맞아 연애를 해도 똑같이 앞날이 심난한 애들만 걸리는, 그리하여 먼 훗날 독거노인이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젊기는 해도 드디어 자신의 재능이 그저 그렇다는 뼈아픈 진실을 깨달은 노처녀 시나리오 작가이다. 재수 없는 년들은 꼭 파마하는 날 비가 온다고...삼년만에 소개팅에 나갔건만 미키마우스매니아 남수필을 만나면서 회오리같은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한창 G-10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이긴 했지만 알수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수필이 그녀와 만난후 급사하고 그녀 역시 남수필이 먹다남긴 토란국을 먹는 바람에 감염되어 방역당국으로부터 쫒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바이러스의 증세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눈이며 코같은 온갖 구멍이란 구멍에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에볼라바이러스도 아니건만 오실오실 오한이 들면서 어지럽고 미친듯이 누군가를 사랑하게되는 희한한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언뜻보면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결국은 죽어가는 심각한 바이러스..후에 옥택선의 이름을 따서 OTS바이러스라고 명명되는 영광의(?)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또한 지나간 시간들이 환각으로 나타난다. 지겹게 싸우기만 했던 첫사랑이나 자식을 버려두고 떠나버린 아버지의 환영까지.. '서울 시내가 시끄럽고 어지러운 이유는 수많은 연인들이 버린 옛 추억들이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129p 그녀는 열에 들뜨고 환각에 시달리면서 잊으려고 버린 기억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과거의 불행들은 결코 그녀가 피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이었다는 것을.. 그건 그녀와 좀더 친해지고 싶어 찾아온 손님이었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대충 돌려 보냈어야 했다는 것을..미련하게 가족인 양 옆에 끼고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바보들은 가끔 그렇게 자신이 불행과 불운에게 꽤 인기가 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152p 남수필이 죽으면서 남겼던 메세지속의 인물 이균과 함께 그녀는 현실인지 진짜인지 구별도 안되는 사랑병을 앓으면서 비로소 늘 자신에게 패배감만 안겨주었던 삶에 대해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희망이 간절한 사람은 때론 희망이 두렵기도 해. 희망밖에는 가질 게 없으니까..그러면 오히려 희망에게 배신당할까 봐 피하게 되지. 짝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숨는 것처럼." -58p 젊다는 것은 희망을 품을 수 있기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청춘..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말이다..그것은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할 수 용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청춘의 길목에서 맞닥뜨리는 사랑의 바이러스..사실 그건 갑자기 나타난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옛날부터 끈질기게 우리 인간사이를 희롱해왔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물론 나타날 것이다. 다만 끈임없이 변종을 하는 바람에 깜빡 속았을 뿐이었다. 그놈에게 잡아먹히느냐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청춘들의 면역력에 달렸을 뿐이다. 택선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온 마지막장에서 나는 '바이러스 가이드'로서의 그녀와 손을..아니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이미 식어버린 삶에 열정의 불을 피어올릴 바이러스에 기꺼이 감염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라도 붙잡고 에펠탑으로 가서 사랑을 속삭이자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OTS바이러스에 감염되도 좋을 청춘은 저 파란 하늘만큼이나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