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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남은 영웅 롬멜 -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카리스마 넘치는 창조적 리더십 ㅣ KODEF 안보총서 37
찰스 메신저 지음, 한상석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르빈 요한네스 오이겐 롬멜(1891. 11.15~1944. 10.14)은 ‘사막의 여우’는 별명이
붙은 영웅이다. 그가 사막에서 전차전과 전격기술에도 뛰어났지만 결정적으로 기만전술에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트럭으로 모래바람을 일으켜 전차가 달리는 것 처럼 꾸미거나
전차 모형을 설치하여 적을 속이는 등 적을 기만하는 방법이 마치 여우처럼 능수능란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전쟁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히틀러’이지만 히틀러가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헛된 망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인물이 바로 ‘롬멜’이기도 하다.
그의 승리가 없었다면 히틀러는 독일의 총통으로 명예로운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롬멜은 그 시절 독일군부의 주류였던 프로이센의 귀족출신 장교도 아니었고 원하던 포병조차
인맥이 없어 보병으로 입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웃사이더 였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군인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태어난 사나이였다.
명령문서를 짧게 작성하고 명령은 분명하게 정의하여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부하들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주는 등 그가 속한 부대의 군인들은 그가 나타나기만 해도
존경의 눈길을 보낼 만큼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춘 장교였다.
그를 발탁한 히틀러였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불운한 군인이기도 하다.
그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롬멜 역시 히틀러에게 개인적으로 충성을 맹세했는데 ‘옳든 그르든 나의 조국’
독일이기 때문에 그가 신화를 창조하려는 나치정권에게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루시에와 떨어져 전쟁에 뛰어든 고독한 군인이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을 보면
고단한 전장터에서 건강을 잃을 정도로 강행군을 하면서도 친구처럼 아내와 소통하고 짧게라도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내입장에서 보면 그는 훌륭한 남편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인생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의 주무대였던 전장의 현장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
고단했을 그의 인생이 느껴져왔다.
부상으로 인해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도 다시 그 현장으로 뛰어들어가는 그의 용기는
오히려 무모함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 찰스 메신저는 롬멜의 전술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탁원한 전술과
용기를 본받아 리더로서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아쉽게도 패전국의 장수이긴 했지만 전쟁의 현장에서 돋보인 전략가로서의 그의 삶은
확실히 우리 인생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상관이 명령하면 토를 달지 않고 복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게 맞지 않거나
네가 이해할 수 없는 명령도...‘-266p
공군보조요원으로 동원될 15살이 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명령할 때마다 그 이유를 설명할
여유가 없다던 대목에서는 상관으로서의 고뇌가 엿보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전쟁에 뛰어 들었다면 적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결정하여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롬멜은 ‘예리한 직관력’을 발휘했다.
특히 적의 결정적인 약점을 감지해내는 그의 능력은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라
운 좋게도 몸에 밴 본능 같은 것이었다.
전장에서의 승리는 먼저 공격하는 편의 것이며 납작 엎드려서 상황을 지켜보는 자는 기껏해야 2등에
그치게 된다는 그의 소신은 수많은 승리를 불러왔고 최연소 육군 원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의 이런 성공을 시샘하는 내부의 적들이 등장한다.
그가 많은 권한을 갖고 많은 부대를 지휘하는 것을 시기했던 세력은 외부의 적들보다 더 비겁했다.
‘한 군대의 종말치고는 얼마나 수치스러운 종말인가!’
이탈리아 군이 무장 해제되고 독일의 포로수용소에 보내졌을 때 했던 롬멜의 말은
결국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말이 되고 말았다.
독일 국민들에게 전쟁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었던 롬멜은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재판을 선택하면 아내와 아들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전쟁의 영웅이 전장의 현장에서 영예로운 죽음을 맞지 못하고 패배자들에 의해 수치스런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전장에서의 총탄보다 인간들의 이기심이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기는 롬멜이 지향했던 군인으로서의 승리가 없다면 패배자일 뿐이다.
후에 일어난 세계대전의 마무리를 보면 전범재판장에 서서 몰락하는 영웅을 보기 보다는
고통없이 택한 죽음이 나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죽지 않고 남아 이렇게 부활했다.
뛰어난 전략가로서 자신들의 군인을 소중하게 여기고 부하들과 똑같은 식사를 하고 진흙에 빠진
차량을 손수 끌어내기 위해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참된 군인으로서의 삶을 존경한다.
비록 전쟁을 일으킨 적국의 장수였지만 비록 비극적인 죽음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그의 전장터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과 다르지 않음으로..그의 여우처럼 능수능란한 전략을 배워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