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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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 수록 미끈하게 생긴 도자기 보다 잘 구운 질그릇이 편안하고

파슬리가 장식된 파스타보다 먹는내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는 뚝배기가 좋다.

질박하고 꾸밈없는 몸테를 숨기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해낼 것 같은 듬직한 뚝배기!

수 천년전 인류 최초의 음식을 담은 그릇이기도 했고 지금껏 불위에서 여전히 자신을

불살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충실한 머슴같은 그 그릇에 담기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고향의 어머니가 끓여주던 토장국속에 따뜻하게 녹아있던 사랑과 희미한 백열등불아래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김치 보시기 그릇옆에 놓인 투박한 청국장속을 휘젓던 가난한 형제들의 모습과,

아직은 일이 무섭지 않았던 한창 젊은 어느날 점심값 누가 내나 눈치볼 걱정없이 우르르 몰려가서

입천정을 데어가며 불어 먹던 순두부의 맛까지 고스란히 담아있는 그런 그릇이 바로 뚝배기이다.

 

한때는 요염하고 미끈한 도기와 금속그릇에 뒷방 늙은이처럼 숨어버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배부르고 등 따뜻해진 요즘....더욱 애틋하고 각별한 동무가 되어 귀하게 대접받는 그릇이 되어버렸다.

 



 

재료: 우동사리 1개, 대하 3마리, 깻잎 1장, 굵은 파 1/4대, 쑥갓, 후추가루

 

그리고...사랑 두 스푼!

 

왠지 뚝배기에는 눈에 보이는 재료보다 마음이 더 많이 담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뚝배기가 비워지는 만큼 배가 불러와도 여전히 식지 않는 뚝배기의 온도처럼

그렇게 내 마음이 식지 않을 것만 같다.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넉넉한 품속에 담기지 못할 음식이 없어 보인다.

 

온갖 면요리에 탕과 찌개는 물론,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뚝배기로 못 할 요리가 없어보인다.

뜨끈한 국물요리가 있는 한식메뉴가 14개, 별미밥 8개, 일품요리 7개.

국수요리 15개, 오리엔탄 퓨전요리 18개, 이탈리언 퓨전요리 18개.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로 너무나 유명한 '더 뒤시'의 요리책이라면 실속으로나 맛으로나

이 요리책을 따라올 책이 없을 것이다.

대를 두고 물려도 싫증없이 사람의 마음을 담는 뚝배기요리..어떠신지.

 

"한 뚝배기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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