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는 배안에서 폭발로 죽을 위기를 넘긴
남자는 해방후에도, 한국전쟁후에도 꺼지지 않는 전쟁의 불꽃으로 어지러웠던
제주를 떠나 미국을 향한다.
로버트는 그렇게 미국인이 되었지만 늘 시선은 조국을 향했었다.
시위가 일어나고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조국은 또 다른 전쟁중이었다.
로버트는 바로잡고 싶었다. 모든 매체를 통해 자신을 불사르면서 바로잡고 싶었다.
고문이 무서워서, 또 다른 전쟁이 두려워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도 없는 가시밭길이 기다리는 것을 알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
완전하게 뿌리를 내렸던가. 아니면 발 하나는 여전히 떠나온 조국에 걸쳐놓았을까.
혼란스러웠을 그들의 이야기가 시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기회가
왔다. 소설로, 영화로, 드라마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몰랐다고, 스치지 말고 들어줘야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그래야 서러웠던 그들의 시간이 치유되지 않겠는가. 아주 조금쯤이라도.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