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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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나 '미나리'같은 미국 이민 한국2,3세들의 이야기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다. 변방의 나라, 정말 과거에는 한국, 코리아라는 나라의 존재존차

몰랐던 사람들이 K-pop에 열광하고 한식에 푹 빠지는 믿을 수 없는 시간을 맞은

것이다.



가난해서, 이념이 달라서 도망치듯 떠났던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리고 이제 2세

3세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이민 2세대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다. 원주민은 이제 거의 다 사라져갔고 거의 이민온 이방인으로

채워진 땅. 그렇게 옮겨간 새로운 정착지에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조국의 역사는 지단했다.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한국전쟁이 그러했으며 두동강난

땅덩어리에 살면서 이념전쟁은 또 어떠했는가.

부추기는 이웃세력들에 의해 두동강이 난 땅도 서러웠고 그 이념전쟁으로 흔들리면서

서로 자신의 이념을 위해 피를 뿌렸던 젊은이들의 희생도 서러웠다.

그래서 성호는 갓 결혼한 아내 인숙을 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자리잡으면 바로 부르겠다는 약속을 하고.




맨몸으로 도착한 미국에서의 생활은 온전했을까. 우체국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인숙에게 시어머니인 후란은 성호에게 애인이 있는거 같다고 부추긴다.

후란에게 성호는 남편이고 하늘이고 자식 이상의 존재였다. 잠시 인숙에게 아들을

빼았겼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인숙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후 후란은

인숙이 동지같다고 생각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는 배안에서 폭발로 죽을 위기를 넘긴

남자는 해방후에도, 한국전쟁후에도 꺼지지 않는 전쟁의 불꽃으로 어지러웠던

제주를 떠나 미국을 향한다.

로버트는 그렇게 미국인이 되었지만 늘 시선은 조국을 향했었다.

시위가 일어나고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조국은 또 다른 전쟁중이었다.

로버트는 바로잡고 싶었다. 모든 매체를 통해 자신을 불사르면서 바로잡고 싶었다.

고문이 무서워서, 또 다른 전쟁이 두려워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도 없는 가시밭길이 기다리는 것을 알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

완전하게 뿌리를 내렸던가. 아니면 발 하나는 여전히 떠나온 조국에 걸쳐놓았을까.

혼란스러웠을 그들의 이야기가 시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기회가

왔다. 소설로, 영화로, 드라마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몰랐다고, 스치지 말고 들어줘야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그래야 서러웠던 그들의 시간이 치유되지 않겠는가. 아주 조금쯤이라도.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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