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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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빼앗긴 땅에서 태어나 살아야 했던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런 땅,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하게 꿈을 이루고 살았을지도

모를 청춘들의 이야기가 가슴시리다.




유독 나라에 대한 애국의 기운이 강했던 진주. 그 땅을 점령하고 약탈과 핍박을 저지르던

헌병대 대장인 스바로. 그의 아들 킨타로는 자신의 조국이 벌인 일들이 부끄러웠다.

일본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보다 차라리 대한인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그런 킨타로에게 왕사탕을 건네던 조선의 소녀.

진주에서 내노라하는 거부의 집에 사는 손녀 인애였다.




부산에서 배사업을 하던 남자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직 하나만 남기고 죽음에 이른다.

자신의 딸인 화녕.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던 딸을 남기고 비참하게 죽었다.

화녕은 자신을 돌보던 유모를 살리는 조건으로 헌병대 대장인 스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화냥년이라 부르고 침을 뱉는다.




인애의 오빠이면서 진주의 거부 남초시의 손자인 인서는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도 모른채

할아버지와 그의 후처인 서씨 부인에게 구박을 받고 자란다. 인서의 부모는 어떤 사연으로

인서의 곁을 떠난 것일까. 인서는 세월이 흘러 광명회를 조직하고 화녕과 후에 이름을 현성으로 고친 킨타로와 함께 노래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다.

모진 고문으로 다리를 잃은 유모를 돌봐야 하는 화녕은 돈을 벌기 위해 기생집에 불려가

노래를 불러주고 가끔 스바로에게도 노래비를 받고 노래를 불러준다.




할아버지가 죽고 남초시댁에 수장된 인서는 자신을 학대한 서씨 부인에게 복수를

하고 남몰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화녕을 좋아하게 된 인서는 그녀를 위해 노래극을

기획하기도 하고 현성과도 각별하게 어울리는데...

이 모든 사실을 알고있는 스바로는 자신이 사랑했던 기생과 그 기생이 낳은 아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빼앗긴 나라의 백성들의 아픔과 일제의 핍박으로 숨져간 사람들과 그 후예들의

아픈 일생이 담긴 소설이다.

첫사랑이 살풋 피어오르는 나이에 이른 인서, 화녕, 현성과 인예의 풋사과같은

마음들이 아름답지만 또한 그로인해 달아오르는 질투와 복수가 아프게 그려졌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완성될 것인가. 아니면 꽃으로만 남을 것인가.

화녕이가 부르는 그 시절 노래와 노랫말이 가슴 깊이 들어왔다.

아마도 작가는 그 시절 노래를 찾으러 고생꽤나 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소설이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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