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병조림 - 밑반찬부터 술안주, 디저트까지 365일 두고 먹는 맛있는 저장식
고테라 미야 지음, 박문희 옮김 / 스타일조선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가정의 주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저장음식이나 밑반찬들을 야무지게 해놓았는지를 보면 주부지수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최하위의 주부일 것이다.

저자처럼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부 백단이 담은 짱아찌나

밑반찬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레시피대로 만든 레몬 생강 콩피-

 

시골로 내려와 가장 좋았던 것은 텃밭가꾸기였다. 유기농야채를 기르고 먹으면서 느끼는

포만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확이 많으면 처치가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팔려고 기른 것도 아니니 갈무리 해둘 것은 해두고 나머지는 짱아찌같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요리를 하는 것인데 살림젬병인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지금도 텃밭에는 고추가 한창이다. 다음 달 즈음이면 끝물이 될테고 고추와 고춧잎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마법처럼 짠~ 좋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일본에서도 고춧잎을 이용한 반찬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조리듯이 바짝 볶기만 하면 된다니 만드는 법도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마늘 된장'만 있으면 미소라멘을 뚝딱 만들 수 있다니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다.

냄비에 식용유와 다진 마늘을 넣고 약한 불에서 볶다가 잘게 다진 생강을 넣어주고

설탕과 청주를 넣은 미소된장을 넣어 볶아주면 완성이다.

이 마늘된장에 다시국물을 넣고 삶아놓은 중화면을 넣으면 바로 미소라멘이 된다.

식용유를 두르고 볶은 삼겹살과 숙주, 부추를 추가하면 원조 미소라멘이 된다니

면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병조림이다.

 

 

토마토가 마치 나무처럼 자라 수백개가 달려있는 방울토마토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병조림도 있다. 하긴 토마토는 생토마토보다 불에 데치거나 볶은 것이 영양이 더 좋다고 한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일본식 병조림요리가 많다.

하지만 각종 과일로 만든 잼이나 드레싱, 소스도 나와있다. 사실 이런 잼이나 드레싱 두 서너개만

해놓아도 색다른 요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거기다 천연 조미료까지 있어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마법의 웰빙북이다.

오늘 저녁은 텃밭에 토마토와 두부 한 모를 가지고 토마토 마파두부나 만들까보다.

당분간 레시피걱정은 덜어주는 앙징맞은 책으로 병조림을 시작해야겠다.

마법의 레시피대로 만든 '레몬 생강 콩피'로 마지막더위를 날려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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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는 부부가 위험하다 -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
박혜윤.김선우 지음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가 상당히 도전적이다. 권투 글로브라니.

이쯤되면 격투기가 연상된다.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이라는데..

유쾌하기도 하지만 살벌하기도 한 기록이다.

 

 

같은 직장에서 알게된 선후배 남녀는 여자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결혼에 성공했다.

뭐 꼭 남자가 대쉬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만년 전쯤의 화성에서 온 남자는 예의범절이 깍듯한 집안의 장손으로 도덕을 기둥삼아

곁눈질 없이 모범생으로 살아온, 솔직하게 표현하면 조금 쫌스러워 보이는 사람이다.

미래의 금성에서 왔을법한 여자는 좋게 말하면 자유분망하고 자기 표현이 적극적인

다혈질의 사람으로 홀로 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싶을만큼 위협적인 구석이 많아 보인다.

 

 

우선 단락마다 나오는 그림이 장난이 아니다. 딱 격투기의 모습인데 거의 금성여자가 화성남자를

압도하는 그림이다. 짐작컨대 이 남자 여자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 결혼하기전까지의 사랑은 환상이며 무지개이고 달콤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코리코리 냄새나는 양말과 속옷같은 빨래가 기다리고 산더미같이 쌓인 설겆이와

자기가 벌어온 돈을 눈치보며 써야하는 부자유스럽고 분잡스러운 현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면, 그 때부터 주도권 싸움을 비롯한 투쟁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처럼 바람앞에 등불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부부의 투쟁기를 들어보자.

돈 잘쓰는 남자와 돈 못쓰는 여자의 만남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째 연애할 때도 조짐이 보였을텐데 말이다.

손때묻은 애장품을 줄줄이 끼고 사는 남자와 무조건 버리고 보는 여자는 또 어떻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여자가 숟가락으로 떠먹여줘야 알아먹는 남자를 이해하는데 10여년이 걸렸다.

부부 싸움중에 싸움터를 떠나도 아웃!, 11시에 전화하지 않고 늦으면 아웃!, 사과는 무조건 남자가

해야한다는 여자를 받아들이는데 남자는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심지가 없다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물론 남자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할 이 남자는

지고 사니까 너무 편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여자는 호기롭게 남편을 양육(?)하는데 전략이 필요하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지각을 하든 말든 한 번 깨워 안일어나면 놔두고, 지저분한 집안 꼴도 놔두란다.

지각을 해봐야 다시 늦잠을 안 잘테고 더러운 집도 그 꼴 못보는 깔끔한 사람이 알아서 청소를 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10년을 싸웠더니 나는 조금 다른 그 무엇을 느낀다. 포기하지 않고 싸움 상대가

되어준다는 건 정말로 특별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099p

 

그러니까 정말로 사랑하면 싸우라는 소리다. 하긴 싸움보다 무관심이 더 위험하다고 하니.

자기식으로 생각하고 조종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하던 여자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무릎을 꿇은

남자를 본 후에야 존경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남자들이여 존경 받으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무릎을 꿇을지어다.

아이도 남편도 키우기 나름이라는 여자의 말을 듣다보면 속이 시원한 차원을 넘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니 이래도 남자가 용서한다 말이지.

좋은 남편 만났길래 망정이지 이 여자 싸움만 하면 먼저 이혼하자고 외치다가 정말 이혼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남자같은 여자의 대담함은 소심하고 착한 남편을 이긴 듯했지만 결국 몸에 돋았던 가시는 무뎌지고

둘만의 공통점을 찾아나갔던 부부의 승리인셈이다.

첫 딸을 목욕시키는 장면에서 아내가 묻는다.

"목욕을 다하면 뭐가 필요할까?"

어벙벙한 남편은 "그러게...뭐가 필요할까?"

"수건! 수건이 필요할 거 아냐!"

나는 배를 잡고 넘어가는 줄 알았다. 이 한장면에서 부부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냥 콕 짚어서 얘기해주자. 떠보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그게 남자의 한계라는 것을 인정하면

사는게 편하다. 남편씨, 그대의 인내심과 배려와 포기에 박수를 보낼 뿐이요.

그나저나 남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열좀 받을텐데...그래도 싸웁시다. 싸워야 잘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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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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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 더위를 식혀줄 문학장르로는 역시 미스터리나 스릴러가 최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여름에 더 그리운 것은 바로 그가 이 계통 최고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치밀하고 무거웠다면 특이한 제목을 지닌 '비정근'은 대나무를 얼기 설기 엮은

죽부인같은 작품이랄까. 바람도 시원하게 통하고 많이 심각하지 않은데다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를

먹은 느낌이다.

 

 

주인공 '나'는 천성적으로 일하기를 싫어하고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은 미스터리작가가 꿈인 기간제 교사이다.

6편에 등장하는 비정근교사, 즉 기간제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절대 몰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큰둥한 교사이다.

어차피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람처럼 떠나야 할 사이인데 괜히 정만 들면 곤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은 사건해결에는 그만인 모양이다.

 

6X3이라는 아주 희한한 메시지를 남기고 죽은 여교사 사건은 어느 정도 한자를 이해해야

할 내용이지만 초등학생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봤다는 것이 해학적이다.

살인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심각하다는 느낌보다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술래잡기같은 느낌이다.

 

1/64는 분명 무엇인가를 나누는 것일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예상대로 배분율과 상관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것들의 맹랑함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녀석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세상이

있으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을 흉내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X5+5+1이라니..난 정말 수학이 싫다 아니 산수이던가?

암튼 정교사의 죽음으로 대신 비집고 들어간 이번 학급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이기심과 소통부재의

심각성을 잘 그려놓았다. 신출내기 교사가 아이들과 잘 지내고 싶었던 노력이 아이들의 맹랑함으로

비극이 되어 버렸다. 사실 요즘 학교가 다 이모양이다. 아니 학창시절 교사를 아주 싫어했다는 것을

보며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삐딱한 교사나 학생은 있었나보다.

어디 무서워서 교사노릇 해먹겠나 싶은 안타까운 작품이다.

 

수학여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자살을 하겠다니...이건 좀 너무 심한 협박아닌가?

분명 수학여행을 싫어하는 아이가 보낸 편지일텐데...

사실 수학여행보다는 운동회가 싫어했던 아이가 범인임이 밝혀지긴 하지만 도대체 어린 것들이..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호불호가는 게 있는 법이야.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좋아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주 많지만 싫어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거야.' -152P

 

'아래를 봐. 사람들이 우글우글하지?(중략)너희들도 저 아래로 가면 저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런 작은 존재인 한 인간의 다리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배에 흉터가 있거나 말거나, 세상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일이라고....그런데 혼자서 끙끙대며 고민하는 거,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희들은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것들을 생각하란 말이야. 어떤 일이건 도망치면 안돼. 도망쳐서

해결되는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186P

 

무심한 듯 삐뚜름한 비정근 교사이지만 진정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물론 작가의 말이기도 하고.

비정하고 더러운 세상에 던지는 작가의 돌직구가 내 마음에도 와서 박힌다.

가벼운 작품들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발랄함으로 마음이 밝아지는 작품이다.

아직 더위가 물러가려면 한달 이상이 남았다고 한다. 마지막 더위를 이 책으로 이겨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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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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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가 곧 욕망의 역사입니다.' 작가의 후기에 쓴 이 글에 공감 한 표! 

다만 칼의 양날처럼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비극과 희극을 오갈 뿐.

 

모든 것을 다 가질 뻔한 남자가 있다. 아니 있었다.

미디어의 시대인 만큼 잘 생기고 똑똑하고 유쾌한 아나운서로 대중을 사로잡은 한석호는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잘나가는 남자였다.

가난했던 부모는 잘 사는 사장집에서 머슴살이와 다름없는 자가용 기사로, 식모살이로

그를 키웠다. 중 3때 사장의 동생이 엄마를 덮치는 장면을 본 후 그는 세상을 향해 이를 갈았다.

고소대신 합의금을 받아 만둣집을 차린 부모를 증오했다.

수치스런 과거를 덮기 위해 그는 성공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180cm가 넘는 키에 근육질의 몸을 키운 것도 성공으로 가기 위한 좋은 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누구나 깜빡 넘어가게 만드는 말솜씨로 그가 섭렵한 여자들은 단지 그의 욕망의 재물일 뿐이었다.

1년이 넘게 만난 여자는 없었다. 지금의 아내인 미선이 방송국 회장의 딸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연이는 석호를 사랑했고 모든 걸 걸었지만 신분상승의 열쇠였던 친구 미선이를 석호가

선택함으로써 버려진다. 연이는 그를 잊기위해 일본으로 떠나봤지만 결국 다시 그의 언저리로 돌아온다.

사랑이란 그렇더라. 모든 것을 걸고 덤빌 수도 있을만큼 치명적이고 버려져도 포기하지 못하는 치졸함을

포함하는 어떤 것. 하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할 수밖에 없는 이카루스의 날개와도 같은 것.

그래서 사랑과 욕망은 닮았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신감 넘치는 출근길에서 느닷없이 끼어든 어느 남자만 없었다면

기가 막힌 인생 스케줄이었는데...인생이란게 그렇지 걸림돌은 어디서나 있는 법이거든.

그 남자, 조태웅은 그렇게 잘 나가는 석호의 인생에 끼어든다. 잔인하게.

그에게는 석호의 모든 것이 쥐어져 있었다. 심지어 아내외의 여자와 나눈 섹스까지도.

'지금 네곁에 3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지? 일주일안에 세 여자중 한 명을 죽인다면 너의 죄를 사하노라.'

배후는 누구일까? 이렇게 철저하게 석호를 알고 있을만큼 가까운 누군가가 배후일텐데..

미친 조태웅을 없애기 위해 고용한 흥신소 사장도 소용없고 이제 구입한 권총으로 직접 그를 죽여야 하는 석호.

 

안타깝게 석호를 사랑하고 그의 곁에서 맴돌던 연이는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하려 한 것일까.

그런 그녀만을 바라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증명하려 했던 연이의 남편 재우의 사랑으로 모든 것은

막을 내린다. 고요하게. 다섯 개의 강을 건너 그렇게 조용하게 사라져 간다.

 

 

석호가 두려워했던 죽음은 반드시 심장이 멎고 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때, 자신이 속한 대륙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리는 것.

그렇게 모든 것으로부터 잊혀지는 것.

그렇다면 과연 그의 마지막은 그가 두려워했던 '죽음'보다 행복했을지 묻고 싶다.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늘 불행을 통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로부터 행복을 건져내고 늦게서야 후회한다.

석호가 간절히 바라던 신분상승은 그의 자유분망한 스캔들로 인해 막을 내리고 걸리적 거리던

여자의 죽음이 그를 파멸로 이끈다.

 

전체적인 스토리로 보면 작가의 말처럼 시뻘건 육회 한 접시를 내놓은 주방장의 심정이라는 말이

딱인 작품이다. 입맛이 다셔지면서 오감이 달아오르는 짜릿한 그런 쾌감 같은 것 말이다.

난 늘 그의 이런 솔직함이 좋다. 그리고 직구를 던지든 커브를 던지든 언제든지 받아 낼 자신이

있다는 듯 넉넉히 자리잡은 포수의 포스같은 그의 자리잡음이 늘 좋다.

전작인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처럼 감동스럽지도, '카시오페아 공주'처럼 몽환적이지도 않은

이런 돌직구 작품도 참 좋다.

 

어느새 열일곱번째 작품이라니. '싱크홀'같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버릴 것같은 아찔함이

느껴지는 다음 작품 기대해도 좋을라나.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그의 재능,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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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그린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
케르스틴 기어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라.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런던의 성 레녹스학교에 다니는 열 여섯의 그웬돌린은 시간여행자의 피를 물려받은

소녀다. 이종사촌인 샬럿이 물려 받을 수도 있었던 특별한 혈통을 물려받은 그웬돌린은

하루에 한 번 반드시 시간여행을 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시간여행자들은 크로노그래프라는 일종의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대를 이어 '시간여행자'가 되는 사람은 열 두명이다.

이 시간여행자들의 목적은 열 두명의 피를 얻은 최후의 날 인류를 질병으로 부터 구원할 수

있다는 예언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예언은 시간여행자들을 지키는 파수꾼들의 제왕 생제르맹백작의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같은 시간여행자인 기디언을 사랑하게 된 그웬돌린은 기디언을 냉정함에 상처를 받고 그를

잊고자 하지만 그를 향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자신에게 올 수도 있었던 시간여행자의 운명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샬럿과 그의 엄마 글렌다이모의

질투로 그웬돌린은 곤란에 빠지고 한 때 파수꾼 그룹의 마스터였던 외할아버지의 가방을 발견하고

한 대 인줄만 알았던 크로노그래프를 보게 된다.

과거를 오갈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가 한 대 더 있다는 것은 '시간여행자'들의 최후의 목적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기에 샬럿을 비롯한 파수꾼들의 표적이 되어 그웬돌린은 몰래 크로노그래프를 숨긴다.

자유롭게 과거를 오가게 된 그웬돌린은 이미 돌아가긴 외할버지를 만나고 생제르맹백작의 음모를 추적한다.

 

기디언과의 과거여행에서 그웬돌린은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결국 사촌일줄만 알았던 루시와 폴을 만난다.

그동안 자신을 멀리한다고 생각했던 기디언은 사실 생제르맹백작을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비밀을 캐기위해 일부러 그웬돌린과 거리를 두었다는 것도 알게된다.

 

불사(不死)의 비밀을 캐기위한 '시간여행자'들의 활약과 한창 사랑을 시작할 풋풋한 십대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령을 볼 수있는 능력을 가진 그웬돌린의 유령친구 제메리우스의 돌직구 발언도 유쾌하다.

원래 제임스의 집터였던 성 레녹스학교에 나타나곤 했던 제임스 유령은 오래전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었다. 그웬돌린은 시간여행중에 기디언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제임스에게

백신을 투여한다. 과연 과거여행중에 미래에 죽을 사람을 위해 예방을 한다면 미래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이 책에서 제임스는 죽을 운명을 극복하고 멋진 여성과 결혼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시간여행자들의 어떤 행동들은 미래의 역사를 암흑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미 불사의 기적을 쟁취한 생제르맹백작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기디언과 그웬돌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은 압권이다.

 

'시간여행자'가 된다면 나는 어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웬돌린의 특별한 핏줄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 조금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들은 '타임머신'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살아보지 못한 어떤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어떤 것'에 대한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할머니나 부모님을 만난다면 엄청 당황스럽긴 하겠다.

오랫만에 달콤한 첫사랑과 과거를 넘다드는 상상에 빠져 더위를 잊게해준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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