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는 부부가 위험하다 -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
박혜윤.김선우 지음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가 상당히 도전적이다. 권투 글로브라니.

이쯤되면 격투기가 연상된다.  10년차 부부의 생생하고 유쾌한 싸움의 기록이라는데..

유쾌하기도 하지만 살벌하기도 한 기록이다.

 

 

같은 직장에서 알게된 선후배 남녀는 여자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결혼에 성공했다.

뭐 꼭 남자가 대쉬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만년 전쯤의 화성에서 온 남자는 예의범절이 깍듯한 집안의 장손으로 도덕을 기둥삼아

곁눈질 없이 모범생으로 살아온, 솔직하게 표현하면 조금 쫌스러워 보이는 사람이다.

미래의 금성에서 왔을법한 여자는 좋게 말하면 자유분망하고 자기 표현이 적극적인

다혈질의 사람으로 홀로 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싶을만큼 위협적인 구석이 많아 보인다.

 

 

우선 단락마다 나오는 그림이 장난이 아니다. 딱 격투기의 모습인데 거의 금성여자가 화성남자를

압도하는 그림이다. 짐작컨대 이 남자 여자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 결혼하기전까지의 사랑은 환상이며 무지개이고 달콤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코리코리 냄새나는 양말과 속옷같은 빨래가 기다리고 산더미같이 쌓인 설겆이와

자기가 벌어온 돈을 눈치보며 써야하는 부자유스럽고 분잡스러운 현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면, 그 때부터 주도권 싸움을 비롯한 투쟁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처럼 바람앞에 등불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부부의 투쟁기를 들어보자.

돈 잘쓰는 남자와 돈 못쓰는 여자의 만남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째 연애할 때도 조짐이 보였을텐데 말이다.

손때묻은 애장품을 줄줄이 끼고 사는 남자와 무조건 버리고 보는 여자는 또 어떻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여자가 숟가락으로 떠먹여줘야 알아먹는 남자를 이해하는데 10여년이 걸렸다.

부부 싸움중에 싸움터를 떠나도 아웃!, 11시에 전화하지 않고 늦으면 아웃!, 사과는 무조건 남자가

해야한다는 여자를 받아들이는데 남자는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심지가 없다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물론 남자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할 이 남자는

지고 사니까 너무 편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여자는 호기롭게 남편을 양육(?)하는데 전략이 필요하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지각을 하든 말든 한 번 깨워 안일어나면 놔두고, 지저분한 집안 꼴도 놔두란다.

지각을 해봐야 다시 늦잠을 안 잘테고 더러운 집도 그 꼴 못보는 깔끔한 사람이 알아서 청소를 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10년을 싸웠더니 나는 조금 다른 그 무엇을 느낀다. 포기하지 않고 싸움 상대가

되어준다는 건 정말로 특별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099p

 

그러니까 정말로 사랑하면 싸우라는 소리다. 하긴 싸움보다 무관심이 더 위험하다고 하니.

자기식으로 생각하고 조종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하던 여자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무릎을 꿇은

남자를 본 후에야 존경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남자들이여 존경 받으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무릎을 꿇을지어다.

아이도 남편도 키우기 나름이라는 여자의 말을 듣다보면 속이 시원한 차원을 넘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니 이래도 남자가 용서한다 말이지.

좋은 남편 만났길래 망정이지 이 여자 싸움만 하면 먼저 이혼하자고 외치다가 정말 이혼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남자같은 여자의 대담함은 소심하고 착한 남편을 이긴 듯했지만 결국 몸에 돋았던 가시는 무뎌지고

둘만의 공통점을 찾아나갔던 부부의 승리인셈이다.

첫 딸을 목욕시키는 장면에서 아내가 묻는다.

"목욕을 다하면 뭐가 필요할까?"

어벙벙한 남편은 "그러게...뭐가 필요할까?"

"수건! 수건이 필요할 거 아냐!"

나는 배를 잡고 넘어가는 줄 알았다. 이 한장면에서 부부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냥 콕 짚어서 얘기해주자. 떠보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그게 남자의 한계라는 것을 인정하면

사는게 편하다. 남편씨, 그대의 인내심과 배려와 포기에 박수를 보낼 뿐이요.

그나저나 남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열좀 받을텐데...그래도 싸웁시다. 싸워야 잘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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