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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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응답하라1988에 나온 덕선이와 아버지의 대화가 가슴에 따뜻함을 준다.

장녀인 언니와 막내인 남동생사이에 치여 늘 찬밥신세라고 생각하는 덕선에게 아버지인 성동일이 케잌을 건네며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어서 그래, 그러니 좀 봐줘' 그제서야 덕선은 눈물을 쏟아내며 그동안의 서러움을 씻어낸다. 저자는 이 장면을 잘도 골라냈다.


저자는 그런 걸, 우리가 보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걸, 알지만 모른 척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잘 보라고, 그리고 품고 귀하게 생각하라고 다독인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좋다.

글을 써서 밥을 번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책의 말미쪽에 출판사 상황이나 쏟아져 나오는 책을 얘기하며 풀어놓았다. 하필 그런 치열한 현장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하는 작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까...그렇지만 오래전 누군가 그랬듯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에 쓴다고

했다.


사이 사이 발췌한 글이나 가사를 보면 유독 골라내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창비, 2022에서 골라낸 칠갑산의 노랫말이 이렇게 서러운 노래였던가.

좀 슬픈 가사라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좋아하는 노래지만 부를 수 없다는 은교라는 사람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게 글의 힘이지. 노래의 힘이지.


서른 중반쯤에 부모님 두 분을 먼저 떠나보낸 저자에게는 그 자리가 얼마나 휑하고 그리울까.

해주지 못한 말들, 미리 알아두었더라면 좋았을 꽈리고추 멸치볶음 레시피..그래서 엄마가 남긴 메일을 프린트해서 만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다. 나도 그럴까? 내 딸도 그럴까?


저자가 자주 꺼내는 드라마 '폭삭속았수다'나 '미지의 서울'에 이런 대사들이 있었나?

역시 방송작가의 눈과 귀는 다르구나 싶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지고 좌절하고 숨고 싶은 날들이 있다. 미지의 할머니가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가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살려고 숨은거야. 암만 모양 빠지고 추잡해 보여도 살려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거야."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 누군가 저렇게 도망가고 숨고 싶었던 순간 이런 얘기를 해주었더라면 나쁜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아 이런 글들이 말들이 그들에게 닿았다면...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그립고 아빠가 식지 않게 가슴에 품고 오던 치킨이 그립고 그렇게 그리움과 함께 하면서 아이와 나누는 일상의 말들도 너무 예쁘고 부러웠다.

엄마를 닮은게지. 고운 마음도 말도, 글도. 그래서 부러웠다. 그런 엄마여서 감사했다.

나도 내 아이가 그렇게 기억해주고 사랑해주고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 책은 내 교과서가 될 것 같다.

고운 저자가 이미 닿은 곳, 가고 있는 곳, 언제가 닿을 그 곳을 따라 나도 닿으려고 시작해볼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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