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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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잃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그 안에서 발견되는 미스터리의 힘!

적절한 위트와 진지한 물음 모두를 아우르는 확신의 페이지터너!

 

 

 

  통상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은 살인사건’, ‘살인동기와 알리바이’, ‘헛갈리는 용의자들’, ‘뜻밖의 반전’ 등의 지배를 받는 장르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하지만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플롯과 다양한 변주를 향한 시도는 늘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그런 의미에서 송시우의 미스터리 소설집 선녀를 위한 변론은 익숙한 전래동화를 법정 미스터리로 재탄생시킴으로써 발상을 전환시킨 데에 대한 탁월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목소리를 잃은 인어와 날개옷을 빼앗긴 선녀가 현대적 사법 체계 속에서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목소리를 획득할 수 있다면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중요한 것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대상화되고 무력했던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미스터리 본연의 힘까지 야심차게 밀고 간다는 점에서 송시우의 작품들은 매우 특별하다.

 

 

 

법정과 일상범죄를 부추기는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은 왕자와 나무꾼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유사 설정을 통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인어공주인 에일은 주변 인물들 중 왕자를 죽일 가장 절박한 동기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유력한 살인범으로 체포된다왕자를 구한 것으로 알려진 카스 공주와 왕자가 결혼하게 되면마녀의 마법에 의해 에일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에일은 자신에게 쏠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마녀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판사는 인간이 되는 조건으로 마녀가 에일의 신체를 훼손한 정도가 너무 가혹하여 사회질서에 반하고맥스 왕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희생을 감수해도 괜찮다는 식의 분별없는 생각에 빠진 어린 인어의 궁박과 경솔무경험을 이용하여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며 이 계약을 무효라 선고하고덕분에 에일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다이렇게 목소리를 되찾은 에일은 왕자와 본인카스 공주 사이에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밝히고이로 인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면 뒤집어지며 살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입장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다과연 에일은 자신의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한편고리아 왕국이라 불리는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에서도 사법 체계에 격변이 일어난다이때 사법 시스템과 과학수사의 첫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나무꾼 살인 사건이다피해자 이쇠돌은 식구들과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경부터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었는데오후 4시경 산보하러 방 밖으로 나온 이쇠돌의 친모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경찰은 평소 남편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던 선녀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발표했고이에 심순애 변호사가 나서 선녀에 대한 유죄 판결을 규탄하고 선녀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앞서 인어의 소송에서 인어 에일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돌려주었듯 선녀를 위한 변론」 역시인간 세계에 아무런 인맥도 자원도 없었던 선녀가 이쇠돌이 강요하는 삶 이외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이쇠돌의 아내로 살며 홀어머니를 부양하고 자식들을 낳았던 처지를 변론하며그간 동화 속에서 묵인되었던 선녀에게 새로운 목소리를 부여한다그런 가운데 선녀에게 쏠린 혐의를 하나씩 무너뜨리며 명쾌한 논리로 허술한 사법 체계를 파고드는 심순애 변호사의 활약 또한 흥미를 더한다.

 

 

 




 

 

 

 

가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눈앞에서 없어지길 원했던 거군요.” / 110p

 

 

 

  이 외에도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모서리의 메리알렉산드리아의 겨울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혼자 사는 여성이나 소외된 자들을 노린 범죄비상식적인 범죄를 부추기는 커뮤니티의 양산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감수성 결여가 낳은 사회적 문제 등에 공감하며 현실 감각과 미스터리를 유연하게 아우른다특히특정한 세계관이 설정되고 각자 자기를 대변하는 아바타라 할 수 있는 자기 캐릭터들이 참여하여 하루에도 수천수만 건의 잔혹한 살인과 고문사체 유기학대능욕이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티의 실상을 드러낸 작품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쎄 보이니까요.”

김윤주가 말했다.

쎄 보여그런 게?”

관종이니까.”

김윤주가 뻐기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존나 금지된 게 나에겐 아니라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거지개쩔잖아보통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지랄펄쩍 놀라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걸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거지.” /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중에서 215p

 

 

김윤주는 촉법소년 연령을 잘못 알고 있었다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고 보호처분에만 처할 수 있는 촉법소년의 범위는 만 14세까지인데김윤주는 미성년자가 곧 촉법소년인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상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다.

죽여도 처벌받지 않을 테니까! /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중에서 221p

 

 

그거 알아요형사님아무리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면정말 별짓을 다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쎄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돼요.”

음산한 목소리였다.

그럼 내가 좀 행복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중에서 237p

 

 

 



 

 

 

 

  아마도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인물들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쉽게 진범이나 사건의 정황을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 점이 얼마간 아쉬울 수 있겠으나하드코어나 잔혹한 설정으로 일관된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담백한 맛의 미스터리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듯하다송지우 작가의 차기작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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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가토 겐 지음, 양지윤 옮김 / 필름(Feelm)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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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거랍니다!

따뜻한 언어와 신비한 이야기로 마음을 울리는 힐링 판타지!

 

 

 

  여기아주 특별한 택시가 있다택시 기사인 기무라는 유령을 볼 줄 아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종종 유령이 그의 택시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택시는 이들의 안타깝고슬프고쓸쓸하며때로는 유머러스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사연을 싣고 오늘도 달린다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왜 이들은 택시에 오르는 걸까그 사연이 궁금하다면 유령을 태우는 택시에 올라타 보자.

 

 

 

오늘도 저희 로터스 교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기사 기무라입니다.

목적지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아무쪼록 편히 모시겠습니다. / 9p

 

 

 

미스터리와 감동의 판타지로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김재진 시인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란 기쁨과 아픔이 절반씩 몸을 섞는 일이라 했다다만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 속의 특별한 손님들은 생의 끈을 쉽게 놓을 수 없을 만큼 절반의 아픔이 사무치도록 깊었던 탓에 아직도 돌아갈 곳을가야만 하는 곳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유령을 보는 눈을 가진 기무라는비록 어수룩하고 소심한 구석은 있지만 특유의 선한 마음으로 자신의 특별한 손님들의 내밀한 사연에 마음을 기울인다.

 

 

 



 

 

 

 

  자신의 주인을 죽인 음주운전 뺑소니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분해야 했던 고양이 손님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괴로워했던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고픈 어린이 손님원망과 미움만이 가득하다 못해 유령이 되어서도 서로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부 손님 등에 이르기까지이들은 로터스 택시를 타고기무라에게 자신의 애끓는 회한과 미련비통함죄책감에 얽힌 사연들을 토로하면서 어느 새 응어리진 마음들을 위로받는다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으로부터 마음을 회복하고사무치는 원한의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역시 내 곁에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들과 나누었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언제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릴지 몰라요해야 할 일은 당장 시작해야 해요.” / 38p

 

 

그걸로 충분해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하루하루 기억을 쌓으면서 과거를 덮어나가는 거야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잊진 못할 거야.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잊어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아프고 괴롭기만 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니까추억은 옅어지다가 결국 너그러워지지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 140p

 

 

미움받는 남자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해어제랑 똑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식이지그 어제까지가 문제인 거야해답은 전부 어제까지의 행동에 담겨 있었어. ‘어제까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오늘이라면그걸로 끝인 거야. / 198p

 

 

 



 

 

 

 

  기묘한 힐링 판타지 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는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재바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전하는 따뜻한 소설이다전작 여기는 커스터드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를 읽어보진 못했지만작가 가토 겐은 어긋나있던 마음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보드라운 언어와 다정한 정서로 전달하는 힘이 남다른 듯하다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당신이 무사히 돌아와 웃어주는 것.

제게는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에요.

 

오늘도 저희 로터스 교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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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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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변화해갈 때,

나는 마침내 새로운 우주를 얻게 되었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내가 열일곱 살이고네가 열여섯 살이었던 그 여름너는 나에게 8m 남짓의 견고한 어느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냇버들이 늘어진 아름다운 모래톱이 있고외뿔 달린 과묵한 짐승들이 곳곳에 있는 도시의 사람들은 오래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간소하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하나뿐인 출입구에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고벽은 견고해서특별한 자격이 있지 않다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으며 따라서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도 없는 그곳에서 너는 오래된 꿈을 보관하고 지키는 일을 한다고 했다진짜인 네가.

 

 

 

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어느 특별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아니그 도시에 가면 진짜 너를 만날 수 있을까물론 그곳은 둘이 함께 만들어간상상 속의 특별한 비밀 세계에 불과하겠지만그동안 가 들려주었던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묵묵히 기록하며 진짜 너를 만날 수 있는 날만을 상상해왔던 는 어찌된 일인지 정말로마침내 그 도시에 입성하게 된다대체 이 도시의 정체는 무엇일까. ‘는 를 만날 수 있을까.

 

 

 

난 머리맡에 공책과 연필을 챙겨두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지난밤 꿈을 기록해시간에 쫓겨 바쁠 때도 마찬가지야특히 생생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깼을 땐 아무리 졸려도 그 자리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줘그것들이 중요한 꿈일 때가 많고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거든.” / 42p

 

 

가끔 내가 무언가의누군가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너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 “여기 있는 나한테는 실체 같은 게 없고내 실체는 다른 어딘가에 있어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언뜻 나처럼 보여도 실은 바닥이나 벽에 비친 그림자일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어.” / 111p

 

 

 




 

 

 

 

  김연수 작가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이 우주는 조금이라고 바뀔 수 있다고 했다마찬가지로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과 를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로 인해 벽을 둘러싼 가상의 도시아니 실제할 지도 모를 세계 속으로 이행된 이제껏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는 자신의 그림자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를 찾기 위한 이유의 세계가 의 존재를 이해하는 세계로 변화해갈 때나는 마침내 새로운 우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경계를 넘어나를 쪼개고 부단히 이행함으로써 다른 나와 만나는 것은 라는 존재의 가장자리를 끊임없이 늘리는 일이다. ‘이쪽과 저쪽’ 사이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동안 는 어느 누구와도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이라는 것을 감각하게 된다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어쩌면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중요한 것은 그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든 그 자체로 라는 것그 어디에 있든 나를 받아주고온전히무조건적으로 받아줄 사람이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믿는 데 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하루키의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곳은 다름 아닌잃어버린 마음을 받아들이는 특별한 장소여야 합니다.”

가끔 저 자신을 알 수 없어집니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혹은 잃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이 인생을 저 자신으로저의 본체로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나 자신이 그저 그림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그런 때면 제가 그저 나 자신의 겉모습만 흉내내서교묘하게 나인 척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본체와 그림자란 원래 표리일체입니다.” 고야스 씨가 나지막히 말했다.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걱정하실 것 없습니다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당신 자신이니까요.” / 452p

 

 

 




 

 

 

 

  “당신의 생년월일을 알려주시겠어요?”

  이 책을 읽고 소년의 질문을 따라 내가 태어난 날은 무슨 요일일까를 검색해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아쉽게도(?) 나는 금요일이었다수요일이신 분들은…… ……그냥 여기서 생략하겠다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그럼에도 첫째로는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란 글귀를 쓸 수 있는 이 작가의 글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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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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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라서 착취당했고힘을 가지면 마녀라 낙인찍히거나 그 배후를 의심받았던 여성들!

자신들의 역사가 축소되고폄하되어 왜곡되는 동안에도 낙관하려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세 명의 부인 용의자한 명의 미남자 학구파 교수를 죽이다!!!’

  때는 1948년 5조선이 해방한 후 첫 선거가 있던 해다종로경찰서의 검안의이자, ‘세 개의 달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여성 탐정으로 활동하던 연가성은 경찰서로 들어가기 직전에 받은 호외지를 심란한 마음으로 훑는다때마침 미군정 조사관 이든이 종로경찰서를 방문하고그는 호외지 속의 죽은 교수를 죽인 진범이 미군임을 미리 밝힌다다만 살해범이 미군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미군정과 남조선의 관계와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세간에 떠도는 세 명의 용의자즉 사건 당일 윤박 교수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세 명의 여성을 대신 용의선상에 올려 사건을 조작하려 한다이대로라면 무고한 여인이 희생될지도 모른다연가성는 친구인 문화부 기자인 권운서와 함께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불온한 여성 서사로부터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여성들

 

 

 

  소설 마고는 극 초반부터 눈길을 끄는 포인트가 상당히 많은 작품이다이동기의 표지화 모던 보이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소설의 배경이 되는 1948년은 기존의 조선과 일제의 잔재그리고 새롭게 들여온 미국의 문화와 정치가 이질적으로 한 데 뒤섞인 미군정기(남한단독정부가 수립되기까지 미군이 3년간 실시한 군사통치시기시절이었다식민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저마다 상이한 의지와 인식이 충돌하여 벌어진 괴리들로 인해 극도의 혼란이 야기되던 때였다이 무렵 미군정은 여성들의 권리를 적극 지지한다며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지만여성의 인권이 적극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없어보였다여전히 여성들은 약자라서 착취당했고힘을 가지면 마녀라 낙인찍히거나 그 배후를 의심받았다.

 

 

 




 

 

 

 

  작가 한정현은 이러한 시대적 특수성 안에서 흥미로운 배경을 지닌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킨다여성 검안의이자 탐정인 연가성조직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비구니로 키워졌다 기생집에 팔려간 카페 주인 송화남자의 몸을 지녔으나 여자로 살며 가성을 사랑한 권운서여자인지 남자인지 모호해서 일명 마녀라 불리는 호텔 포엠 사장 에리카와 같은 이색적인 인물들을 포진한다친미 인사였던 어느 교수의 죽음으로 인해 억울하게 용의자로 내몰린 세 명의 여성을 추적하는 장르적 속성의 저 너머로혼란의 시대-불온한 여성 서사로부터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과연 압권인 작품이다다만미군정기 속 조선 여성들의 삶을 재건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의욕을 짧은 호흡 속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개개인의 서사를 압축하기에는 하나하나의 캐릭터성이 강해서 조금은 느린 호흡의 글로 충분히 녹여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미군이 들어오고 경무국장이 치안 계획 포고문을 발표한 후 기관들은 모두 국가 재건과 좌익 사범 처리에 집중하고 있었다게다가 1945조선 주둔 사령관 하지는 조선의 출판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으나막상 조금이라도 미군정과 생각이 다른 신문은 좌익으로 몰려 폐간되기 일쑤였다. / 19p

 

 

에리카라면이곳 서울 여인들의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어요사내들은 마녀라고 부르지만 마고라고 한다네요그러고 보니 어쩌다 마고할멈이 마귀할멈이 되었나 몰라요.’ / 68p

 

 

아니에요저는 연가성 씨의 그런 점이 멋집니다여성들이 저에게 잘 보이려 화장하고 그러는 것이 별로여서요특히 일본 여성이나 조선 여성들은 과하게 순응적이죠.”

이든은 미소를 지었지만 운서와 가성의 표정은 동시에 어두워졌다순응하지 않으면 죽이잖아요. / 85p

 

 

하지만 공창제에 걸려들 만하게 몸을 파는 사람들은 뒤를 봐줄 정치인이 없는 하루벌이라는 뜻이었다그들은 사실 돈 벌 방안이 없어 그 일을 했던 거다아마 윤선자도 식모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막막했을 것이다제국 시기 내내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다 임금도 두세 배 낮았다오죽했으면 강주룡이 기와 위에 올라가 여성 노동자의 권리 시위를 했을까. / 93p

 

 

 




 

 

 

 

  마고(麻姑). 창세신이자 대지모신으로 대한민국 토속신앙에서 유일한 여성 신인 마고는다른 남성 신들이 산을 넘어뜨리고 육지를 파괴해서 세상을 창조할 때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세계를 만들었다 한다그러나 조선과 일제를 거치면서 마고는 마귀가 되었다자신이 만든 바다에 빠져 죽고 자신이 정성 들인 세계의 사람들을 해치는 마귀할멈으로 전락한 것이다소설 속에서 운서는 가성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냥 이제 여성 신은 필요 없는 거야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여성이 만들었다고 하면 말이 안 되니까.” 자신들의 역사가 축소되고폄하되어 왜곡되는 동안에도 낙관하려 했던 여성들그들의 이야기는 늘 나를 먹먹하게 한다기억하는 한 낙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역사를 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작가 한정현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이게 바로 낙관이야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 183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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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출구 있음 YOU TURN - 힐링닥터 사공정규의 유턴 처방전
사공정규 지음 / 가디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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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 그리고 환경을 탓하지 않기를!

불행이라는 시그널로부터 방향을 전환하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마음출구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조사에 따르면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얕은 정신건강 문맹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한 게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10~30대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 할 만큼 많은 청년들이 각종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여전히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지금당신의 마음 창에 비친 풍경이 스트레스불안우울로 얼룩져 있지 않은가그렇다면 그것은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라는 시그널이다마음출구 있음의 저자이자 정신인문치유강연가인 힐링닥터 사공정규는 이제껏 열심히 살았지만 인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여 불행을 느끼는 이들에게 행복으로 유턴할 기회를 제공한다불행이라는 시그널로부터 방향을 전환하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마음출구를 찾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행복으로 U턴할 기회는 바로 지금

 

 

  우리는 왜 칭찬보다는 비판을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긍정적 경험보다 부정적 경험에 더 마음에 두는 것일까저자는 바로 기울어져 있는 뇌 운동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인간의 부정편향성은 원시시대처럼 직접적 위험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내고자 했던 인류의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뇌의 방어기제라고 설명한다거친 자연환경을 마주하며 언제라도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일단 부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되어왔고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에 집단 무의식으로 아로새겨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부정적 사고와 감정은 병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또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러니 긍정적인 부분만을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부정성의 힘이 긍정성의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이해하고인정하면서 가급적이면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쪽으로 노력하는 일이 중요할 듯하다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기보다는화내고 윽박지르는 나쁜 부모가 되지 않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부정성의 힘은 긍정성의 힘보다 얼마나 더 강력할까요?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변연계에서 일어난 부정적 감정을 전전두엽 피질에 전달하는 정서의 네트워크가 전전두엽 피질에서 변연계로 보내는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는 이성의 네트워크보다 3배 더 많다고 합니다.

부정성의 힘을 연구한 로이 바우마이스트는 부정적인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네 가지 긍정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긍정성 대 부정성 비율 4대 1을 주창한 바 있습니다. / 22p

 

 

트라우마는 잊혀지는 게 아닙니다트라우마를 지우려고 하기보다 트라우마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마음의 상처는 이미 일어났지만그 상처에 머물 것인지 털고 나아갈 것인지는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 32p

 

 

 



 

 

 

 

  이 외에도 책은 열등감불안감우울감반복강박질투심적개심범불안장애 등 현대인들의 마음 건강을 방해하는 요소들의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본다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U턴 처방전을 내려준다아울러 정신인문치유를 통해 화와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긍정적인 언어로 자기실현의 예언을 실천하며부정적인 감정들을 성숙하게 처리하는 방법 등을 일러준다각각의 사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은 적이 있고 또 겪고 있는 고민이라는 점에서 나의 마음을 돌보고 보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는 것은그 사람과 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이럴 때는 내가 그 사람과 똑같아지는 수밖에 없습니다두려움의 대상과 내가 동일해지면거부감도 공포심도 없어지는 거지요이러한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닮아가게 됩니다.

닮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공격자에게 당했다는 것은 심한 자존심의 손상이기 때문에 자기 또한 공격자의 위치에 서서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 83p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과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일입니다좋은 관계의 요체는 의사소통입니다. “참 뜻은 좀처럼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의사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그리고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내가 상대방이 되어본다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 것인지 역지사지해봅니다그래야 의사소통이 좋은 인간관계의 요체가 되고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성공의 요체가 됩니다. / 143p

 

 

화는 비록 그것이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더라도 화를 냄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 152p

 

 

 




 

 

 

 

  지난 달학교에서 주최한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상당수의 부모들이 사춘기 시기의 자녀와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청소년의 뇌는 감정 반응의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차가운 뇌인 전전두엽의 힘이 줄어들고의사결정이나 감정반응행동이 뜨거운 뇌인 변연계의 지배를 더 많이 받게 된다변연계의 지배를 많이 받으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며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게 되는데이렇듯 뇌가 불안정하다보니 스스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탓하기 보다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고부모 스스로 전전두엽의 역할을 할 것을 조언한다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에 부모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감정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려주는 방법이다또 이 시기에는 아무리 논리적인 말도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이며부모의 잔소리는 청소년 자녀 뇌의 이성적 사고를 경감시키고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킬 뿐이다이때는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대화법을 추천한다마지막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상황이든 나는 항상 너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일관되기 전달하는 것이다들쑥날쑥 감정의 기복이 심한 청소년기일지라도 내 뒤엔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하는 부모가 있다는 걸 느끼는 아이는 곧 스스로 중심을 잡게 될 거라는 저자의 말을 꼭 기억해야겠다.

 

 

 

남자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여자와 다릅니다남자는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주변 사람(특히 아내)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행동 양식을 보입니다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에 집중하면서 혼자 있으려 합니다혼자만의 물리적 공간이나 심리적 공간인 동굴로 들어가 생각하는 로댕이 되려고 하지요.

왜 그런 경향이 생겼을까요?

남자는 태초에 사냥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사냥꾼은 사냥할 대 강인함을 보여야 하지요자신의 무능함과 허약함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사냥꾼 출신인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능이고 허약함이라 생각합니다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오늘의 사냥 실패를 곱씹으며 생각하지요마침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 스스로 동굴에서 나와 행복한 마음으로 먼저 말을 합니다. / 201p

 

 

 

  우리는 모두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각자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에서 마음출구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이처럼 책 마음출구 있음은 불안과 두려움의 심리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행복의 문은 내 마음을 아는 만큼 열린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더 이상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 그리고 환경을 탓하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다는 뜻이 아닐까지금불안으로 고통 받거나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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