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걸즈 2 - 라이, 코스프레 동아리를 구하라! ㅣ 급식걸즈 2
진영옥 그림, 최재연 글, 박병규 감수, 급식걸즈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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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급식걸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모두 모여라!

꿈을 좇는 라이와 그런 라이를 위해 뭉친 급식걸즈의 우정이 따뜻한 어린이 만화책!

 

 

 

 

 ‘급식걸즈’는 상큼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4명의 소녀들이 펼치는 학교 생활 콘텐츠로 56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튜브 코미디 채널이다. 소녀들의 우정과 특유의 감수성이 가득 담긴 이야기로 팬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벌써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1권에서는 가수를 꿈꾸던 초아가 급식걸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꿈을 향해 도전하는 여정을 담았다면, 2권에서는 위기에 빠진 코스프레 동아리와 동아리 회장인 라이를 위해 의기투합한 급식걸즈 친구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으아아악! 말도 안 돼!

우리 코스프레 동아리가 폐지될 거래!” / 10p

 

 

 

  많아도 너~무 많은 학교 동아리. 학교 측은 동아리 활동비로 나눠줄 예산이 부족해지자 회원 수가 5명 이하인 동아리는 폐지시키기로 결정한다. 코스프레 동아리 회장인 라이가 초아를 도와주느라 동아리 일에 소홀한 사이, 하나둘씩 회원들이 빠져나가면서 동아리는 폐지 위기에 처한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코스프레 동아리 명예 회원인 초아와 반희는 코스프레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덕분에 코스프레 동아리는 오랜만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이에 신이 난 것도 잠시, 다들 연예인이 된 초아에게 더 관심을 보이자 라이는 실망하게 되는데…. 라이는 이대로 동아리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코스프레 동아리를 포기할 수 없어!

급식걸즈, 우정 파워를 보여줘!

 

 

 

  연이은 좌절로 코스프레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는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가운데, 구구쌤의 제안으로 급식왕 학교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되는 급식걸즈 친구들. 1등을 하면 무엇이든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말에 급식걸즈 친구들은 다시 힘을 모은다. 때마침 모두 떠난 동아리에 홀로 남아 있었던 신입 회원 두루미가 가세해 야무지게 라이 회장을 돕기 시작한다. 그렇게 콘테스트를 앞두고 멋진 빅토리아풍 웨딩드레스를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급식걸즈 친구들! 하지만 콘테스트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에 방실이가 쏟은 주스 때문에 드레스가 젖어버리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과연 급식걸즈 친구들은 이 위기도 함께 벗어날 수 있을까?

 

 

 




 

 

 

 

  꿈을 좇는 라이와 그런 라이를 위해 뭉친 급식걸즈의 우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소녀들의 성장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이처럼 감동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페이지 곳곳에서 만나는 놀이 페이지 역시 책의 흥미를 높인다. 심리 테스트, 패션 고수 라이가 전하는 똑똑한 쇼핑법, 라이와 함께 쓰는 그림일기 쓰는 법, 동아리 홍보 포스터 만들기, 내가 입고 싶은 드레스 그리기 등은 누구나 참여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시대와 지역, 신분에 따라 달라진 패션의 역사, 다양한 드레스 스타일, 20세기 패션의 변화까지 알찬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읽을거리도 풍성하다.

 

 

 

  꿈을 좇고 이를 응원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급식걸즈』는 부모가 아이에게 먼저 권해도 좋은 어린이 만화책이다. 급식걸즈 코스프레 포토 엽서도 부록으로 담겨 있으니, 유튜브로 먼저 ‘급식걸즈’를 접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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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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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넓은 지형으로 바라본 악의 본성!

나와 타인의 경계,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성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책!

 

 

 

 

  존 M. 렉터는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제시한 ‘동굴의 비유’로 포문을 연다. 플라톤은 ‘인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깊은 동굴에 갇혀 사는 죄수와 같으며, 그 깊은 동굴에서도 목과 다리에 족쇄가 채워진 채 똑같은 저리에만 머물기 때문에 바로 앞에 있는 동굴 벽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라 했다. 이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경험하지만 그것들의 표면만 보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존재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그 존재의 진실을 대변한다고 섣불리 가정하는 우리의 태도를 가리킨다.

 

 

 

  저자는 이 비유야말로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 즉 ‘대상화’와 연관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화란, 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다. 저자는 타인을 대상화한다는 것은 타인을 총체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뜻이며,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지닌 심오한 진실까지 왜곡하게 되어 악이 실현될 가능성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상화의 본질을 비롯해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무의식적인 활동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로 인해 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저 플라톤의 동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인간이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보기 위함이자, 역설적이게도 선을 지향하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면 어떨지를 상상해보는 행위는 인간성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연민의 본질이자 도덕의 시작이다. - 이언 매큐언 / 43p

 

 

 

  타인을 수단화한다는 의미에서 대상화는 경미한 수준에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를 아우른다. 대상화 스펙트럼의 가장 최저점에 위치한 ‘일상적 무관심’은 대부분의 인간이 대부분의 시간에 경험하는 현상이며, 이때 우리는 극히 소수의 타인만을 소중한 주체로 간주한다고 한다. 대상화 스펙트럼에서 가장 넓은 중간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유도체화’는 타인을 우리의 필요, 욕구, 두려움, 소망에서 파생한 한낱 대상으로 간주하는 현상이다. 유도체화 과정이 진행되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타인을 희생시키면서(여성을 대상화한 광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유도체화가 극단적으로 발현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감정적 둔화’라 하는데, 전시 상황 혹은 폭력적인 문화 속에서 발현되거나 정상적인 공감이 불가능한(정신병) 무능의 부차적인 결과로 나타난다고 한다.

 

 

 

  대상화 스펙트럼의 최고점에 위치한 비인간화는 극단적인 대상화를 가리키며, 특정 사람들의 인간성을 부인하고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로까지 간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제노사이드의 전조를 여기에 분류한다. 이처럼 넓고 다양한 수준의 대상화 스펙트럼을 살펴보다보면 우리 내면에 이토록 다양한 자아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삶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사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특히, 누스바움이 제시하는 ‘대상화가 구현되는 일곱 가지 방식’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의식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시로 타인을 대상화하는 일을 빈번하게 해왔음을 직시하게 된다.

 

 

 

대상화가 구현되는 일곱 가지 방식을 설명한다.

  •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본인의 목적을 위한 (한낱) 도구로 대한다.
  • 부정: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이 결여된 존재로 대한다.
  •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행위성이 없거나 행동을 취할 역량이 없는 존재로 대한다.
  • 가능성: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과 교환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대한다.
  • 가능성: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경계 완전성이 결여되어 침해하거나 망가뜨려도 되는 존재로 대한다.
  •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다른 사람이 소유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존재로 대한다.
  • 부정: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마치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경험과 감정(존재한다면)을 지닌 존재로 대한다. / 40p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의 인간성을 부정한다. 인간성이 부정된 집단에 속한 이들은 동물, 해충, 곤충, 질병 따위와 동일시된다. 비인간화는 인간이 살인에 대해 느끼는 정상적인 혐오감을 압도한다. 비인간화가 이루어지는 수준에서는 피해집단을 비방하기 위한…… 혐오의 프로파간다가 동원된다. - 그레고리 H. 스탠턴 / 70p

 

 

 




 

 

 

 

  우리가 타인을 대상화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애착과 갈망, 분리, 나는 옳고 타인은 그르기를 바라는 욕구, 소유와 존재를 동일시하는 삶 등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기여하는 인간의 기질적(내적) 요인과 더불어 상황적(외적) 요인에 주목한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이 대상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 모의 교도소 실험은 학대적인 교도소 환경이 각 교도관과 수감자가 지닌 성격에서 기인한 부산물인지 아니면 유해한 환경이 낳은 결과물인지를 파악하고자 실시된 것이다. 선발된 실험 참가자들은 24명의,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젊은이들로 동전 던지기를 통해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 교도소 내에서 행세를 해야 하는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6일 차가 되던 날, 이 실험은 돌연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이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교도관 역할을 맡은 이들이 대상화 스펙트럼 중에서도 상당히 진행된 유도체화 수준으로 가혹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았고, 수감자 역할을 한 이들은 그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무기력과 우울, 의존적이며 수동적이며 억압받는 경험들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하거나 악한 것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상황적 조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좋은 자아는 언제나 나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반적인 통념에 경고를 날리는 사례로, ‘악이란 단지 사이코패스나 폭군, 도착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밟게 될 수 있는 지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가 악을 선의 반대 개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해자가 받아들이는 권력의 의미가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을 설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변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강제수용소처럼 절대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머지않아 폭력이 새로운 언어로 군림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지역이 고립되어 있을수록 폭력의 하위문화는 더 거리낌없이 발전할 수 있다. 강제수용소-특히 폴란드에 위치한 강제수용소들-에서 복무한 나치스 친위대원들은 전쟁 이전의 삶을 보냈던 익숙한 풍경과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민간의 생활 풍경이 존재하지 않는 강제수용소라는 곳에서 본래 일종의 규제로 작용했던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또한 그들은 이렇게 고립된 환경에서 전능감을 느꼈다. / 72p

 

 

애착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부정적인 혹은 적대적인 감정적 몰두라는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원한에 사로잡히거나 누군가를 증오 또는 원망하는 감정에 극도로 몰두할 수도 있다. 한편 일상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깊은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애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착은 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인정할 때,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인정할 때, 어떤 사물이나 사람 없이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여길 때 생겨난다. 그러므로 핵심은 욕망하거나 경멸하는 사물 혹은 사람 그 자체보다도 그러한 사물 혹은 사람에게 투영된 감정의 유형 및 깊이와 결부되어 있다. / 188p

 

 

삶을 평가하는 기준을 물건의 소유와 동일시할수록 우리는 자아의 영향과 세상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더 쉽게 좌우되며, 이에 따라 우리 자신과 타인의 본질은 흐려진다. 반면 존재의 실존양식은 취득과 소비보다 존재, 경험, 관계를 강조한다. 존재의 실존양식에서는 경험의 풍요로움을 다른 무언가를 위한, 보다 갈망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본다. 그러므로 존재의 실존양식은 모든 존재의 깊이를 이해하는 깨달음과 동일하다. 그리고 이는 타인을 대상화하려는 우리의 경향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를 제공해준다. / 227p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플라톤의 동굴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유신론과 비신론적 접근법, 이른바 깨달음의 스펙트럼으로 지칭되는 일상적 관심과 상호연관성 그리고 합일의식 등을 제시한다. 여기서 가장 높은 스펙트럼에 위치해있는 합일의식이란 경계를 초월하여 세계와의 연결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사실 이 세계와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존재의 다른 측면과 통합되기를 제안한다. 이러한 방법은 자칫 심오하고 종교적이며 낭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나,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자주 나누고 참된 감사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경험에 마음 깊이 몰두하는 순간들 체화하다보면, 우리는 타인을 대상화하려는 경향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작’들과 (대중서나 ‘한번 읽고 마는’ 문학작품과 상반되는)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는 인간됨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학작품의 독서는 독자가 이야기에 몰두하기만 한다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한층 북돋아준다. 위대한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주제를 다루고 깊이와 모순을 지닌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유지된다. 더불어 독자들이 주인공은 물론 악인과도 동일시해보고 본인의 내적 복합성과 천사 같은 경향 혹은 그림자도 조명해보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383p

 

 

 

  한나 아렌트가 강조했던 것처럼 얼마든지 외부 환경과 꼬리표 이미지, 사회 역할에 따라 악의 평범성에 빠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상화 문제는 일상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고,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대상화에 동일시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악의 본성을 들여다봄으로써 나와 타인의 경계,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성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유의미한 책이다.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고, 참신한 해결책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만한 면면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유독 자아를 강조하는 현 시대에 경계 너머의 세계와 합일을 독려하는 책의 메시지는 아무리 낡은 것이어도 지속적으로 전해져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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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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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둘러싼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이 계속되는 한 이 책은 계속 읽힐 것 같다!

 

 

 

 

  그야말로 공정이 범람하는 시대다. 한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정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어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편법과 잘못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이뤄지는 사회’가 1위,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대가가 치러지는 사회’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에 관한 이슈는 가장 민감한 화두 중에 하나다. 신재용 교수의 책 『공정한 보상』에 의하면 ‘부도 신분도 대물림되는, 출구가 없는 이 세대(MZ)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레토릭’으로 공정은 이 시대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바로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매부수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에서만 영미권의 20배가 넘는데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읽히는 것을 보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정의에 관한 질문들

 

 

  지난 달, 한전의 임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에 관한 기사가 화제로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3천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자회사들이 5년간 약 2조 5천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매년 적자난을 겪는다며 전기요금을 올리더니 그렇게 걷은 국민의 혈세를 남의 돈처럼 펑펑 쓴 이들에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08년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160억 달러의 보너스를 나눠준 적이 있다. 당시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7천억 달러의 구제 금융 승인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였고, 이 돈이 납세자들로부터 나왔기에 미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분노의 핵심은 그들이 실패를 포상했다는 점이다. 방만한 경영과 무분별한 투자로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 간 이들은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보편적인 견해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경기가 좋았을 때 시장으로부터 부여받은 포상은 과연 정당한가? 부진한 작황이 날씨 탓이라면 날이 좋을 때의 풍요로운 수확이 유능한 경영자들 덕분이라고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오늘날 정치를 움직이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명예와 포상을 누릴 미덕이 무엇이며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할 생활 방식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수많은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정의와 부당함,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둘러싼 주장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 다양한 사례와 도덕적 사고의 근간이 되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통해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태도와 기질, 인격을 길러내는 일이자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옳은 행위에 대한 견해나 확신에서 시작한다. 그러고는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는다. 그다음 그 원칙에 반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혼동되는 상황을 생각하고 이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철학으로 가는 기폭제다.

이러한 긴장에 직면했을 때, 옳은 행위에 대한 판단을 재고하거나 애초에 옹호하던 원칙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생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판단과 원칙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판단에 비추어 원칙을 재조정하기도 하고, 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재조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행동의 세계에서 이성의 영역으로, 다시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의 세계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바로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한다. / 53p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공리주의다. 영국의 도덕 철학자이자 법 개혁가인 제러미 벤담이 주장한 공리주의의 핵심은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의 극대화, 즉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많아야 한다’는 데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잘 알려진 이 개념은, 개인의 행복을 총합한 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이라는 견해에 입각하여 어떤 법이나 정책을 집행할 때 정부는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정의의 개념을 규정하고 무엇이 옳은 일인가 판단하려면 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도 옳은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비롯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가치를 하나의 잣대 즉, ‘더 나은’ 것을 묻는 이득이란 개념으로 획일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반박 또한 피할 수 없다.

 

 

 

때로는 도덕적 신념들이 서로 충돌하며 도덕적 딜레마가 생긴다. 예를 들어 전차 이야기에서 가능하면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는가 하면,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는 또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 많은 생명을 구하자니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직면한다. 상황에 따라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적절한지 가려내야 한다. / 47p

 

 

 




 

 

 

 

  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부자들의 돈을 그들의 동의 없이 가져간다면 그 이유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강제 행위이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 자기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근거로 재분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유지상주의자’라고 부른다. 공리주의가 공동체의 이익을 중요시한다면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요시하는데, 이것이 책에서 설명하는 정의를 접근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이는 경제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때문이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한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자유주의자의 대표 철학자 칸트 역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에 존중받아야 하는 존엄성을 지녔으며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도구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 철학 사조에 들어서 자유주의는 특히나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여기에도 결함은 있다. 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 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처럼, 경제적 이유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 선택이 완벽히 자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낙오자들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는 간섭받지 않는 시장,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동선을 장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이 배제된 최소 국가, 합의를 완벽한 행위로 칭송하여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합의한 식인 행위나 노예 매매 등)마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무지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는 자신의 인종이 무엇인지, 사회적 지위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무지의 장막)가 된다면 ‘어쩌면 내가 억압받는 소수에 속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혹은 자신이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이익에만 동기 부여 되어 움직이지 않을 거라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느 누구도 우월하지 않고 평등한 위치에 있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정당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존 롤스는 기회 균등 및 자유 시장을 보장하는 자유지상주의 정의론을 주장하면서도, 자유 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배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됨으로 이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 즉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이른바 ‘차등의 원칙’에 따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끔 조세 및 재분배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주장은 선진 민주주의 복지 철학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정치적 자유주의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정치이념이 발달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원칙을 택하게 될까? 자신이 지독히 가난한 처지에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처음에는 소득과 부의 완전 균등한 배분을 선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윽고 그보다는 나은 방법, 심지어 가장 하층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약간의 불평등을 인정(예를 들어 의사에게는 버스 기사보다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식)하는 대신 빈곤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등 환경 개선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허용한다면, 사회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한다는 롤스의 소위 ‘차등 원칙’을 우리는 받아들일 것이다. / 228p

 

 

롤스는 기회 균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자유 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배분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지상주의 체제에서 가장 정의롭지 못한 부분은 “분배되는 몫이 도덕적으로 봤을 때 대단히 임의적인 요소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 부정의를 바로잡는 한 가지 방법은 사회적·경제적 불리함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공정한 능력주의 사회는 제도적 기회 균등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조치들로 이를 실현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공정성을 해치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풍요로운 가정 출신 학생과 똑같은 기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고르게 제공한다.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저소득층 대상 교육 지원 프로그램-옮긴이), 아동 영양 보건 프로그램, 교육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모든 사람이 계층이나 가정환경에 관계없이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 231p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에 이어 우리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접근법은 ‘정의란 사람들에게 도덕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것, 즉 미덕을 포상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재화를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민의 미덕이 탁월한 사람, 공동선을 고민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치란, 사람들에게 좋은 인격을 기르게 하고 좋은 시민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따라서 정의에 관한 논의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법의 본질[을 조사하기] 전에, 가장 바람직한 삶의 본질부터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불분명하면, 이상적인 법의 본질 또한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 국민의 정치의식(미덕)을 성숙시켜 그들의 판단력을 기르게 하고 공동선과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 보살피도록 독려하는 데 의의를 둔다. 마이클 샌델은 바로 여기에서 ‘공동체주의’라는 개념에 힘을 싣는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현실의 인간은 고립된 주체가 아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 정의라는 문제도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이다.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염려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함께 고민하며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선의 가치를 묻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토론할 수 있을 때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서 마이클 샌델이 책에서 던진 정의를 향한 화두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응답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사실 ‘정의’를 명확하게 논하기란 쉽지 않고, 이 책 역시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리뷰라기보다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철학가들의 입장에서 정의라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해보고, 나의 생각을 정립해보는 과정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또 우리 사회의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착해왔는지 살펴보는 과정 역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진입장벽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나,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또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혹시나 이 책이 책장 한 곳에서 묵묵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꺼내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정의를 논하는 일이란 결국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고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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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 - CALENDAR & 컬러링 BOOK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제철 음식으로 건강 챙기고, 컬러링북으로 마음까지 챙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달력!

 

 

 

  아들이 느닷없이 “엄마, 크리스마스 얼마 남았어?” 하고 물었다. 크리스마스가 언제지, 하고 가늠해볼 때가 되면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고 보니 2022년이 겨우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 말은 즉, 2023년에 사용할 다이어리와 달력을 주문할 때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간 보험회사에서 서비스로 나눠주는 평범한 캘린더만 쭉 사용해오다 올해는 특별히 수채화 탁상 달력으로 포인트를 줘봤는데, 은근 분위기도 좋고 계절감까지 느낄 수 있어 유용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023년에는 또 어떤 특별한 달력을 사용해볼까, 고민해보던 중 <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생 멋있고 맛있게 살자. 비싸다고 좋은 음식이 아니다.

아무거나 먹지 말고 제철 건강한 맛을 맛나게, 제대로 즐기자!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인 식객 허영만. TV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과 책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팔아 우리나라의 귀한 음식을 소개해주는 허영만 작가의 특별한 캘린더라니 기대가 되었다.

 

 

 



 

 

 

 

포인트 하나, 오늘 식사는 식객 허영만 님이 추천해주시는 제철음식을 먹어보자. 월별로 몸에 좋은 식재료와 몸에 좋은 음식이 소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고 챙겨 먹어보자. (이를 테면 1월에는 시래기밥, 더덕구이, 매생이굴국밥, 문어숙회, 굴비, 조개구이 등을, 5월에는 산채비빔밥과 두릅숙회, 병어조림, 키조개삼겹살, 장어구이 등이 좋다고 하니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챙겨 먹어보자.)

 

포인트 둘, 각종 음식관련 기념일 챙기며 맛있는 하루를 보내자. 여느 달력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오삼데이(5월 3일), 애플데이(10월 24일), 가래떡데이(11월 21일)도 챙겨볼 수 있다.

 

포인트 셋, 뒷장을 넘기면 허영만 작가의 스케치를 내 손으로 완성할 수 있는 컬러링북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내 입맛에 맞게 색칠해보자.

 

 

 




 

 

 

 

  그저 날짜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제철 음식으로 건강 챙기고, 컬러링북으로 마음까지 챙길 수 있으니 2023년은 어쩐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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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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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여성들의 자서전이 된 소설!

이름 없는 화자에게 나의 이름을 덧입히느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몸살을 앓을 것만 같았다!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되려는 욕망은 죽여야 한다. 그것 아니면 고독. / 126p

 

 

 

  2022년 노벨문학상에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선정되었다.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는 평과 더불어 ‘소설적 장치들을 포기하고 오로지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그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관이 사뭇 궁금해졌다. 『빈 옷장』, 『한 여자』, 『단순한 열정』 등 작가를 대표하는 다수의 작품들 중에 『얼어붙은 여자』를 택한 건 ‘얼어붙은’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함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혹여 그것이 독립적인 삶을 살기를 희망했던 한 여성이 사회가 정해놓은 성 역할에 따라 고립되고, 경직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작가는 남편과 헤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소설 출간 몇 해 후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전통이란 이름으로 사회가 정해놓은 성 역할 안에서 이내 얼어붙고만 한 여성의 이야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리얼하다. 결혼과 육아, 사회와 교육이 만들어낸 여성과 남성의 비합리적인 차이를 이토록 치열하게 다룬 작품이 또 있을까. 책에서 묘사된 ‘얼어붙은 여자’의 이야기는 그러한 이유로 세상 모든 여성들의 자서전이 된다.

 

 

 

수백 년 전의 그녀들이 그러했고, 수십 년 전의 그녀들이 그러했듯

 

 

 

  작중 화자는 남성과 여성에게 정해진 역할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 일상을 공유했던 부모의 영향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녀의 아버지는 매일 집에서 커피와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채소 손질을 한다. 스웨터 소매가 팔 위로 말려 올라가지 않게 그녀에게 손으로 소맷자락을 붙들고 코트 입는 법을 가르쳐준 것 역시 아버지다. 반면 작은 상점 겸 카페를 운영하며 장사하는 걸 더 좋아하는 어머니는 여자아이가 자신이 쓸모 있다고 여기는 기쁨,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기 방을 잘 정리하고 ‘얌전하게’ 식탁을 치워주는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 따윈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별나고 우스꽝스러운 커플이란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들의 세계 속에서 화자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소녀로 자라난다.

 

 

 

  그렇게 “넌 너만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부모에게서 자란 화자지만,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벗어나면서 성별에 따른 역할과 남녀 간의 차이로 가득한 세상의 논리에 시시때때로

상처받는다. 여성의 헌신과 희생을 자극하는 말, 몸은 불결한 것이고 재능은 죄악이라는 것, 내가 식료품점 주인의 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과 어린애를 애지중지하고 유아차를 미는 그 이상의 운명은 없으리라는 미래에 관한 말들. 내 에너지의 일부를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써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어느 남자아이의 마음에도 들지 못할 것이며 사랑받지 못하며 사는 인생은 살 가치도 없다는 인식들. “너는 결혼 안 하고 늙을 작정이냐!”는 은밀한 압력 아래 나는 그저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불확실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연속된 깨달음. 이렇듯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여성의 삶에 매겨진 공식에 가까운 관습들은 성장하는 내내 그녀의 발목을 붙든다.

 

 

 

무엇이 어머니를 전시회며 중세의 시가지로, 느긋하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걸까? 왜 어머니는 가난하고 불구인 사람들을 방문하는 자원 봉사 노릇을 할까? 여자로서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 조용히 머무르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게 던지는 질문이라도 되는 듯, 나는 어머니가 완벽했다고 결론내렸다. 세상이란 거기에 뛰어들고 즐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 무엇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 42p

 

 

그중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도대체 저게 커서 뭐가 될까, 라고 한다. 경멸하는 어투. 위협. 나는 남자들의 대화를 엿들어본 적이 많아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한다. 하지만 뭐라고 응수해야 할지 모른다. 남자애들처럼 싸우기 좋아하고 욕지거리를 하는 것과, 그들 말처럼 잡년이 되는 것 사이에 어떤 확실한 관계가 있는지 그때까지 몰랐다. 상처받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최악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에게 덤벼들어 때려주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 52p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몸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남자아이의 마음에도 들지 못할 것이고, 절대 사랑받지 못할 것이고 인생을 살 가치도 없어질 것이다. 마음에 든다는 것과 사랑이라는 인수는 존재의 목적과 같다는 아름다움의 방정식이 성립하고, 그 방정식은 아주 쉽게, 그리고 ax² + bx + c = 0 라는 방정식보다 더 교묘하게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 공식은 곳곳에 쓰여 있다. / 88p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여자가 되고 어른이 된다는 것, 결혼은 곧 ‘완성’을 뜻하는 또 다른 말임을 우리는 부단히 들어왔고 또 그렇게 믿으며 살아간다. 결국 화자는 결혼 이후의 불확실한 삶, 출산에의 공포까지 짓눌러버리는 저 당연해 보이는 말과 아름답고 지적인 커플의 결합이라는 감동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이며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남성과 여성에게 규정된 확고하고도 분명한 역할론 안에서 질식할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른 여자들보다 미숙한 데다 식사 때 남이 차려놓은 음식을 편하게 먹으면 되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으름뱅이며, 달걀도 깔끔하게 깨지 못하는 쓸모없는 지식인에 불과하다는 깨달음. 아직 말 못 하는 아이와 남겨진 빈방들의 고독. 내 삶의 모든 자유는 아이의 오후 수면 상태에 달려 있으며 ‘모든 것이 세 살 이전에 결정된다’는 정신분석학의 저주에 따르는 완벽한 양육에의 강박까지. 그러면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그럼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너희가 좋아서 아이를 낳은 거잖아.

 

 

 

정오와 저녁에 나는 냄비 앞에 혼자가 된다. 나는 그보다 더 요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저 빵가루 묻힌 송아지고기 커틀릿, 초콜릿 무스나 할 줄 알았지, 특별한 것은 할 줄 몰랐다. 그나 나나, 어머니 치마폭에서 요리를 도운 과거가 없었다. 왜 둘 중에서 나만 이것저것 해봐야 하나, 닭은 얼마나 오랫동안 삶아야 하는지, 오이의 씨는 제거해야 하는지, 그런 걸 알아보려고 왜 나만 요리책을 탐독해야 하고, 그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당근 껍질을 벗기고, 저녁을 먹은 대가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어떤 우월성을 명목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 181p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먹을 것과 똥, 거기에 세균과 아이 기분을 맞추기에 대한 강박관념. 물론, 하찮은 집안일을, 많은 사랑이 필요한 훌륭한 일 등으로 찬양하고, 똥을 미화해야 한다. 방울져 떨어진 우유의 흔적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서 시를 찾아야 한다. / 198p

 

 

심지어 여기에 더해, 완벽한 여자가 되려는 충동 속으로 빠져들었다. 살림, 아이 그리고 프랑스어 수업 세 개를 모두 홀로 감당하고, 가정의 수호자이자 지식의 분배자, 단순히 지적일뿐만 아니라, 간단히 말해서 조화를 이루는 슈퍼우먼, 결국 이 모든 것을 절충하고 긍지를 느끼는 여자가 되려는 충동. / 238p

 

 

 




 

 

 

 

  놀랍도록 섬세하고 신랄한 묘사들은 문득 잊고 지냈거나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던 불편한 감정들을 들춰내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름 없는 화자에게 나의 이름을 덧입히느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몸살을 앓을 것 같기도 했다. 때문에 이 책이 출간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책 속의 묘사된 남녀의 본질적인 부분들은 의외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인식은 점점 해소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타고난 성의 역할과 그 안에 내재된 모순 속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아니 에르노가 묘사한 화자와 여성으로서의 삶은 우리 시대와도 깊은 공감을 이룬다. 무엇보다 아니 에르노는 처절했고, 치열했던 자기 역사의 글쓰기가 어떻게 문학이라는 장르로 탄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작가란 생각이 든다. 덕분에 앞으로의 나의 글쓰기 역시 ‘나는 나에게 얼마나 진실한가’를 물어보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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