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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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글쓰기, 비평, 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에세이!

이야기라는 너른 대지를 자유롭게 떠돌며 은유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

 

 

 

  문득, 내 안에 ‘이야기’가 들어선 순간이 언제였을까를 생각해본다. 친구들을 따라 우연히 가게 된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세상에 이토록 많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을까. 하교 후 골목 끝에 있던 만화책방에서부터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다 읽어버리고만 만화책이 아쉬워서, 그만 참지 못하고 다음 권을 빌리기 위해 다시 발길을 되돌린 때였을까. 아니다, 아니야. 그보다 훨씬 더 앞선 때였던 것 같은데…. 그래, 저 문이다! 외갓집의 커다란 중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바로 저 문. 그 너머에 있을 것에 대한 상상이 나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었던 게 틀림없다.

 

 

 

  손잡이를 돌릴까 말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넘나들었던 사촌언니들의 방엔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내가 읽기에는 제법 어른스러운, 예쁜 그림체의 만화책과 하이틴 로맨스 책들이 꽂혀 있었다. 지금이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 언니가 막 들여놓은 게 분명한 새로운 책을 발견해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 두근거림이 언니들에게 들킬까봐 염려된 어린 아이의 조바심이었는지, 고작해야 위인전만 읽던 아이가 언니들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헛갈리지만, 그때 처음으로 이야기를 소유하는 즐거움에 대해 알았던 것 같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은 어디에나 있다. 이미지도 체면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조르바에게서, 페이지의 질감이나 쉼표를 따라 호흡을 고르는 그 사이사이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혹은 나란히 진열된 색색의 전집 사이에 실수로 꽂혀버린 책의 이질감 사이에서, 아직은 읽어선 안 된다는 당부의 메시지 속에서, 책탑의 한 중간에 짓눌려진 어느 신비한 단어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어슐러 K. 르 귄은 『마음에 이는 물결』에서 이렇게 쓴다. “그런 책에는 위엄이 있다. 똑같은 표지에 제목이 금박으로 찍힌 책들이 일렬로 꽂혀 있는 모습은 위압적이지만, 전집의 진짜 위엄은 정신적인 면에 있다. 전집은 위대한 정신의 건축물, 많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집이다. 독자는 어떤 문으로든 들어갈 수 있다.” 오늘 내가 걸어 들어간 문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 순간 내 마음에 이는 물결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우아해질 수 있다. 이것이 이야기라는 너른 대지를 자유롭게 떠돌며 은유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이 책을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늘어선 그 서가들에서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 약 스물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들고 있어서 걷기도 힘든 지경이었지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뒤로 돌아서서 도서관 건물의 널찍한 계단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저게 바로 천국이지. 나의 천국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글이 저기에 있고, 난 그 글을 읽을 수 있어. / 48p

 

 

 



 

 

 

 

  『마음에 이는 물결』은 SF·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에세이집이다. 독서, 글쓰기, 비평, 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첫째 장에서는 미국 개척자 집안의 증손녀이자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부모님의 역사에서 비롯된 자신의 글쓰기 영토를 더듬어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톨스토이에서부터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평과 분석을 통해 작품을 읽는 시야를 한층 넓혀준다. 그 중에서 좋은 글의 요건으로 ‘단어보다 심오’하며 ‘이야기 전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강세-리듬”을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지루한 산문, 모양새 없는 이야기, 읽기 힘든 글에는 독자의 몸과 마음과 심장을 붙잡아 몰아치고 움직이는 리듬이 없다.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예측 가능한 리듬을 넘어서 다양한 변주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 역시 읽는 이에게 어떤 광경, 감정을 마음속에 물결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 책의 부제가 아쉬웠다. ‘북미 마지막 야생 인디언 전기’라니. 어머니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미와 정신에 어긋나는 제목이 아닌가. 이시는 야생이 아니었다. 그는 황야에서 오지 않았다. 그의 부족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은 변경 개척자들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뿌리 깊은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살던 곳은 황야가 아니라 소중하고 친숙한 세계였다. 그의 부족 사람들은 그 세계의 산 하나하나, 강 하나하나, 돌멩이 하나하나를 모두 잘 알았다. 저 황금빛 산들을 피와 슬픔과 무지의 황야로 만든 자가 누구인가?

문명과 야만 사이에,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경계선이 있다 해도 그것은 지도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속 경계선이다. / 58p

 

 

어떤 이야기가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인 듯하다. 이야기의 리듬 구조는 여행과 비슷하면서 동시에 건축물을 닮았다. 위대한 소설은 우리에게 일련의 사건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 우리가 머물러 살 수도 있고 나중에 되돌아갈 수도 있는 상상 속의 풍경을 제공해준다. / 182p

 

 

우리가 네 살 때 들은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오랫동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도 어른이 된 뒤에는 누가 그 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요구하지 않는 이상 그 영향을 분명히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영향을 의식하는 것을 몹시 꺼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전통적인 규범을 따른 문학 담론에만 ‘진지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렸을 때 잠옷으로 갈아입고 동물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침대에 누운 뒤 가족들 중 어떤 여성이 소리 내어 읽어준 이야기를 언급하기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이야기가 우리의 상상력에 그 어떤 책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 187p

 

 

 




 

 

 

 

  이 외에도 픽션이 되어버린 논픽션, 문학상의 정치성과 그 안에서의 젠더 문제, 소설 안에서의 미학, 작가와 독자의 관계 등에 관한 솔직하고도 흥미로운 고찰이 매력적이다. 그 가운데 공동체를 확립하고 확인하는 데 있어 인간의 가장 훌륭한 유산이 되어준 상상력과 이를 향한 예찬이야말로 책에서 가장 돋보인다. 덕분에 상상의 힘과 그 안에서 유영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벅차오른다. 에슐러 K. 르 귄이 당부했던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유능함을 위해서, 즐거움을 위해서’ 평생 상상력을 익히고 표현하는 삶을 살아야지. 모쪼록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힘겨운 순간에도 상상력을 잃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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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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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무기력은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마주보고 쓰다듬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일러주는 책!

 




 

  ‘다들 괜찮아 보이는 데 왜 나만 이러고 있지? 난 도대체 왜 매번 이 모양이지?’

  나는 줄곧 ‘변화’에 취약했다. 학창시절 동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달라진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데 유독 많은 시간이 걸렸고 대담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자주 비난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에 번번이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서 얻는 활력이나 목적의식보다는, 익숙한 상황 속에 머무름으로써 안정감을 느끼는 데 더 마음을 기울였다. 대체 나는 왜 이토록 변화가 두려운 걸까.

 




우리의 행동에는 늘 이유가 있다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계획한 일 속에서 곧잘 무력감을 느낀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위축되다 못해 수치심을 느끼고 나아가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의욕이 없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나는 왜 이럴까. 그런데 『무기력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브릿 프랭크는 “무기력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다”고 말한다. 결코 게으르지도, 약해서도, 둔해서도, 결점이 있어서도,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동안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만 하는 바람에 계속 휘둘리고 반복된 실패를 거듭하며 무기력을 강화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저자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믿고, 무기력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무기력은 문제를 가리키는 징후이지 문제 그 자체는 아니다. 또한 무기력 상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무기력, 불안, 중독, 나쁜 습관, 트라우마 등의 심리적 상태를 우리의 취약점이나 문제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시등’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면의 어두움은 집으로 가는 빛이다”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타당하다. 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불안해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지금 당장 바꿀 수 없겠지만 내가 이상한 게 아님”을 기억하라는 책의 조언은, 이제껏 우리가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심리 상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불안감에 ‘원인이 없다’는 생각은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이들이 흔히 갖는 불만이다. 이는 불안감이 정신 장애라는 미신으로 이어진다. 공황발작을 멈추기 위한 빠른 방법은 ‘원인이 없는 게 아니야…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어’라는 생각을 되뇌는 것이다. 모든 증상이 맥락상 이치에 맞는다고 스스로 상기하는 일은 위안이 될 수 있다. 이유가 ‘없는’ 일이란 없다. 불안감에는 늘 근원이 있다. / 37p

 


불안은 장애가 아니라 건강한 신호다.

불안 발작은 공격이 아니다. 증세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언어는 그 경험을 바꾸는 능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몸은 우리를 해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실제로 자기편임을 깨닫게 되면 더 이상 불안에 떨거나,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수치심과 죄책감의 늪에서 벗어나면,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놀라울 정도로 빨리 찾을 수 있다. 때로 불안이란 자신을 등한시한 결과다. 때로 불안이란 외부적 위협의 결과다. 다시 말해, 불안은 내면의 불완전한 무언가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 42p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수치심과 미흡함에 관한 이야기를 반영하는 일련의 막연한 신체 감각이라서 무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러 증상을 추상적이거나 미묘한 게 아닌 구체적으로 생리적인 것으로 볼 때, 그 증상들을 견디기 쉽고 줄이기도 훨씬 더 쉬워진다.

내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내담자들을 상대할 때 가지는 최우선 목표는, 그들이 무기력함을 넓은 개념으로 보고 실재하는 무언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게 있다. / 61p

 










  지난 주말, 정신의학과전문의 양재진, 양재웅 형제가 <집사부일체 2>에 출연해 관계에 관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 중 자식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며, 얼마나 정서적 거리를 잘 유지하느냐에 따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건강하게 성립될 수 있음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점 역시 건강한 부모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자녀들에게 보호를 바라거나 친밀감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건강하지 못한 애착과 양육 방식이 무기력에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한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부모와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와 연인 관계 속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상대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자신의 인생 속에 계속 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것, 유년기의 우정과 다른 성인의 우정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안정적인 관계가 맺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개선 방법: 네 가지 O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기(OWN).

“내가 … 했다는 걸/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

2. 자신의 행동이 파트너에게 미친 영향을 살피기(OBSERVE).

“당신한테 분명히 …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

3. 그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계획을 간추려 말하기(OUTLINE).

“앞으로는 …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4. 자신의 행동과 관련해서 더 공유받을 내용이 있다면 잘 새겨듣겠다고 의지 보이기(OFFER).

“당신이 이번 일로 받은 영향에 대해서 내가 더 알아야 할 부분 혹시 있을까? 잘 새겨들을게.” / 153p

 




  책은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면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자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고, 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체다. 그러한 실체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림자는 우리를 집으로 안내하는 지도가 되어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한 사람, 바로 우리 자신에게로 데려가줄 수 있다. 즉, 내면을 스스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다. 내 모든 감정을 느끼고 크고 작은 모든 상실을 존중하며 애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무기력에 잠재되는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책 속의 메시지를 기억하자.

 









  이 책을 읽고 난 뒤, 변화 앞에서 늘 무기력했던 건 상처와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건 당연한 거라고. 그건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마주보고 쓰다듬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불안과 무기력, 중독과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은 이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고 말해주는 이 책을 통해 위로와 해결책을 얻을 수 있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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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필수 공부템 - 두 아이 의대 맘이 전하는
김민주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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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마스터플랜을 향한 찐공부 아이템!

초1부터 중3까지 우리 아이 공부의 방향키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

 

 

 

 

  학원이나 학습지가 아닌, 엄마인 내가 직접 문제집을 선별해 가르치고 있는 나로서는 하교 후 공부 1시간, 저녁 먹은 뒤 공부 1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독해와 문해력 교재, 수학 교재, 영어 교재, 동시 쓰기, 독후 활동을 중심으로 매일 일정한 양을 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런 루틴이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선생님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던데, 역시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일은 어마어마한 정신력 싸움이다), 예전엔 문제를 읽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아이가 스스로 긴 지문을 소화해내며 답을 찾아갈 때마다 차곡차곡 쌓은 시간들이 그저 허투루 쓰인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장기적인 학습 방향과 당장 3학년부터 늘어나는 과목들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큰 상태인지라, 마침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 필수 공부템』은 두 자녀를 의대에 합격시킨 공부 입시 전문가의 초등 필수 공부법을 담은 책이다. 입시전문가이기 이전에 엄마로서 두 자녀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직접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한 사례와 노하우를 전하는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핵심 교육법을 전한다. 특히 의대, 영재 학교,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녀들이라면 초등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상위권에 들기 위해 초등 6년의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공적인 마스터플랜(꿈과 진로를 멀리 내다보고 그에 다다르기 위해 시기별로 세워 놓은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향한 찐공부 아이템을 소개한다.

 

 

 

《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에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어렸을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소개되어 있는데, 한결같이 어린 시절 집 안에 ‘작은 교실’이 있었다고 했다. (…) 집 안에 마련한 작은 교실에서 집공부를 하면, 평생에 도움이 될 공부 습관을 다질 수 있다. 우리 집 안의 작은 집교실은 가족 모두가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거실의 큰 테이블이었다. 가끔은 과목별로 각자 방에서 공부하거나 식탁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매일 공부를 실천하며 평생의 공부 습관을 초등학생 때 길렀다. 집공부를 활용하여 계획을 실천하고, 시간을 활용하는 습관을 익히면, 반드시 공부재능을 기를 수 있다. / 124p

 

 

 



 

 

 

 

  저자는 초등 공부의 힘은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긍정마음’과 ‘꿈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에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 모습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아이의 정체성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는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100점 맞는 경험이나 주변의 인정, 나에게 맞는 공부에서 높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이루는 경험들이 오래 더 공부를 좋아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또한 꿈이란 것 역시 구체적으로 상상할수록 그 꿈을 닮아가기 마련이라서 이왕이면 명확한 목표를 통해 공부의 방향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사는 늘 바뀌는 법이고 꿈 역시 마찬가지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맞는 체험학습이나 꿈을 찾을 여러 기회를 쌓아볼 것을 제안한다. 꿈을 찾아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아이만이 나중에 다른 꿈을 꿀 때도 그때 쌓았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부모는 꿈의 안내자가 되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겠다.

 

 

 

행여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더라도 엄마는 자녀에게 불안감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더라도 나를 바보같이 믿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한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 잘잘못을 따져 지적하고 고치려고 하는 엄마보다, 약간의 부족함과 실수를 알더라도 감싸 주고 인정해주며 ‘너는 꼭 꿈을 이룰 거야.’라고 믿어 주는 엄마가 현명하다. 엄마가 불안감을 전달하지 않고 자녀를 무조건 믿으려면, 엄마 자신이 자녀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한 각종 방법과 정보를 조사하고 공부하여 자녀에게 최고의 선생님, 코치, 매니저, 동행자가 되어 자녀의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함께하고 긍정적인 언어로 격려해 주면 믿음은 저절로 전달된다. / 27p

 

 

꿈 만들기 솔루션_

  • 감성의 토양을 만들어 준다.
  • 꿈의 안내가 되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 하고 싶다고 할 때 시작한다.
  • 시작했으면 꾸준하게 하게 한다.
  • 엄마만의 꿈을 꾼다.
  • 함께 꿈 목록을 적는다. / 78p

 

 

 

  의대에 가기 위해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의견에 따라 상당한 시간을 학원에 쏟고 있는 학생의 사례가 등장한다. 사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국영수는 기본이고, 체력을 위해서 운동 하나와 정서와 창의력 향상을 위해 미술과 음악까지 고루 챙긴다. 나 역시 많은 학원을 챙겨 보내는 데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학습에 결손이 생길까봐 우려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고, 한꺼번에 많은 것을 잘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잘하는 것이 있거나 혹은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요하지 않은 다른 것들은 중단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음악, 미술은 못할 수도 있고, 운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공부는 좀 부족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아무것도 잘할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집중하여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때로는 포기하고 버릴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의대 진학을 위해서도,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다. 긍정마음, 꿈, 공부재능을 다 잘 갖추었어도 자기 주도 공부 습관을 기르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높이 쌓아 올린 돌탑이 마지막 단 한 개의 돌을 놓을 때 무너지는 것은 단 한 개의 잘못이 아니라 기초부터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부터 자기 주도 공부 습관을 길러서 공부에 관한 자신감이 충만할 때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잘해 낼 수 있다. / 225p

 

 

초등 2학년까지는 수학에 관한 한 선행 학습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충분한 책 읽기를 통해 언어 실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 연산과 제 학년 문제집으로 집공부를 하되 빨리 마치게 되면 선행에 무리하지 말고, 책 읽기에 시간을 더 할애하면 된다. 초등 3학년부터는 시간과 양을 늘려 서서히 선행을 시작한다. 연산 1권, 기본 1권, 심화 1권은 늘 하고 있어야 한다. 한 학기를 3개월 정도에 마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면 2년이면 초등 수학을 완성할 수 있다.

초5부터는 본격적으로 좀 달려야 하는데, 이때부터 논리 두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학 공부량을 늘려야 한다. 중등 영재원이 목표라면 《에이급 원리해설 수학》, 《에이급 수학》을 마치는 것과 《디딤돌 초등 수학 3% 올림피아드》를 완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면 좋다. / 230p

 

 

 




 

 

 

 

  이처럼 『초등 필수 공부템』은 초1부터 중3까지 장기적인 학습의 방향키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현실에 적용하기 좋은 뚜렷한 학습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셀프 체크를 통해 부모로서의 나를 점검해볼 수 있는 점도 유용하다. 학원보다는 집공부를 더 중요시 여기는 나로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무한한 존중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표 공부를 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공부법을 찾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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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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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란 이토록 놀랍고 신비한 것이다!

세상에 반응하는 나의 감각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감각은 우리와 세계 사이에 있다. 냄새는 기억 중추와 시공을 초월하여 어느 날 내가 마주한 소박한 밥그릇 앞으로 데려간다. 탯줄이 끊어진 뒤에 공포처럼 찾아오는 단절은 엄마의 손길과 따스한 품속에서 새로이 연결된다. 우리는 초콜릿의 진득한 단맛으로 하여금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연인의 다정한 목소리로 안정감을 얻는다. 봄이 다가오면 우리는 붉고 푸릇한 생명이 움트는 광경을 마주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그 찬란한 풍경 앞에서 매번 색다른 경이를 느낀다.

 

 

 

  우리는 감각이라는 영토에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모든 우연한 사건을 넘어, 나와 다른 사람들 나아가 세상과 연결된다. 무척 사적이고 즉흥적이기 이를 데 없는 감각이란 것이 이처럼 생명을 지탱하고, 나와 세상을 잇는 다리였음을 알고 보면 생의 모든 존재 안에서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 반응하는 나의 감각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것이 다이앤 애커먼이 열어 보이는 감각의 세계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 그 안에서의 나

 

 

  『감각의 박물학』은 다양한 층위의 감각을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의 조화를 조망함으로써 인간의 정신과 행동의 비밀을 밝혀낸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오감이라 불리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을 비롯해 냄새, 빛, 소리, 촉감, 맛이 한데로 뒤섞여 예술과 감각의 폭격을 경험케 하는 ‘공감각’에 이르기까지, 감각이라는 신비로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예술과 철학, 인류학, 과학을 넘나드는 지식의 향연, 시적이고 유려한 필체 사이로 파고드는 풍만한 감성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색깔은 세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 / 438p

 

 

 

  헬렌 켈러는 냄새에 대해 “우리를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 많은 시간을 건너뛰어 데려다주는 힘센 마술사”라고 말한다. 냄새는 오랜 세월 동안 덤불 속에 감춰져 있던 지뢰처럼 기억 속에서 폭발한다. 할머니 집 뒷 베란다에서 맡았던 꼬릿꼬릿한 된장 냄새,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뻗는 달큼한 떡볶이 냄새, 서리가 내려앉은 아침을 데웠던 따뜻한 커피향… 이처럼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 속에서 튀어 오른다. 생존에 있어 냄새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상실과 고립을 느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냄새가 우리의 마음을 그토록 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부분적으로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냄새는 평범하고 소심한 일상과 호사스러운 광휘를 마음껏 넘나드는 자유로운 존재이면서 여전히 언어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이유로 신비로운 거리를 유지한다. 따라서 냄새는 수수께끼이고, 이름 없는 권력이며, 성스러운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냄새만큼 입체적인 감각이 또 있을까.

 

 

 

에드윈 T. 모리스가 『향기』에서 지적한 대로, 냄새에 관한 한 단기적 기억은 거의 없다. 냄새에 관한 기억은 아주 오래가고, 게다가 냄새는 학습과 저장을 격려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문장을 후각 정보와 함께 주었을 때 후각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쉽게 기억되고 오래간다”고 모리스는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향수를 줄 때, 기억의 액체를 주는 것이다. 키플링의 지적이 옮다. “냄새는 시각이나 소리보다 더 확실하게 심금을 울린다.” / 28p

 

 

나폴레옹은 등화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으로 만든 향수를 좋아했다. 나폴레옹은 1810년, 향수 장인 샤르댕에게 똑같은 향수 162병을 주문했다. 그는 몸을 씻고 난 다음 목, 가슴, 어깨에 향수를 쏟아부었다. 가장 힘겨웠던 전쟁 기간에도 그는 공들여 장식한 막사에서 장미 향이나 제비꽃 향이 나는 로션, 장갑 등 아름다운 장식품을 고르곤 했다. / 117p

 

 

 




 

 

 

 

  촉각은 가장 친밀한 감각이다. 한때 신생아였던 우리는 눈을 뜨거나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촉각을 통해 세상을 느꼈다. 입술의 촉각 수용체 덕분에 젖을 빨 수 있었으며, 따뜻한 것을 향해 손을 내밀어 움켜쥘 수 있었다. 신체 접촉은 ‘나’와 ‘타자’의 차이, 나의 외부에 누군가, 엄마가 있을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를 만지고 엄마의 손길로 받는, 최초의 따스한 경험과 사랑의 기억으로 평생토록 남는다.

 

 

 

  반면, 입은 ‘육체에 이르는 문이고,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지점이며, 대단히 위험한 응접실’이다.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이 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미각은 모든 생명의 원초적인 본능이지만, 다른 생명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면서 그들의 생명을 훔쳐야하는 달콤한 유혹 속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또한 전쟁터에서 인간을 대량 살상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이 사회가 왜 인간이 죽이기에는 좋지만 먹기에는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이러한 모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폰 부덴브로크의 보고에 따르면 독일의 한 양봉업자가 벌통이 차가워지지 않는 이유를 발견했다.

그의 설명은 그럴 듯하다. 겨울철에 수만 마리의 벌이 벌통 속에 무리 지어 있다. 가운데 있는 벌들은 온도가 떨어져도 따뜻하지만, 바깥쪽에 있는 벌들은 추워진다. 그러면 벌들은 발을 차며 빠르게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다. 추울 때 우리가 몸을 떠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외곽에 있는 벌들의 동요는 1만 마리 이상으로 이루어진 무리 전체에 퍼져나간다. 무리 전체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면 결국 상당한 양의 열이 발생된다. 그 결과 온도가 올라가고 벌들은 다시 조용해진다. 다시 온도가 떨어지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 165p

 

 

손은 복잡한 유기체다. 그것은 먼 곳의 근원에서 온 많은 생명이 합류하여, 커다란 물줄기로 흘러가는 삼각주다. 손에는 자신만의 역사가 있고, 자신만의 문명이 있으며,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손에는 스스로 발전할 권리, 자신만의 희망, 느낌, 정서,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 209p

 

 

미뢰라는 이름은, 미각세포들이 꽃잎처럼 겹쳐져 있는 봉오리를 발견한 19세기 독일의 과학자 게오르크 마이스너와 루돌프 바그너가 만든 것이다. 미뢰는 1주일에서 10일 정도에 닳아 없어지고 다른 것으로 대치되는데, 45세까지는 이러한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입천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닳는다. 그래서 똑같은 수준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욱 강렬한 맛이 필요하게 된다. / 243p

 

 

 

  청각은 연인들에겐 구애의 수단이, 아이들에겐 부모와 화해를, 사회에서는 가장 고귀한 꿈이나 가장 저열한 편견을 표현할 수 있으며 때로 제국의 흥망을 결정 짓기도 한다. 심리학자 알렌 브론자프트는 만성적 소음에 노출된 아이들은 ‘공격성이 증가하고 건강한 행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히틀러는 “확성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독일을 정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듣는다는 것은 소통에 있어서 큰 축복이지만, 이렇듯 불협화음을 낳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퍽 애석한 일이다. “아름다움이란 어떤 소개장보다 나은 추천서”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본다는 것 역시 아주 단순하면서 유용한 기능에서 비롯되었지만 아름다움을 추앙하는 인간의 속성으로 인해 감각에도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흰돌고래는 달콤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옛날의 포경꾼들은 흰돌고래를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지금 흰돌고래의 숫자는 바다의 오염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우리에게 해양의 건강 상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미신을 믿는 선원들은 선체를 통해 울리는 고래의 구슬픈 노래를 듣고 매혹되고는 했다. 노래하는 고래들은 한때 지중해에도 살았는데, 선원들을 유혹하여 난파시킨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은 어쩌면 고래였을지도 모른다. / 349p

 

 

베토펜은 <글로리아>를 작곡했을 때 화산처럼 분출하는,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싶은 환희를 느끼지만 기뻐 춤추는 대신, 북이 묘사한 대로, 그것을 “영원히 보존되는, 전달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 “전 세계가 들을 수 있는 음악적인 환희의 외침이었고, 그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베토벤인 적어놓은 음표는 “그의 영원한 환희의 외침을 울리기 위한 (……) 그것을 정확히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를 기록한 지시문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은 그들의 생애를 관통하는 감정의 징검다리, 육체를 떠난 정서와 집착, 감각을 의미한다. 베토벤은 죽었지만 삶에 대한 그의 감각은 지금 이 순간까지 악보 속에 살아 있다. / 365p

 

 

세잔은 붓질을 한 번 하기 전에 몇 시간씩 생각에 잠기기도 했는데, 버나드가 말한 것처럼 한 번의 붓질은 ‘공기, 빛, 대상, 구도, 성격, 윤곽, 양식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 461p

 

 

 




 

 

 

 

  이렇게 우리는 감각으로 이루어진 세계 속을 살고 있지만, 많은 감각들이 우리 내부의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검열 당한다. 일부는 침묵하고, 일부만 반응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감각은 마음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저자는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다양하게 사는 것이라고.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감각이라는 매력적인 영토가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오직 끝없는 길을 무미하게 걷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 오늘 내가 몽유병자처럼 그냥 지나쳐온 이 세계를 되도록 자주 보고 들으며 가까이 마주하자. 다가올 찬란한 봄날이 그러라고 손짓하고 있지 않은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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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엘리자베스 슈뢰더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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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올바르고 건강한 성 의식은 가정에서부터 나온다!

성교육의 기본과 핵심을 다져주고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성교육 책!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신체와 그에 따르는 고민을 능숙하게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지금의 아이들은 유아기 때부터 단계적으로 성교육을 받고 있지만, 정작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에 자라난 나로서는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나 가르쳐줘야 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괜히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아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신체까지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지 우려도 된다.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를 읽게 된 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초등 2학년인 첫째 아들은 발육이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띄고, 무작정 품에 안기던 5살 아들은 이제 선택적 스킨십을 하는 요즘, 두 아들을 위한 올바른 성교육이 내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고, 다른 사람도 동등하게 존중하며, 성에 관한 편견이 없는 당당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같은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도움을 빌려보자.

 

 

 

누가, 어떻게 내 몸을 만질지 결정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경계를 존중할 책임도 있다.

누구든, 어떠한 경우에도, 어떤 식으로든, 나를 불편하게 한다면

언제든 양육자에게 말할 수 있다.

설사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거나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 8p

 

 

 

경계와 동의, 존중으로 이어지는 우리 아이 성교육 가이드

 

 

  와이드너대학교 성교육 교육학 박사인 엘리자베스 슈뢰더는, 내 몸의 주권자로 곧게 서는 것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존중할 줄 알 때 아이는 비로소 자기 자신의 성을 온전히 누리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계’와 ‘동의’ 그리고 ‘존중’을 성교육의 가장 주요한 주제로 꼽는다. 여기서 말하는 경계란 ‘내 영역을 만드는 울타리’다. 아이가 혼자 있고 싶어서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면, 가족 혹은 누구라도 그 경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땐 일단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아이는 ‘들어와도 돼’라든가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대답할 권리가 있다.

 

 

 

  누군가가 만져도 된다거나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안아주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기에 ‘좋다’거나 ‘싫다’고 말해도 된다. 어제 누군가에게 안아도 된다고 허락했다고 오늘도 허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즉, 아이든 어른이든 경계가 분명하게 바로 설 때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법을 배울 뿐 아니라 자신도 남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중요한 건 매순간 결정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것!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가 경계를 인식하고 자기 세계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준비시키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이는 여러분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앞서 여러분의 어조와 말투에 반응합니다. 말의 태도와 표현방식에 유의하세요. 아이가 자기 성기를 더럽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자기 자신도 더럽거나 나쁜 존재라고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감정은 어린 시절을 넘어서 십 대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사춘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자기 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자신에게 유해하고 불건전한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는다든지 말이죠. / 35p

 

 

핵심요약_

호기심은 정상적인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몸을 탐구하게 해주세요.

아이가 몸을 만질 때 과민 반응을 해서 아이를 수치스럽게 하지 마세요. 대신 위생 문제와 경계를 가르치세요.

가정에서 알몸은 건강한 행동의 본보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질문에는 관대하게 대답해주되, 상대에게 허락받지 않은 신체 접촉은 안 된다는 걸 일러주세요. / 39p

 

 

 

  이처럼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는 경계와 동의, 존중을 중심으로 성교육의 기본과 핵심을 다져주고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성교육 가이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대화하는 법을 비롯하여, 아이와 부모가 겪는 일상적인 사례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를 테면 코를 코라 부르고 무릎을 무릎이라 부르듯 성기는 역시 항상 정확한 명칭으로 부를 것, 아이에게 너를 부적절하게 건드리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람한테는 말대꾸를 해도 혼나지 않는다고 확실히 일러줄 것, 그리고 불편한 접촉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부모뿐만 아니라 주위 어른들에게 말해도 결코 너를 혼내지 않을 거라고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아이와 몸 놀이나 격투 놀이, 간지럽히기 등의 놀이를 할 때 혹시나 아이가 중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그 즉시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신체 경계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실천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네 몸은 정말 멋진 거야. 게다가 너만의 것이기도 해. 너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할지 네가 결정할 수 있어.” / 70p

 

 

“동의란 허락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만 많은 경우 너의 몸과도 관계가 있어. 내가 너한테 ‘안아도 되니?’라고 물었는데 네가 ‘싫어요’라고 대답했다면 넌 내가 안는 걸 허락하지 않은 거야. 동의하지 않은 거지. 그러면 나는 너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너를 내 맘대로 않지 않을 거야.” / 90p

 

 

아이가 포옹을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안겨 뽀뽀받는 걸 즐긴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결국 당신과 아이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가끔씩은 아이에게 껴안고 뽀뽀해도 괜찮을지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괜찮다거나 혹은 그러기 싫다고 느끼는 장소나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것도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언젠가부터 등교할 때나 차로 데려다줄 때 포옹하고 뽀뽀하며 인사하지 않게 될 수도 있거든요.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인 만큼, 아이에게 거리감을 느끼더라도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165p

 

 

 



 

 

 

 

  부모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아이의 성교육에 임해야 하는지 나름의 큰 그림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언젠가는 해야 될 텐데, 하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다 일상에서 쓰는 언어와 태도에서부터 하나하나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키우고 싶다면, 아이의 든든한 양육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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