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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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있는 당신에게!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 30대 남성 A씨가 누군가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들고 다니던 도중 사회복무요원의 신고에 의해 체포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야구장에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다행히 야구장에 가려했다 다른 날로 날짜를 변경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최근 잇단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작성자들 중에 중학생을 비롯한 10대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아하니, 이와 같은 현상이 밈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일종의 변종된 베르테르 효과로,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의 저자 니컬러스 카다라스가 지적하듯 디지털 반향실에 의한 극단적 ‘사회적 전염’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지 걱정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전염, 또래 전염이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행동이나 장애를 끊임없이 시청했을 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행동을 자주 모방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에 일부 인셀 집단이 일으킨 살인 사건과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신적·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목적의식을 갖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스크린 중독, 디지털 광기의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우리의 정신 건강은 왜 더욱 나빠지는 것일까? 외로움, 불안, 우울증이나 극단주의, 정치적 불안, 총기 난사 사건의 잦은 발생까지, 우리 사회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징후는 이토록 명확한데 우리는 어째서 스크린 감옥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을 일깨우기 위해 디지털 광기의 현 시대를 냉철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비도덕적이고, 혐오스럽고, 각종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 사회적 전염의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빅테크의 유해성과 기술의 중독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디지털 광기의 시대에 맞서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우리의 이성과 분별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려 한다.

 

 

 

‘극단화 고리’에서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이분화된,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정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더욱더 강도가 심해지는 콘텐츠, 즉 인식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원시 도마뱀의 뇌를 자극하도록 설계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보낸다. 사용자가 왼쪽으로 기울면 알고리즘으로 강화된 반향실은 사용자에게 왼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보내고, 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내기 때문에 양극단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골은 더 깊어진다. / 22p

 

 

전형적인 중독 딜레마에 빠져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전두엽의 회백질-충동 제어와 관련된 뇌의 의사 결정 ‘제동 시스템’-이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을 자제하려는 개인의 능력은 약해진다.

본질적으로 중독은 우리의 제동 장치를 망가뜨린다. 중독자가 결코 끝나지 않는 도파민 갈망을 계속해서 만족시키려 하는 동안 중독의 회전 목마는 계속 돌아가고, 중독자는 악순환을 멈출 충동 제어 능력을 잃는다.

디지털 시대에 추가된 중독 문제는 (중독 물질이 아닌) 편재성이다. 우리 주변에는 계속해서 도파민을 급증시키고 도파민 수용체를 넘치게 해 끊임없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난다. / 55p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에서 최초의 원자 폭탄이 폭발했을 때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자책했다. 이 무렵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또 다른 과학자들 역시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폭발적인 창조물의 힘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을 위시한 신테크노크라트 역시 처음에는 삶의 질적 발전과 기술 혁신을 목적으로 하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기술은 우리의 윤리적 분별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이들의 혁신을 신격화하고 더더욱 많은 기술을 소유하길 원하지만, 저들은 윤리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거의 숙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한 사례는 피로 얼룩진 코발트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구상의 모든 리튬 배터리에서 발견되는 코발트는 현재 60퍼센트 이상이 콩고에서 생산되는데, 엄청난 수요 때문에 수만 명의 어린이가 코발트를 채굴하는 일에 동원되어 유독한 먼지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25만 5000명이 넘는 빈곤층이 귀중한 원소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위태롭게 일한다. 애플의 외주 업체인 폭스콘은 130만 명에 이르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고작 약 130달러의 임금만을 지급하고 평균 교대 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고단한 생산 목표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콩고 광부들과 가난한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노예처럼 착취하는 환경 덕분에 우리는 매일, 거의 매 시간 디지털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인해 우리 또한 디지털 수갑을 차고 그들처럼 노예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디지털 새장 안에 갇혀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를 열광하며, 점점 더 깊숙이 갇히기를 원한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하는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짜 BPD는 앞서 말한 사회적 전염 모델의 또 다른 예이며,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치구나 대중 매체에서 본 정신의학적 또는 행동적 문제를 보일 수 있다. 혹은 소셜 미디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디지털 인위성 장애DFD’ 문제를 보일 수 있다. 이미 논의한 대로, 사회적 전염, 또래 전염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개념이다. / 176p

 

 

거의 50퍼센트 급증한 ADHD 발병률이 증명하듯이, 오늘날 사람들은 상당히 높은 충동성을 보인다.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가 수행한 ADHD 연구는 증가한 스크린 타임과 ADHD가 분명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럴 만도 하다. 화면은 아이들에게 매우 자극적이고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이렇게 자극적인 화면을 계속 보다 보면 아이는 결국 자극에 의존하게 되고, 과도한 자극을 계속해서 좇으며 집중력을 잃게 된다. 이런 충동성에 더해 헬리콥터 부모 아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면 아이는 대응 면역 체계를 발달시킨 기회를 놓친다. 인위적으로 세균을 없앤 환경에서 제대로 된 면역 체계를 위한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처럼, 과보호된 아이들은 회복력이 떨어진다. / 306p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고대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밝힌 것처럼 명상과 음악, 신체적으로도 적절하고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통해 자기 조율이 필요하다. 조용히 사색하거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자연을 보면서 경외심을 갖는 경험도 중요하다. 또 정치, 과학, 예술 등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재검토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즉, 우리가 더 이상 디지털 새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산인 고대의 도구들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화면을 끄고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기기와 더불어 살아가되 기술에 지배되지 않는 분별력과 현명함이 더 없이 중요해진 시대다. 기술과 기계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겨 사느라 정작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자.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각종 콘텐츠와 알고리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고, 현실에 대한 통제권을 기르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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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몸 박물관 - 이토록 오싹하고 멋진 우리 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ㅣ 과학이 동동
레이철 폴리퀸 지음, 클레이턴 핸머 그림, 조은영 옮김 / 동녘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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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와 함께 떠나는 이상한 몸 박물관!

우리 몸의 흔적 기관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대한 호기심에 다가가는 흥미로운 그림책!

 

 

 

  이상한 몸 박물관에 방문한 친구들, 안녕! 나는 ‘지혜의 치아’라고 불리는 사랑니야. 그만큼 똑똑하고 튼튼하지. 내가 너희들의 입속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나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 지금은 버려지듯 남겨지긴 했어도 한때는 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고 또 멋진 일을 해냈다구. 이처럼 한때는 중요한 신체 부위였지만 진화 과정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몸에서 사라졌거나, 쪼그라들었거나, 망가졌거나, 또는 아주 이상한 상태로 남게 된 기관들을 ‘흔적 기관’이라 부른단다. 그런데 그거 아니? 너희 몸에 그런 부위가 의외로 많다는 거? 앞으로 내가 소개할 ‘이상한 몸 박물관’에는 바로 이러한 흔적 기관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어. 이제부터 나, 사랑니가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너희들과 함께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볼 거야. 어때, 재미있겠지? 얼른 출발해볼까?

 

 

 

한때는 소중했던, 우리의 흔적 기관들에 대하여

 

 

 

  『이상한 몸 박물관』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혹은 우리 몸에 남아 있으나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 흔적 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그림책이다. 비록 지금은 쓸모없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흔적 기관은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인간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 다시 말해,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어떻게 두 개의 다리와 열 개의 손가락과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니게 되었는지, 개와 뱀, 야자나무와는 다른 생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털세움근(소름), 꼬리뼈, 사랑니, 딸꾹질, 사라진 콩팥 등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소개한다. 친근감 있는 삽화와 사랑니의 유쾌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류의 역사와 진화에 얽힌 과학사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몸에 생긴 작은 변화가 수백만 년 동안 계속해서 쌓이면 생물은 결국 자기 조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 돼. 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탄생하는 큰 변화가 바로 진화야. 그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바로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이고. 하지만 그 종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여기저기 조금씩 변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의 생물이 될 거야.

(…) 하지만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진화의 어두운 뒷이야기를 들려줄게.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그린 이야기도 아니지만 본래 무슨 일이든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법이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흔적 기관의 이야기야. 진화가 망가뜨리고, 모습을 바꿔놓고, 기억에서 지우고, 사라지게 만든 이야기.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죽겠지? 자, 그럼 이쪽으로 잘 따라와 봐! / 13p

 

 

 



 

 

 

 

  그거 알고 있니? 1만 4000년 전만 해도 사람의 턱은 32개의 치아가 모두 들어갈 만큼 넓었어. 그런데 옛 조상들이 야생 식물의 씨앗을 채집해서 땅에 뿌리고 키우기 시작하면서(농경생활) 더 이상 딱딱한 열매나 질긴 고기와 뿌리를 먹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튼튼한 이와 턱뼈, 강한 턱 근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거지. 그래서 점점 턱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나 사랑니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당장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아마 우리 사랑니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살아갈 거야. 나뿐만이 아니야. 흔히 소름이라 부르는 털세움근도 진화 과정에서 털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흔적 기관이지. 지금 너희들의 몸에는 털이 충분히 자라지 않기 때문에 털세움근이 작동해도 몸을 따뜻하게 하지도, 더 크고 무서워 보이게 하지도 못하지만 이 작은 근육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

 

 

 

종아리에도 얇은 원숭이 근육이 있어. 장딴지빗근이라고 부르는 근육인데 아마 발로 나뭇가지를 잡을 때 사용했을 거야. 열 명 중 하나는 이 근육이 없지만 다리를 사용하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내가 봐도 재미없는 근육이야.

대신 더 흥미로운 근육을 소개할게. 아기들한테만 있는 놀라운 원숭이 근육의 힘이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은 엄청난 힘이 있어. 웃지도 못하고 몸을 뒤집지도 못하고 코를 긁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움켜쥐는 힘만큼은 대단하다고.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매달릴 수도 있을 정도니까. 이 힘은 태어나서 몇 달이 지나면 사라져. 하지만 갓 태어난 사람에게 원숭이가 준 힘은 아주 강력해. / 33p

 

 

충수 만세! 세상의 편견과 달리 쓸모없는 기관이 아니었어! 이걸 교훈으로 삼자. 과학자들이 아직 용도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정말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 53p

 

 

우리는 인간의 아기가 엄마 배 안에서 평생 사용할 두 번째 콩팥을 만드는 동안 그 일을 대신해. 우리 고대 콩팥들이 비밀의 영웅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피를 청소하고 오물을 걸러내지 않는다면 아기는 그 아름답고 복잡한 인간의 콩팥을 영영 만들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 두 번째 콩팥 세트가 완성되어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일은 끝나. 그래서 마법처럼 사라지지. 우리가 남기는 것은 볼프관과 난소위체라는 멋진 이름의 몇 가지 관이 전부야. 그게 우리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게 하지. 우리는 흔적기관이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 74p

 

 

 




 

 

 

 

  나무를 기어오르던 발이 어떻게 달리기를 하는 발이 되었는지, 어째서 우리 몸에서 털이 사라졌는지, 욕조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딸꾹질을 왜 하는 것인지, 우리 인체에 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가다 보면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멋지게 퇴장하는 흔적 기관들! 문득 지금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관들이 먼 훗날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이상한 몸 박물관』은 우리 몸의 신비는 물론, 하나하나의 역할과 그에 따른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인체에 관한 과학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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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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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이제 우리는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 갈라테이아의 신화로 읽어야 한다!

 

 

 

 

“오, 여신이시여! 어찌하여 저는 이런 배필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토록 완벽한 여인이 어찌하여 인간이 아니라 대리석이라야 합니까?” / 16p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에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된 키프로스의 여성들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상아로 완벽한 이상형을 조각해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피그말리온이다. 그는 조각상을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 듯 여기며 입을 맞추고 어루만지더니 급기야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의 기도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결국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생명의 기운을 얻은 조각상은 마침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후 아프로디테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여인에게는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실제 원본에서는 이름 없는 조각상이었으나 후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딸에게는 파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혹은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이름을 붙여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칭송하고 낭만적으로 해석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어떤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신화를 비유로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로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매들린 밀러는 자신의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를 통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류가 조각상을 빚음으로써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세우고 아름다운 육체를 추앙함으로써 여성의 순결과 통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다면,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과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속에서 인간으로 탄생한 갈라테이아는 과연, 정말로 행복했을까? 어쩌면 피그말리온이야말로 인셀(비자발적인 순결주의자, 여성혐오자)의 전형은 아닐까? 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그 어떤 목소리도 부여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머릿속에 피그말리온의 이름만 남겨두었다면 이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목소리를 돌려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는 잠시 후에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대고 눌렀다.

“살아나라. 살아나라, 내 생명, 내 사랑이여. 살아나라.”

나는 바로 이 순간, 이슬을 머금은 새끼 사슴처럼 눈을 떠 마치 태양처럼

나를 내려다보는 그를 보고 경외와 감사가 담긴 탄성을

조그맣게 터뜨려야 한다.

그러면 그가 나를 따먹는다. / 19p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 갈라테이아의 신화로

 

 

 

  『갈라테이아』라는 제목을 본 순간, 나는 단박에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원형이라 불리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바다 님페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떠올렸다. 이 신화 속에서 갈라테이아는 우윳빛 살결의 아름다운 모습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첫 장을 읽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신화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이 또 있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사전을 통해 피그말리온이 사랑에 빠진 조각상에게 이 신화 속 님페에서 따온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윳빛 살결, 모두가 이상향이라고 여길만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조각상, 그로부터 탄생된 인간 갈라테이아…. 이 모든 맥락이 가리키는 곳에서 갈라테이아가 자신만의 온전한 이름으로 설 자리는 애초에 없다.

 

 

 

나는 누워서 알맞은 자세를 취했다. 식은 죽 먹기다. 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데다 내 머릿속 한구석, 돌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곳이 내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반기기 때문이다. 딱 한 군 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 13p

 

 

 

  이를 보여주듯 『갈라테이아』에서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온종일 누워 있는 채로 주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만을 순종적인 태도로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 또 임신을 했을 때 그녀의 배가 튼 살 자국을 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그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딸 파포스의 태도를 보며 이를 간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손길로 빚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 뒤에 묻혀진 진실은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 결코 아름답지 않다. 따라서 메들린 밀러는 이 결말을 뒤엎을 것을 제안한다. 피그말리온의 세상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두 발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새로운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우리에게 선사하려 한다.

 

 

 

얼굴아, 빨개져라. 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 33p

 

 

 




 

 

 

 

  문고본만한 크기에 49쪽에 불과할 만큼 짧은 분량임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신화는 달리 쓰이고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매들린 밀러는 또 한번 증명해냈다. ‘지배자의 연장으로는 지배자의 집을 부술 수 없다’던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 새로운 목소리와 언어로 전통이라는 이름의 신화를 깨부수는 매들린 밀러의 이야기를 나는 계속해서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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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진짜 공부 -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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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성적이 아닌, ‘평생 공부’를 위한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는 책!

 

 

 

  아이와 마주앉아 공부하다보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곤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꼭 그런 말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 어쩔 수 없이 이 아이도 점수와 성적에 희비가 엇갈리고, 소위 번듯해 보이는 직업과 자신이 원하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지만, 공부를 하는 과정과 목표의 방향이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하게 설명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번번이 내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곤 한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에서는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공부라 정의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를, 나아가서는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함께하고 협력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자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은 이 책을 통해 10대 청소년에게 진짜 공부의 의미는 물론, 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아울러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도 우리 자녀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려 한다.

 

 

 

공부할 이유를 찾고, 공부 근육을 만들고,

공부 역량을 키우고, 공부의 범위를 확장하라

 

 

 

  ‘진짜 공부’를 위한 첫 단추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공부할 마음 준비하기다. 무슨 일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공부하려는 목적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나는 이제껏 무엇으로부터 동기를 얻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기를 제안한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혼나지 않기 위해서, 즉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부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또 공부 근육은 물론 마음 근육을 기르는 데도 꼭 필요한 ‘자기 존중감’, ‘자기 효능감’, ‘애호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배우고 익히는 ‘학습(學習)’이 온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울 학(學)’만 있고 ‘익힐 습(習)’이 없으면 공부라 할 수 없습니다. 배우기만 한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익혔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그런데 나의 학창 시절 공부는 배움만 있었어요. 익힘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지요. 배운 것을 내재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교육이었습니다. 나는 배움보다 익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 18p

 

 

우선 자기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 쓸 만한 사람이라고 보는 거죠. 그뿐 아니라 자기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자아 효능감은 높은 거죠. 이런 사람은 회복 탄력성도 좋습니다. 실수를 하거나 실패했을 때,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았을 때도 훌훌 털고 일어서는, 그걸 정리해 내는 힘이 세지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고, 어려운 정도가 높은 일에 대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도전하고, 그런 결과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그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 49p

 

 

 




 

 

 

 

  대한민국의 대표 사상가였던 고 신영복 교수는 『담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참된 공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공부는 먼저 머리로 하지만 그다음에는 가슴으로 함으로써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향한 사색이나 성찰이 없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라 할 수 없다. 또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손발로 실천함으로써 가슴에서 발까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고,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담론』의 글귀를 빌어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교육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 이 책의 메시지를 늘 잊지 않고, 평생 공부의 길잡이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류만큼 먼 거리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동물은 드물다고 합니다. 빠르지도 힘이 세지도 않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보니 얻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우선 그 일에 정통해집니다. 연륜도 쌓입니다. 또 오래 하다 보면 우연히 얻어걸리는 행운도 맛보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그 분야 사람들과 교류가 쌓이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집니다.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지속하는 것 자체가 성공입니다. 계속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습니다. / 80p

 

 

 

  이 외에도 책에는 공부 철학으로 삼을 만한 귀한 메시지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100점 맞을 욕심으로 덤벼 들어 98점, 96점, 94점으로 점수가 깎이는 것이 아닌, 0점에서 출발해 2점, 4점, 6점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도전을 해볼 것’, ‘부진과 침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공부가 읽기와 듣기라면 최종적으로는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가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공부 마인드를 전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부 잘 하는 법을 강조하는 책들은 넘쳐나지만 그 전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성적표에 낙제 점수를 쓸 때 실패를 뜻하는 ‘F(Failed)’로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아직’이란 뜻의 ‘NY(Not Yet)’라고 쓴다고 한다. 당장 잘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교육, 실패하고 실수했을 때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교육 문화가 보다 절실해진 지금, 나의 아이에게도 ‘틀렸다’가 아니라 ‘아직’이라는 말을 더 자주 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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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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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 목욕탕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나요?

이 책 덕분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목욕탕의 온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목욕탕 도감』은 도쿄, 지바, 교토, 미에 등 지역 내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일본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한때 건축가였던 저자는 번아웃이 오자 친구와 의사의 권유로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목욕탕이 가진 특별한 매력과 온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목욕탕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이때부터 목욕탕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친구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목욕탕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펼쳐보다 보면 목욕탕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 아이소메트릭이라고 하는 건축도법을 사용해 대중목욕탕 건물 내부를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것은 물론, 24곳의 목욕탕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다른 풍경을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다정다감한 그림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숨에 목욕탕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게 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찾아갔던 우리 동네 목욕탕의 풍경이, 그 안에서 메아리쳤던 어른들의 수다가, 목욕탕을 나오면서 꼭 마셔주었던 바나나 단지우유 같은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당장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목욕탕에는 확실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

 

 

 

  JR고엔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1933년에 창업해 9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스기유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실제 건축사를 그만두고 목욕탕 지배인으로 이직한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이 흔히 냉탕과 열탕으로만 구분된 것과 달리, 이곳은 우유탕, 제트탕, 열탕 외에도 맥주탕이나 영귤탕과 같은 신선한 소재의 욕탕을 자주 기획한다고 한다. 또 정기휴일이나 영업시간 전에는 댄스이벤트, 라이브공연, 토크이벤트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대합실과 갤러리에서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전시가 항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고스기유만이 아니다. 책을 넘기다보면 ‘일본은 정말 목욕탕 문화에 진심인 곳이구나!’ 하고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그 정도로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목욕탕이 상당히 많다. 목욕 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아사히 맥주에서 맥주 마이스터 공인을 받기도 한 ‘도쿄 닛포리 사이토유’, 나무데크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천정 저편으로 스카이트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노천탕 ‘도쿄 오시아게 다이코쿠유’,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온천과 벚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되는 기상천외한 ‘지바 나라시노 구아팔레스’, 호박탕이나 보졸레 누보 와인탕, 똠양꿍탕과 같이 특색 있는 욕조를 운영하는 ‘도쿄 스미다 야쿠시유’ 등 일본 곳곳에서 목욕탕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도고시 긴자 온천은 빌딩형 목욕탕으로 1960년에 창립했다. 2007년 건축가 이마이 겐타로의 설계로 리뉴얼하면서 ‘질리지 않는 목욕탕’ 콘셉트로 여탕과 남탕이 매일 바뀌는 츠키노유(달의 탕)와 히노유(해의 탕)를 만들었다. 두 욕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른 목욕탕에 온 기분이 든다. / ‘도쿄 도고시 긴자 온천 치키노유’ 편 중에서 37p

 

 

발끝으로 깊이를 확인해가면서 욕조 안의 계단을 내려가 안쪽 벽에 등을 가져다 댄다. 기분 좋은 온도에 몸의 긴장이 스르륵 풀린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조금 높은 위치에 창문이 활짝 열려 있고 벚꽃이 만개해 있다. 바깥에서 실내까지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에서 벚꽃 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검은 온천수에 내려앉는다. 몽환적인 광경이다. 바깥에서 들어온 바람 소리, 사람들이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아하게 벚꽃놀이를 즐겼다. /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편 중에서 59p

 

 

 





 

 

 

 

  책을 읽다보면 목욕탕을 공동체의 커뮤니티이자 도심의 문화공간으로, 목욕탕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해낸 그들의 마인드가 참 인상적이다. 감각적인 현대 문화와 과감하게 융합하는 모습도,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우직하게 살아남아 역사와 전통을 맥을 이어가는 모습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참신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열의에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본에는 목욕탕 벽화 장인이나 목욕탕 전문 건축가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목욕탕에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일본에 간다면 한 번쯤 목욕탕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발가벗은 채로 대화를 나누는 이 커뮤니티가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서로 발가벗은 채라면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욕실에서만 주고받는 대화니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얕은 것도 아니예요.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만큼 따스하고 견고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대중목욕탕의 커뮤니티는 남다른 점이 있어요. 이런 얕으면서도 견고한 관계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평소 SNS를 통해 익명성 커뮤니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다정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독자적이고 특별한 대중목욕탕만의 커뮤니티를 경험해보세요. / 104p

 

 

 

  이 외에도 책에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들을 만나볼 수 있다. 목욕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본의 독특하고 특별한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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