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일 - 조직을 일하게 만드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박찬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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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조건!

직장에서 조직을 끌고 있는 리더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라!

 

 

 

 

  돌이켜보면 나는 가지고 있는 자질에 비해 리더의 역할을 자주 맡았던 것 같다. 추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단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름의 근성으로 어떻게 해서든 준수한 결과물을 낸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리더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해 상당 부분 혼자서 고군분투 할 때가 많았다. 때로는 조직원을 배려하느라, 때로는 조직원을 믿지 못해서 ‘그냥 내가 하고 말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느라 혼자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당연한 수순처럼 퇴사를 결심하곤 했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좀 더 현명한 리더가 되지 않았을까.

 

 

 

조직을 성장으로 이끄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리더의 일』은 국내외 주요 기업의 리더들을 코칭하고 있는 박찬구 전 CEO의 탁월한 리더십의 기술을 담은 책이다. 경영자로서, 리더로서, 경영자 코치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서 수많은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노하우를 전하고자 한다. 리더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인재로 조직을 채울 것인지, 어떻게 조직원과 소통할 것인지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고민들에 꼭 맞춘 조언들을 제시하려 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 22p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위대한 리더가 반드시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리더는 국민이 위대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조직에서 리더는 다른 사람, 즉 구성원을 통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경영자 코칭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리더들이 스스로 너무 많은 일을 열심히 하다 부딪힌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앞선 나의 사례처럼, 많은 리더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오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리더의 일이란 많은 실무를 하는 것도, 모든 직원의 일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대신 채우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구성원의 유능감을 자극해서, 그 유능감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더는 다섯 가지 일에서 ‘직접 하기’와 ‘도와주기’의 역할보다 ‘시작하기’, ‘결정하기’, ‘끝내기’의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 리더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직접 하기’는 구성원이 더 잘하는 일이고, ‘도와주기’는 리더가 아닌 동료나 전문가들이 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작하기’, ‘결정하기’, ‘끝내기’는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42p

 

 

기업의 리더는 허심탄회해야 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머릿속에 담아 두지 않고 들려주어야 한다. 구성원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구성원의 생각을 듣고 보완하거나, 일부 구성원이 공감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양보하지 않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와 그 배경, 가치에 기반한 일하는 방법을 구성원들과 구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 상사가 자신의 우선 순위, 즉 지향하는 가치를 분명히 알리지 않으면 조직의 구성원들은 다른 꿈을 꾸게 된다. 상사가 구성원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리고 구성원은 상사와 부서의 가치를 받아들임으로써 불문율은 성문율이 된다. / 78p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을 지원하라

 

 

  구성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개발하고 성장을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간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획일적으로 관리해왔다면, 이제는 각자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여 모두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에서는 대략 두 가지 성향으로 분류하는데 하나는 고구마형(적절한 책임과 권한만 주면 일의 세세한 부분과 방법은 스스로 정해서 진행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감자형(일을 시작할 때 자세히 설명해주고 일 중간에도 진행을 점검해보아야 하는 스타일)이다. 저자는 혼자서도 잘하는 직원은 스스로 일을 풀어나가도록 하고, 지도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직원은 꼼꼼히 챙김으로써 두루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가 구성원의 성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정해주는 것은 사실 회사와 같은 조직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 등 어디에서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그 안에서 자신이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헤아리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다정한 리더가 살아남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과 마샬 로사다는 직장 내 대화와 회의록을 분석하다가 성과가 높은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리더가 구성원을 자주 칭찬하고 격려하며 인정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고성과 조직에서는 긍정적인 말을 부정적인 말보다 2.9배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칭찬이란, 상대가 어떤 수준에 있든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동기부여의 행위다. 잘했기 때문에 주는 상이 아니라 지금 잘하든 못하든 여기서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는 격려다. 따라서 저자는 칭찬이야말로 리더의 임무이자 필수라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칭찬의 기술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 번째 기술은 ‘결과만 칭찬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는 물론이고 노력이나 과정, 또는 역량도 함께 칭찬하는 방법이다. “김 과장, 그 계약 참 잘했어! 대단해! 매일 야근하면서 바이어랑 통화하더니 결국 해냈네.” 하고 김 과장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기술은 그 일로 인한 ‘영향과 공까지 칭찬하는 것’이다. 세 번째 기술은 ‘정확한 장소와 타이밍’이다. 칭찬할 일에 대해 알게 되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칭찬해야 한다. 구성원의 박탈감을 배려해 몰래 하는 칭찬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구성원의 동기부여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다정한 리더인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을 해줄 수 있는 리더인가. 우리 아이에게도 꼭 실천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직에서 동료나 후배 없이 혼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 조직을 만들어 일하는 이유는 혼자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생존과 타인의 생계를 위해 좀 더 다정할 필요가 있다. 다정한 리더가 오래 남는 시대가 찾아왔다. / 168p

 

 

경영은 컨센서스(consensus)가 아니라 확신(conviction)이다.

구성원의 합의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는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하기 싫다의 다른 표현이다. 경영은 민주주의에 의한 다수결이 아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합의가 부족하다고 반대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하고 난 뒤 “이건 내가 결정할게.”를 덧붙여보시라. / 210p

 

 

 

 



 

 

 

 

  “리더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는 마인드셋을 갖출 수 있을 때,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직장을 퇴사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리더의 덕목들은 가정에서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고 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읽었다. 그러다보니 직장을 막론하고 두루 읽혀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 철학을 찾고, 현장에 적용하여 실천 가능한 리더십을 익히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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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왜 필요할까? ㅣ 질문 많은 어린이를 위한 생각수업 1
사라 월든 지음, 케이티 루스 그림, 김진 도움글 / 봄마중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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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경제 교육의 첫걸음이 되어줄 책!

돈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돈의 가치와 쓰임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다!

 

 

 

  몇 달 전, 첫째 아이가 돼지 저금통에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했다. 그간 용돈을 받을 때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저금통에 넣은 결과 꽤 상당한 금액이 모여 있었다. “이걸 내가 사용해도 되는 거야?” “응, 네가 진짜 이 돈을 쓰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쓰면 돼.” 아이는 며칠 고민을 하더니 휴대폰을 사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더 충당하면 되는지 함께 가늠해보았다. 결국 아이와 이번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더 필요한 금액을 가능한 모으기로 했고, 아이는 지금도 착실히 모으고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아이와 함께 한 나름의 의미 있었던 경제 교육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가정 내에서도 경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기본적인 저축의 개념을 비롯해 돈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쓰임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것처럼 경제 공부도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돈은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인 나조차도 기본적인 경제 소양이 부족한 까닭에 어린이 경제 도서를 함께 읽어보는 데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경제 교육의 첫걸음

 

 

  질문 많은 어린이를 위한 생각 수업 시리즈 『돈이 왜 필요할까?』는 우리 아이를 위한 첫 경제책으로, 돈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소개한다.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돈은 좋은 것일까요?’ ‘세금이 뭐예요?’ ‘돈은 어떻게 늘어날까요?’와 같이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으로 접근하여,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친근감이 느껴지는 삽화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의 이해를 돕는다.

 

 

 




 

 

 

 

  물물교환에서 조개껍데기, 종이돈(지폐), 모바일 페이와 같은 미래의 화폐까지, 돈의 흐름을 쭉 살펴볼 수 있다. 나라마다 돈의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각 ‘통화’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다. 또 은행의 역할과 이자의 개념, 돈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일러준다. 무엇보다 돈으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문제들, 올바른 쓰임,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며 지혜롭고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조건 많은 돈을 갖고 싶은 유혹을 이기고 돈에 굴복하지 않도록 지혜도 필요해요. 돈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돈을 잘 관리해야 하고 사회의 전체 돈의 양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지요. / 35p

 

 

 



 

 

 

 

  책을 읽으며 아이는 돈을 빌리려면 은행에 이자를 내야 하는데 왜 사람들은 대출을 내는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돈을 처음으로 사용한 이들은 약 5000년 전의 바빌로니아 사람들이라는 글을 읽고 올해가 2023년인데 어째서 5000년 전이 있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덕분에 대출의 개념과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 무분별한 대출의 문제점을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 또 경제 외에도 기원전과 기원후라는 역사 개념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흐뭇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어린이 경제 도서를 지속적으로 권해봐야겠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초등 저학년에게 꼭 맞는 경제 도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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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가을호 - 79호
고나무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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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하는 쾌감을 넘어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강렬한 울림까지!

심리, 트릭, 유머, 역사 등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다양한 참맛을 느끼는 시간!

 

 

 

  코난 도일은 《스트랜드 매거진》에서 셜록 홈스가 활약하는 단편들을 싣기 시작하면서 전무후무한 탐정 캐릭터로 불멸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하드보일드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 역시 《블랙 마스크》라는 잡지에서 <협박자들은 쏘지 않는다>라는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인 에도가와 란포도 《신청년》에서 단편으로 데뷔했고, 국민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아버지 요코미조 세이시(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추리작가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출판물을 비롯해 잡지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참신한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양질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한 창구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온 잡지는 여전히 유의미하다. 《계간 미스터리》의 편집장은 “작가는 풍성한 실험을 통해 창의적인 단편을 창작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발표할 수 있는 다양한 잡지가 공존하는 것, 장르-단편-잡지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 삼겹줄을 이루는 것, 그것이 미스터리 장르, 아니 그 나라의 문화가 융성하는 최소한의 기반”라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유일의 미스터리 전문 계간지인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다양한 작가와 한국형 미스터리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점은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미스터리 단편작부터 이야기 논픽션을 이해하는 기획 특집에 이르기까지

 

 

  이번 가을호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스터리 장르를 탄탄하게 구축한 작품들이 눈에 띤다. 신인상을 수상한 무경의 소설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는 한국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빨치산을 토벌하는 부대원으로 잠입했던 자칭 ‘악마’의 회고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켜 지옥으로 보내야했던 했던 악마는 전쟁터를 누비며 교묘하게 자신의 씨앗을 흩뿌린다. 선도 악도 없는 혼돈의 시대에, 그야말로 악마의 속삭임에 홀리지 않고서야 배신하고 음모를 꾸미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맹목적인 이기를 이해할 길이 없었던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며느리에게 뭐라고 말을 걸며 치근덕거리는 윤 소위를 보며 박 상사가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저 무식한 윤 소위가 서울대학교 출신의 소위 ‘엘리트’라는 게 참 희한하기만 했거든요. 오히려 내 옆에 있는 소학교나 겨우 나온 박 상사가 훨씬 침착하고 지적으로 보였지요. 이 표면과 속이 일치하지 않는 기이한 어긋남이야말로 인간의 재미있는 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무경,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 중에서 33p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소설 <해녀의 아들>(박소해)은 지난 여름호 <불꽃놀이>에서 활약했던 좌승주 형사를 다시 한 번 불러낸다. 해녀인 어머니에게서 나고 자란 좌승주는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본가를 찾았다가, 친이모처럼 자신을 아껴주었던 영순이 물질을 하던 중에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좌승주는 단순 사고사로 보였던 이 죽음의 배후에 제주도민 9분의 1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당시 사건으로부터 살아남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러했듯, 좌승주는 자신의 유전자에도 그날의 잔혹한 상처가 아로새겨져 있음을 발견하고 신음한다. 이렇듯 영순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독자들은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불온한 역사의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혼돈의 도가니. 4·3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던 소설 속 글귀가 내내 여운을 남기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치밀한 조사와 디테일 넘치는 묘사로 정교한 역사 미스터리를 완성해낸 작가의 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거의 잘못으로 현재의 살인이 일어났다면? 긴 세월을 사이에 두고 과거의 어떤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재의 살인에 영향을 미쳤다면? / 박소해, <해녀의 아들> 중에서 160p

 

 

 

  무대는 이미 갖춰졌다. 당신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홍정기의 <팔각관의 비밀>은 잘 차려진 밥상처럼 추리를 하는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김창현의 <멸망 직전>은 지구를 덮치는 미확인 행성보다, 멸망 직전에 이르러서도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의 이기가 진저리 날만큼 더 무섭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과장된 만화적 연출이 극적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김세화의 <알리바바와 사라진 인형>, 은둔형 외톨이를 소재로 주인공의 불안 증세가 어디까지 가 닿을지 예측할 수 없어 기묘한 공포를 낳는 여실지의 <꽃은 알고 있다>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호에 이어 연재된 백휴의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사건?>는 박문수의 활약이 무색할 정도로 ‘범인이 이렇게 시시하게 밝혀지는 건가’ 아쉬워지려는 찰나, 뒤통수를 단단히 후려치며 다음 호를 기대하게 만드니 겨울 호가 벌써 기다려진다.

 

 

 




 

 

 

 

  단편 소설 외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처럼 우리가 범죄 실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살펴본 기획 특집과 미스터리 영상 리뷰, 독자가 직접 트릭을 재구성해 범인을 찾아보는 <추리소설가의 딸 납치사건>도 《계간 미스터리》를 즐기는 묘미다. 그나저나 김나훔의 표지 그림이 단연 압권이다(두 아들이 신기하다며 넋을 놓고 보고, 또 본다). 이처럼 한 호, 한 호,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만큼 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계간 미스터리》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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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기쁨 - 세상을 구할 과학자의 8가지 생각법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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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과학에 대한 편견이 무너졌다!

복잡한 공식이나 과학 이론이 아닌,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일러주는 아름다운 책!

 

 

 

  무지개를 완전한 원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양자물리학자인 짐 알칼릴리는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로 책의 포문을 연다. 무지개는 햇빛과 비가 결합해 물방울을 머금은 하늘에 둥근 색의 띠를 만드는 자연 현상이다. 무지개는 무수히 많은 물방울과 부딪힌 후에 분산된 햇빛이 우리 눈에 도달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늘의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리의 눈과 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상호작용인 것이다. 즉, 우리는 하나의 무지개를 함께 바라본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각자가 저마다의 무지개를 바라보는 셈이다. 또한 우리는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원뿔의 절반만 보는 것이지만 하늘 높이 떠 있을 수 있다면 무지개를 완전한 원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세상에, 무지개를 원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니. 지금껏 무지개를 반원의 형태로만 감각했던 나는 순간 눈앞이 번쩍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과학은 제한된 감각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무지와 약점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입니다. / 186p

 

 

 

  혹자들은 자연이 품고 있는 경이로움과 낭만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루한 논리와 냉정한 합리주의로 격하시킨다고 과학을 호도한다. 시인 존 키츠는 아이작 뉴턴에게 “무지개를 프리즘을 통해 나오는 색으로 환원함으로써 무지개에 담긴 모든 시적 감성을 파괴해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을 통해서 더욱 깊어진 이해의 렌즈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빛과 색 그리고 아름다움과 진리로 이루어진 세상을 더 폭넓게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그저 세상에 대한 지식의 모음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과학자의 생각으로 세계를 보면 생각은 명확해지고 사유의 폭은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전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예측할 수 없고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학자의 생각법으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 세계와 과학이 이토록 심오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 믿음직스러운 통찰이 얼마나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시인들은 과학이 항성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한낱 기체 원자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킨다고 말한다. ‘한낱’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도 사막의 밤하늘에 뜬 별들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 그런데 내가 더 적게 보거나 더 많이 보는가? (…) 그 패턴은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별에 대해서 조금 더 안다고 해서 그 미스터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진리는 과거의 어느 예술가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경이롭다. 어째서 오늘의 시인들은 그런 경이로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가? - 리처드 파인만 / 93p

 

 

 

  저자는 우리에게 과학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8가지 방법들을 일러준다. 먼저, ‘진실과 거짓, 그리고 탈진실을 구분’해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탈진실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과 개인적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대중의 의견 형성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른바 ‘대안적 사실’이라는 미명 하에 오늘날 우리는 문화상대주의적 진실 혹은 진실을 가장한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객관적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진영의 논리에 따라, 입증된 사실조차 마음에 안 들면 편하게 묵살시킬 수도 있는 세상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에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들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고, 꼼꼼하게 내용을 분석하고, 분해하고, 신뢰할 만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할 것을 독려한다. 수많은 가정, 잘못된 개념, 편견, 추측, 희망적 사고, 과장 속에 흐려진 진실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거듭 숙고해보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또, 책에서는 ‘오컴의 면도날’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면도날은, 불필요한 가정을 제거해 단순성과 논리 절약을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얽히고설킨 세상을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복잡한 사안을 될 수 있는 한 모호함이 없는 명확한 관점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다. SNS나 각종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단순할수록 좋은 것, 핵심만 간단히’ 라는 미명 아래, 열린 토론과 사려 깊은 분석이 필요한 복잡한 사안들마저 흑백논리로 귀결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책은 단순한 설명이 꼭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고, 사려 깊은 태도로 들여다보는 자세.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소위 ‘데이터 준설’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p-해킹’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듯이 제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체리피킹한 내용만을 보고할 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남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 이런 피할 수 없는 편견도 있지만, 과학의 작동 방식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과학을 의심하거나 그 발견 내용을 부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55p

 

 

있는 그대로의 사물이 그 자체로 궁극의 실재이든 아니든 그런 노력은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며, 따라서 무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 99p

 

 

우리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살고, 그런 주제들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제를 마주할 때는 의견이 다른 누군가와 곧장 논쟁으로 뛰어들기 전에 먼저 시간을 내 자신이 가진 믿음의 동기는 무엇이고, 애초에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동기는 무엇일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믿는 이유가 그것이 당신의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정치적 입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까? 당신이 존중하는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믿기 때문인가요? (…) 중요한 점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이런 의문을 던지는 과정을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성의 빛으로 편견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 154p

 

 

 

  이처럼 책은 제한된 감각을 넘어, 선입견과 편향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무지와 약점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이론을 경험적 증거에 비추어 보는 과정이다. 또한 우리가 세상의 여러 개념을 검증하고 입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왜 믿고 있는지 아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이 틀릴 때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더욱 잘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주 큰 마음의 보상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일관성은 상상력이 없는 자들을 위한 마지막 도피처다.” 일관성과 확실성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 확실성에 대한 의식을 떨쳐버리세요. / 165p

 

 

우리 모두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을지를 전적으로 똑똑한 기술에 의존하여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안에서 이런 필수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흥미진진하고 멋진 기술만 배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시민이 되는 법,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 더 나은 정보활용능력을 갖추는 법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 / 178p

 

 

 




 

 

 

 

  어쩌다보니 철학책 다음으로 과학책을 연이어 읽었다. 언뜻 보면 철학과 과학은 대척점에 있는 학문 같지만 이 역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과학의 기쁨』은 과학 지식의 본질과 한계란 무엇인지, 과학적 마음가짐이 우리 일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깨워준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성의 빛으로 편견의 안개를 걷어내고, 오만과 독선으로부터 벗어나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이 아름다운 학문에 보다 많은 이들이 기쁨을 느끼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예비 과학자 또는 수학자인 청소년들에게 특히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저 기술과 공식으로 점철된 세계가 아니라,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학문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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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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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이 책을 즐겁게 즐겼다!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기원전 399년, ‘산성을 모독’하고 ‘청년들을 오도했다’며 고소당한 한 노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 노인이란 바로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평소 아테네 광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 던지기를 좋아했는데 그 질문은 매번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번 상인에게는 ‘부란 무엇입니까’라고 묻거나, 정치가에게는 ‘정의란 무엇입니까’, 용맹한 장수에게는 ‘용기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상인에게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고 물었다면 쉽게 답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부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난감한 질문을 던진 소크라테스는 이윽고 사람들의 원한을 샀고,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었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기 전, 자기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숙고하는 삶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는 늘 이것 아니면 저것을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마련이고, 때로 정답을 요구받기도 하지만, 사실 그 모든 선택에는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와 세상 모두에게 좀 더 이로울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숙고할 따름이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던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거듭 따져 묻고 사유함으로써 각자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으면 된다. 물론 세속적인 견해나 다수가 옳다고 믿는 그대로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 그 누구도 나의 선택을 책임져주지 않듯 나만의 정련된 생각으로 나만의 대답을 찾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책은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철학은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감춰져 있던 근본적인 물음을 끄집어냄으로써 정해진 답이 아닌 스스로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다리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이라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문장이 가득하고, 예비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제가 등장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을 바로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칸트가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철학의 목적은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움으로써 삶을 튼실하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민들, 현실의 매우 중요한 질문들에 다가감으로써 철학을 보다 가까이 느끼고 철학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 어느 철학서보다 쉽고 간결하면서 부드럽게 읽힌다는 큰 장점을 지닌 책이다. 강의의 난이도를 ‘대머리 지수’로 표현해놓은 점도 인상적이다. 혹여 읽기에 버거울 것 같다 싶으면 대머리 지수가 낮은 읽기 쉬운 부분부터 읽어도 좋으니 친절하고도 쉬운 철학서를 찾는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세상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부터 자아 발견에 이르는 질문까지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서양 근대 철학의 토대가 된 데카르트, 여기에 부조리 철학과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에 이르기까지 47인의 철학자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질문들을 성찰한다. 책에서는 철학자라는 존재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사람들의 의혹과 혼란을 풀어주어 머릿속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이, 둘째는 낡은 관습과 편견을 전복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고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이다. 개인적으로는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던 데카르트를 비롯해 세속적 견해를 따르기보다 주체적으로, 의식적으로 행동하기를 강조한 키르케고르처럼 관습과 편견을 깨부수는 사고를 강조하는 철학자들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사람의 결정과 나의 결정을 비교하지 않는 태도,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사고에 갇히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끝까지 의심해보는 자세 안에서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이들의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격정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단지 여기저기서 들은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기만 하거나, 자기 자신만의 정련된 생각 없이 세상 널리 퍼져 있는 세속적 견해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대중은 개성 없는 학설을 추종하는 것으로 안전감을 누리려고만 할 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거나 자기 자신을 책임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키르케고르는 “아무도, 아무도 감히 자기 자신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라며 한탄했다. 이렇듯 몰개성적이고 무책임한 대중의 행태를 ‘복화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쇠렌 키르케고르 편 중에서 53p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강요해가며 자연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으로 인간 자신의 태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원칙이었다. 또한, 그는 ‘정신이 적합한 관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정념’이라고 말한다. 무언가에 대한 환상이나 지나친 사랑, 이성 기능의 불완전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바로 정념이다. 서로 다른 정념들 사이에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을 따르는 사람은 그것들을 조화시킬 줄 안다. / 바뤼흐 스피노자 편 중에서 78p

 

 

데카르트 이래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출발점으로 여긴다. 인식 주체로서의 ‘나’는 근대 철학의 초석이었다. 그러나 흄은 “‘나’가 ‘나’에 대해 반성할 때, 나에 대한 지각의 다발을 지각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실체로서의 ‘나’를 남겨두어야 하는가? 그래서 흄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은 일종의 무대다. 온갖 다양한 지각이 끊임없이 출현한다 … 끊임없이 출현하는 그 지각들이 마음을 구성하는 것이다.” 소위 ‘나’란 끊임없이 출현하는 일련의 지각일 뿐이다. / 데이비드 흄 편 중에서 120p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반항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살이라니, 대체 왜 그는 ‘자살’을 자신의 철학적 화두로 삼은 것일까. 나는 두 작품을 읽고서도 이 부분이 선뜻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저자 위저쥔에 따르면, 카뮈의 말은 결코 자살을 독려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그는 우리 삶의 도처에 존재하는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할 것이 아니라, 공허한 유토피아에 헛된 희망을 두지 말고 부조리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고집스럽게 살아갈 것을 제안했다고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이야말로 부조리에 가장 유력한 반항’이라는 카뮈의 말은 결국 모든 문제에 있어 단호히 맞서 나가며 살아가라는 뜻이었다. 이 책 덕분에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카뮈의 철학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울러 카뮈가 비판한 “실재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이다”는 헤겔의 명제와 그에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 철학까지 전체적으로 개관할 수 있었던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헤겔은 전형적인 사변적 역사철학(역사의 표면에 드러난 사건들이 아닌, 그 사건들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미와 목적, 역사 발전의 유형 등을 탐구하는 철학-옮긴이)을 대표한다. 그의 역사철학은 시종 정-반-합이라는 ‘3단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정신이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하고,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는 순환의 형식이자 ‘지양’의 과정이다. 헤겔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자유를 인식하고 자유를 보편적 현실로 만드는 것이 역사가 전진하는 목적이라고 보았다. / 게오르크 헤겔 편 중에서 151p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세계의 의의는 세계의 밖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논리-철학 논고》의 결말부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모든 있을 수 있는 과학적 물음에 답을 얻었다 해도, 우리의 인생에 대한 의문은 제대로 잡을 얻지 못할 것이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편 중에서 187p

 

 

 




 

 

 

 

  소비와 기술 자체가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되고 ‘일차원적 인간’만을 길러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제고해볼 만한 철학을 제기하는 마르쿠제, 인터넷과 카메라의 감시라는 익숙한 풍경 이면으로 사생활 침범과 의식 통제라는 문제점을 감지하게 하는 미셸 푸코. 이처럼 현대인들의 삶을 숙고하게 하는 철학적 문제들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명료하고 유쾌한 해설로 까다로운 도덕적 난제를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를 얻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하다. 두꺼운 만큼 풍성하고, 쉬워서 더 재미있게 읽히는 철학서로 누구나 흡족할 만한 책이다. ‘좋은 대중 철학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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