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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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이 책을 즐겁게 즐겼다!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기원전 399, ‘산성을 모독하고 청년들을 오도했다며 고소당한 한 노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그 노인이란 바로 소크라테스였다그는 평소 아테네 광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 던지기를 좋아했는데 그 질문은 매번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돈을 많이 번 상인에게는 부란 무엇입니까라고 묻거나정치가에게는 정의란 무엇입니까’, 용맹한 장수에게는 용기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식이었기 때문이다만약 상인에게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고 물었다면 쉽게 답을 하지 않았을까그러나 부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난감한 질문을 던진 소크라테스는 이윽고 사람들의 원한을 샀고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었다그는 사형을 선고받기 전자기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숙고하는 삶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는 늘 이것 아니면 저것을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마련이고때로 정답을 요구받기도 하지만사실 그 모든 선택에는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다만나와 세상 모두에게 좀 더 이로울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숙고할 따름이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던 소크라테스의 말처럼스스로에게 거듭 따져 묻고 사유함으로써 각자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으면 된다물론 세속적인 견해나 다수가 옳다고 믿는 그대로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그 누구도 나의 선택을 책임져주지 않듯 나만의 정련된 생각으로 나만의 대답을 찾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책은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철학은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감춰져 있던 근본적인 물음을 끄집어냄으로써 정해진 답이 아닌 스스로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다리다그러나 우리는 철학이라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문장이 가득하고예비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제가 등장하기도 하는 까닭이다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을 바로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하지만 칸트가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철학의 목적은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움으로써 삶을 튼실하게 하는 데 있다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민들현실의 매우 중요한 질문들에 다가감으로써 철학을 보다 가까이 느끼고 철학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 어느 철학서보다 쉽고 간결하면서 부드럽게 읽힌다는 큰 장점을 지닌 책이다강의의 난이도를 대머리 지수로 표현해놓은 점도 인상적이다혹여 읽기에 버거울 것 같다 싶으면 대머리 지수가 낮은 읽기 쉬운 부분부터 읽어도 좋으니 친절하고도 쉬운 철학서를 찾는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세상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부터 자아 발견에 이르는 질문까지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서양 근대 철학의 토대가 된 데카르트여기에 부조리 철학과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에 이르기까지 47인의 철학자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질문들을 성찰한다책에서는 철학자라는 존재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첫째는 사람들의 의혹과 혼란을 풀어주어 머릿속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이둘째는 낡은 관습과 편견을 전복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고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이다개인적으로는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모든 것을 의심하라던 데카르트를 비롯해 세속적 견해를 따르기보다 주체적으로의식적으로 행동하기를 강조한 키르케고르처럼 관습과 편견을 깨부수는 사고를 강조하는 철학자들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는다다른 사람의 결정과 나의 결정을 비교하지 않는 태도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사고에 갇히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끝까지 의심해보는 자세 안에서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이들의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격정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했다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그들은 단지 여기저기서 들은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기만 하거나자기 자신만의 정련된 생각 없이 세상 널리 퍼져 있는 세속적 견해를 되풀이할 뿐이었다대중은 개성 없는 학설을 추종하는 것으로 안전감을 누리려고만 할 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거나 자기 자신을 책임지려고 하지는 않았다키르케고르는 아무도아무도 감히 자기 자신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라며 한탄했다이렇듯 몰개성적이고 무책임한 대중의 행태를 복화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쇠렌 키르케고르 편 중에서 53p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강요해가며 자연을 바꿀 수 없다그러나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으로 인간 자신의 태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원칙이었다또한그는 정신이 적합한 관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정념이라고 말한다무언가에 대한 환상이나 지나친 사랑이성 기능의 불완전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바로 정념이다서로 다른 정념들 사이에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그러나 이성을 따르는 사람은 그것들을 조화시킬 줄 안다. / 바뤼흐 스피노자 편 중에서 78p

 

 

데카르트 이래 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출발점으로 여긴다인식 주체로서의 는 근대 철학의 초석이었다그러나 흄은 “‘가 에 대해 반성할 때나에 대한 지각의 다발을 지각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그렇다면 어째서 실체로서의 를 남겨두어야 하는가그래서 흄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은 일종의 무대다온갖 다양한 지각이 끊임없이 출현한다 … 끊임없이 출현하는 그 지각들이 마음을 구성하는 것이다.” 소위 란 끊임없이 출현하는 일련의 지각일 뿐이다. / 데이비드 흄 편 중에서 120p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그것은 바로 자살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반항인에서도 마찬가지다자살이라니대체 왜 그는 자살을 자신의 철학적 화두로 삼은 것일까나는 두 작품을 읽고서도 이 부분이 선뜻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저자 위저쥔에 따르면카뮈의 말은 결코 자살을 독려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오히려 그는 우리 삶의 도처에 존재하는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할 것이 아니라공허한 유토피아에 헛된 희망을 두지 말고 부조리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고집스럽게 살아갈 것을 제안했다고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이야말로 부조리에 가장 유력한 반항이라는 카뮈의 말은 결국 모든 문제에 있어 단호히 맞서 나가며 살아가라는 뜻이었다이 책 덕분에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카뮈의 철학이 선명하게 다가왔다아울러 카뮈가 비판한 실재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이다는 헤겔의 명제와 그에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 철학까지 전체적으로 개관할 수 있었던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헤겔은 전형적인 사변적 역사철학(역사의 표면에 드러난 사건들이 아닌그 사건들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미와 목적역사 발전의 유형 등을 탐구하는 철학-옮긴이)을 대표한다그의 역사철학은 시종 정--합이라는 ‘3단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이것은 정신이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하고자기를 인식하고자기 자신으로 회귀하는 순환의 형식이자 지양의 과정이다헤겔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자유를 인식하고 자유를 보편적 현실로 만드는 것이 역사가 전진하는 목적이라고 보았다. / 게오르크 헤겔 편 중에서 151p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다심지어 그는 세계의 의의는 세계의 밖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또한 논리-철학 논고의 결말부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모든 있을 수 있는 과학적 물음에 답을 얻었다 해도우리의 인생에 대한 의문은 제대로 잡을 얻지 못할 것이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편 중에서 187p

 

 

 




 

 

 

 

  소비와 기술 자체가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되고 일차원적 인간만을 길러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제고해볼 만한 철학을 제기하는 마르쿠제인터넷과 카메라의 감시라는 익숙한 풍경 이면으로 사생활 침범과 의식 통제라는 문제점을 감지하게 하는 미셸 푸코이처럼 현대인들의 삶을 숙고하게 하는 철학적 문제들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다양한 세대가 함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무엇보다 명료하고 유쾌한 해설로 까다로운 도덕적 난제를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를 얻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하다두꺼운 만큼 풍성하고쉬워서 더 재미있게 읽히는 철학서로 누구나 흡족할 만한 책이다. ‘좋은 대중 철학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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