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에는 결코 ‘끝’이란 마침표는 없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

 

 

  저자 유시민은 “20세기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생겨난 100년은 없었다.”고 책에서 서술한다. 희망과 변혁, 새로운 사상과 발명, 갈등과 전쟁… 20세기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토록 다변적이고 복잡했던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 드레퓌스 사건부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까지 모든 사건이 너무나 극적이었고 경쟁하듯 편을 가르던 시기였다. 인간 이성의 힘을 믿지만 생물학적 본능의 한계로 스스로 절멸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20세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역사적 과업을 부여받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내전, 기후위기 그리고 핵전쟁 등의 문제 앞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낙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나,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그 모든 장면들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이다.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 혁명, 대공황, 팔레스타인, 베트남 전쟁 등 20세기에 일어난 이 굵직한 사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촉발되었으며 각 사건에 담긴 쟁점과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 언뜻 보면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각 사건들이 20세기 역사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20세기 세계사의 포문을 연 것은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저자는 군부의 전횡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드러낸 20세기 역사상 아주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이 사건을 꼽는다.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이름은 적국 독일에 군사 기밀을 넘겨줬다는 누명을 쓴 장교 드레퓌스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신문은 용의자의 신분을 프랑스군 장교가 아닌 ‘유대인 대위’라 썼고, 재판을 하기도 전에 ‘반역자’로 규정했다. 아무도 죄인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자 대중은 그를 잊었다. 하지만 훗날 이 사건은 정당과 국회, 언론과 시민사회, 국민 전체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투쟁의 소용돌이로 변화했다.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드러낸 피카르 중령, 작가 에밀 졸라의 선언, 창간 직후부터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한 <로로르> 신문과 운영자 클레망소, 언론의 선동과 반유대주의자의 집단 광란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낸 시민들,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심 요구파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 유시민은 이를 가리켜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한 사건이자,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며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사건이라 평가한다.

 

 

 

나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으며,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오늘 나의 행위는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앞당기기 위한 혁명적 수단일 뿐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영혼의 외침입니다. (에밀 졸라) / 31p

 

 

19세기가 끝날 무렵, 엄청난 자본을 축적한 거대한 기업이 출현했다. 그 기업들이 대량으로 생산한 상품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국내 소비시장이 너무 작았다. 대량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나라 안에서 다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산업국가의 자본가들은 더 넓은 시장과 더 값싸고 풍부한 원료를 찾아 나라 밖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돈의 힘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했고 정부는 ‘부국강병’ 경쟁에서 뒤질세라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식민지를 둘러싼 자본주의 열강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경제적 결정론’을 신봉한 사회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그렇게 진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한 현상은 아니었다. / 64p

 

 

레닌과 볼셰비키는 구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구체제는 스스로 무너졌고, 주인 없는 권력을 그들이 집어 들었을 뿐이다. 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 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 99p

 

 

 




 

 

 

 

  책은 이렇게 ‘드레퓌스 사건’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 인류 역사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 20세기 세계사의 경로를 바꾼 레닌,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제도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어냄으로써 파시즘을 양산한 ‘대공황’,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홍군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게 된 ‘대장정’ 등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읽기 쉽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접근하기 까다로운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점이 인상 깊다. 또 ‘말컴 엑스’를 통해 뿌리 깊은 인종 갈등 문제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고 ‘핵무기’ 편을 통해서는 냉전으로부터 비롯된 과학기술 발전의 명암을 진단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전쟁이 바로 정치이며 전쟁 자체가 정치성을 띤 행위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쟁은 일반 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특수 수단의 연장이다. 전쟁은 특수하기 때문에 군대와 전략 전술, 공격과 방어 같은 특수한 조직과 방법과 과정을 지닌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심층적 정치동원을 이루어야 한다.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군인과 인민에게 알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 강력을 명확하게 세워 말, 전단, 포고문, 신문, 책, 연극, 영화, 학교, 민중단체, 간부 요원을 통해 전국의 민중을 심층 동원하면 무기의 열세를 비롯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마오쩌둥) / 152p

 

 

이스라엘 건국은 곧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었다. 유럽 유대인은 2천 년 동안 혹독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본 유럽·미국의 기독교인과 정부가 시오니즘운동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 자신의 국가를 세워 안전한 삶을 도모하려 한 유대 민족의 동기도 정당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을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221p

 

 

우세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먼저 확보한 유럽인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피부색과 신체 특성을 기준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인종 집단’ 사이에 타고난 능력의 우열이 있다는 관념을 형성했다. 신을 들먹이거나 과학을 빙자해 외모가 다른 인종 집단을 죽이고 착취하고 차별했다. 그러나 인종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관념이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인간은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302p

 

 

 




 

 

 

 

  두 차례의 세계대전, 대공황, 홀로코스트, 사회주의혁명… 20세기의 대사건들은 모두 지나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소말리아의 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무한한 변화의 희망을 예고하지만 핵과 기후위기 같은 종말의 두려움까지는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의 대사건들이 그러했듯,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하고, 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과 더불어 모쪼록 이 책이 많은 이들, 특히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 역사에 결코 ‘끝’이란 마침표는 없음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 홍문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왜 공정을 부르짖는가!

객관적인 이론과 통찰력으로 보다 공정한 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공정’이 시대적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대통령 후보자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대정신 역시 공정이다.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 공정한 경쟁과 합당한 보상,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그야말로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을 향한 갈망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한다 할 수 있겠다. 실제 <알바몬>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201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정이 개혁과 소통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공정한 보상』의 저자인 신재용 서울대 교수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로 요약되는 사회경제적 계층 고착화, 부동산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등을 직면한 MZ세대가 공정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체 왜 그들은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또 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각 기업들은 보상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구축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MZ세대들이 원하는 공정과 보상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고 각 기업들이 보상 실무를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공정은 MZ세대의 생존법칙이다

 

 

  저자는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이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차원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부도 신분도 대물림되는, 출구가 없는 이 세대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레토릭이 ‘공정’이란 단어라는 것이다.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 좋은 대학에 입학한 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이 무한 토너먼트의 생존자들에게 능력주의란 신성불가침의 시대정신이다. 결국 MZ세대에게 직장에서의 공정한 보상이란 본인이 제공한 능력(시간, 노력, 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대가이며, 그들은 이 교환관계를 공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지속적이고 치열한 경쟁이 공정성에 대한 본능적 민감함을 길러줬다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공정성 인식을 더욱 용이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사이트와 직장인 커뮤니티의 발달은 준거나 소속이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발달했다. 덕분에 집단 내 및 집단 간의 연봉과 복지 차이, 특정 부서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받고 있는 대우가 공정한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곧 기업에게 성과평가와 보상이슈를 더 이상 쉬쉬하고 덮거나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다’며 다독이는 식으로는 MZ세대들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 속에서 학생들에게는 매순간이 일종의 토너먼트로 다가왔을 것이다. 여러 토너먼트를 경험하며 MZ세대들은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제 도임 초기, 부모의 특권과 투자를 통하여 만들어진 스펙을 이용하여 명문대에 진학한 많은 경우를 목도하면서 부당한 부모찬스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 26p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보상받고 싶다는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의해서 내 성과가 좌우된다고 느낄 때 혹은 나와 경쟁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부당한 이익을 얻고 그 결과 내가 불이익을 받게 될 때 개인은 그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 119p

 

 

 




 

 

 

 

  이 외에도 책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상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비롯해 다른 나라 기업들의 사례도 함께 살펴본다. 그 속에서 최고 경영자의 고액보상과 임직원간 보상격차, 보상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사례를 통해 보다 공정한 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본다. 그 방법이란, 선발, 채용결정과 달리 이미 ‘탑승한’ 개인들을 열심히 노력하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한 성과평가 과정에서는 운의 효과를 가능한한 필터링하는 것이다. 이미 선발된 학생이나 채용된 직원의 성과평가에서는 타고난 운의 영향을 받는 능력까지 최대한 필터링해야 하는 것이 동기부여에 더 좋다. 소위 비교 대상인 ‘선수’들의 시작점이 비슷해야 모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구성원 동기부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보너스 지급률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회사의 임직원들이 반드시 알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MZ세대의 공정성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등의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회사에 관한 글들을 잘 모니터하여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빠르고 진정성 있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관리자는 직원들을 등급별로 줄 세워 평가하지 않음은 물론, 직원의 업적뿐만이 아니라 업적창출 과정에서 피평가자의 주요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역량을 파악하고 평가하며 이에 근거하여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는 데에 집중한다. 특히 구글의 경우 하위 5% 성과를 낸 직원을 파악하고, 그들을 해고하기 보다는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멘토링을 실시한다. 그 결과 많은 경우 저성과자의 성과는 구글 전체직원의 평균수준으로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 296p

 

 

조직원들이 성과를 높일 유인은 승진을 통한 소득증대의 가능성에 영향을 받고, 그 기댓값은 수직적 보상격차와 승진확률의 곱에 의해 결정된다. 승진을 통한 보수 상승분이 크다는 전체 하에, 승진 경쟁에서 누구나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우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승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이에 따라 조직의 미래성과는 향상된다. / 281p

 

 

 



 

 

 

 

  MZ세대는 ‘절차 공정성’을 분배 공정성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다. 수직적 혹은 수평적 보상격차로 표현되는 보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즉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MZ세대가 ‘시스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납득시키고 불편한 얘기라도 진정성 있고 투명하게 소통하면 설령 그들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쿨하게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아는 세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여기에 우리 시대가 바라는 공정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별, 연령, 출신학교, 지역, 가족 상황 등 우연에 의한 타고난 운까지 완벽하게 필터링 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납득 가능한,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공정사회와 기업 문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공정의 가치는 점점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고민하는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여러 리더들에게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다 공정한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와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또한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므레모사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초엽이 김초엽했다!

재난을 사이에 둔 힘겨루기, 재난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유독성 화학물질들. 그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 구름을 형성하고, 비를 내리며, 렘차카 특별 구역과 인근 도시들과 농작지와 식수원을 광범위하게 초토화해버렸다. 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결정한 건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가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였다. / 51p

 

 

 

  렘차카. 서쪽으로는 거대한 산맥을 등지고, 동쪽으로는 우회하여 진입해야 할 만큼 고립된 이곳은 한때 군사 특별 구역이었다. 전쟁 중에 가까운 도시 델프스가 폭격 당했을 때도 이곳은 아무런 대피령도 경고도 없었을 정도로 철저히 은폐된 곳이었다. 하지만 2003년,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렘차카에 건설되어 있던 공장과 연구소에서 유독성 화학물질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농작지는 물론 인근에 살던 사람들이 이름 모를 질병에 걸리면서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그렇게 렘차카 구역 일대는 인간이 밟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자,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흐르자, 기이하게도 이 죽음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고 신체가 좀비처럼 끔찍하게 변이되었다던 귀환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귀환자들의 마을인 므레모사는 국제 구호기관과 원조 단체들의 지원 외에는 세간의 모든 관심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철저히 모습을 감추어왔다. ‘우리는 여기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겠다. 방해하지 말라.’ 그런데 그간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해온 바로 그 므레모사가 갑자기 외지인들의 방문을 받아들이기 위해 투어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유안이 므레모사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귀환자들의 도시, 므레모사

 

 

  소설은 한때 무용수였던 유안이 오랫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죽음의 땅 므레모사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유안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므레모사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다섯 명의 일행은 이 유령 같은 도시에 서린 비극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므레모사가 여전히 오염된 땅일 것이라는, 이곳의 주민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첫날부터 어긋난다. 지금까지 지나온 협곡의 모든 장소들이 날카로운 가시철망으로 둘러싸인 것과 달리 므레모사는 아늑해 보이는 돌담과 달콤한 향기가 감도는, 적어도 여행자들이 상상해온 절망의 땅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 모습이 정말 므레모사의 진실일까.

 

 

 

  숲의 안쪽에서 발견된 귀환자들의 시체, 광장 한편에 모인 대여섯 명의 귀환자들이 하고 있는 기이한 행동, 어제까지만 해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주장하던 투어객들이 한껏 들뜬 분위기로 갑자기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무르길 희망하는 모습들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유안은 므레모사 주변으로 흐르는 기묘한 공포가 점점 자신을 조여 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투어에 참가한 일행 중 한 명이자 의문의 인물, 레오와 함께 이제껏 철저히 비밀에 감춰져 있던 므레모사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나의 실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증명이 필요했는데, 이후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알게 됐지. 인류의 역사는 끔찍한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나의 비극은 비극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걸. 므레모사가 처음으로 외부에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일 중 하나가 될 거라고 확신했네. 너무 많은 사람이 다녀가면 비극은 희석되어버리는데, 나는 그 ‘다듬어진 비극’을 좋아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날것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 무척 운이 좋은 동지들이군.” / 25p

 

 

“아무도 그게 함정인 줄 모를 거예요. 그리고 함정에 빠졌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고요. 자발적으로 구멍에 들어가거나 혹은 이 함정이 보물로 가득한 곳이었다고 떠벌려댈 겁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부품이 될 거예요. 이 함정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겁니다. 그게 이 덫의 구조예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 81p

 

 

 



 

 

 

 

  이처럼 『므레모사』는 전쟁 중 생화학 무기를 연구하다 유출 사고로 황폐해진 도시 ‘므레모사’를 중심으로 ‘재난 이후의 비극’을 재현한다. 소설의 특이점은 “끔찍한 비극 이후에도, 기이하게도 이 죽음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재난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귀환자들이 신체 이상 증세를 겪으며 좀비가 되었다는 실체 없는 소문을 흩뿌린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으로 상징되는, 전쟁과 재난 그리고 참사 등으로 인한 비극의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자 다듬어지지 않은 낯선 비극을 목격할 수 있는 환상지로 작동될 뿐이다. 소설 속 일행들이 므레모사를 찾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난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그 끔찍한 비극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을 떠나지 않으려 하거나, 다시금 재난의 현장으로 돌아오려는 ‘귀환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바로 재난이 일어난 곳에서만이 내가 겪은 재난의 트라우마를 온전히 수용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게 그들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소설은 재난의 내부에 존재했던 자들이자 자신들의 고통을 뿌리삼아 새롭게 재건한 공간을 지키려는 자들과, 재난을 신화화하거나 선의를 가장하여 자신들의 삶을 위안 받으려는 외부자들의 힘겨루기를 공포화하여 새로운 비극의 역사를 구현해낸 작품이다.

 

 

 

내가 영원히 잃어버린 다리가 중얼거린다. 그것은 때로는 주먹만 한 크기로,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로 나의 신체에 덧붙여진다. 원래 나에게 존재하는 신체처럼,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발끝을 접었다가 펴고, 발목을 움직이고, 발바닥을 아치 형태로 만든다. 그 감각은 너무나 생생하다. 그림자 다리가 나에게 말한다.

그것 봐. 이제 나를 잘 봐.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 / 14p

 

 

“사실은 알 것 같아요. 언니는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을 만나러 온 거죠? 죽음의 땅에서도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정말로 좀비처럼 변했어도 뭐 어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분명 우리가 귀환자들에게 배울 게 있을 거예요. 반대로 언니가 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될지도 모르고요.” / 70p

 

 

 



 

 

 

 

  우리는 그들에게 기대한다. 죽음의 땅에서도 다시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고 위로하고, 강조한다. 다리를 절단한 뒤 환지증을 겪는 주인공 유안은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한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우리가 기대하는 ‘극복의 서사’가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 왜 나를 당신들이 원하는 극복의 역사로 삼으려 하는가. 이겨내지 못하면 나는 실패자가 되는 것인가. 재난 이후의 재난, 재난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계적인 삶을 깨뜨리고 스스로 다시 깨어나는 삶을 지향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올 해 꼭 단 하나의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 121p

 

 

 

  1845년 봄, 소로는 스승 에머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호수의 가장자리에 손수 집을 짓고, 직접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2년 2개월, 『월든』은 바로 이 기간 동안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생활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된 작품이다. 자칫 『월든』을 어느 지성인의 소박한 숲속 생활기 정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초월자이자 구도자인 한 지성인의 고상한 신념을 담은 예술 작품에 가깝다. “나는 낙담을 칭송하는 글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이른 아침, 자기 횃대 위에 서서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수탉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을 것이다. 아직 잠들어 있는 내 이웃을 깨우기 위해서라도.”라던 머리글처럼, 기계적인 삶을 깨뜨리고 스스로 다시 깨어나는 삶을 지향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다.

 

 

 

인간의 거짓된 사회여,

세속적인 위대함을 위해

천상의 모든 안락이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구나 ? 조지 채프먼의 시 / 50p

 

 

 

  삶의 주된 목적은 무엇이고, 인생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소로는 손수 잣나무를 벌목해 호반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하버드 대학이 방 하나를 빌리는 데 필요한 임차료 30달러보다 작은 돈으로 집을 짓고서 생각한다. ‘문명의 여러 증거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많은 주민의 생활 조건이 야만인만큼 나쁘지 않다고 상상한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스스로 소박한 숲속 생활을 자처한 실험을 통해 차츰 깨달아간다. 우리는 ‘내부의 새로 획득된 힘과 열망에 의해’ 깨어나고, ‘공장 종소리가 아니라 천상 음악의 파동과 공중을 가득 채우는 좋은 향기’로 깨어나야 하며, 우리가 ‘추락해버린 더 높은 생활에 대한 열망’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또한 뱀이 허물을 벗고 애벌레가 고치 외투를 벗고 나오려면 그 안에서 부지런히 몸을 확장해야 하듯, 우리 역시 ‘가장 겉에 있는 우리의 외피이며 속세의 번잡한 장식물’로부터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벽으로 둘러싸인 집에 우리의 몸과 정신을 가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둘러싼 벽’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을. 이는 반드시 우리에게 자연인이 되자는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치고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하면서 세속적인 것들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세상의 평가는 우리가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에 비하면 허약한 폭군이다.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개인의 운명을 암시, 아니 결정한다. 우리는 공상과 상상이라는 서인도 제도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 17p

 

 

현대의 새로운 신화에서 이 철마가 아니라면, 어떤 날개 달린 천마와 불뿜는 괴룡을 대신 집어넣을 수 있을까? 이제 지구는 거기에 살기 합당한 철마라는 종족을 얻은 듯하다. 만약 겉으로 보이는 것이 실재라면, 인간은 고상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연의 힘을 자기 하인으로 삼은 듯하다. 만약 기관차 위에 매달린 증기 구름이 영웅적 행위에서 나온 땀방울이고, 그 구름이 농부의 들판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혜택을 내려주는 것이라면, 이제 자연의 힘과 자연 그 자체가 기꺼이 인간의 운송 사업에 동참하면서 인간을 경호할 것이다. / 159p

 

 

 




 

 

 

 

  소로는 월든 호수를 가리켜 ‘콩코드가 자신의 왕관에 박아 넣은 최고급 보석’이라 묘사한다. 『월든』의 백미는 곳곳에서 돋보이는 시적인 문장에 있다. 비유와 상징, 역설과 모순, 신화와 우화의 이미지가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있어 그 어떤 문장도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이를 테면 그에게 있어 월든 호수의 모래 흐름은 땅속에서 흘러나오는 서리이자 ‘봄’이다. 모래 흐름은 녹색의 꽃피는 봄보다 앞에서 오며 ‘겨울의 나쁜 증기와 소화불량을 치료해주는 세정제’다. 마치 지구가 아직도 ‘기저귀 옷을 입고 있으며 그 어린애 같은 손가락을 온 사방으로 내뻗는’ 것 같다. 붉은색 개미와 덩치 큰 검은색 개미의 그룹의 전투 속에서 인간 전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 살벌하면서도 유혈적인 광경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월든』은 동물들의 울음소리, 매의 비상, 되강오리의 웃음 등 자연의 모습과 소리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총제적인 감각이 소로 내면에서 어떻게 시화되고 문장이 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때로는 완고한 언어로, 때로는 비유와 상징을 아우르는 시적 언어로 행간을 가로지르는 소로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탐미하며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아무튼 나의 귀에는 공기가 조율한 멜로디가 되어 들려온다. 숲속 모든 잎사귀, 솔잎과 대화를 나눈 가락이고, 자연의 힘이 조율하여 온 계곡에 울려 퍼지게 만든 바로 그 소리다. 어떤 의미에서 그 반향은 독창적인 소리이고 그 안에는 마법과 매혹이 있다. 그것은 종소리 중 가치 있는 부분의 반복이면서 동시에 숲의 소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숲속 요정이 들려주는 사소한 단어 혹은 간단한 곡조를 담아 부르는 노래다. / 166p

 

 

자연 한가운데 살면서 오감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우울증이라는 아주 검은 체액이 생길 수 없다. 어떤 폭풍우가 불어온다고 해도 건강하고 정직한 사람 귀에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춘풍처럼 들린다. 그 어떤 것도 소박하고 용감한 사람 마음에 천박한 슬픔을 강요하지 못한다. 사계절의 우정을 반갑게 맞아들이는 한,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 176p

 

 

마을을 둘러싼 미개척 숲과 초원이 없었더라면 마을 생활은 정체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야생이라는 강장제가 필요하다. 때때로 알락해오라기와 뜸부기가 숨어 있는 습지를 걸어 건너면서 도요새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주 야성적이고 외로운 닭이 둥지를 틀고, 밍크가 땅에 바싹 배를 대고 포복하는 사초밭 냄새를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지하게 모든 사물을 탐구하고 배워야 한다. 동시에 모든 사물이 신비하고 탐험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고, 땅과 바다가 무한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기를 빌어야 한다. / 419p

 

 

 

  『월든』이 자연 속에서 고요히 빛나는 지성인의 음성이라면, 소로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시민 불복종」은 불의한 정부에 저항하는 날카로운 의식이다.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정부란 시민 편의에 봉사하기 위한 조직일 뿐이며 사람들이 이런 정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결국에는 이런 정부를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투표’하라, 단 한 장의 투표용지가 아니라 당신의 모든 영향력을 그 안에 집어넣으라고 강조한다. 소수는 그저 과반에 순응하면 무력해지지만 온몸의 힘을 다해 제동을 걸고 나서면 그때는 못 말리는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만약 ‘불의가 남에게 불의를 저지르게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법을 위반’하라는 저 맹렬한 선언 앞에서, 우리 모두는 불의를 동력 삼아 움직이는 정부의 기계를 멈추게 하는 ‘반대 마찰’이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하고 단호하게 외친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19세기 지성인의 목소리에 우리가 다시금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정직한 사람과 애국자의 시세는 얼마인가? 그들은 망설이고, 후회하고, 때로는 청원을 넣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하면서도 효과를 미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의를 가지고 기다리면서 남이 그 악을 척결해 그들이 더 이상 후회하는 일 따위는 없기를 바란다. 기껏해야 그들은 값싼 투표를 하거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정의를 창백한 얼굴로 쳐다보거나 신의 축복을 기원할 뿐이다. / <시민 불복종> 중에서 454p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나쁘든 그 세상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없고 몇 가지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걸 할 수 없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459p

 

 

 




 

 

 

 

  소로는 ‘지성은 베어내는 자이다. 그것은 사물을 베어내고 분간하면서 사물의 비밀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통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려 했고 또 행동하는 실천가가 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 두 작품을 하나로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은 이 작은 소시민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만약, 올 해 꼭 단 하나의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아직 잠들어 있는 내 이웃을 잠 깨우기 위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통 수업 - 내 마음을 더 정확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힘
김수인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벽함보다 서툴지만 상대와 관계를 잘 맺으려고 진정으로 노력할 때 소통은 완성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통에 관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

 

 

 

  갑자기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 때면 꼭 눈물을 비추곤 했다. 아뿔싸, 내가 또 말을 잘못했구나. 평소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지만, 아이가 커가는 만큼 소통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이가 상처받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꾸짖는 말투로 이야기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돌봄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은 지나가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서로 간에 온전한 소통이 필요해진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가족 전체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 공부하고 실천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시의적절하게도 『소통 수업』은 소통에 대한 고민에 빠진 나에게 아주 좋은 가르침을 주었다. 무엇보다 새해의 다짐으로 ‘나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힘’을 기르기로 한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가 소통을 배워야 하는 이유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이자 2021 도쿄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전담지원팀 심리상담사로 활약한 김수인 저자의 대화 즉, 소통의 기술을 담은 자기계발서다. 책에서는 우리가 왜 소통을 어려워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고, 소통의 기본 요소를 비롯해 핵심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일단 우리가 소통의 기술을 배우기 전에 유념해야 할 것은 소통 능력이 곧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아니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소통 능력은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해 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앞서 ‘나와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지 못하는 사람의 관계 맺기는 줄곧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기 쉽고, 주체성이 없기에 공허함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과 관계 맺기를 잘한 사람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렇게 맺은 관계는 만족도도 높으며, 자신과 관계 맺기가 원활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건강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항상 내 마음 알아주기가 제일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자.

 

 

 

문제는 더 나은 표현 방법을 몰라서 이런 부정적인 방식을 동원한다는 데 있다. 소통을 알고 훈련하면 궁극적으로 실행하려는 긍정적인 목적을 ‘표현하는 과정 자체’에서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쉽게 말하자면, 가령 아이가 밥을 잘 먹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진짜 마음, 즉 궁극적인 목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거 안 먹으면 오늘 TV는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자칫 선택권이 없는 아이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고, 결코 엄마의 궁극적인 목적에 이를 수 없다. / 30p

 

 

왜 말하는 사람이 맞춰줘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하는 방식을 바꿔 상대의 행동이 내 의도대로 변한다면? 판매 전략을 바꿔서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결국 그것은 내 만족으로 돌아온다. 맞추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상대 맞춤형 소통을 억울해하지 말자.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행동이다. / 34p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마음 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음 연결을 위해서는 인정, 이해, 공감, 칭찬, 감사라는 다섯 가지 기본 요소가 필요한데, 이를 잘 활용한 대화법으로 ‘샌드위치 화법’을 소개한다. 일단 머릿속으로 샌드위치를 떠올려보자. 샌드위치의 빵과 빵 사이에 들어가는 상추, 토마토, 치즈 등의 다양한 재료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에 올리는 빵은 앞서 말한 마음 연결의 다섯 가지 요소다. 즉, 하고자 하는 말 이전에 인정, 이해, 공감, 칭찬, 감사의 말을 먼저 하는 것이다. 대화의 물꼬를 이처럼 마음 연결의 다섯 가지 요소로 시작하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여줌으로써 자신 역시 인정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샌드위치 아래 깔리는 빵은 격려, 지지, 감사 표현이다. 첫 번째 빵이 내 말을 잘 받아들여지게 하는 역할을 했다면, 마지막 빵은 전체적인 말의 느낌을 기억하게 한다고 한다. 이를 테면 건의할 일이 있을 때 먼저 ‘이번 일을 맡으면서 몰랐던 부분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하고 인정을 한 다음, ‘그리고 제가 한 가지 제안하고 싶습니다’와 같이 하고 싶은 말을 한 뒤, ‘항상 편안하게 의견을 낼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로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평소 상대방에게 하기 어려운 제안이나 부탁, 요구사항이 있을 때 이처럼 샌드위치 화법을 떠올려 활용해보면 좋겠다.

 

 

 




 

 

 

 

  이미 소통에 관한 다양한 서적들이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이 특별한 것은 나의 마음 공간을 인지하는 일, 소통의 기초체력이 되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성공 경험과 성취감을 높이는 등 자존감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재해석’을 통해 나를 바로 보는 방법은 상당히 의미 있는 듯하다. 저자는 같은 자극을 주는 경험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그것으로 인한 자존감도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겪었던 수많은 과거의 나쁜 경험 때문에 그것을 계속 상처로 남겨놓고 영향을 받기보다, 그 경험을 제3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보는 것이다.

 

 

 

  이때 내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그것을 내 의지와 상관없던 것으로 받아들이며 ‘과거의 일’로 분리시킬 수 있을 때, 현재에 온전히 살 수 있다. 재해석이나 객관화조차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건이라면 힘이 없어 어찌할 수 없던 과거의 나를 더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자.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영역 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자는 그녀의 메시지는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고 자주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던 내게 좋은 교훈을 주었다.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인간 행위의 99퍼센트는 습관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인정도 습관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인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습관이 되지 않아서다. 말을 ‘예쁘게’하는 것은 그것이 습관인 경우가 많고 자주 비난하는 사람 역시 좋지 않은 습관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인정 표현도 의도적인 반복으로 습관화해야 한다. 생각은 습관을 바꾸고 습관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인격을 바꾸고, 인격은 운명을 바꾼다는 말의 첫 글자를 모은 ‘사습행인운’을 기억하자. / 66p

 

 

오늘 하루, 나의 시선이 어땠는지 적극 살펴보자. 그러면 내가 얼마나 많은 판단과 비판을 자동적으로 하고 있는지, 그것이 마음 연결을 얼마나 방해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더구나 비판은 자기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부정적인 말은 상대를 향해서 뱉는 것이지만 그 마음의 시작은 나 자신이고 그 말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듣는 사람도 나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것과 같다. / 83p

 

 

소통은 절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말로 내면을 가득 채우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지만 ‘여백이 없구나. 자신으로 가득 차 있구나’ 싶은 사람, 내가 들어갈 공간, 내 말이 스며들 공간이 전혀 없는 상대를 만나기도 한다.

물리적 공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공간도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편히 앉아 쉴 곳이 없으면 그곳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은 상대에게 적당한 여백을 허락한다. / 122p

 

 

 




 

 

 

 

  이 외에도 책에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 감정을 이분법적으로만 보지 않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삶에서 경험하는 수만 가지 중 하나이고 좋든 나쁘든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고 생각하기, 건강한 싸움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모두에게 유익한 윈윈 대화법 등 다양한 소통의 기술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 데 큰 힘을 주는 것은 오류 없는 완벽함보다 서툴지만 상대와 관계를 잘 맺으려고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일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달라진 내 표현을 지지하면서 지속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알아간다’는 열린 자세로,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주 말하며 반복할 때 습관은 형성되고 행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유념해야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간 소통에 소극적이지 않았는지, 내가 하고자 했던 소통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내 입장에서 판단해 상대를 비난하듯 말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겉으로는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아이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지시적인 관점에 머무르지 않았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이 책이 평소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