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셀프 트래블 - 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3
안혜선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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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1년 내내 어디를 가도 만족스러운 여행지, 오사카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가이드북!

 

 

 

   최근 들어 주변의 지인들이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1년 내내 언제 가도 좋은 여행지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젊은 연인들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아이가 있는 가족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일본 고유의 문화유산과 고즈넉한 정취로 여유 있는 여행까지 가능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교토, 고베까지 손쉽게 갈 수 있는 교통편의 시설로 인해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정말이지 짧은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때마침 출간된 <오사카 셀프트래블> 개정판은 늘어나고 있는 오사카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여행 서적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열심히 취재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일 만큼 알찬 정보와 만족스러운 추천지로 가득하다. 책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인근 주변 지역과 함께 교토, 고베, 나라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들을 위해 와카야마, 시라하마, 고야산 지역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사전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오사카 셀프트래블>은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각 지역별 지도를 상세히 수록함으로써 함께 이동하는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책 앞부분에서는 특별 미션과 테마별 추천 일정도 안내하고 있는데, 오사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관광명소 베스트12, 오사카와 간사이 야경 베스트 6, 오사카 취향 저격 명소,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쇼핑하기 좋은 곳, 대표 축제 등을 하이라이트만 담아 소개하고 있으니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추천 일정에서는 기간과 동행인에 따른 맞춤 일정이 짜여 있어 그대로만 따라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오사카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 세련되고 직선적인, 그래서 왠지 좀 차갑기도 한 도쿄와는 달리 조금,

아주 조금 촌스러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털털하고, 아기자기하고, 시끄럽고,

무엇보다 물가가 도쿄보다 낮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곳 |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오사카는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다. 교토, 고베, 나라 등을 전철로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고 일본 전역을 이어주는 신칸센이 있어 교통의 중심지라 불린다. 먹고 망한다는 뜻의 "구이다오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고 신사이바시, 에비스바시, 아메리카무라, 호리에 등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쇼핑 천국이다.

 

 

 

   책은 오사카 중에서도 우메다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과 난바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을 먼저 소개하는데, 북부 지역의 경우 우메다 지역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가 특히 인상적이다. 공중정원과 연결된 투명 에스컬레이터로 마치 공중에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아찔함과 황홀함을 선사한다고 하니 해질녘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건축의 대가라 불리는 시저 펠리에 의해 지어진 '국립 국제 미술관'과 아이가 있다면 미술관 관람 후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오사카 시립 과학관'에서 신비한 과학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라면의 천국인 일본인 만큼 '컵누들 박물관'에 들러 자기만의 컵라면을 만들어보는 경험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반면 다양한 쇼핑과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남부로 가보자. 오사카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를 시작으로 에비스바시스지 상점가,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 덴덴타운, 도톤보리, 아메리카무라, 호리에 등지에서는 대형 백화점과 독특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쇼핑점 외에도 화장품과 식품, 다양한 약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 많아 폭넓은 구매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3번 20개씩만 한정 판매하는 '그램'의 프리미엄 팬케이크와 갓 구운 치즈 타르트로 유혹하는 '파블로'는 베이커리의 천국인 일본에서 한 번쯤은 찾아 먹어보고 싶어진다. 특히 오사카 최대의 유흥지로 거대한 입체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도톤보리의 경우, 오사카를 대표하는 게 요리 전문점 '카니도라쿠'에서 맛과 눈을 사로잡는 일식의 묘미를 경험해보고 싶다.

 

 

 

 

 

 

   책은 오사카의 주변 지역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300m의 높이를 자랑하는 일본의 초고층 빌딩답게 '아베노하루카스 300'에서는 오사카의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멋진 오사카 야경을 구경함과 동시에 층마다 즐비한 다양한 맛집과 미술관, 대형 마트까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사카에 왔으면 꼭 봐야할 곳은 나고야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에 꼽히는 '오사카성'이 아닐까. 1,400여 년간 이어 온 오사카 역사의 근거 자료가 되는 곳으로 봄날 벚꽃과 어우러진 오사카성을 보면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하니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가 되겠다. 이 외에도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를 엿볼 수 있는 '빛의 교회'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스미요시타이샤', 할리우드 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고문을 맡아 다채로운 쇼와 어트랙션이 펼쳐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도 잊지 말자.

 

 

 

일본인들도 반해버린 일본의 천 년 수도, 교토

 

 

   오사카가 먹거리와 쇼핑의 중심지로 다채로운 풍경을 지녔다면 교토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워 힐링 여행의 상징이 되는 곳이라 하겠다. 저자는 초보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니조성', '킨카쿠지', '료안지', '키요미즈데라', '긴카쿠지'를 손꼽는다. 아는 지인이 교토에 다녀왔다며 찍어 보낸 사진이 있는데, 아마도 '후시미이나리타이샤'였던 것 같다. 책을 살펴보다보니 마침 지인의 사진에 찍혀 있던 붉은 기둥이 이곳을 상징하는 장소인 듯하여 나 역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일본 열도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 전문점 8점포가 입점한 테마 식당가 '교토라멘코지'에서 식사를 하고, 고즈넉한 교토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골목 산책길 '산넨자카'를 걸으며 일본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 또한 좋을 듯하다.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도시, 고베

 

 

   고베는 옛날부터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하여 일본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진 도시로 발전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도시 곳곳의 풍경 사진을 살펴보면 굉장히 이국적인 건축물과 일본의 동양적인 건축물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베는 오사카역에서 JR을 이용한다면 30분 만에 도착하기 때문에 일본 입국 당일 또는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짜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언덕 위에서 고베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운타운인 산노미야, 차이나타운, 항만 시설과 대형 쇼핑센터가 있는 베이 에어리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온천 중 한 곳인 아리마 온천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짜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 호텔이 들어선 번화가로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하여금 큰 사랑을 받는 '하버랜드'에서 특별한 야경을 즐겨보자.

 

 

 

일본 최초의 도시이자 불교의 시작점, 나라

 

 

   나라는 일본 문화의 발상지로 일본 최초의 국가가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교토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토후쿠지'를 비롯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사슴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라고 하는데, 사슴을 타고 내려온 신 덕분에 나라에서 사슴은 신성한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나라에 가면 누구나 들르게 된다는 '나라 공원'에서는 내가 사슴을 구경하는 건지 사슴이 나를 구경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슴과 어우러질 수 있다고 하니 아이와 가면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또한 믿거나 말거나이겠지만 '다이부츠덴' 안에 있는 거대한 기둥에 뚫은 조그만 구멍을 통과하면 1년 동안의 불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국사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담징의 금당벽화로 잘 알려진 '호류지'에 들러 아스카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계획이 될 것 같다.

 

 

 

 

 

   이렇듯 <오사카 셀프트래블>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근교인 교토, 고베, 나라의 주요 여행지를 소개함으로써 보다 알찬 오사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오사카에 대한 일반 정보를 비롯하여 여행 준비, 출입국 정보, 교통 패스와 입장권 구입법, 여행 숙소 리스트, 알아두면 좋을 핵심 여행 일본어, 여행 시에 들고 다니면 유용할 맵북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자유 여행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사카는 교통이 편리해서 짧은 일정만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오늘 못 가면 내일, 이번에 못 가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편하게 오사카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봄만큼은 우리 집 앞 벚꽃 거리도 좋지만 오사카 성을 배경으로 벚꽃 구경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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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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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으면 하는 책

책 한 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지, 장인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놀라운 여정을 담아내다!

 

 

 

   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오늘은 조선의 사대부가를 엿보았다가 내일은 유럽의 어느 한적한 뒷골목을 누비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고약한 할머니의 눈총을 피해 달아나다가 어느 사이에 살인의 누명을 쓰고 달아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추적하며 제멋대로 시공간을 누빌 수 있는 이 놀라운 판타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책의 한 페이지와 한 페이지를 넘나드는 간극 속에 존재하는 페스티벌은 나를 늘 춤추게 한다. 조금은 과장스럽게 표현한 듯 하지만 이것이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이며, 나를 생동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유년시절의 내겐 장난감이라든지 요즘 아이들 방이라면 흔하게 있을 법한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아빠의 책장에 꽂혀 있는 백과사전 혹은 위인전기집과 근처 외가에서 살고 있는 사촌언니 책을 훔쳐 읽는 게 유일한 놀이감이었다. 단발머리의 소녀가 되었을 때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까지 걸어갈 수가 있어서 그곳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책이 좋았던 나는 결국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훗날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지방의 작은 출판사이긴 했지만 취직을 하여 책을 만들고 이윽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일상을 채운 것은 결국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덜컥 사로잡혔다.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하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책을 쓰고 만들고 판매했던 나의 경험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쩌면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꼭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법이며 책은 그 마법을 저 너머에 숨겨둔 수평선이다. / 39p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는 일본에서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이나이즈미 렌이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서점을 찾아다니며 취재하던 중 해일로 인해 서점과 책이 쓸려가고 망가져도 다시 서가의 책을 재정비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본 뒤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끝에 탄생되었다. 사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기술이 요구되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 책은 그러한 수고와 정교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속에 묻어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담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 뒤에 담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책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는 동화작가 가도노 에이코다. 저자는 특별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이 책에서 아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사람을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이가 제품으로서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과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책에 담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나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는 그 첫 경험을 아름답게 밝혀주는 것은 부모와 이야기 작가 공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동화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한때 동화 쓰기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대충 쉽고 재미있게 쓰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순간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땐 책이 귀해서 모두 활자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와나미문고였나 뭐였나, 뜻도 모르면서 한자 옆의 히라가나를 더듬어가며 읽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산더미 같은 활자와 정보에 배가 잔뜩 불러 있잖아요? 배가 부른 아이에게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죠.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던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읽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책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임은 무거운 거예요." / 22p

 

 

 

   다음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자인 에이전트 다마오키 마니미를 소개한다. 그녀가 일하는 터틀모리 에이전시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번역서 중 약 60퍼센트를 계약으로 연결시키며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에이전시라고 한다. 이들은 일종의 저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편집자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는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저작권 에이전트라 불리는 사람이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사에 기획된 원고를 판매하며 원고료 교섭까지 담당하면서 유망한 저자와는 두 번째 작품 이후의 경력 설계까지도 함께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를 통해 세계의 지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게 읽혔다.

 

 

 

"수없이 많은 목록 중에서 출판사나 편집자가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 소개하는데, 중요한 건 그 작품을 국내 상황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하는 거예요. 아무리 훌륭한 원고라도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것도 많거든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에이전트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 51p

 

 

 

 

 

 

   이어 책의 가치를 그늘에서 떠받쳐주는 주역이며, 평상시에는 독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출판문화의 기반 역할을 하는 교정 교열자 야히코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교정 교열은 대단히 고독한 작업이다. 옆에 원본 원고를 놓고 다른 한쪽에는 교정쇄를 둔 뒤 일일이 대조하는 단순 작업에서 비롯하여 각종 사전이나 인명사전, 인터넷 등으로 오류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수준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문장의 모순점과 구성상 어긋남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핵심이 되는 문장 속 고유 명사, 연대적인 기술, 계절적인 기술, 시간적인 기술 등을 살피는 꼼꼼함까지 요구되니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교정 교열이 점점 비생산적인 일로 분류되어 출판사에서 이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산다. 하긴, 나만 하더라도 책을 읽는 도중 오탈자가 빈번하게 눈에 띄는 책은 일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 전문 교정 교열자 개발을 축소하려는 지금의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열부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야히코의 메시지를 깊게 새겨볼 일이다.

 

 

 

 

 

 

   다음으로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게 만드는 서체 개발자 이토와 북디자이너 구사카 준이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정, 종이, 글자의 간격 등 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책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자립한다. 또한 "진열대나 서가의 풍경은 시대의 공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그들의 사명감과 열정은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인프라의 결정체인 제지 공장과 활판인쇄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다니야마 죠스케, 일본 최초의 제본 마이스터 아오키를 통해 한 권의 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이들의 엄청난 노력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인 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요즘에도 디자이너와 편집자, 그리고 저자가 계속 논의해가면서 책을 만드는 게 좋아요. 전자서적이 주류가 될 거라느니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그것만이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역시 책이라는 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고 다양한 생각도 있어야 하겠지만 소세키의 책을 보다 보면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아름답지 않으면 책이 아니라고요." / 142p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 / 266p

 

 

 

   책 한 권에 실려 있는 묵직한 감동은 단순히 이야기 자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나의 서가에 숨 쉬고 있는 이 놀라운 공기의 무게감이 오늘따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름답지 않을 수는 있어도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쭉 책을 사랑하고 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고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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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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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아 중국어의 핵심 교육법을 이 책 한 권에 다 담았다!

소설처럼 쉽고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익혀지는 중국어 학습법!

 

 

  한때 번역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고, 실력만 받쳐준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나는 왜 진작 외국어 공부를 진득하게 하지 않았을까. 마음 같아서는 그저 일상 회화 아니, 해외여행이나 마음껏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되어도 감지덕지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커가니 사교육에 의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기초 영어를 비롯하여 스페인어나 중국어와 같은 다른 외국어까지도 함께 익혀둘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 하나둘씩 교재를 찾아보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생각보다 너무나 많아서 무엇을 봐야할지 막막했다. 이제 와서 시험을 치를 때처럼 문법과 독해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일일이 학원을 찾아다니며 스피킹 수업을 듣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주부가 효율적으로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라디오 방송을 들어볼까, 회화 책을 사서 공부할까, 어떤 책은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익히는 방법을 권하기도 하지만 시중에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외국어 공부 방법을 맥락 없이 시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는 외국어 학습법에 관련된 도서를 먼저 찾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법을 먼저 익혀야 하듯 외국어를 잘하려면 외국어 학습법을 먼저 익히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저절로 말문이 터지는 마법의 공식

 

 

   중국어 교재를 조금이나마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중국어 대표 강사로 소문난 '문정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 홍대리 시리즈라니. 이미 다수의 영역에서 소문난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만큼 <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제목의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회화 교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중국어를 친근감 있게 느끼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중국어 학습법에 관련된 도서이기에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의류업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홍 대리가 상사인 박 팀장으로부터 6개월 안에 중국어를 마스터하라는 특명을 받는다. 단 6개월 만에 어떻게 중국어를 마스터한단 말인가! 이때부터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중국어를 잘 하는 최 선배가 추천한 빽빽이식 공부법과, 중국어 단기 회화 인터넷 강의도 끊어보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결국 중국어의 대가로 소문난 문정아 소장의 강연회를 찾아가 그녀의 강의를 들은 후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자신의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저는 중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이 꽃나무를 키우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어려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적한 곳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길어서 힘들다고 벚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지 않겠다며 파업을 하던가요? 우리가 중국어를 공부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벚나무가 어떤 상황에서도 꽃을 포기하지 않듯이 '내가 목표한 지점까지는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 말입니다." / 51p

 

 

 

 

 

 

   이렇듯 <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는 중국어라고는 "니 하오"밖에 몰랐던 홍 대리가 문정아 소장을 만나면서 그녀를 통해 단계별, 수준별로 익혀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소설책을 읽듯 홍 대리가 중국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중국어와 친근해지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인지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는 한국인이 배우기에 최적화된 언어입니다!

 

 

 

   문정아 소장이 추천하는 중국어 공부법의 첫 단계는 일단 쓰면서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서 발음해보고 자연스럽게 익혀보는 것이다. 언어를 배울 때는 반복해 쓰는 것보다 반복해 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발음부터 정확히 하는 연습을 통해 일단 중국어의 뿌리를 다지고 나면, 패턴 중국어 연습으로 나무의 중심이 되는 줄기를 세우고, 나무가 가지를 치듯 확장 중국어 연습을 통해 하나씩 덧붙여 가며 문장을 다채롭게 확장시켜나간다면 중국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단어를 따로따로 외우기보다 "간식을+먹다", "커피를+마시다"와 같이 짝을 이루는 문장은 아예 통으로 외울 것을 권하고, 단어를 외울 때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암기한다면 연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추천한다.

 

 

 

 

 

 

   이 외에도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며 문장에 대한 재미와 이해를 높이는 방법, 원페이지 학습법, 학습 다이어리 쓰는 법, SNS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한 최신 신조어를 익히는 법 등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학습법들을 소개한다. 책의 말미에는 중국어 필수 회화와 중국어 비즈니스 회화, 중국어 여행 회화 및 단어를 모두 담은 "마법의 문장 300"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외출할 때 들고 다니면서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녹음해서 들어보기! 이게 정말 효과적인 방법인데, 사실 이 단계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이때 정말 강조하고 싶은 팁이 하나 있는데요. 꼭 스스로 노래 부르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세요. 내가 낸 발음이 어떤지, 성조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속도가 너무 느리진 않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은 후에 다시 녹음해서 들어보는 일을 반복하면 말 그대로 실력이 쑥쑥 는답니다." / 191p

 

"두 번째 이야기는 중국어를 공부할 때 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중국어를 배우면 중국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듯이, 중국 사람들도 한국어를 배우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죠.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언어 공부의 핵심이에요." / 322p 

 

 

 

 

 

 

   문정아 소장이 홍 대리에게 했던 말 중 "언어는 완벽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만 실력이 느는 법이다"이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영철과 타일러가 진행하는 영어 팟캐스트에서도 영어를 곧잘 하게 된 김영철이 타일러를 통해 진짜 미국식 영어를 새롭게 배워가는 것을 보고 언어는 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숨에 익히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많이 익혔다고 자만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더욱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빨리 배우려고 애쓰다가 지쳐서 게을리 하게 된 지 벌써 여러 번이었기에, 이번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무엇보다 꾸준히 책에서 일러준 방식을 몸으로 익혀봐야겠다. 외국어 공부가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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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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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권력의 이면을 사실적인 묘사와 놀라운 서스펜스로 그려낸 거장의 소설!

 

 

   "세데 바칸데(Sede Vacante). 이제 교황의 자리는 공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에 한 명인 교황의 선종을 선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로마 고대 시대를 다룬 대작 <폼페이>와 더불어 <임페리움>, <루스트룸>, <딕타토르>로 로마사 3부작을 통해 히스토리 팩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해리스가 이번에는 콘클라베를 둘러싼 종교 스릴러로 돌아왔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으로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정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로버트 해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의 한 명을 선출하기 위한 이 콘클라베를 중심으로, 기막힌 서스펜스와 반전으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또 한 편의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차기 교황 선정을 둘러싼 이해와 갈등, 종교의 본질을 들여다보다

 

 

 

   전 세계 117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교황의 선종으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음 교황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질 것이며 본격적인 승계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추기경단의 단장인 75살의 로멜리는 갑작스레 선종한 교황으로 인해 정신이 황망한 가운데, 하나둘씩 모여드는 117명의 추기경단을 보며 자신이 콘클라베를 조직하고 이끌어가야 할 중대한 임무자임을 실감하게 된다.

 

 

 

   차기 교황으로 유력해 보이는 추기경은 네 명. 현 국무원장으로 늘 초연하고 냉정하며 지적인 이미지로 진보주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벨리니, 나이지리아 출신의 추기경으로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지도 모르기에 언론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아데예미, 사도궁무처장으로 방송 매체를 잘 활용하는 활발한 정력가 유형의 트랑블레, 베네치아 총대주교로 극보수주의를 지향하며 생전에 교황과 벨리니를 상대로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테데스코까지. 벨리니는 자신이 교황이 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추기경들은 교황이 되기 위한 야욕을 심심치 않게 내비춘다. 로멜리는 이들을 보며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죽은 교황도 누누이 허영과 호기심, 악의와 험담의 죄들, 사악한 방해꾼을 향한 경계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때문에 로멜리는 경쟁과 혼란으로 점철될 양상으로 보이는 콘클라베가 통합과 관용의 미덕을 지닌 훌륭한 교황의 선정을 이끌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곳이 방주로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란의 파도에 휩싸인 방주. / 53p

 

 

 

   그런데 모든 추기경들이 도착한 줄로만 알았던 로멜리 앞에 목록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교황은 최측근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추기경을 선임할 수 있다 권한이 있는데, 살아생전 교황이 이 의중 결정 추기경에 임명한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바그다드 대주교, 빈센트 베니테스였다. 왜소하고 사회적, 사교적으로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그이지만 무장한 이슬람교인들 사이에서 안전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보여준 만큼 콘클라베에서도 서서히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선교사-사제가 왜 그렇게 교황 성하의 마음을 끌었는지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신을 만나고 싶으면, 안락한 제1 세계 교구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가장 절박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분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주님을 만나고자 한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든 나를 따르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포기하고 날마다 십자가를 질지어다.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해 삶을 버리면 구할 것이니라. / 93p

 

 

 

 

 

 

   과연 이 118명의 추기경들 중 누가 차기 교황 즉, 신의 성배를 받을 것인가. 전 세계가 콘클라베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삼엄한 경계 속에서 마침내 첫 번째 선거가 이뤄진다. 소설은 콘클라베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대성당을 중심으로 로멜리의 시선을 통해 엄중한 투표 과정과 추기경들의 움직임 혹은 짐작 가능한 그들의 내밀한 속내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나간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이어지는 투표 과정 동안 묻혀 있었던 후보자들의 비밀과 죄악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투표의 향방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전으로 인해 소설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교회에 봉사하는 동안,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종국에는 확신을 두려워하시지 않았던가요? '주여,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십자가에서 9시간을 매달리신 후 고통 속에서 그렇게 외쳤죠. 우리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 120p

 

 

힘내게나, 레이. 이 엄청난 걸작을 봐. 기막히게 예언적이지 않은가? 그림 끝에 어둠의 장막 보이지? 예전엔 그저 구름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까 연기가 틀림없구먼. 어딘가에 불이 났어. 가시권 너머일 텐데 미켈란젤로가 감추려 한 걸 보니…… 폭력, 전쟁, 갈등의 상징일까? 그리고 베드로가 고개를 똑바로 들려고 애쓰는데…… 자네도 보이지? 지금 거꾸로 처박힐 지경인데 왜 저러고 있을까? 지금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굴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안간힘을 써서 자신의 신앙과 존엄성을 보이려는 게지. 세상은 문자 그대로 뒤집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유지하고 싶은 걸세. / 308p

 

 

 

 

 

 

   수차례의 투표를 통해 최종 합일점에 도달하기까지 소설은 우리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를 치룰 때 의례 그러하듯 이 또한 정치색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종교의 불편한 이면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이 한계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종교 그 자체가 지녀야 할 신념과 관용, 포용의 미덕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신론자에 가까운 나조차도 종교가 인류에게 어떠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은 지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흥미로운 전개로 마지막까지 스토리가 이끌어가는 힘이 탄탄해서 쉽고 재미있게 잘 읽혔다.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들이 이 지적이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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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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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미완성의 청춘들을 위한 에세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다!

 

 

 

   언제부턴가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이끌린다. 고단하고 팍팍한 삶의 무게를 버티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 녹록치 않은 탓일까. 사소한 일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에서 복잡다단한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청춘들이 많아졌음을 실감하곤 한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청춘들의 SNS를 통해 그와 같은 흔적을 발견한다.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오늘의 안녕과 당신의 안부를 묻는 수많은 글들을 무심코 지나치다가 거친 일상을 늘 한결 같이 다정다감하게 감싸 안으며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이가 있어 그의 글을 몇 번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부러 애쓰지 않아 담백해서 좋고, 자신의 이야기인 듯 사소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공감을 얻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듯한 글을 쓰는 작가. 바로 흔글이다. 필명이 참 인상적인 까닭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의 SNS 글들을 훔쳐보던 것이 결국 한 권의 책으로까지 만나게 될 줄이야. 괜히 반갑고 또 한편으론 종이로 인쇄된 글자의 감각들이 낯설기도 하다.

 

 

 

 

오늘은 조금 덜 소홀하기를

하루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는 사람이기를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바쁘고 고단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것들을 후회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금 애정의 온기를 전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감성에세이다. 사랑과 이별, 현실과 꿈, 관계로부터 오는 수많은 고민과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에 안부를 전하고, 결국 한 발을 내딛고 또 뛰어넘어야만 하는 우리의 내일에 담담한 격려를 보낸다. 늘 진취적이고 당당하라고 외쳐대는 세상의 커다란 목소리에 묻혀 정작 사사롭지만 가장 진실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없는 우리들을 위로한다.

 

 

 

즐거운 사랑

 

 

(중략) 그러니 누군가가 당신에게 애정을 줄 때는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무심히 바라만 보지 말고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열차를 떠나보내는 미련한 승객이 되지 않고

스스로 정류장이 되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 34p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

 

 

(중략) 상대의 마음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사라지면 안 된다.

편안함에 가려지면 안 된다.

 

 

어리고 미숙했던, 서로를 잘 몰랐던 그때의 사랑보다

어쩌면 더 많이 알고 있고 친근하다 느끼는

지금의 사랑이 깊이는 더 낮을지도 모른다. / 44p

 

 

 

   돌이켜보면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는 나더러 한결 같이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 같다고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고 싶지 않았던 거다. 먼저 다가가거나 물러섬도 없이, 주고받는 민감한 감정으로 인해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동요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 내 감정에 솔직해져본 적이 없어서 타인의 솔직한 감정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정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반응이 없으니까 상대도 나에게 반응을 해주지 않는 것이란 걸 나는 왜 알면서도 잊고 있었던 걸까.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그간의 무심함을 일깨워본다.

 

 

 

 

 

 

방파제

 

 

(중략) 사람이 이렇게 고민투성이다.

항상 만약의 만약을 생각하고

당장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마음속 방파제를 가득 끌어안고 산다.

 

 

대부분의 파도는 방파제를 넘지 못한다.

간혹 그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탓이 아니라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 / 118p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거나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을 때 우리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마다 방어기제를 작동한다. 어쩌면 마음에 방파제를 쌓는 일일 테다. 흔글은 간혹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거라고 말한다. 뭐든 나 때문에,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난 실수나 사고에 대해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기만 했다면 때로는 그만큼 나에게는 역부족인 일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위로해도 괜찮지 않을까.

 

 

 

미완성 인생

 

 

(중략) 기억하자.

우리의 미완성을.

 

 

만약 인생이 퍼즐이라면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아직은 조각들을 모아야 할 때니까. / 295p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에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함을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니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기만 한 것이다. 자신을 너무 성급하게 몰아붙였다면 때로는 페이스를 늦추고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조각을 모아야 할 때니까.

 

 

 

 

 

 

   <내가 소홀했던 것들>을 읽으면서 정작 가장 소홀했던 것은 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에게조차 진실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하물며 타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는 나에게 더 다정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내 사람들을 더욱 너른 마음으로 품을 수 있기를 이 책으로 하여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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