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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미완성의 청춘들을 위한 에세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다!
언제부턴가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이끌린다. 고단하고 팍팍한 삶의 무게를 버티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 녹록치 않은 탓일까. 사소한 일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에서 복잡다단한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청춘들이 많아졌음을 실감하곤 한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청춘들의 SNS를 통해 그와 같은 흔적을
발견한다.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오늘의 안녕과 당신의 안부를 묻는 수많은 글들을 무심코 지나치다가 거친 일상을 늘 한결
같이 다정다감하게 감싸 안으며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이가 있어 그의 글을 몇 번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부러 애쓰지 않아 담백해서
좋고, 자신의 이야기인 듯 사소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공감을 얻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듯한 글을 쓰는 작가. 바로
흔글이다. 필명이 참 인상적인 까닭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의 SNS 글들을 훔쳐보던 것이 결국 한 권의 책으로까지 만나게 될 줄이야. 괜히
반갑고 또 한편으론 종이로 인쇄된 글자의 감각들이 낯설기도 하다.
오늘은 조금 덜 소홀하기를
하루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는 사람이기를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바쁘고 고단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것들을 후회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금 애정의 온기를 전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감성에세이다. 사랑과 이별, 현실과 꿈, 관계로부터 오는
수많은 고민과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에 안부를 전하고, 결국 한 발을 내딛고 또 뛰어넘어야만 하는 우리의 내일에 담담한 격려를
보낸다. 늘 진취적이고 당당하라고 외쳐대는 세상의 커다란 목소리에 묻혀 정작 사사롭지만 가장 진실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없는 우리들을
위로한다.
즐거운 사랑
(중략) 그러니 누군가가 당신에게 애정을 줄 때는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무심히 바라만 보지 말고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열차를 떠나보내는 미련한 승객이 되지 않고
스스로 정류장이 되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 34p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
(중략) 상대의 마음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사라지면 안 된다.
편안함에 가려지면 안 된다.
어리고 미숙했던, 서로를 잘 몰랐던 그때의 사랑보다
어쩌면 더 많이 알고 있고 친근하다 느끼는
지금의 사랑이 깊이는 더 낮을지도 모른다. / 44p
돌이켜보면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는 나더러 한결 같이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 같다고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고 싶지 않았던 거다. 먼저 다가가거나 물러섬도 없이, 주고받는 민감한 감정으로 인해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동요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 내 감정에 솔직해져본 적이 없어서 타인의 솔직한 감정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정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반응이 없으니까 상대도 나에게 반응을 해주지 않는 것이란 걸 나는 왜 알면서도 잊고
있었던 걸까.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그간의 무심함을 일깨워본다.
방파제
(중략) 사람이 이렇게 고민투성이다.
항상 만약의 만약을 생각하고
당장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마음속 방파제를 가득 끌어안고 산다.
대부분의 파도는 방파제를 넘지 못한다.
간혹 그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탓이 아니라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 / 118p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거나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을 때 우리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마다 방어기제를 작동한다. 어쩌면 마음에 방파제를 쌓는 일일 테다. 흔글은 간혹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거라고 말한다. 뭐든 나 때문에,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난 실수나 사고에 대해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기만 했다면 때로는 그만큼 나에게는 역부족인 일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위로해도 괜찮지 않을까.
미완성 인생
(중략) 기억하자.
우리의 미완성을.
만약 인생이 퍼즐이라면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아직은 조각들을 모아야 할 때니까. / 295p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에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함을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니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기만 한 것이다. 자신을
너무 성급하게 몰아붙였다면 때로는 페이스를 늦추고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조각을 모아야
할 때니까.
<내가 소홀했던 것들>을 읽으면서 정작 가장 소홀했던 것은 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에게조차
진실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하물며 타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는 나에게 더 다정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내 사람들을 더욱 너른 마음으로 품을 수 있기를 이 책으로 하여금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