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 - 고사성어로 준비하는 미래형 인재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0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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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고사성어의 힘을 통해 불안한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법을 배우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 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앞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미래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특히 십대 청소년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또 발생하게 될지 모를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불안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다섯 가지 능력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전 헬퍼’ 임재성은 아무리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한 시대가 다가와도 그것을 이겨낼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에서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지혜를 선물하는 고사성어의 힘을 빌려와 십대 청소년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는 온고지신과 같은 마음으로, 고사성어에 얽힌 일화와 메시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역량을 익히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역량을 단 하나라도 실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느 순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다섯 가지 힘은 ‘질문의 힘’, ‘생각의 힘’, ‘쓰기의 힘’, ‘창조의 힘’, ‘태도의 힘’으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인 ‘질문의 힘’에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내 삶의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와 같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를 테면 지피지기 백전불태와 같은 고사성어를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 서거나 삶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재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독려한다.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위의 시선과 강요에 의해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계륵이라는 고사성어를 빌려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기 내면을 바라볼 것을 조언한다.

 

 

 

심리학이든, 철학이든, 문학이든,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것들은 모두 위와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원하는 인생은 무엇인지 답을 찾는 과정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접근해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느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오롯이 자신을 만나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조차 미봉책을 쓴다면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봉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 30p

 

 

 




 

 

 

 

  4차 산업혁명은 주입식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는 힘을 갖춘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생각의 힘’에서는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법을 강조한다. 알아내는 힘은 단기간에 강화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의 근력이 단단해지고 향상돼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근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독서를 꼽는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은 책을 제대로 읽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짜 무기가 될 ‘쓰기의 힘’ 역시 잘 읽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대화와 질문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볼 것, 그런 다음 발췌와 요약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는 글쓰기 훈련을 통해 생각의 근력을 탄탄히 길러낸다면 반드시 알아내는 힘은 강화될 것이라 조언한다.

 

 

 

배움의 진정한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에 있다. 문제를 알아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 의문과 질문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미래에 어떻게 펼쳐질지 의문이 생긴 사람은 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물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음을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 어둠 속에서도 더듬어 찾아내는 능력이 갖춰진다. / 71p

 

 

기본적인 글쓰기 기술만 익혀 몸에 장착해도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첫째, 일단 써야 한다.

둘째, 문법 오탈자보다 글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넷째, 단락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쓴다.

다섯째, 보여주는 글을 쓴다.

여섯째, 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고 쓰면 좋다.

일곱째, 마지막으로 자신이 쓴 글을 잘 고쳐야 한다. / 102p

 

 

 

  이어 미래형 인재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창조의 힘’을 통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에서 창의적인 산물이 탄생한다는 의미로 백절불요의 정신을 강조한다. 모든 분야에 능통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위하면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에서 백미라는 고사성어를 찾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시대를 받아들이는 유연하고 현명한 사고를 이끄는 ‘태도의 힘’이야말로 다섯 가지 힘 중에 가장 중요히 생각해야 할 게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사회지능, 즉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마침표와도 같다는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세운 싱귤래리티 대학교에서 강조하는 것도 인류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즉 바람직한 인성을 품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인간을 초월하는 기술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장난명, 십시일반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10대 시기에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수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수와 실패는 부끄럽거나 실력 없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수하고 실패할 때 그것을 대하는 생각과 자세가 창의성을 향상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 실수하거나 실패할 때마다 때로는 뻔뻔하게, 또 어떤 경우에는 담대하게, 저돌적인 자세로 무장해야 한다. 무례함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시도하고 도전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 127p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신기술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하도록 이끈다. 어제의 삶과 태도와 오늘의 삶의 태도를 완전히 달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과거의 선입견과 편견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연한 자세가 준비돼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유연한 태도만 준비돼도 미래는 불안이 아니라 희망으로 다가온다. / 156p

 

 

 



 

 

 

 

  이렇듯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입지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십대 청소년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은 무엇이고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아직 일곱 살에 불과하지만 내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독자들이 복잡하고 불안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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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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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두르지 않고 진솔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우게 되는 것들!

 

 

  앗!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매일 주차장 담벼락 위에서 오고 가는 행인과 차들을 주시하곤 하는 녀석은 길고양이라기에는 제법 토실토실한 몸매에 고운 빛깔의 털을 지니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께느른한 표정으로 일광욕을 하고 있던 녀석이 돌연 이쪽을 응시하며, “어서 와. 오늘은 또 어디를 바삐 가려고?” 마치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추궁하는 듯한 녀석의 눈길을 받고 있자니 왠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서 어디론가 설렁설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상만사 대수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저 태무심한 뒤꽁무니라니. 나는 녀석의 느릿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며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꽤 복잡한 생각과 걱정거리를 떠안고 있느라 잔뜩 경직되어 있었는데, 녀석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로움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두고 참 묘하다고 하는가 보다. 별 거 아닌데 퍽 위로가 되는 걸 보면.

 

 

 

하루하루가 버거운 우리들에게 고양이가 전하는 따스한 글귀들

 

 

  도도하면서 앙큼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섬세한 고양이들. 영특하고 때로는 교활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이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고양이란 참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의 저자 제이미 셸먼은 많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일레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을 통해 탄생한 책 속의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면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중한 것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치 알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 고양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해답들은 단순하지만 꽤나 명쾌하다. 아직도 세상 사는 게 서툴기만 한 어른이들을 위해 때로는 능청스럽게 충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처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

이 대답만은 하지 말아줘.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명심해.

이건 아주 중요하니까. / 24p

 

 

제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따윈 하지 마.

네 대신 나설 사람도 없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명심해. / 35p

 

 

 




 

 

 

 

  착하고 편안한 사람이란 의미는 타인에게 맞춰주는 데 익숙해진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뭔가 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기 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쪽이 세상을 사는 데 더 편리한 법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진짜 내 생각은 무엇이고, 내 목소리를 내본 게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란 말 따위에 길들여지고 만 것이다. 그런 나에게 고양이들은 말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꾸미려 들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에 숨어들려 하지 말고 나의 생각을 나다운 목소리를 내어보는 것. 이건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거라고 말하는 고양이의 조언이 마음에 쿡, 하고 박힌다.

 

 

 

지금부터는 한곳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해봐.

아니, 아니. 틀렸어.

바로 코앞을 보라는 게 아니라 멀리 보란 말이야.

더 멀리. 그렇지!

어때? 성공한 네가 보이지? / 72p

 

 

크크크. 내 작전이 통했어!

봤어? 그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순간을?

맞아. 난 관심을 받고 싶어서 TV 앞에 앉았어.

너도 그래 봐.

네게 눈길 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지 마.

그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그 앞에 턱 나타나는 거야.

어쩌겠어, 그럼 널 볼 수밖에! / 195p

 

 

 

  고양이들은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거나 품에 와락 덤벼들면서 애정을 갈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자신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이게 바로 현명한 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하던 일이 잘못되었을 땐 의기소침해하지 말라고, 어쨌든 해봤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다만 아직 모를 뿐 해결 방법은 꼭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응원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네 마음부터 사랑해주라고 도닥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라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나답게 살라고 격려해준다. 이 모두가 거창한 말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줄 알고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게 조언할 줄 아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인생의 중요한 노하우를 얻게 된다.

 

 

 




 

 

 

 

  한 치 앞도 내어다보기 힘든 세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명쾌하고 단순한 이 조언과 격려들이 힘이 되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지친 하루를 위로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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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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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대표 사상가들로부터 배우는 생각의 기술!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질문 그리고 해답!

 

 

  검색어와 해시태크만 입력하면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 발달된 미디어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구현한 지식이나 문제 해결 전략을 유일한 정보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되는 편협한 사고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와 가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타인과 사회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일반적인 생각들이 곧 나의 생각이 되어버린 시대, 오랜 고민과 치열한 사고 끝에 내린 결과가 아닌 검색창의 입력값에 의지하고 답습하는 시대. 그런 시대 속에서 ‘진정한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에 우리는 스스로를 제대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연습, 나만의 생각과 행위를 이끌어냄으로써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한 미래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각종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며 타인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진정한 지적 독립과 자기 경영을 위한 생각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의 교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해답과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한 지적 도구이자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들기 위한 인문 교양서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공자, 사마천, 마키아벨리, 뒤플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조언과 삶의 격을 높이는 데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얻고자 한다.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5가지 개념으로 넓히는 생각의 기술

 

 

  생각하는 대로 사는 법이고 경험한 만큼 세상을 보는 법이라고들 하지만, 자신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들,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을 불온하다고 탄압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경험 운운하며 나를 따르라고 떠드는 꼰대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한다. ‘너 자신을 알라’. 어쩌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내가 경험한 것이 지극히 편파적일 수 있다는 의심과 기존의 가치를 추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또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라고 애써 희망을 갖거나 근거 없는 환상에 도취되기보다 건설적인 비관과 대비가 훨씬 더 건강하다고 말한 세네카의 ‘전략적 비관주의’도 때로는 용의하다. 이 외에도 남의 인정을 갈구하느라 비굴해진 ‘인싸’로 사느니 과감하게 ‘아싸’가 되기를 독려한 니체의 사상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렇듯 1부 ‘철학’ 편에서는 소크라테스, 헤겔, 세네카, 니체 등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깨달을 수 있을지 본질을 꿰뚫는 판단의 기술을 살펴본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의 자세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엄청난 파괴와 몰락을 앞두고도 모든 과정을 삶의 한 과정을 삶의 한 장면들로 받아들인다. 쓰디쓴 잔을 계속해서 들이켜야만 하는 인생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또 자기 삶의 주인은 오직 자신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 계율, 제재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 비탄과 분노의 감정이 자아를 잠식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 니체 편 중에서 35p

 

 

자신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우리의 삶이 고달픈 이유는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삶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실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삶의 기준은 남에게 두고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고 자위하려니 인지 부조화가 생기고 마음이 괴롭다. 석가모니가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모습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 참된 행복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 석가모니 편 중에서 54p

 

 

 




 

 

 

 

  2부 ‘예술’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바라볼 것인지 바흐, 클림트, 셰익스피어, 르코르뷔지에와 같은 거장들을 통해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 의존해 대상을 복제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만의 기법으로 대상을 강하게 붙들어내는 호크니는 단연 인상적이다. 특히 80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며 태블릿 PC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도전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렇듯 나이를 초월하여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그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행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이어 3부 ‘역사’ 편에서는 나만의 흔적을 남길 것을 보여준 사마천, 갑질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던 루터, 믿음을 끝까지 밀고가기를 독려했던 마르크스, 미래를 염려하는 습관이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 베버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극복할 것인지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을 살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확실 투성이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들의 행동은 이성 못지않게 감정에 많은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무슨 일을 추진하든지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절차를 고민해야만 한다. 미디어와 SNS를 통해 수많은의견이 금세 표출되고, ‘대세’가 쾌속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합의’다. / 로베스피에르 편 중에서 121p

 

 

오늘을 즐기는 데에 바쁜 권력자들이 조직과 공동체를 더 큰 실패로 몰고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감시, 분권화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능동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관료나 자본가와 같이 미래를 염려하며 발전을 추구했던 사람들에게 같은 논리로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건강한 수준의 합리적 의심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한 사회라면 이미 희망이 사라진 곳이다. / 베버 편 중에서 137p

 

 

 

  다음 4부 ‘정치’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적도 내편으로 만드는 관계의 기술을 알아본다. 이를 테면 공자는 자신이 제사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옛 군주들의 사당에 가서 제례에 참석할 때 항상 물어보았다고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와 함께 합의를 얻어가는 절차였다. 또 매사에 물음을 통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한다. 즉, 훌륭한 말과 물음은 자기 혁신을 위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질문에 인색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물음을 당할 때는 그가 어떻게 내 주장에 동의하게 만들지를 염려하느라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꼭 염두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끝으로 5부 ‘경제’ 편에서는 자신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이용하고 도움을 받은 공동체의 자원을 생각해서라도 공정성에 더 많이 신경 쓸 것을 강조한 스미스, 경제학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경제 이외의 것들을 더 많이 읽고 집중하기를 강조한 뒤플로 등을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제대로 된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놓는 방식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정치적 관계에 끊임없이 직면한다. ‘블레어의 실용주의’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에 복무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정의하는 것, 그리고 이념을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 블레어 편 중에서 188p

 

 

만일 인간이 매우 합리적이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완벽히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매우 감정적이고,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고, 실제 손해를 보는 것 이상으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러는 경제 당국이 전통적인 자료의 총합에 기반한 수치를 생산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SNS나 각종 온라인 포털과 같은 공간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복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실러 편 중에서 202p

 

 

이제 경제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가볍게 취급하던 인간의 심리는 이제 경제활동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 연구들은 고전경제 이론이 깊게 다루지 않았던 심리적 요소들이 다른 경제적 변수보다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카너먼 편 중에서 210p

 

 

 




 

 

 

 

  이렇듯 『어른의 교양』은 30인의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유용한 교양서다. 저자는 갑작스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추고 억제되는 경험을 한 현재의 인류에게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드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영토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키우고 내면의 힘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넓어지리라 믿는다. 이 책으로 그간 나의 영토는 얼마만큼의 크기였는지, 무엇으로 나의 영토를 키워나갈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지만 알찬 교양서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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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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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관한 기나긴 사유, 그것이 전하는 삶의 다양한 질문들!

읽기가 쉽지 않지만, 거듭 읽는다면 반드시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

 

 

  소설가 최수철은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행간의 숨은 의미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뮈의 작품은, 특히 『시지프 신화』는 문장의 흐름대로 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기존의 독서법으로는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면서도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번번이 겪어야 했던 참 까다로운 독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삶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의 열정을 집요하게 추구했던 예술가이자 한 인간의 고뇌가 묵직한 밀도로 다가오는 까닭이었다. 신의 형벌로 인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지프에게서 ‘비록 삶은 비극적일 수는 있어도 절망적이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던 카뮈의 신념이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가 또 있을까 해서 말이다.

 

 

 

부조리에 대한 반항 그리고 열정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부조리란,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 철학의 주요 용어로, 실존주의의 대표 작가로 잘 알려진 카뮈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부조리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과 비합리성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을 다룬 『이방인』, 『페스트』에서는 특히 부조리에 대한 그의 저항 의식이 잘 드러난다.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된 『시지프 신화』 또한 마찬가지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삶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으로부터 출발하는 부조리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다.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의 인간>, <부조리의 창조>에 이르기까지, 10장 분량도 채 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이야기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부조리에 관한 이 기나긴 사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부조리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명철한 이성이다 / 76p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위해서는 우선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913년 11월 7일, 카뮈가 태어난 해의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상태였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가 전투에서 전사함으로써 문맹인 어머니는 빈약한 종신 연금을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이에 카뮈는 “나는 마르크스를 통해 자유를 배운 것이 아니다. 가난을 겪으면서 자유를 배웠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한 바가 있을 만큼 지독한 가난과 질병을 뚜렷하게 의식했다. 훗날 아내 시몬에게 마약을 공급해 주는 의사가 그녀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폐결핵이 재발하여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던 계획이 좌절되는 등 그의 삶에 있어서 ‘부조리’는 내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설사 시원찮은 이유를 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돌연 환상과 빛을 박탈당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배에는 구원이 없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 19p

 

 

인간 자신의 비인간성 앞에서 느끼는 이 불안, 우리의 됨됨이가 보여주는 이미지 앞에서 경험하는 측량할 길 없는 이 추락, 우리 시대의 어느 작가가 말한 바 있는 ‘구토’, 이것 또한 부조리다. 마찬가지로 어떤 순간 거울 속에서 우리와 마주치는 그 이방인, 우리 자신의 사진들 속에서 다시 만나는 친근하면서도 음산한 형제, 이것 또한 부조리다. / 32p

 

 

 



 

 

 

 

  그러나 카뮈는 ‘이 세계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고 말한다. 또한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 놓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에우리디케의 경우와는 반대로, 부조리는 오직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던 눈길을 딴 데로 돌릴 때 죽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철학적 태도는 곧 반항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카뮈는 부조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반항하는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을 벗어나 종교적, 형이상학적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삶의 다른 가능성을 모두 살고자 하는 열정으로 나아가 죽음을 내 방식대로 재창조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몰두한 것이다. 그렇게 ‘정복 혹은 연기, 무수한 사랑, 부조리한 반항 같은 것들은 인간이 미리부터 패배한 전장에서 자신의 존엄성에 바치는 경의’라고 표현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통해 이를 증명해낸 셈이다.

 

 

 

자명한 것은 은폐한다거나 방정식의 한쪽 항을 부인함으로써 부조리 자체를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로 살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논리가 부조리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다고 명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철학적 자살이 아니라 그냥 자살 그 자체다. 나는 다만 자살에서 감정적인 내용을 걸러 내고 그것의 논리와 정직함을 알고 싶을 따름이다. 그 외의 모든 태도는 부조리의 정신에는 속임수요, 정신이 명백히 드러내 보여 주는 것 앞에서 뒷걸음질하는 것에 불과하다. / 77p

 

 

인간 조건 속에는 근원적인 부조리성과 동시에 움직일 수 없는 위대함이 깃들어 있다. 이는 모든 문학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다. 부조리와 위대함 이 두 가지는 마치 당연한 일이기라도 하듯 서로 일치한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거니와 이 두 가지는 우리 영혼의 과도한 야망과 소멸하고 말 육체의 기쁨을 서로 갈라놓는 어처구니없는 절연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처럼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육체를 추월하는 것이 바로 그 육체의 영혼이라는 사실, 바로 이것이 부조리다. / 193p

 

 

중요한 것은 부조리와 더불어 살아 숨 쉬는 것, 그것이 주는 교훈을 인정하고 그것의 살을 되찾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부조리한 즐거움의 전형은 바로 창조다. “예술, 오로지 예술. 우리는 예술을 가지고 있기에 진리로 인하여 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 144p

 

 

 

  때문에 카뮈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시지프를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온다. 그는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 카뮈는 시지프에게서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고 표현하며 이 부조리한 영웅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작가 사르트르가 발표한 소설 『구토』의 서평을 쓴 카뮈는 그 속에서 “삶의 부조리를 확인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고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것은 거의 모든 위대한 정신이 출발점으로 삼은 진실이다. 관심거리는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 내는 귀결들과 행동 규율”이라 한 바가 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돌아가는 시지프의 저 투쟁처럼 부조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내는 삶의 귀결과 행동 규율이라는 카뮈의 말은, 오늘날 우리가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삶의 부조리 앞에서 어떠한 정신과 행동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시지프가 부조리한 영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의 열정뿐 아니라 그의 고뇌로 인해 부조리한 영웅인 것이다. 신들에 대한 멸시, 죽음에 대한 증오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는 일에 전 존재를 바쳐야 하는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이것에 이 땅에 대한 정열을 위채 지불해야 할 대가다. (…)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 진흙에 덮인 돌덩이를 떠받치는 어깨와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의 온통 인간적인 확실성이 보인다. / 182p

 

 

“이 세계 자체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 그 명확함에 대한 호소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메아리친다.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에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과 세계를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을 이어 주는 유일한 매듭이다. / 253p

 

 

 




 

 

 

 

  개인적으로 『시지프 신화』는 반드시 재독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부조리한 인간> 편에서 부조리에 대응하는 인간으로 제시된 ‘돈 후안주의’는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비롯해서 행간에 숨은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여전히 나는 미숙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삶의 부조리를 인정하되 그것을 끊임없이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치열하게 고민한 이 작가의 정신만큼은 오롯이 전달된다. 이제껏 카뮈 하면 『이방인』과 『페스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사상적 단초가 되는 『시지프 신화』를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마침 JTBC에서 방영될 드라마 <시지프스>가 시지프를 모티브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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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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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부모들 그리고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책!

 

 

  “엄마, 나 속상해.”

  아이가 울먹이는 얼굴로 다가오더니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차, 사실 십 분 전쯤부터 아이의 표정을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이렇다 할 변화가 없기에 괜찮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다. 진즉에 아이의 마음을 살펴봐줄 수 있었는데 괜찮아 보이면 된 거라고 제대로 살펴봐주지 않았으니 잘못이라면 내게도 있다. 아이가 아빠의 휴대폰을 만지느라 알람을 꺼버렸고 이 때문에 늦어버린 아빠가 핀잔을 준 게 원인이었다. “많이 속상했지?” 나는 일단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준 다음, 아빠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에게 “울지 마. 울 일 아니야.”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울기 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게 어느 새 훈육조의 말투로 으르게 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살펴봐주는 게 먼저라고 조언하지만 일단 아이가 눈물을 터뜨리면 ‘이게 뭐라고 울어’, ‘또 울어? 에휴’ 같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유년시절에 나는 부모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속상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어른스러운 아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진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본 적이 없는 아이’에 가까웠다.

 

 

 

  그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 어딘가에 ‘울면 안 된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혹은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그걸 꾸준하게 내 아이에게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예민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한 아이가 좀 더 대범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나만의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힘들어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강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이 아이는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상태이니까. 솔직해도 괜찮다고, 내 감정을 외면당하지 않을 거라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줄 대상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나는 그 어느 육아서보다도 절실하게 이 책으로 하여금 깨닫게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불가분의 것이다.”

- 《트라우마 상담 및 심리치료의 원칙》 존 브리에르, 캐서린 스콧

 

 

 

  끔찍한 사고나 전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층에 필요한 관심과 배려의 결핍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트라우마에 취약한 이들도 있고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또한 비밀스러운 경험이기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치료기법들도 소개되고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지만, 트라우마란 곧 ‘문제 있는 사람’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어서 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아직 높아 보인다. 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트라우마 연구자로 현재 서울 EMDR트라우마센터의 센터장을 역임 중인 김준기 전문의는 어떻게하면 일반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에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가족 간의 연결을 보여주는 영화, 전쟁의 후유증을 보여주는 영화, 외상 후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 등 25편에 이르는 영화를 통해 그 속에서 드러나는 트라우마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증상, 치유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스포트 라이트>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취재팀 기자들이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실화다. 가톨릭 신도들의 반발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 끝에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가톨릭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최대 30년이나 된 오래된 기억이, 트라우마가 어떻게 피해자에게 그토록 생생하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반적인 기억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되어 가거나, 반복해서 떠올려 이야기하다 보면 더 유연하게 변화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사건 기억은 이상하게도 쉽게 변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이는 뇌의 정보처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압도적인 트라우마의 기억을 전혀 가공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처리되지 않은 채 억압된 트라우마의 기억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트라우마 당시의 정보와 에너지를 그대로 담은 상태로 뇌의 신경회로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가, 뭔가에 자극을 받으면 당시의 기억 정보를 그대로 생생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트라우마의 기억을 자꾸 덮어두려 하는 습성이 있다. 이를 해리라고 하는데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본능적인 방어기전이다. 문제는 아무리 해리시켜도 트라우마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가 자신의 지성과 의지라고 믿으면서 하는 결정이 사실은 처리되지 않고 덮어둔 트라우마 기억의 영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트라우마 기억을 통합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주체성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33p

 

 

사건 자체의 요인,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이 세 가지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트라우마 후유증의 양상을 결정하게 된다. 비슷한 사건을 경험해도 사람마다 고통받는 증상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다른 사람은 극복했는데 넌 왜 극복하지 못하느냐?’는 말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또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도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은 다 극복했는데, 왜 나만 한심하게도 이겨내지 못하지’하며 자책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 50p

 

 

 



 

 

 

 

  트라우마에 얽힌 기억은 일반 기억과 무엇이 다르며 트라우마를 결정하는 삶의 요인은 무엇인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다크 나이트>, <굿 윌 헌팅> 등을 통해 1장에서 살펴본다면, 2장에서는 전쟁 트라우마, 감정 인지불능증, 아동기 트라우마 등 트라우마의 대표 증상들을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아무도 모른다>, <케빈에 대하여>, <똥파리> 등은 어린 시절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느냐 경험하지 못했느냐가 개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 받은 심한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도 분명 커다란 상처이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비난과 잔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보다 방임을 겪은 아이들이 더 해리장애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덧붙여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에 격리되어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비교적 안전하게 지낸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오랜 기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파괴된 건물과 고막을 찢는 포탄소리 그리고 처참하게 죽은 시체를 목격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엄마가 같이 있잖아”하고 안아줄 수 있는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더 강력하게 보호해준 것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외부 세상의 객관적인 현실보다 바로 옆에 있는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신체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 역시 “엄마와 소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도 소통할 수 없다”고 했다. 주 양육자인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도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드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즉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자원이 트라우마 치유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쓰리 빌보드>와 <룸>, <원더>를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과거에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아이였을 때 제대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들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라던 미국의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의 말을 새겨둘 일이다.

 

 

 

독성이 강한 수치심은 항상 비난, 폭언, 폭력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의 어떤 행동이나 감정을 주된 양육자가 못 알아채거나, 알아봐주지 않거나, 인정해주지 않을 때에도 수치심은 강렬하게 생겨난다. ‘아빠가 바빠서, 혹은 엄마가 우울해서 내 존재를 못 알아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족하고 한심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도 내게 반응하지 않는 거구나’라고 어린아이는 상황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명백하게 보이는 학대보다 은근하게 일어나는 무관심이 독성이 강한 수치심을 더 자주 일으킨다. / 86p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핍, 감정조절의 어려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을 조절하는 뇌 부위 중 하나인 전전두엽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 그 부위가 성장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팔과 다리 근육은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지방질, 무기질 같은 영양분으로 성장하는 반면, 공감 능력이나 감정조절 능력과 관련 있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놀랍게도 주된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전달되는 사랑과 애정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 176p

 

 

‘아이가 처음에는 힘들어할 수도 있어. 그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해. 그래도 아이를 믿고 보내야지. 아이가 힘들어하면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잖아?’

이런 식으로 부모가 먼저 마음을 정리하고 침착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공감과 연결의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부모가 먼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결국은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아이를 안심시키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 235p

 

 

 

  책을 읽으면서 영화 <굿 윌 헌팅>의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한 것 그리고 엄마 혹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수치심을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윌에게 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는 윌에게 무려 열 번이나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윌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안다고 대답하지만 이내 괴로워하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손 교수를 밀쳐내기까지 한다. 사실 그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숀 교수의 따뜻한 위로에 윌의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고 영화는 진정한 치유란 관계의 연결감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외상 후 성장은 그리 특별하거나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맹목적으로 성취와 성공을 추구하는 생활 태도를 내려놓고, 그 대신 감사한 마음을 자주 갖고, 작은 가능성에 즐거워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친근한 정을 나눌 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외상 후 성장이 일어나는 기간이 수개월이 되기도 하고 수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트라우마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더 긍정적이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를 제대로 직면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트라우마는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되리라 믿는다던 그의 말이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렇듯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독자들이 영화를 보듯이 일상의 곳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를 바라보고 지나간 상처를 이해하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간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지만 이 책만큼 부모로서 나의 아이들에게 진짜로 주어야 할 것이 무언인지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비롯해서 많은 부모들이,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보내는 눈길이, 사소한 말이,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주는 손길이 아이가 힘들 때마다 평생 꺼내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비극은 제법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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