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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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생과 죽음, 그 수많은 사연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101화 ‘시간의 마술사들’ 편에서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의 저자인 김범석 교수가 출현한 적이 있다. 김범석 교수가 방송에서 소개한 어떤 특별한 사연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1인실 임종방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곳에서 울린 어느 뜻밖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노래란 환자분이 평소 일할 때 즐겨들었다던 트로트 곡 ‘땡벌’이었다. 김범석 교수는 ‘땡벌’이 그토록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며 가사를 읊어보는데, 나 역시 마냥 흥겹게 들었던 노래에서 생의 고단함과 죽음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짜르르했다.

 

 

 

  어쩌면 노래의 그것처럼, 우리는 생이라는 감각을 꽤 많이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고 생의 감각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고되고 힘든 싸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임종을 맞이한 수많은 암 환자들을 지켜본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도 언젠가 죽음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 역시 되물어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물어오는 것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교수가 암 환자와 그들 곁을 지키는 가족들, 의사로서 솔직한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어떤 죽음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떤 죽음들은 몹시 가슴 아프게 했으며, 어떤 삶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과정을 복기하고 글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렸던, 혹은 찾고 있었던 의미들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책은 죽음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절박한 생과 삶의 감각들 혹은 삶의 태도에 대한 것들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예정된 죽음을 마주하게 된 암 환자와 가족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너무 열심히 산 죄로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분노를 드러내던 한 가장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고자 했던 할머니의 의연한 모습도 있다. 다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치료를 받고 완쾌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택시 기사의 기분 좋은 사연도 있지만, 말기 암 환자로 기대여명이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결혼을 결심한 한 신부의 뭉클한 사연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갖가지 씁쓸한 사연들은 병원에서 곧잘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2억이라는 돈 앞에서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만 형제의 사연이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딸의 사연이 그러하다. 가족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폭력 앞에서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식의 논리를 어디까지 들이밀 수 있을지, 어떤 인간이든 어떻게 살아왔든 죽음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던 저자의 고뇌가 질병이라는 고통의 갖가지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문득 두려워졌다. 잘 버텨낼 거라고 믿고 지켜봐온 환자들도 순간순간 ‘차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환자들이 그런 순간에 죽지 않을, 살고자 할 용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환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수 없는, 그 깊은 속까지 온전히 알 수 없는 의사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S가 남기고 간 숙제가 어느 때보다 깊고 무거웠다. / 77p

 

 

의사로서 말하지만 그들은 단지 암을 겪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젊은 친구들이 엄청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덜 평범하게 살아도 좋으니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아보겠다는 정도이다. 그저 생계를 위해 취직하는 일조차 암 환자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가 젊은 암 생존자에게 최소한의 꿈과 희망도 제시해줄 수 없는 걸까? (…) 암 생존자가 160만 명이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다. / 129p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말들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이 질문이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146p

 

 

 




 

 

 

 

  3부와 4부에서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이나 병원이라는 시스템, 법의 한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가족 같은 의사’라는 드라마 같은 판타지, 3시간 동안 봐야 하는 외래 환자가 40명에 이르는 대학 병원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의 민낯들, 기억과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삶을 연명할 수 있도록 최선이라고 진행했던 것들이 정말 그들에게 최선이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 대부분이 죽음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사망 2주 전까지 무의미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냉철한 고민 역시 우리 사회 전체가 숙고해볼 만한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앞의 환자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섣부른 공허한 말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적어도 오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환자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쪽에 무게 추를 기울인다. / 163p

 

 

환자들은 왜 이렇게 진료가 지연되냐며 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소리치고 화내고 욕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진료는 또 지연된다. 이렇게 되면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은 무심하게 지나쳐야 속도를 낼 수 있고 ‘시속 15명’으로 내달려야 지연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 자칫 답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질문에 말려들면 10초는 금세 까먹는다. 넘어진 달리기 선수가 일어나서 속도를 더 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의사로서 중요한 소견을 놓치진 않을까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 244p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 있고 또는 삶을 바로 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꽤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인 듯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늘 질문하면서 사는 삶이 나를 온전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곤 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겨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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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 의식성장을 통한 진정한 삶의 여정
알렉스 룽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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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망설여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볼 것 같다!

 

 

  동네 근처에 카페에서 배우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시험까지 한 번에 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 한번 배워볼까?” 남편은 잘됐다며 당장에 등록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5월에는 아무래도 어린이날에 부처님오신날, 아이 생일 그리고 가족 행사까지 신경 쓸 게 많은 달이어서 시험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6월에 등록하는 게 낫겠지, 했는데 갑자기 이사를 준비해야 해서 집을 보러 다녀야 하니 이마저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여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동네 근처에서 배운다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 이러다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많아서 결국 또 시도도 해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이렇게 매번 머릿속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하느라 놓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제 갑작스럽게 돌변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컨디션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인 남편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핑계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내 삶은 별다른 사건이나 사고라고 할 것 없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한다. 몇 년만 지나면 마흔이 되는데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 이래도 되는 걸까.

 

 

 

“행동하지 못할 때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아에 대한 무지가 문제입니다”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읽으려 하는데 나의 인스타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자의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는데 한국말을 엄청 유창하게 잘 하더라는 것이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유튜브로 알렉스 룽구를 검색하니, ‘HigherSelf 의식성장 학교’의 대표이자 이미 23만명이 넘는 상당한 구독자를 보유하며 의식성장과 자아실현에 관한 주제를 상당히 유창한 실력의 한국어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책표지에 번역가 이름이 없다. 서울대와 서강대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최고급 단계까지 수료한 뒤 자신이 직접 쓴 한국어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지혜를 5년간 집대성하여 완성한 책이라 하니 책의 내용을 떠나 일단 참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내 삶의 주체성을 되살려 강력하고 진정한 인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그 누구보다 많이 노력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제자리이기만 한 걸까? 왜 매번 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가? 나는 의지력이 약한 사람일까? 내 삶에 있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란 무엇인가?’ 오늘도 실패와 좌절을, 행동하기보다 주저하기를 반복하는 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진정한, 진심 어린, 충만한, 온전한, 강력한 삶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이 책은 ‘이것만 잘하면 된다’, ‘이 세 가지 습관만 키우면…’ 과 같이 단지 몇 가지 비결과 방법, 도구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작은 한두 가지 방법만 맹목적으로 고집하면 그 작은 방법 안에서 길을 잃고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고 말한다. 때문에 책에서는 준비 단계와 구체화 단계 그리고 실행 단계, 장애물 극복 단계로 크게 나누어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법을 추구하고자 한다.

 

 

‘문제해결’이라는 부정적 동기부여로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추진력이 결단코 생겨날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 지향형에서 행복은 도피로 얻는 단기적인 안도감으로 가치 절하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괴롭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행복한 삶이라고 착각하지만 문제해결에 지속성이 없어서 자꾸만 좌절합니다. / 38p

 

 

우리는 외부 세상에서 살고, 외부 세상에서 일하며, 외부 세상에서 사랑합니다. 물론 나 자신도 적당히 다뤄야 하지만 진정 강력한 인생 비결은 외부 세상과의 지성적인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반면 외부 세상과 진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독선적으로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실현하려 하면 많은 힘을 잃고 맙니다. 세상을 내 불안 필터로 거르지 말고 자아확장 원칙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내 진심 어린 목적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과 목적이 서로 융합해야 합니다. / 55p

 

 

 



 

 

 

 

  ‘준비 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진정한 삶의 여정에 도움을 주는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알아본다. 그 원칙이란 (문제해결보다) 창조, (자아수축보다) 자아확장, (자기기만보다) 진정성, (올바른 길보다) 호기심, (피해의식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 해결이라는 부정적 동기 부여 대신 원하는 삶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으로 온전히 살기 위한 창조 지향형의 긍정적 동기 부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나 자신을 일차적 목적에 두기 보다 더 크고 위대한 목적에 헌신해야만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자아확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내 특정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척’으로 일관된 자기기만이 아닌 심언행의 일치, 즉 진정성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원칙이다. 여기에 호기심과 탐험, 내 진심을 신뢰하는 주인의식 역시 반드시 요구되는 원칙 중에 하나다.

 

 

 

관찰일기로 자신이 누구인지에만 집착하고 강박적으로 ‘완벽한 자신’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아수축이고, 더 큰 의미를 정해 그것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관조한다면 자아확장입니다. 행동의 형태가 원칙을 암시하지는 않습니다. 자아수축을 하는지, 자아확장을 하는지, 문제해결을 하는지, 창조하는지는 당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방법론을 그만 붙잡고 더욱더 강력한 원칙으로 옮겨가기를 추천합니다. / 60p

 

 

그 쇠사슬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한꺼번에 말고, 조금씩 자신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고 두 가지에 대해 죽도록 솔직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가면으로 덮인 진심을 반복해서 마주 보고 또 마주 봐야 합니다. 의미 있고 강력한 삶을 살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가면보다 진심대로 살기 시작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나를 취약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가면과 그에 따른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그 거짓을 조금씩 내려놓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 74p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오늘날의 새로운 도전은 개인의 지식 축적이 아니라 오히려 범람하는 지식 안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식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지금 세대가 계발해야 하는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지식 정보 환경 안에서 직접 탐구하고 적용하고, 그것을 자기 비평안으로 거르는 능력입니다. / 90p

 

 

 

  두 번째로 ‘구체화 단계’에서는 의식적인 삶에 필수적인 내적, 자유, 주인의식, 자기인식을 늘리고 진심어린 삶의 기준인 가치, 의미, 목표, 전략 등을 세워본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우리가 그 일에 덧붙이는 생각, 감정, 두려움, 연상, 판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직관’은 매우 중요한 관점인 듯하다. 이를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관조’인데, 여기서 관조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관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 중의 하나다. 비유하자면 이는 두 번째 나와 소통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어떤 방향을 잡아줄 거라 믿으며 기다리지 말고, 타인에게 의지하지도 말고, 노트를 사용하거나 질문하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를 관조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아직 나에 관해 모르는 부분은 뭘까? 어떤 질문을 던져야 내 인생을 향상시킬 깨달음을 얻을까? 내 내면 패턴을 이해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바로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를 코칭하는 능력도 점차 향상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실행 단계’에서는 실천과 체계적인 행동으로 어떻게 내 삶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외부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자신만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갖가지 가역성 실험을 해보고 그 속에서 경험을 쌓는 데 중점을 둘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첫 시도의 결과가 상상한 결과와 다르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탁월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의도하고, 또 의도할 것을 제시한다. 이 때 우리는 “한번 해볼게요.”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번 해본다’는 것이 뭐냐면 하긴 하되 100퍼센트 책임지고 헌신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일을 하면서 실패와 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는 두려워서 스스로 빠져나올 구멍을 마련하는 것이며,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력을 기울여 헌신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한 번 해보겠다는 말로 실행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덕분에 나를 객관적으로 돌이켜보고 반성해보게 되었다.

 

 

 

“그 길에 마음이 깃들어 있는가?”

우리는 실험으로 이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작은 실험으로 경험을 쌓을 경우 현실이 더 명확히 보이고 자기관찰이 풍부해져 더욱 많은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은 다시 새로운 실험으로 전환하세요. 이런 식으로 갈수록 알맞은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외부 세상과 꾸준히 부딪치고 내 자아확장 기준을 더 진정성 있게 개선하면 됩니다. / 243p

 

 

 



 

 

 

 

  끝으로 마지막인 ‘장애물 극복 단계’에서는 왜 내가 의도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지 자아확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살펴본다. 이를 테면 강박과 이상, 결핍이나 결점과 같은 밑바닥 신념, 게으름과 미루는 습관, 자책, 피해의식, 무기력 등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러한 장애물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미 있는 자아확장의 삶을 살려면 이러한 내적 저항을 ‘우리의 여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내적 저항 없이 변화의 성장은 오지 않는다는 원칙을 항상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그동안 난 이것 때문에 안 돼, 저것 때문에 안 돼 하고 핑계로만 치부했던 것들이 사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제대로 직시하고, 어떻게 피할 것인지 함정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미리 알고 준비하기만 한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로부터 보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강박의 형태에는 끝이 없습니다. 강박은 내 가면을 강화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욕심입니다. 그 욕심의 전제는 바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신념입니다. 강박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지금과 다른 어떤 사람이 되어야 그 부족함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다는 감정적 충동입니다.

밑바닥 신념과 강박은 비례하여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관적인 부족함이 많을수록 그것을 부인하고 억누르고 가리기 위해 더 많은 강박이 필요합니다. 밑바닥 신념은 들키면 ‘안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걸 숨기기 위해 강박은 내가 절망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 336p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는 ‘이렇게 하면 단번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와 같은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들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직접 체험해보고 행동해볼 것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하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저 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나는 왜 매번 행동하기보다 생각이 앞서는 것인지 내 안에 들어앉은 강박을 제대로 바라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여전히 그것을 깨부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망설여질 때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질문을 거듭 해봄으로써 극복해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내 삶에도 점차 의미 있는 것들이 채워질 수 있겠지.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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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 물리학으로 나,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법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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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

나의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물리학 강의!

 

 

 

  세상의 모든 물리 현상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인간의 행동과 나아가 미래까지 예측하는 인간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라플라스가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모든 물질에 있어서의 역학적인 데이터를 알고 그것을 순식간에 해석할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불확실한 것은 없어져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에 근거하여 과학적 상상력을 문학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단지 우리 인간 지성의 한계 때문인 것은 아닐까? 언젠가 지금보다 진화된 엄청난 지성을 가진 자가 나타나 다음날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비록 라플라스의 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제한적인 이성이 찾아낸 물리법칙으로 세상을 이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느새 과학은 단순히 자연 혹은 사물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란 없으며 살아가고 관계 맺는 모든 순간에 과학이 있음을 증명하며 범학문적인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의 저자인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역시 우리 앞에 놓인 과학은 더 이상 차갑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물리학은 우리가 이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지구와 나는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특별한 나를 발견하는 매우 경이로운 여정에 가깝다고.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저절로 깨닫게 된다. 나와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근래에 인간의 역사를 우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아 전체를 통일된 관점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학문적 움직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를 ‘빅 히스토리’라고 하는데, 빅 히스토리는 우주의 탄생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빅뱅 이후에 어떻게 물질이 생겨났는지, 지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의 과정을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인간이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까지 우주 전체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의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의 존재는 정말 천문학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은하의 중심을 태양이라고 생각하고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2억 3,000만 년을 우리은하의 1년으로 비유해보자면, 우리 각자는 고작 우리은하의 1년 중 10초쯤 살다가 소멸하는 존재이자 별의 먼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별의 먼지라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낸 유일하고 아주 특별한 먼지다.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우리는 겨우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면 새삼 모든 존재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멀리서 보면 사소한 작은 점으로 보이는 이곳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구의 뭇 생명과 환경은 시간이 지나며 함께 변해 점점 더 복잡한 생명을 만들어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늘어도, 우주 한 부분의 엔트로피는 점점 줄어, 우주적 규모의 무질서 안에서 생명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태초의 물질이 뭉쳐 질서를 이루고, 진화의 과정을 거쳐 우리 인간이 출현했다. / 11p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3만 광년 정도다. 빛의 속도로 움직여도 무려 3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밤하늘 은하수 별 하나의 빛은 무려 3만 년 전쯤 우리은하의 중심 부근에서 출발한 것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이면,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유럽을 거쳐 아시아에 도달할 때쯤이다.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기 훨씬 전이다. 우리가 방금 본 별빛은 호모사피엔스가 한반도에 도착할 때쯤 은하의 중심에서 출발한 빛인 것이다. 우리은하는 그 정도로 크다. / 25p

 

 

 




 

 

 

 

  이처럼 우주와 자연을 탐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물리학을 중심으로 나, 우주, 관계, 모습, 만남, 미래, 선택이라는 7가지 주제를 통해 거대한 세상 속에서 특별한 나를 발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테면 ‘관계 과학’이라 할 수 있는 통계물리학을 통해 수많은 ‘나’가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하며 ‘우리’가 되는 연결고리를 분석해보고, 커다란 위성이 둥근 공 모양인 이유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김새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주변의 사람들, 환경, 생명체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정보와 에너지를 교환하고 끊임없이 엔트로피를 줄여가며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본다. 나아가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이론을 통해 오늘 하는 선택의 작은 차이가 미래에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오늘 나의 선택이 나의 삶을 비롯해 인류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먼저 가치중립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객관적인 출발점을 찾는 데 있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 현실을 극복하려면 먼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치 우리가 중력을 이해해야 중력을 극복해 사람을 우주로 보낼 수 있듯이 말이다. / 93p

 

 

영장류의 진화에서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이 바로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겉질이다. 뇌는 안에서 밖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 뇌의 안쪽에는 진화의 과정에서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뇌가 있고, 안에서 바깥을 향할수록 더 최근에 만들어진 뇌의 부분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사람의 대뇌겉질은 인간이 지금처럼 성공적인 생태학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대뇌겉질이 지금처럼 가능한 한 넓은 표면적으로 갖는 형태로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이성적인 판단 능력과 사회성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 161p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는 물리학 개념으로부터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물리학을 단순한 이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품고 있는 따뜻한 정서를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학은 화학 기호나 물리 공식으로 이해되는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때로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느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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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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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넘어서려 할 때, 마침내 자신만의 시구문을 넘어 새로운 문이 열린다!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어가기 위해 문을 하나 건너야 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시구문(광희문)이다. 이 문을 건너면 이승의 삶이 저승의 삶으로 뒤바뀌는 일인데, 시구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회한을 그 자리에서 지켜보았을까. 때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잇달아 겪어야 했던 인조 시대, 소설은 시구문의 안팎에서 곤궁한 삶을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무당의 딸인 기련은 오늘도 시구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기웃거리며 죽은 자의 시신이 옮겨져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난 하루빨리 돈 모아서 집을 나갈 거야. 도망칠 거라고.” 동무인 백주에게 늘 하는 말이다. 집으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는 기련으로서는 돈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토록 싫어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억울한 죽음을 이렇게 내보내면 쓰나. (…) 원통한 마음을 풀고 나가야 할 텐데…….” 죽은 사람에 대한 측은한 마음 또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액땜을 해준답시고 돈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속이는 것은 아니다. 죽은 손녀딸을 지게에 지고 나가는 노인이 마음에 쓰여서 자신이 신고 있던 버선을 거무죽죽한 죽은 아이의 발에 신겨주기도 한다. 또 마냥 헛소리를 지어내는 것만도 아니다. 언젠가부터 기련의 귓가에 아주 가느라단 풀피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람소리가 아닌,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 들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게다가 느닷없이 보이기 시작한 검은 형상까지. ‘신내림은 대를 통해 전해진다는데, 딸년도 제 어미 인생 따라갈 거 아냐.’ 사람들 역시 이렇게 수군거린다. 하지만 기련은 소문, 진실, 운명, 그런 것들 따위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다. 자신이 믿어버리면 그것이 사실이 될 것 같아 두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해서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을 믿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열 다섯 살의 소녀 기련으로서는 자신을 둘러싼 운명이라는 그 몹쓸 것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난 하루빨리 돈 모아서 집을 나갈 거야. 도망칠 거라고. 지금 좋은 방법 같은 건 없어.”

백주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내가 얼마나 우스워보일지를 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했다. 아까 시구문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들렸던 그 풀피리 소리도 신경 쓰였다. 요즘 들어 그것과 비슷한 일들이 자꾸 생기는 것도 나를 불안하게 했다. 이러나 아무것도 못 하고 어머니처럼 운명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발끝으로 툭 떨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 23p

 

 

“그날 저녁에 백주 아버지 방 문 앞에서 이상한 풀피리 소리를 들었어요.”

어머니가 콩을 담던 손을 멈췄다. 알 수 없는 적막이 어머니와 나를 에워쌌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 들리는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얼마 전부터 묻고 싶었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에게 어떤 말을 들려줄지 겁부터 났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더라도 나는 그 운명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신이든, 어머니든 누군가 정해준 건 내 것이 아니었다. / 108p

 

 

 




 

 

 

 

  한편, 양반댁 규수인 소애는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역모죄에 몰려 참수를 당하는 변고를 겪는다. 관아에서 나온 사람들이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이 몸종인 향이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쳤지만, 당장에는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평생 반역 죄인의 딸로 멸시를 당하다 죽을 이 운명을 어찌 피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아버지의 효수가 시구문 밖에 매달렸는데도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저 원통할 따름이다. 때마침 이 광경을 보게 된 기련이 한때 소애와 향이의 도움 덕분에 목숨은 물론 아버지의 유품까지 구할 수 있었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가 대신 나서기로 한다. 아버지의 터럭이라도 구해오고 싶은 소애의 원통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동무인 백주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다.

 

 

 

사람의 기억이란 지나간 사람의 기억을 이어 붙여 또 끝끝내 삶을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육신이 여기 없어도 그 사람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 기억 속에 함께 이어져 있다. / 123p

 

 

 

  이렇게 소설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무당인 어머니가 부끄러워서 하루빨리 도망치려고 하는 기련, 모함을 받아 몰락한 양반가 규수인 소애, 편찮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책임지고 있는 소년 가장 백주를 통해 당시 십대들이 겪어야 했던 삶과 죽음, 운명이라는 서글픈 비애를 조명한다. 신분의 한계, 타고난 운명, 가족 간의 갈등, 가진 자들에 의해 아무렇게나 내팽겨지고 마는 삶의 얄팍함이란 그들에게 매순간 위기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다다를 데 없이 마지막까지 내몰린 순간에도 살아있는 한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 소중한 것은 사실보다 마음속 진실이라는 것을 가족에게서, 함께 의지하는 동무들에게서 배운 기련과 소애는 이제 살아가는 내내 자신이 믿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로 다짐하며 운명의 문을 넘는다.

 

 

 

살아가는 내내 기억해야 했다. 앞으로의 삶이 힘들더라도, 우리에게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기꺼이 문밖의 길을 내어준 어머니와 백주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운명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 내가 운명을 이끌어보겠노라 다짐했다. 두렵지 않았다. 나는 손에 힘을 주고 두 사람의 손을 꼭 쥐었다. / 180p

 

 

 



 

 

 

 

  『시구문』은 비록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십대라면 마주하게 되는 고민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정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넘어서려 할 때, 마침내 자신만의 시구문을 넘어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 문 너머에도 커다란 시련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늘 위기는 매순간 찾아오겠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한 반드시 희망은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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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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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을 변하게 하는 가장 단순하고 또한 강력한 힘은 가족 안에 있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연대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따뜻하고도 희망적인 소설!

 

 

  아이가 커가면서 깨닫게 되는 생각 중의 하나는 머지않아 아이가 내게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리란 사실이다. 즐거웠던 일들, 속상했던 일들, 그날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며 재잘거리기 좋아하던 한 때의 꼬마 아이는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엄마보다는 친구와 공유하는 것들이 더 많아질 테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대화도 줄어들겠지. 그건 나 역시도 그랬기에,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란 걸 알기에 나는 일찌감치 마음을 다독이는 연습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애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소설 『우리가 원했던 것들』 속 니나의 대사 역시 이러한 이유로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나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에서 아이가 어떤 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지는 않을지, 혹시 누군가에게 뜻밖의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을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을 쉽게 두드릴 수도 침범할 수도 없는 막막함이 이 한 마디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는 또 한 번 다짐한다. 아이가 홀로 외로운 선택을 하느라 고군분투하지 않게,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줄 부모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우리는 그 어떤 순간에도 함께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종종 이렇게 가장 가까운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니나 브라우닝은 4대째 내슈빌 금수저로 통하는 남편 커크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아들인 핀치가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격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소도시인 브리스톨 출신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자라난 니나로서는 프리스턴에 기부금 조로 보낸 수표가 아들의 합격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데다, 점점 돈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남편과 그 사이에서 대화마저 사라지고 있는 지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러다 마침 커크와 니나 부부 덕에 열린 자선 행사에서 니나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여학생이 취중에 남자아이의 침실에서 가슴을 드러내놓고 누워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아들의 SNS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여학생을 조롱하며 남긴 인종차별 발언은 자신의 아들이 남긴 글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녀를 충격에 빠뜨린다.

 

 

 

따지고 보면 브라우닝 집안에서 굳이 브리스톨 출신에 유대인 피가 섞이고 게이 오빠를 둔, 거기다가 부모가 남겨준 자산이라곤 한 푼도 없는 여자아이를 외동아들 배필 일 순위로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 나는 이론상 며느릿감 일 순위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라고? 커크가 선택한 건 나였잖나. 난 항상 자신을 타이르곤 했다. 그가 사랑에 빠진 것은 나라는 인격,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와 사랑이 빠진 이유도 꼭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난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던 우리 두 사람은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 끌렸던 것일까? / 11p

 

 

재잘거리기 좋아하던 꼬마 핀치는 그날 있었던 일을 전부 들려주어 엄마를 기쁘게 하던 조숙한 외동아들이었다. 내가 녀석에 관해 모르는 일은 없었고 녀석이 엄마에게 숨기는 비밀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거리감은 한번 자리 잡으니 영 걷힐 줄을 몰랐다. 최근 몇 달간 우리가 대화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다. 그가 친 방어벽을 부수어 보려고 숱하게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커크는 그게 둥지를 떠나기 전 아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지극히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신은 걱정이 너무 많아 탈이야, 그는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다. / 15p

 

 

 

  한편, 톰은 돈 좀 있다고 뻐기는 특권층의 자제들로 가득한 윈저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다. 집을 나가버린 아내 대신 딸을 혼자 키워내느라 투잡을 뛰어야 할 정도로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딸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친구의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던 딸 라일라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돌아온 날 밤, 그녀가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충격적인 SNS 스캔들에 휩싸이고 말았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하지만 라일라는 이 일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이대로 흘러가버리기를 바란다. 마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 되기라도 할 것처럼. 게다가 평소 호감을 품고 있던 핀치가 이 일로 인해 프리스턴 대학교 입학이 취소되기라도 할까봐 톰에게 고발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한다. 때문에 톰은 고민에 빠진다. ‘자기 자신을 자키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뿐 아니라, 행여 우리가 물러선다고 해도, 이게 과연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문제가 언제고, 우리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결국 이대로 묻어두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톰은 이 사건을 학교 측에 제기하고, 핀치는 명예위원회에 회부된다.

 

 

 

  아들이 명예위원회에 회부된 것에 분노한 커크는 프리스턴 대학의 입학이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한다. 그보다 진심어린 사과 대신 끊임없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듯한 핀치의 행동에 엄마인 니나는 크게 실망한다. 어느새 자기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듯한 아들, 그런 아들을 나무라기보다 돈으로 잘못을 바로잡으려하는 남편에게 신물을 느낄수록 니나는 점점 라일라에게 마음이 쓰인다. 그것은 니나가 라일라와 비슷한 나이였던 시절에 잭 러더포드로부터 강간을 당했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핀치가 라일라에게 한 짓이 그만큼 나쁜 일은 아닐지언정 여전히 끔찍한 일인 건 마찬가지라고, 잭이 그런 것처럼 내 아들 역시 취약한 입장에 처한 순진한 소녀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이 일을 바로잡기로 마음먹는다. 잭이 평생 자신의 기억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던 것처럼 핀치가 라일라에게 그런 존재이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니나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기 위해 톰과 라일라 앞에 나선다.

 

 

 

내 생각은 자연스레 톰과 라일라에게로 이어졌다. 홀아버지와 딸의 관계. 톰이 커크와 나에 대해 했던 말. 이번 사건에 대해 라일라가 느끼는 감정. 나는 라일라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 욕구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어쩌면 이 감정은 어떤 끈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끈. 라일라의 이야기에 연결된 과거 나의 이야기. 어딘가에 묻어버린 고대의 기억. / 184p

 

 

요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휴대전화 속에 숨어 살아가는지를 얘기하고 얼굴 보고는 절대로 하지 못할 얘기를 인터넷상으로 서슴없이 하는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건, 성적인 말이건, 혹은 그냥 겁 없이 지르는 말이건 간에 말이다. 우리는 요즘 아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그들의 부모인 우리 자신을 불쌍히 여겼다. / 256p

 

 

“꼭 그래야만 해. 폴리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는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위해서.” 부인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멀리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내 눈을 응시한다. “우리를 위해서.” / 455p

 

 

 



 

 

 

 

  이렇듯 소설은 특권층의 자제인 핀치가 자신의 SNS에 신체가 드러나 있는 여학생의 사진을 찍어 무단으로 올린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부유한 가정주부이자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엄마인 니나, 피해자인 16살 소녀 라일라 그리고 싱글대디로 라일라를 홀로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아빠 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성폭력, 인종 차별, 계층 간 갈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 소셜미디어의 폐해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문제점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특히 가해자의 엄마인 니나가 피해자들을 만남으로써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아들이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학폭 논란, 인성 논란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아이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 셋이 다시 이 문제에 관해 심도 있게 대화했으면 해. 다 털어놓고. 핀치가 벌써 이틀째 나를 피하고 있어. 뭐 사실 더 오래전부터이긴 하지만……. 난 지금 얘기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토라져서 그러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는데 가슴이 먹먹해 왔다. “요즘 애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 163p

 

 

“나는 그냥 아빠가 가끔은 나를 좀 믿어줬으면 해요.” 라일라가 계속 얘기한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아빠와는 좀 다를 수도 있겠죠. 그게 그레이스나 핀치, 누가 되었건요. 아, 맞아요, 나는 계속 실수를 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빠가 나를 믿어주실 차례예요. 그러다가 일이 꼬이면 꼬는 거죠.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나에 대한 아빠의 믿음이라고요.” / 421p

 

 

 




 

 

 

 

  처음 책의 표지와 소개글을 보았을 땐, 단순히 SNS 스캔들을 둘러싼 어떤 촌극 혹은 비극 따위의 가벼운 이야기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은 뜻밖에도 우리 시대에 자주 마주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꽤 묵직한 주제의식과 함께 전달할 줄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분량이 상당한 편임에도 흡인력이 높고 서사도 탄탄해서 읽는 재미까지 잘 갖춘 작품이었다. 비록 소설의 결말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진실보다 더 이상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없지만 소설은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안다. 우리가 기대하고 싶은 희망이 어딘가에는 존재하리라는 것을 믿고 싶기 때문에, 또 반드시 우리가 그것을 진짜로 보여주어야 하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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