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 물리학으로 나,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법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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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

나의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물리학 강의!

 

 

 

  세상의 모든 물리 현상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인간의 행동과 나아가 미래까지 예측하는 인간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라플라스가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모든 물질에 있어서의 역학적인 데이터를 알고 그것을 순식간에 해석할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불확실한 것은 없어져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에 근거하여 과학적 상상력을 문학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단지 우리 인간 지성의 한계 때문인 것은 아닐까? 언젠가 지금보다 진화된 엄청난 지성을 가진 자가 나타나 다음날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비록 라플라스의 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제한적인 이성이 찾아낸 물리법칙으로 세상을 이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느새 과학은 단순히 자연 혹은 사물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란 없으며 살아가고 관계 맺는 모든 순간에 과학이 있음을 증명하며 범학문적인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의 저자인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역시 우리 앞에 놓인 과학은 더 이상 차갑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물리학은 우리가 이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지구와 나는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특별한 나를 발견하는 매우 경이로운 여정에 가깝다고.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저절로 깨닫게 된다. 나와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근래에 인간의 역사를 우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아 전체를 통일된 관점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학문적 움직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를 ‘빅 히스토리’라고 하는데, 빅 히스토리는 우주의 탄생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빅뱅 이후에 어떻게 물질이 생겨났는지, 지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의 과정을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인간이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까지 우주 전체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의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의 존재는 정말 천문학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은하의 중심을 태양이라고 생각하고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2억 3,000만 년을 우리은하의 1년으로 비유해보자면, 우리 각자는 고작 우리은하의 1년 중 10초쯤 살다가 소멸하는 존재이자 별의 먼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별의 먼지라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낸 유일하고 아주 특별한 먼지다.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우리는 겨우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면 새삼 모든 존재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멀리서 보면 사소한 작은 점으로 보이는 이곳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구의 뭇 생명과 환경은 시간이 지나며 함께 변해 점점 더 복잡한 생명을 만들어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늘어도, 우주 한 부분의 엔트로피는 점점 줄어, 우주적 규모의 무질서 안에서 생명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태초의 물질이 뭉쳐 질서를 이루고, 진화의 과정을 거쳐 우리 인간이 출현했다. / 11p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3만 광년 정도다. 빛의 속도로 움직여도 무려 3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밤하늘 은하수 별 하나의 빛은 무려 3만 년 전쯤 우리은하의 중심 부근에서 출발한 것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이면,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유럽을 거쳐 아시아에 도달할 때쯤이다.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기 훨씬 전이다. 우리가 방금 본 별빛은 호모사피엔스가 한반도에 도착할 때쯤 은하의 중심에서 출발한 빛인 것이다. 우리은하는 그 정도로 크다. / 25p

 

 

 




 

 

 

 

  이처럼 우주와 자연을 탐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물리학을 중심으로 나, 우주, 관계, 모습, 만남, 미래, 선택이라는 7가지 주제를 통해 거대한 세상 속에서 특별한 나를 발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테면 ‘관계 과학’이라 할 수 있는 통계물리학을 통해 수많은 ‘나’가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하며 ‘우리’가 되는 연결고리를 분석해보고, 커다란 위성이 둥근 공 모양인 이유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김새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주변의 사람들, 환경, 생명체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정보와 에너지를 교환하고 끊임없이 엔트로피를 줄여가며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본다. 나아가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이론을 통해 오늘 하는 선택의 작은 차이가 미래에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오늘 나의 선택이 나의 삶을 비롯해 인류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먼저 가치중립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객관적인 출발점을 찾는 데 있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 현실을 극복하려면 먼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치 우리가 중력을 이해해야 중력을 극복해 사람을 우주로 보낼 수 있듯이 말이다. / 93p

 

 

영장류의 진화에서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이 바로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겉질이다. 뇌는 안에서 밖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 뇌의 안쪽에는 진화의 과정에서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뇌가 있고, 안에서 바깥을 향할수록 더 최근에 만들어진 뇌의 부분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사람의 대뇌겉질은 인간이 지금처럼 성공적인 생태학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대뇌겉질이 지금처럼 가능한 한 넓은 표면적으로 갖는 형태로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이성적인 판단 능력과 사회성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 161p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는 물리학 개념으로부터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물리학을 단순한 이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품고 있는 따뜻한 정서를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학은 화학 기호나 물리 공식으로 이해되는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때로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느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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