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의 기술 - 일잘과 일못을 가르는 한 끗 차이
로스 맥커먼 지음, 김현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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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이 두려운 초보 직장인들을 위한 직장살이의 꿀팁들!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쾌 상쾌 통쾌한 자기계발서!

 

 

 

   첫 직장,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는 그 첫날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여전히 부들부들 떨린다. 나의 어떤 모습이 이 회사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혹은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것인지,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첫 날부터 실수를 하지는 않을 런지. 더군다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하고 앉아 낯선 업무를 부여받고 어색함과 얼떨떨함을 애써 감추어만 할 내 모습을 상상하면 측은해질 지경이다. 다른 사람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나만 긴장하는 것 같고, 나만 외딴 섬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럴 때를 생각해서 미리 자기계발서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보려고도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지레 주눅이 들 때도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과감함이 왜 내게는 없는 걸까. 세상 사람들에게는 다 좋다는 자기계발서가 왜 나에게는 의미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삶의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라

 

 

   <직장살이의 기술>의 저자 로스 맥커먼은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다. 그는 작은 기내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중 자신이 만든 잡지를 보고 호감을 가진 채용담당자에 의해 세계적인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일하게 되었고, 낯선 대도시로 날아와 새로운 유형의 직장에 적응해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는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자신이 동료들과 너무 다르다고 느낄 만큼 이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뿐더러, 메이저 잡지사에서 일하는 법은커녕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법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일하며 몇 달이 흐른 뒤, 제아무리 유명하고 중요한 인물조차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위 성공의 법칙이라는 것들은 대부분은 별 효력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단지 재능이나 태도에 있지 않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 더 나았던 뿐이라고 말이다. 이들은 그저 아주 사소한 '디테일'의 중요성을 인지했을 뿐이고, 이를 실천했을 뿐이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잘 활용한다면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고 남들 눈에도 편안하게 보일 수 있으며 자신이 그 자리에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작은 '디테일의 힘'을 믿는 만큼 책에는 어떤 거대한 원칙이나 허황된 성공 법칙 따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스킬들을 유머러스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매우 진정성 있게 소개한다. 책은 총 5장으로 '첫 출근의 기술', '대화의 기술', '사무실 밖 업무의 기술', '생존의 기술', '협업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업무의 각을 세우는 직장살이의 기술을 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로 꾸려져 있다.

 

 

 

 

 

 

   첫 장인 '첫 출근의 기술'에서는 면접 제의 전화를 받는 법, 면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최고의 면접을 만드는 법, 인사 채용 담당자인 리크루터와 대화하는 법, 면접 자리에 등장하는 법, 트위터와 같이 SNS를 활용하는 법(반전인 것은 그냥 그런 건 없단다), 직장에서의 첫날을 보내는 법, 환영회에서 처신하는 법, 신입 때 실수에 대처하는 법들을 소개한다. 재미있게도 이 책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신입으로서의 역량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들을 통해 체크하는 항목도 있는데 하다보면 실소를 터뜨리게 되기도 하니 한 번쯤 꼭 해보시길 바란다. 체크를 해 나가다보면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중이고, 도전을 받고 있구나' 하고 직장으로부터 받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나도 모르게 털털 넘기는 노하우를 습득하게 될 테니 말이다.

 

 

 

면접 전문가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는 한 원칙이 있다. 바로 '기만하지 말 것'이다. 절대로 없는 것을 있는 척해서는 안 된다. / 42p

 

 

아무리 당혹스러울지라도 따라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그 공간은 당신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30초에서 1분의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지배하는 자는 당신이다. 그곳이 설사 그들의 방이고 당신의 연봉이 당신이 곧 악수할 자의 연봉의 백 분의 일이라 할지라도 그곳을 지배하는 자는 당신이어야 한다. 나아가 그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모든 것의 책임을 져야 한다. / 51p

 

 

식사 자리에서는 굳이 거짓이 필요 없다. 나의 새 동료들은 나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그들은 내가 진정한 인간이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긴장하고 위축되는 것까진 좋다. 그러나 진정성을 놓아서는 안 된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는 척하는 것으로는 흥미진진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 만약 베르너 헤어조크라는 사람을 모르면 그냥 인정하면 된다. 무지로 잃은 점수는 용기로 얻은 점수로 보상되는 법.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정말 모르니까, 그리고 배우고 싶으니까. / 73p

 

 

 

   두 번째 장인 '대화의 기술'에서는 회사에서 웃는 법, 미팅에서 말하는 법,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말들, 고급 식당에서 의미 있는 점심 식사를 하는 법, 가벼운 대화를 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특히, 바이어나 클라이언트와의 식사 자리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일 이야기나 계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두 번째 장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의 조언을 짤막하게 남겨보자면 '헛소리-헛소리-본론-헛소리-계산서 주세요!' 순으로 대화를 이끈다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테니 참고해보자. 이어 세 번째 장인 '사무실 밖 업무의 기술'에서는 악수하는 법, 업무 관련 파티를 시작하는 법, 업무 관련 파티에서 빠져나오는 법, 건배사 하는 법, '중요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과 같이 '뭘 이런 것까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법하지만 사실은 꽤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팁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실천해보면 좋을 듯하다.

 

 

 

중요한 인물과 최선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비법은 그 어느 누구와 대화하는 법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이 하루 종일 하는 일, 그러나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일을 생각해내면 된다. 그러면 알차고 풍요로운 대답이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중략)…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들의 직업이 아닌 그들이 진짜로 하는 일 말이다. / 155p

 

 

 

   네 번째 장에서는 '생존의 기술'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지각에 대처하는 법, 시간을 잘 지키는 법, 자신감 있어 보이는 법, 직장에서 옷 잘 입는 법 등 직장에서 유연하고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각종 노하우들을 수록해놓았다. 그 중 '스프레차투라'라는 개념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에 남아 소개하고자 한다. 스프레차투라라는 개념은 16세기 이탈리아 궁중의 대신이었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르네상스 시대 궁중 예법 지침서인 「쿠르티에」에 처음 소개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가식은 피한다… 모든 기교를 숨기고, 모든 말과 행위가 별 노력 없이 그리고 별 생각 없이 행해진 것처럼 보이도록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의 스프레차투라(무심, 태연함)를 연마한다." 스프레차투라는 엉뚱한 생각, 혼란, 결함을 허용하고 나아가 장려한다. 또한 편안함, 개성, 모순, 구김을 지지한다. 저자는 이 개념을 직장살이의 기술에도 적용한다. 어떤 문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느낄 때 이 말을 떠올리고 완벽이라는 족쇄에서 당신을 해방시켜줄 것이라 응원한다.

 

 

 

이는 스타일에만 국한되는 사고방식이 아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과 사회생활이 완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래서도 안 된다. 일에도 구김이 있어야 한다. 닳은 흔적이 보이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모험을 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어야 마땅하다. 닳고 마모된 흔적이 보이고, 약간은 헝클어져 있어야 정상이다…(중략)…스프레차투라는 자신감의 표시이자 우리를 안내하는 철학이며, 정말 죽여주는 주문이다. / 200p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협업의 기술'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을 중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보다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마인드를 점검 혹은 정리해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일관할 것,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삶이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자기 회의에 빠질 때마다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상 의문을 품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는 이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언 또한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자기 회의'라는 감정을 단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의문을 품어야 더 가질 수 있다. 당신은 문제와 함께 의문까지 갖춘 것이므로. 당신에게는 더 많은 연료가 있고, 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으며, 입증해야 할 것도 더 많다. 더 가진 것이다. / 257p    

 

 

 

 

 

 

   <직장살이의 기술>은 그저 그런 혹은 실천하기 어려운 목록들로 가득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유쾌하게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쿨한 팁들이 많아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제 막 새로운 직장에 발을 내딛으려는 지인이 곁에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혹은 직장살이에 어려움을 느껴 매일 술로 달래거나 오늘도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은 그 자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이 책으로 위안을 얻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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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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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인간사의 기묘한 운명을 비현실적인 세계관과

결합시킨 새로운 판타지 미스터리!

 

 

 

   1700년대, 일본의 에도시대. 에도를 중심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한 이래로 무사계급의 최고지위에 있는 쇼군이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시대다. 철저한 주종관계와 더불어 무사계급의 80%가 농민과 공상을 지배하였으니 칼과 무력 앞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난립들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도 허다하였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홍길동이나 임꺽정과 같은 민중의 영웅들이 에도시대에도 두어 명쯤 있었을 것이라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고, 신으로부터 얻은 묘한 능력을 지닌 자가 어디 깊은 산속에 산다더라 같은 소문들이 나돌아 다니는 것 또한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세상이지 않았을까. 이를 테면 잠들기 전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할머니의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묘한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금색기계>는 바로 이러한 기묘한 환상문학의 원형을 지닌 판타지소설이다. 제6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이력이 조금은 의아할 만큼 기존의 일본 추리소설의 계보와는 사뭇 다른 전개와 구성을 지녔기에 새로운 판타지 미스터리 형식의 작품이라 소개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제목 또한 참 기이하다. '금색기계'라니. 동력을 써서 움직이는 장치로써 설명되는 그 ‘기계’라는 단어의 뜻이 맞는 것인지 한자를 읽으면서도 묘한 어색함을 감출 수 없다. 더군다나 '신이 검을 하사한 자'라는 부제가 지닌 무협 혹은 시대적인 느낌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작가가 이 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인간이 아닌 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자

 

 

   만지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닌 소녀 하루카. 그녀는 의사인 아버지 신도를 따라 아파서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는 환자들에게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뿐, 평소에는 아버지의 지엄한 명령으로 능력을 봉인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영감에게서 "언젠가 금색님을 뵈러 가보아라" 라는 말과 함께 온몸이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자신의 능력이 아버지를 위해 쓰이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길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신도가 친아버지가 아니라 떼죽음을 당한 유민들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자신을 거두어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한 가메라는 한 사내로부터 추행당할 뻔한 위기에 처하면서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능력을 써버린 것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점차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한 그녀는 결국 살던 곳을 떠나 금색님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뭔지 잘 모르겠다.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중략) 머리 부분, 투구는 장식 없이 둥글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눈 부분에는 투명한 유리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외의 입이나 목 같은 부분은 전부 금으로 빈틈없이 덮여 있었다.

(중략) 너무나도 기이했다.

신.

이것은 진짜 신이다. / 63p

 

 

 

   과거 1547년, 마을에서 떨어진 벽지에 하늘 사람들의 자손으로 이루어진 유젠가가 세를 형성해 살고 있었다. 이들은 하늘에게 하사받은 무기, 방어구, 폭약, 지혜를 하늘 사람들이 다시 올 때까지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 특수한 가문이었다. 당주인 미카게를 중심으로 호쿠슈라고 불리는 남녀 수십 명이 이곳에서 기거하며 각종 집안일과 베 짜기 등을 하고 유사시에는 군사로 동원되기도 했다. 그 중 달에서 온 인간이 아닌 존재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금색님' 즉 쓰마베였다. 그녀는 현세의 섭리와는 동떨어진 하늘의 비술로 만들어진 천기였기에 성별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뛰어난 무력을 지닌 특수한 능력으로 유젠가 일족을 따르고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천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당주인 미카게는 하늘의 무기를 인간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문의 종막을 선언하지만 그의 딸 지요가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 새 당주가 되어 쓰마베를 데리고 떠난다. 이후 오랜 여행 끝에 여러 동료들을 만나 조직을 만들고 산 속 깊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 귀어전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렇듯 <금색기계>는 금색님이 무려 150년 이상 지요의 후손들을 섬기며 귀어전에 머무르게 된 사연, 손만 닿으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하루카가 금색님을 만나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를 찾기까지, 그 복잡하고도 장대한 여정을 명쾌하게 그려나간다. 200년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을 통과하기 위해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얽히고설킨 인간사와 내적 묘사들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응집해 견고하게 풀어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돌아왔다 다시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이 구성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가도 어느 사이에 '아, 이게 이 이야기로 통하는 거였어?' 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힘이 있달까.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그간 의문으로 남아 있던 미스터리들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이 소설이 판타지 문학상이 아니라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이유를 짐작케 한다.

 

 

 

 

 

 

   사실 많은 소설에서 '신'이라는 존재를 끌어들이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시대성과 어울리지 않게 기계로 형상화된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것이 때로는 소설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들게 하고 더러 풋, 하고 웃음도 나오게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상관없다고, 어쩌면 환상의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선악, 복수, 이해와 용서와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사에 더욱 초점을 맞추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독특하고 엉뚱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장르 소설 한 편을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한동안 생각할 것이 많은 주제의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기분 전환 삼아 이런 장르 소설로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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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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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를 몰라도 떠날 수 있다, 러시아 여행 초보자들을 위한 알짜 여행 가이드북!

서울에서 단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아시아의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에 관한 모든 것! 

 

 

 

   최근 tvn에서 방영하는 '윤식당2'라는 프로그램에서 식당을 찾아온 러시아 손님들이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러시아에 한국 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은데 하나같이 성실하고 윗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한국인들을 매우 좋게 생각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당시 이 방송은 러시아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러시아 하면 사회주의 공산국가이자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나의 의문은 뜻밖의 책을 접하게 되면서 의외로 쉽게 풀렸다. 인문이나 역사책도 아닌, 바로 러시아 여행 가이드북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덕분이었다.

 

 

 

낯설지만 겁내지 말자, 러시아어를 몰라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다고? 수많은 해외여행지 가운데서 러시아라는 이름은 어쩐지 낯설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이렇다 할 여행지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 나의 무지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러시아어가 발목을 붙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아니고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라니. 우리에겐 연해주라고 더욱 잘 알려진 그곳 말인가? 솔직히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을 처음 접하는 순간에 떠오르는 나의 생각은 바로 이러했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해외여행지인 걸, 블라디보스토크라니?

 

 

 

   미처 챙겨보지 못했지만 각종 먹방과 해외여행 프로그램에서 블라디보스토크가 소개된 적이 있었나보다. 서울에서 단 2시간 만에 갈 수 있다는 최적의 장점으로 각종 뷰티제품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음식이 우리 입에도 잘 맞아 어린 아이와 노부모님을 모시고 가볍게 다녀오기 좋을 정도로 최근 급부상 중인 여행지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단 2시간 만에 아시아에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 듯하다. 때문에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여행지를 발견한 듯한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은 러시아어를 하나도 모르는 저자가 쓴 러시아 여행가이드북이다. 이렇게 쓰면 좀 황당하겠지만, 러시아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아무 문제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면서 따라 하기 쉽게 설명해놓아, 러시아 여행을 망설이는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지역 정보들로 가득한 여느 가이드북과 달리 실전 경험에 꼭 필요한 러시아어 정보수집 방법, 각종 홈페이지 예약방법 및 필수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등에 중점을 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러시아로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러시아 여행에 관해 자주 묻는 핵심 질문 4가지'를 수록해 안전 문제라든지, 비자와 거주지 등록 및 의사소통법 등에 관한 의문들을 해결해준다.

 

 

 

   책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바이칼 호수)까지 극동 러시아와 시베리아 주요 지역을 다루고 있다. 크게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단기간 일정과 장기 일정 및 시베리아 횡단열차 일정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각종 베스트 플랜이 수록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또한 먹고,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여행지와 러시아에서 꼭 먹어야 봐야 할 음식 및 구매해보면 좋을 제품들, 공연 문화 예술의 핫 플레이스까지 알차게 소개하고 있으니 여행 계획의 막막함을 덜어줄 것이다.

 

 

 

'동방의 지배자'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를 표방하는 극동 최대의 무역 항구도시다. 아시아-유럽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며 러시아인들의 정신을 대변하는 정교회 사원들과 클래식한 19세기 유럽풍 건축물, 구소련 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중앙광장과 꺼지지 않는 불꽃, 무역항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독수리 언덕 전망대, 해양공원 등 수많은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반도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루스키 섬은 개발의 손을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여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다. 왕복 2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하지만 공기도 맑고 전망도 훌륭해 충분히 걸을 만하다니 시도해보면 좋을 듯하다. 이 외에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곰새우와 러시아의 국민 간식이라고 불리는 메밀 크레이프, 수프라에서 조지아 전통 가정요리도 맛보길 추천한다.

 

 

 

Tip 1_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꼭 해야 할 일!

1.독수리 언덕 전망대 오르기

2.킹크랩, 곰새우 같은 해산물 맛보기

3.사슬릭(케밥), 보르시 등 러시아 음식 즐기기

4.각종 문화 예술(국립 마린스키 극장,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국립 갤러리) 즐기기

5.뷰티 제품, 식료품 쇼핑하기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연해주' 즉 프리모르스키는 애국지사들의 망명이 이어졌던 곳으로 독립운동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12km 떨어진 우수리스크는 이상설, 최재형 선생 등 독립 운동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려인 문화센터'라고 있는데, 연해주 내 한국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강좌를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1937년 스탈린 정부는 한인들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라즈돌노예 기차역'에 한인들을 집합시키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단행했는데, 아마도 러시아에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역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하바롭스크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바롭스크는 아무르 강변을 따라 난 산책로와 아름다운 공원들, 정교회와 어우러져 포근함이 감도는 낭만적인 도시다. '무라비예바-아무르스코고' 거리를 걷다보면 순간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것이라고. 이때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유람선을 타고 바다같이 드넓은 아무르 강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성모승천 대성당'과 '구세주 변모 대성당'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겨보고, '하바롭스크 향토박물관'에서 자연과학과 고고학, 민족학, 역사학 등을 총괄하는 다양한 전시물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트립어드바이저 1, 2위를 다툰다는 조지안 레스토랑인 '사찌비'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후식은 러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디저트 카페로 손꼽힌다는 '플란타찌야'에서 즐겨보자.

 

 

 

 

 

 

시베리아의 진주, 이르쿠츠크

 

 

   청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이칼 호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약 2천 5백만 년 전에 탄생한 바이칼 호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자 가장 깊고 깨끗한 호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폐쇄된 시베리아 횡단열차 선로를 따라 재개된 환 바이칼 열차는 바이칼 호수의 자연과 그 일대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르쿠츠크의 주요 관광지를 살펴보다보면 예쁜 러시아 전통 목조건물들과 서유럽의 건축미를 보여주는 역사적 건물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통 목조주택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유럽 하우스'와 '카잔의 성모 성당'의 경우 그 어마어마하게 예쁜 외관에 넋을 놓게 될 테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약 5km에 이르는 거리(약 3시간 코스)에 30여 개의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도보 관광 코스가 있는데, 별다른 여행 계획을 준비할 것도 없이 길바닥에 그려진 녹색 선만 따라가면 대부분을 들러볼 수 있다고 하니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끝으로 마지막 장에서는 러시아에 관한 기본 정보와 간추린 러시아 역사, 러시아 여행 준비, 러시아 입국하기, 서바이벌 러시아어가 준비되어 있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트래블 페이퍼가 수록되어 있으니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렇듯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은 러시아 여행을 두려워하는 초보 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정보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필수 애플리케이션이라든지, 바가지 없이 택시 타는 법, 저렴하고 정확한 공영 시외버스 예약방법 등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헤맬 수 있는 부분까지 살뜰하게 신경 쓴 점이 인상적인 가이드북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여행지보다 조금은 색다르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고 싶다면 이번만큼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한 번 찾아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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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셀프 트래블 - 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3
안혜선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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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1년 내내 어디를 가도 만족스러운 여행지, 오사카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가이드북!

 

 

 

   최근 들어 주변의 지인들이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1년 내내 언제 가도 좋은 여행지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젊은 연인들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아이가 있는 가족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일본 고유의 문화유산과 고즈넉한 정취로 여유 있는 여행까지 가능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교토, 고베까지 손쉽게 갈 수 있는 교통편의 시설로 인해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정말이지 짧은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때마침 출간된 <오사카 셀프트래블> 개정판은 늘어나고 있는 오사카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맞춤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여행 서적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열심히 취재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일 만큼 알찬 정보와 만족스러운 추천지로 가득하다. 책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인근 주변 지역과 함께 교토, 고베, 나라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들을 위해 와카야마, 시라하마, 고야산 지역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사전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오사카 셀프트래블>은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각 지역별 지도를 상세히 수록함으로써 함께 이동하는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책 앞부분에서는 특별 미션과 테마별 추천 일정도 안내하고 있는데, 오사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관광명소 베스트12, 오사카와 간사이 야경 베스트 6, 오사카 취향 저격 명소,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쇼핑하기 좋은 곳, 대표 축제 등을 하이라이트만 담아 소개하고 있으니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추천 일정에서는 기간과 동행인에 따른 맞춤 일정이 짜여 있어 그대로만 따라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오사카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 세련되고 직선적인, 그래서 왠지 좀 차갑기도 한 도쿄와는 달리 조금,

아주 조금 촌스러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털털하고, 아기자기하고, 시끄럽고,

무엇보다 물가가 도쿄보다 낮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곳 |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오사카는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다. 교토, 고베, 나라 등을 전철로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고 일본 전역을 이어주는 신칸센이 있어 교통의 중심지라 불린다. 먹고 망한다는 뜻의 "구이다오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고 신사이바시, 에비스바시, 아메리카무라, 호리에 등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쇼핑 천국이다.

 

 

 

   책은 오사카 중에서도 우메다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과 난바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을 먼저 소개하는데, 북부 지역의 경우 우메다 지역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가 특히 인상적이다. 공중정원과 연결된 투명 에스컬레이터로 마치 공중에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아찔함과 황홀함을 선사한다고 하니 해질녘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건축의 대가라 불리는 시저 펠리에 의해 지어진 '국립 국제 미술관'과 아이가 있다면 미술관 관람 후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오사카 시립 과학관'에서 신비한 과학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라면의 천국인 일본인 만큼 '컵누들 박물관'에 들러 자기만의 컵라면을 만들어보는 경험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반면 다양한 쇼핑과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남부로 가보자. 오사카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를 시작으로 에비스바시스지 상점가,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 덴덴타운, 도톤보리, 아메리카무라, 호리에 등지에서는 대형 백화점과 독특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쇼핑점 외에도 화장품과 식품, 다양한 약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 많아 폭넓은 구매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3번 20개씩만 한정 판매하는 '그램'의 프리미엄 팬케이크와 갓 구운 치즈 타르트로 유혹하는 '파블로'는 베이커리의 천국인 일본에서 한 번쯤은 찾아 먹어보고 싶어진다. 특히 오사카 최대의 유흥지로 거대한 입체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도톤보리의 경우, 오사카를 대표하는 게 요리 전문점 '카니도라쿠'에서 맛과 눈을 사로잡는 일식의 묘미를 경험해보고 싶다.

 

 

 

 

 

 

   책은 오사카의 주변 지역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300m의 높이를 자랑하는 일본의 초고층 빌딩답게 '아베노하루카스 300'에서는 오사카의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멋진 오사카 야경을 구경함과 동시에 층마다 즐비한 다양한 맛집과 미술관, 대형 마트까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사카에 왔으면 꼭 봐야할 곳은 나고야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에 꼽히는 '오사카성'이 아닐까. 1,400여 년간 이어 온 오사카 역사의 근거 자료가 되는 곳으로 봄날 벚꽃과 어우러진 오사카성을 보면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하니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가 되겠다. 이 외에도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를 엿볼 수 있는 '빛의 교회'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스미요시타이샤', 할리우드 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고문을 맡아 다채로운 쇼와 어트랙션이 펼쳐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도 잊지 말자.

 

 

 

일본인들도 반해버린 일본의 천 년 수도, 교토

 

 

   오사카가 먹거리와 쇼핑의 중심지로 다채로운 풍경을 지녔다면 교토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워 힐링 여행의 상징이 되는 곳이라 하겠다. 저자는 초보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니조성', '킨카쿠지', '료안지', '키요미즈데라', '긴카쿠지'를 손꼽는다. 아는 지인이 교토에 다녀왔다며 찍어 보낸 사진이 있는데, 아마도 '후시미이나리타이샤'였던 것 같다. 책을 살펴보다보니 마침 지인의 사진에 찍혀 있던 붉은 기둥이 이곳을 상징하는 장소인 듯하여 나 역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일본 열도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 전문점 8점포가 입점한 테마 식당가 '교토라멘코지'에서 식사를 하고, 고즈넉한 교토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골목 산책길 '산넨자카'를 걸으며 일본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 또한 좋을 듯하다.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도시, 고베

 

 

   고베는 옛날부터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하여 일본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진 도시로 발전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도시 곳곳의 풍경 사진을 살펴보면 굉장히 이국적인 건축물과 일본의 동양적인 건축물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베는 오사카역에서 JR을 이용한다면 30분 만에 도착하기 때문에 일본 입국 당일 또는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짜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언덕 위에서 고베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운타운인 산노미야, 차이나타운, 항만 시설과 대형 쇼핑센터가 있는 베이 에어리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온천 중 한 곳인 아리마 온천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짜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 호텔이 들어선 번화가로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하여금 큰 사랑을 받는 '하버랜드'에서 특별한 야경을 즐겨보자.

 

 

 

일본 최초의 도시이자 불교의 시작점, 나라

 

 

   나라는 일본 문화의 발상지로 일본 최초의 국가가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교토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토후쿠지'를 비롯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사슴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라고 하는데, 사슴을 타고 내려온 신 덕분에 나라에서 사슴은 신성한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나라에 가면 누구나 들르게 된다는 '나라 공원'에서는 내가 사슴을 구경하는 건지 사슴이 나를 구경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슴과 어우러질 수 있다고 하니 아이와 가면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또한 믿거나 말거나이겠지만 '다이부츠덴' 안에 있는 거대한 기둥에 뚫은 조그만 구멍을 통과하면 1년 동안의 불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국사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담징의 금당벽화로 잘 알려진 '호류지'에 들러 아스카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계획이 될 것 같다.

 

 

 

 

 

   이렇듯 <오사카 셀프트래블>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근교인 교토, 고베, 나라의 주요 여행지를 소개함으로써 보다 알찬 오사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오사카에 대한 일반 정보를 비롯하여 여행 준비, 출입국 정보, 교통 패스와 입장권 구입법, 여행 숙소 리스트, 알아두면 좋을 핵심 여행 일본어, 여행 시에 들고 다니면 유용할 맵북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자유 여행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사카는 교통이 편리해서 짧은 일정만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오늘 못 가면 내일, 이번에 못 가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편하게 오사카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봄만큼은 우리 집 앞 벚꽃 거리도 좋지만 오사카 성을 배경으로 벚꽃 구경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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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으면 하는 책

책 한 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지, 장인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놀라운 여정을 담아내다!

 

 

 

   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오늘은 조선의 사대부가를 엿보았다가 내일은 유럽의 어느 한적한 뒷골목을 누비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고약한 할머니의 눈총을 피해 달아나다가 어느 사이에 살인의 누명을 쓰고 달아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추적하며 제멋대로 시공간을 누빌 수 있는 이 놀라운 판타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책의 한 페이지와 한 페이지를 넘나드는 간극 속에 존재하는 페스티벌은 나를 늘 춤추게 한다. 조금은 과장스럽게 표현한 듯 하지만 이것이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이며, 나를 생동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유년시절의 내겐 장난감이라든지 요즘 아이들 방이라면 흔하게 있을 법한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아빠의 책장에 꽂혀 있는 백과사전 혹은 위인전기집과 근처 외가에서 살고 있는 사촌언니 책을 훔쳐 읽는 게 유일한 놀이감이었다. 단발머리의 소녀가 되었을 때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까지 걸어갈 수가 있어서 그곳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책이 좋았던 나는 결국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훗날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지방의 작은 출판사이긴 했지만 취직을 하여 책을 만들고 이윽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일상을 채운 것은 결국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덜컥 사로잡혔다.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하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책을 쓰고 만들고 판매했던 나의 경험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쩌면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꼭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법이며 책은 그 마법을 저 너머에 숨겨둔 수평선이다. / 39p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는 일본에서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이나이즈미 렌이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서점을 찾아다니며 취재하던 중 해일로 인해 서점과 책이 쓸려가고 망가져도 다시 서가의 책을 재정비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본 뒤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끝에 탄생되었다. 사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기술이 요구되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 책은 그러한 수고와 정교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속에 묻어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담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 뒤에 담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책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는 동화작가 가도노 에이코다. 저자는 특별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이 책에서 아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사람을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이가 제품으로서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과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책에 담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나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는 그 첫 경험을 아름답게 밝혀주는 것은 부모와 이야기 작가 공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동화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한때 동화 쓰기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대충 쉽고 재미있게 쓰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순간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땐 책이 귀해서 모두 활자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와나미문고였나 뭐였나, 뜻도 모르면서 한자 옆의 히라가나를 더듬어가며 읽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산더미 같은 활자와 정보에 배가 잔뜩 불러 있잖아요? 배가 부른 아이에게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죠.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던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읽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책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임은 무거운 거예요." / 22p

 

 

 

   다음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자인 에이전트 다마오키 마니미를 소개한다. 그녀가 일하는 터틀모리 에이전시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번역서 중 약 60퍼센트를 계약으로 연결시키며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에이전시라고 한다. 이들은 일종의 저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편집자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는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저작권 에이전트라 불리는 사람이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사에 기획된 원고를 판매하며 원고료 교섭까지 담당하면서 유망한 저자와는 두 번째 작품 이후의 경력 설계까지도 함께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를 통해 세계의 지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게 읽혔다.

 

 

 

"수없이 많은 목록 중에서 출판사나 편집자가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 소개하는데, 중요한 건 그 작품을 국내 상황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하는 거예요. 아무리 훌륭한 원고라도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것도 많거든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에이전트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 51p

 

 

 

 

 

 

   이어 책의 가치를 그늘에서 떠받쳐주는 주역이며, 평상시에는 독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출판문화의 기반 역할을 하는 교정 교열자 야히코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교정 교열은 대단히 고독한 작업이다. 옆에 원본 원고를 놓고 다른 한쪽에는 교정쇄를 둔 뒤 일일이 대조하는 단순 작업에서 비롯하여 각종 사전이나 인명사전, 인터넷 등으로 오류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수준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문장의 모순점과 구성상 어긋남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핵심이 되는 문장 속 고유 명사, 연대적인 기술, 계절적인 기술, 시간적인 기술 등을 살피는 꼼꼼함까지 요구되니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교정 교열이 점점 비생산적인 일로 분류되어 출판사에서 이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산다. 하긴, 나만 하더라도 책을 읽는 도중 오탈자가 빈번하게 눈에 띄는 책은 일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 전문 교정 교열자 개발을 축소하려는 지금의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열부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야히코의 메시지를 깊게 새겨볼 일이다.

 

 

 

 

 

 

   다음으로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게 만드는 서체 개발자 이토와 북디자이너 구사카 준이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정, 종이, 글자의 간격 등 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책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자립한다. 또한 "진열대나 서가의 풍경은 시대의 공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그들의 사명감과 열정은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인프라의 결정체인 제지 공장과 활판인쇄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다니야마 죠스케, 일본 최초의 제본 마이스터 아오키를 통해 한 권의 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이들의 엄청난 노력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인 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요즘에도 디자이너와 편집자, 그리고 저자가 계속 논의해가면서 책을 만드는 게 좋아요. 전자서적이 주류가 될 거라느니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그것만이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역시 책이라는 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고 다양한 생각도 있어야 하겠지만 소세키의 책을 보다 보면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아름답지 않으면 책이 아니라고요." / 142p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 / 266p

 

 

 

   책 한 권에 실려 있는 묵직한 감동은 단순히 이야기 자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나의 서가에 숨 쉬고 있는 이 놀라운 공기의 무게감이 오늘따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름답지 않을 수는 있어도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쭉 책을 사랑하고 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고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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